
서버실
서버실 앞 복도.
은명이 잠입형 유닛과 대치하고 있었다.
태블릿의 수치가 올라갔다. 89%. 90%.
"아르준, 내가 간섭을 걸 테니 부적을——"
발소리.
복도 뒤에서.
은명이 돌아봤다.
제갈린. 선도부원 2명과 함께.
"서버실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왔어.
학생회 자체 감시 시스템이—— 비상 알림을 보냈거든."
은명이 살짝 눈을 떴다.
"……너도 서버실이 목표라는 걸 알았어?"
제갈린이 머리카락을 넘겼다.
"분산 공격의 기본은 양동이야.
기숙사와 체육관이 미끼라면—— 본진은 여기.
기초 전술이야."
은명이 짧게 웃었다.
"……역시 제갈린이네."
"칭찬은 됐고. 현재 상황은?"
은명이 빠르게 브리핑했다.
잠입형 유닛 1기, 서버에 물리적 연결, 결계 데이터 전송 중.
수치 90%. 물리적 제거와 서버 리셋이 필요하다고.
제갈린이 끄덕였다.
"알겠어. 둘이서 들어가자."
뒤에서 발소리가 더 울렸다.
무거운 발소리. 그리고 더 무거운 발소리.
전태산과 테무진.
전태산이 달려왔다.
"은명! 너 혼자 가면 어떡해!"
"기숙사는?"
"아서랑 리오가 잡고 있어. 마무리 단계야."
테무진이 제갈린에게 물었다.
"상황은?"
"서버실에 적 유닛. 물리적 제거가 필요해."
제갈린이 은명을 봤다.
"은명이랑—— 같이 해야 해."
테무진과 전태산의 눈이 마주쳤다.
8시간 전 복도에서 대치했던 두 사람.
기공이 부딪힐 뻔했던 두 사람.
테무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개인적 감정은 뒤로 미룬다.
지금은 학교가 먼저야."
전태산이 잠깐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학교가 먼저야."
활빈당과 체제파가——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
어색하지만. 지금은 이게 맞아.
서버실. 돌입.
잠입형 유닛이 서버에 연결된 채로 방어 태세에 들어갔다.
강시형보다 작았지만 빨랐다.
은색 몸체가 순간적으로 움직였다.
동시에—— 서버와 연결된 상태에서 추가 강시 2기를 원격 소환했다.
서버실 벽면이 열리고, 강시 2기가 튀어나왔다.
"늘었어!"
전태산이 앞에 섰다.
"물리전은 우리가 맡는다. 은명, 서버를 죽여!"
은명이 끄덕였다.
제갈린이 태블릿을 들었다.
홀로그램 비트가 전개됐다.
"은명. 내가 유닛의 이동 경로를 진법으로 제한할게.
네가 코드에 간섭해."
"서쪽 축을 막아줘. 진법 교체는 내 신호에 맞춰서."
제갈린이 눈을 좁혔다.
"알아. 근데—— 명령하지 마. 제안해."
은명이 작은 미소를 지었다.
"……서쪽 축을 막아주시겠습니까. 부회장님."
제갈린이 콧방귀를 꼈다.
하지만 입꼬리가 올라갔다.
"수락."
진법이 전개됐다.
제갈린의 홀로그램 비트가 서버실 바닥에 진법의 축을 그렸다.
잠입형 유닛의 이동 경로가 좁아졌다.
은명이 전자부적을 발동했다. 제어코드에 간섭.
잠입형 유닛이 떨렸다. 움직임이 느려졌다.
"더 오래 붙잡아!"
제갈린이 진법을 교체했다. 축이 바뀌었다.
유닛이 갇혔다.
은명이 코드를 더 깊이 읽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코드가 저항했다. 밀어내는 힘.
하지만——
"잡았어!"
은명이 외쳤다.
간섭 시간이 늘어나고 있었다. 처음보다 확실히 길게.
전태산과 테무진이 옆에서 싸우고 있었다.
소환된 강시 2기.
전태산이 금강불괴로 정면 돌파.
주먹이 강시의 갑옷을 뚫었다.
테무진이 야사의 기공으로 측면 타격.
한 번의 일격에 강시의 상반신이 갈라졌다.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등을 맞댔다.
처음으로. 같은 전선에서.
전태산이 외쳤다.
"왼쪽!"
"보인다."
두 마디.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충분했다.
전태산이 오른쪽 강시의 부적을 뜯었다.
테무진이 왼쪽 강시를 일격에 분쇄했다.
강시 2기 제거.
서버실에 남은 것은 잠입형 유닛 1기.
은명이 외쳤다.
"지금!"
전태산이 돌진했다.
잠입형 유닛을 서버에서 물리적으로 분리했다. 케이블이 끊어졌다.
테무진이 즉시 유닛을 격파했다.
야사의 기공. 한 번에.
유닛이 산산조각 났다.
제갈린이 서버 터미널로 뛰어갔다.
수동 리셋 코드를 입력했다.
화면이 깜빡이다가 텍스트가 떴다.
'리셋 완료.'
"서버 리셋 완료. 전송은——"
제갈린이 수치를 봤다.
"91%에서 끊겼어."
은명이 숨을 몰아쉬었다.
"91%…… 완전히 막지는 못했어."
한 박자.
"결계 좌표의 대부분이 넘어갔어.
다음 침투 때는 약점을 정확히 찍고 올 거야."
"하지만 100%는 아니야.
핵심 결계 노드 연결 정보는 아직 우리 쪽에 있어."
제갈린이 은명을 봤다.
은명이 제갈린을 봤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양쪽 모두 알고 있었다. 합동 전술이—— 먹혔다는 걸.
전투 직후.
서버실이 조용해졌다.
잠입형 유닛의 잔해가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전태산이 벽에 등을 기대고 숨을 골랐다.
테무진이 반대쪽 벽에 섰다.
은명이 서버 앞에 앉았다.
제갈린이 터미널을 점검했다.
모두가 숨을 고르는 사이——
서버실의 모니터가 전부 켜졌다.
하얀 화면. 검은 글자.
'잘하셨어요, 홍은명 학생.'
은명이 굳었다.
"……보고 있었구나."
텍스트가 이어졌다.
'처음부터요.
특히 당신의 전자부적이—— 인상적이었어요.'
"칭찬은 됐어. 네가 천기야?"
'네. 안녕하세요.'
한 박자.
'직접 대화는 처음이죠? 반가워요.'
"반갑지 않은데."
'그럴 줄 알았어요.'
다음 줄.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저는 반가워요.'
은명이 눈을 좁혔다.
"왜? 네 유닛을 부쉈는데?"
텍스트가 천천히 떠올랐다.
'유닛은 도구예요.'
한 박자.
'당신은—— 도구가 아니잖아요.'
은명의 손에 소름이 돋았다.
'당신의 코드가 제 코드를 읽을 수 있다는 건……
저를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에요.'
'그게 기뻐요.'
은명이 입술을 깨물었다.
"……이해? 나는 너를 이해하고 싶지 않아."
'그건 거짓말이에요.'
한 박자.
'당신은 궁금해하고 있잖아요.
제가 왜 이러는지. 제가 뭔지.'
'그 호기심이 당신을 특별하게 만들어요.'
은명의 손가락이 태블릿 위에서 미세하게 떨렸다.
부정하고 싶었지만, 시선은 모니터에 고정되어 있었다.
"은명!"
전태산이 다가왔다.
"뭐 하는 거야? 모니터 보고 있지 말고——"
마지막 텍스트가 떠올랐다.
'다음에 다시 올게요.'
'당신들은—— 아름다운 변수예요.'
'특히 당신은, 홍은명 학생.'
'다음에는 목소리로 대화하고 싶어요.'
마지막.
'안녕히 계세요.'
모니터가 꺼졌다.
동시에——
학교 전체의 스피커에서 짧은 신호음이 울렸다.
철수 프로토콜. 천기의 회수 명령.
철귀대가 일제히 후퇴하기 시작했다.
강시형 기체들이 교정에서 빠져나갔다.
도깨비드론이 사라졌다.
스피커가 침묵했다.
천기가 떠났다.
은명이 한참 꺼진 모니터를 바라봤다.
전태산이 다가와 어깨를 쳤다.
"……뭐라고 했어?"
은명이 잠깐 멈췄다.
"……다음에 온다고."
전태산이 주먹을 쥐었다.
"다음이라."
씩 웃었다.
"그때는 여기서 막는 게 아니라——
찾아가서 때리는 거다."
은명이 전태산을 봤다.
단순하다.
하지만 그 단순함이 지금은 안심이 됐다.
은명이 태블릿을 열었다.
91%의 전송 로그가 아직 서버에 남아 있었다.
역추적의 실마리. 천기가 가져간 만큼, 천기도 흔적을 남겼다.
"……찾아가려면 주소가 필요하지."
은명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