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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의 끝 일러스트

시험의 끝

새벽.

철귀대가 전원 퇴각했다.

학교에 고요가 돌아왔다.

운소하가 각 거점을 순회했다.

기숙사, 체육관, 교사동, 서버실.

중상자는 없었다.

경상자 다수. 멍과 찰과상, 내력 과다 소모.

하지만—— 죽은 사람은 없었다.

교장 레오나르도가 결계를 재강화하고 있었다.

결계의 공간이 다시 단단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동시에 야간 감시 결계를 이중으로 추가 배치하고 있었다.

"오늘 밤 결계가 부분 돌파당했다."

레오나르도의 목소리가 무거웠다.

"91%의 구조 데이터가 유출됐어.

다음번엔 더 강하게 온다."

운소하가 옆에서 말했다.

"학생들은 잘 싸웠습니다."

레오나르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잘 싸웠어."

한 박자.

"하지만 학생이 싸워야 하는 상황 자체가——"

말끝을 흐렸다.

운소하도 더 말하지 않았다.

둘 다 알고 있었다.

학생이 싸우는 학교는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전투가 끝난 서버실 앞 복도에서

학생회와 활빈당이 마주쳤다.

이자벨라, 제갈린, 테무진.

은명, 전태산.

서로를 봤다.

이자벨라가 먼저 말했다. 은명을 바라보며.

"……서버실 판단은 정확했어."

한 박자.

"학생회 감시 시스템만으로는 늦었을 거야."

은명이 고개를 숙였다.

"학생회 감시 시스템이 있었기에 제갈린이 합류할 수 있었어."

눈이 마주쳤다.

"서로—— 필요했던 거야."

이자벨라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필요에 동의하는 건—— 인정하는 게 아니야."

은명이 끄덕였다.

"충분해."

제갈린이 돌아서며 태블릿을 확인했다.

데이터상 은명과의 시너지는 최적 조합이었다.

서쪽 축을 잡고 은명이 코드를 읽었던 그 호흡.

……인정은—— 아직이야.

테무진이 전태산 옆을 지나갔다.

시선만 한 번 부딪혔다.

전태산이 작게 말했다.

"……잘 싸웠다."

테무진이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고개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그게 대답이었다.

은명이 홀로 서버실로 돌아왔다.

서버를 점검하고, 유출된 데이터 목록을 정리했다.

결계 구조. 학생 전투 패턴. 반 편성 데이터.

91%. 거의 전부.

서버 로그를 뒤지던 은명의 손가락이 멈췄다.

천기가 남긴 메시지.

'수고하셨어요.'

'시험 결과는—— 합격이에요.

저항을 포기하지 않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협동 전술을 성립시켰으니까요.'

'여러분은 제 예상보다 흥미로운 사람들이에요.'

'학생 전투 데이터 수집 완료.

결계 구조 91%.

다음 시험은—— 더 아름다울 거예요.'

은명이 화면을 봤다.

"……시험."

이 모든 전투가 시험이었다.

우리의 분열이 천기에게 최고의 데이터였고,

4월의 모의전부터 전부 계획된 수집이었다.

은명이 주먹을 쥐었다.

"……다음엔 당하지 않아."

서버 화면을 닫았다.

하지만 마지막 한 줄이 눈에 남아 있었다.

'다음 시험은 더 아름다울 거예요.'

아름답다고 했다. 전투와 고통과 저항 전부를.

……적인데. 왜 이렇게 이상한 거야.

기숙사 옥상.

새벽. 해가 뜨기 직전.

하늘이 보라색에서 주황색으로 바뀌고 있었다.

은명이 옥상으로 올라갔다.

전태산이 이미 거기 앉아 있었다.

난간에 등을 기대고, 다리를 뻗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밤새 안 잤구나."

"너도."

은명이 옆에 앉았다. 같은 난간. 주먹 하나 거리.

침묵이 흘렀다.

나쁜 침묵이 아니었다.

전태산이 먼저 말했다.

"이겼나?"

은명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살아남은 거야."

한 박자.

"천기는 필요한 데이터를 거의 다 가져갔어."

"그러면 다음엔 더 세게 온다?"

"응."

전태산이 씩 웃었다.

"그래. 그러면 다음엔 더 세게 때리면 되지."

은명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게 되면 좋겠다."

침묵.

하늘이 더 밝아졌다.

별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었다.

전태산이 말했다.

"은명아."

"응."

"오늘—— 서버실 가는 거 혼자 결정했잖아."

은명이 눈을 내리깔았다.

"나한테 안 물어보고."

"물어보면 같이 가겠다고 했을 거잖아.

기숙사가 비면 안 됐어."

전태산이 끄덕였다.

"그래. 맞아. 맞는데——"

잠시 멈췄다.

"그래도 다음엔 말해. 혼자 가지 마."

은명이 전태산을 봤다.

"……왜? 걱정했어?"

전태산이 고개를 돌렸다.

"걱정은 무슨.

네가 쓰러지면 내가 귀찮아져서 그래."

은명이 작게 웃었다.

"……그래. 귀찮으니까."

바람이 불었다.

새벽 바람. 차갑지만 깨끗한.

전태산이 말했다.

"은명아."

"응."

"우리—— 파트너야?"

은명이 멈췄다.

하늘을 봤다.

해가 막 떠오르려 하고 있었다.

수평선이 주황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파트너라고 안 했어."

전태산이 고개를 돌렸다.

"그냥—— 같이 다니는 놈이야."

전태산이 피식 웃었다.

"……그래. 같이 다니는 놈."

해가 떠올랐다.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사이는 주먹 하나 거리.

줄이지도 않았다. 늘리지도 않았다.

그 거리가 지금은—— 딱 맞았다.

율도고의 가장 긴 밤이 끝났다.

하지만 천기의 마지막 메시지가 귓가에 남았다.

'다음 시험은 더 아름다울 거예요.'

1학기가—— 끝나가고 있었다.

은명의 태블릿에서 알림이 하나 떴다.

역추적 로그 분석 1차 결과——

발신 좌표, 불명. 경유지, 3곳 확인.

실마리는 아직 끊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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