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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전장 일러스트

각자의 전장

랭킹전 1일차. 개인 대련장.

관중석이 가득 찼다.

학년 구분 없이 몰려왔다.

랭킹전은 순위가 걸린 시합이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누가 얼마나 변했는지,

누가 아직 그 자리인지.

한 학기의 성적표를

주먹으로 쓰는 날이었다.

전태산. 예선 1차전.

상대는 B반 2학년.

상위권.

키가 컸다.

체구도 태산과 비슷했다.

심판이 깃발을 올렸다.

양쪽 선수가 자세를 잡았다.

"1학년 전태산?

체육대회에서 테무진 선배를

버텼다던"

공격이 왔다.

빠른 돌진. 장타.

1학기의 태산이라면

정면에서 받아쳤을 것이다.

지금은 달랐다.

태산이 옆으로 빠졌다.

반 걸음.

상대의 장타가 빗나갔다.

그 순간. 카운터.

금강불괴의 주먹이

상대의 측면을 파고들었다.

둥.

한 방. 깔끔했다.

정면 돌파 대신 측면 이동.

끝까지 밀어붙이기 대신

읽고 반응하기.

관중석에서 술렁였다.

"1학년이

2학년 상위권을 한 방에?"

"체육대회 때랑 스타일이 다른데."

관람석에서 운소하가

태블릿을 내려다봤다.

전태산.

체육대회 때보다 또 변했어.

공격 패턴에 '읽기'가 추가됐어.

누가 가르친 건 아닐 텐데.

자기가 깨달은 건가.

운소하가 태블릿을 접으며

슬쩍 웃었다.

재밌는 학기가 될 것 같다는 표정.

태산이 경기장을 나왔다.

숨을 골랐다.

살아남는다는 건 이런 건가.

무조건 치는 게 아니라,

치는 시기를 아는 것.

하산 선배가 말한 대로다.

주먹을 쥐었다.

아직 부족하지만

변하고 있다.

태산의 경기가 끝난 직후,

오후 대련이 이어졌다.

랭킹전 대련장 B구역.

올가 볼코바. 예선.

상대가 달려왔다.

공격형. 빠른 연타.

올가가 수호벽을 전개했다.

벽.

체육대회 때와 같았다.

하지만.

올가가 한 발 앞으로 나갔다.

벽이 움직였다. 앞으로.

"뭐?!"

상대가 놀랐다.

수호벽이 밀어오고 있었다.

방어벽이 아니었다.

압축된 벽이 상대를 밀어냈다.

수호 공격.

상대가 뒤로 밀렸다.

벽이 다시 밀어왔다. 다시.

상대가 경기장 끝까지 밀렸다.

"방어만 하는 줄 알았는데

벽이 밀어온다고?!"

올가가 말했다. 무표정.

"지키는 것에도

밀어내는 힘이 필요해."

심판이 깃발을 내렸다.

장외 판정. 올가의 승.

관람석에서

피에르 드 마르시야크가 봤다.

수호의 본질을 이해했군.

지킨다는 것은

위협을 물리치는 것이기도 하니까.

피에르가 고개를 끄덕았다.

가르칠 때보다 더 앞서간 제자에 대한

조용한 인정이었다.

B구역이 끝나기 전에

C구역에서도 경기가 시작됐다.

대련장 C구역.

아르준 싱. 예선.

상대가 경기장에 올랐다.

아르준이 태블릿을 확인했다.

잠깐의 정적.

상대가 기다렸다.

아르준이 태블릿을 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 계산을 마친 사람의 표정이었다.

시작.

상대가 왼쪽으로 움직였다.

아르준이 오른쪽에서 접근했다.

상대가 반응했다.

늦었다.

아르준의 타격이 정확히

우측 빈틈을 찔렀다.

물리적 전투력은 약했다.

하지만 타이밍이 정확했다.

포인트가 쌓였다.

유효타 하나, 둘, 셋.

전부 같은 방향에서 들어갔다.

상대가 패턴을 읽었을 때는

이미 점수 차이가 벌어진 뒤였다.

판정 승.

유효타 5 대 1.

아르준이 고개를 숙이며

경기장을 나왔다.

관람석에서 은명이 따라갔다.

태블릿에 아르준의 경기 데이터를

입력하고 있었다.

"아르준은 될 거야.

나보다 개인전 적성이 있어."

분석으로 빈틈을 찾는 것은

은명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르준은 분석을

자기 몸으로 옮기는 데

거침이 없었다.

은명은 그것이 부러웠다.

C구역이 정리될 즈음,

마지막 예선이

A구역에서 시작됐다.

오후 후반.

랭킹전 대련장 A구역.

홍은명. 예선.

상대는 A반 상위권. 공격형.

은명이 전자부적을 전개했다.

결계 교란.

상대의 시야를

미세하게 흔들었다.

상대가 흔들렸다.

은명이 그 틈을 노려

타격을 넣었다.

약했다.

물리력이 부족했다.

상대가 이를 악물고

교란을 뚫고 돌진해왔다.

은명이 뒤로 물러섰다.

전자부적으로 상대의 경로를 틀었다.

하지만

1대1에서 교란할 팀이 없었다.

순수 화력이 부족했다.

상대의 주먹이

은명의 어깨를 스쳤다.

어깨 끝에서 통증이 퍼졌다.

은명이 이를 악물었다.

몸을 틀었다.

전자부적을 두 겹으로 겹쳤다.

이중 교란.

출력 부하가 태블릿에서 경고를 울렸다.

하지만 상대의 발이

예정된 궤도에서 벗어났다.

그 순간 은명의 손이

상대의 손목을 잡았다.

잡기술이 아니었다.

잡은 접촉면에

전자부적의 방해 코드를 흘렸다.

상대의 기파가 한순간 엉켰다.

비틀거리는 상대에게

은명이 마지막 타격을 넣었다.

약한 타격이었지만,

유효타 판정이 울렸다.

판정 승.

유효타 4 대 3.

시간 종료 직전의 역전.

여유 없는 승리.

관중석에서 누군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긴 건 맞는데

위험해 보이긴 했다."

"전자부적으로

그런 것도 할 수 있어?"

은명이 경기장을 나왔다.

……이래서 개인전이 싫어.

머리가 아무리 돌아가도

주먹 한 방에 밀릴 때가 있어.

태블릿을 펼쳤다.

경고등이 아직 깜빡이고 있었다.

이중 교란의 후유증.

다음 경기까지 출력을 회복해야 한다.

관람석에서 태산이 내려다봤다.

"야, 은명이 괜찮아?"

옆에 앉은 리오가 대답했다.

"이겼잖아~"

"이기긴 이겼는데.

저 녀석은 옆에 사람이 있어야

강해지는 타입인데."

반대편 관람석.

제갈린이 은명의 경기를

관찰하고 있었다.

드론이 경기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있다.

홍은명.

제갈린이 드론의 로그를 훑었다.

교란 빈도, 출력 한계, 체력 소모율.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은 명확했다.

팀전에서의 위협감이

개인전에서는 반감되는군.

교란형은 화력이 없으면

결국 판정에 기대야 한다.

안경을 올렸다.

기록할 만한 약점이야.

드론 로그에 태그가 추가됐다.

'홍은명. 개인전 출력 한계.

이중 교란 후 출력 저하 확인.'

저녁.

예선 결과 게시판.

본선 대진표가 공개됐다.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서로 밀치며 화면을 올려다봤다.

누군가 대진표를 캡처해서

단체 메시지로 뿌렸다.

태산이 화면을 봤다.

본선 1차전 상대.

쁘아카오.

태산이 씩 웃었다.

"또 만났네."

주먹을 쥐었다 폈다.

체육대회 때의 감각이

손끝에 남아 있었다.

무에타이의 팔꿈치.

정강이를 타고 올라오던 충격.

그때는 버텼다.

이번에는 버티는 게 아니라

이기고 싶었다.

같은 시간.

쁘아카오가 대진표를 봤다.

체육관 구석에서

섀도우복싱을 하고 있었다.

무에타이 자세. 팔이 높다.

발이 가볍다.

무릎을 올렸다.

허공을 찼다.

바람이 일었다.

"전태산.

체육대회에서 보여준 게

전부야?"

한 박자.

무릎을 다시 올렸다.

이번에는 더 높이.

"나도 더 있거든."

쁘아카오의 발이 바닥에 닿을 때,

체육관 바닥이 한 번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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