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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수행 D, 결과 S 일러스트

작전 수행 D, 결과 S

외곽 1번 거점. 확보 완료.

B반 2팀 아서 팀과의 합류가 빨랐다.

아서가 검술로 전열을 잡고, 쁘아카오가 로우킥으로 뒤를 쓸었다.

마르쿠스 팀은 은명이 분석한 대로 우측 방어에 구멍이 있었다.

전태산이 그 구멍으로 뚫고 들어갔고

장석현이 결계석 방어막에 기초 도술을 쐈다.

이번에는 손이 안 떨렸다.

삐이

'외곽 1번 거점 — B반 확보.'

주변에서 탄식이 터졌다.

"마르쿠스 팀이 뚫렸어?"

"배치가 읽혔나 봐."

남은 건 중앙뿐이었다.

쁘아카오가 소리쳤다.

"정면돌파!"

"안 돼."

은명이 통신으로 끊었다.

"또 갇혀.

제갈린이 드론 배치를 바꿨어. 같은 방식은 안 통해."

쁘아카오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어떻게?"

은명이 태블릿을 봤다.

중앙 거점.

제갈린의 팔진도가 재구축되어 있었다.

드론 간격이 좁아졌다.

아까보다 촘촘해.

3번과 7번이 빠져도 즉시 보완할 수 있게 배치를 바꿨다.

역시 제갈린이지.

은명이 모의전 맵 데이터를 확대했다.

거점 주변 지형. 건물. 수로.

……배수로?

맵 하단에 지하 배수로가 있었다.

모의전 허용 동선 안에 포함된 합법 경로.

출입구는 필드 남쪽 경사면.

중앙 거점 바로 아래를 지나 거점 뒤편으로 이어진다.

은명이 입꼬리를 올렸다.

"작전 바꿀게."

쁘아카오, 전태산, 리오, 장석현이 은명 앞에 모였다.

"정면은 미끼야.

쁘아카오, 리오. 둘이 정면으로 돌격해."

"좋아!"

쁘아카오가 주먹을 쥐었다. 리오도 고개를 끄덕였다.

"갇혀도 돼. 진법 안에서 30초만 버텨.

제갈린의 주의를 정면에 묶어."

"30초? 1분도 되지! 그렇지, 리오?"

리오가 카포에이라 자세를 잡으며 웃었다.

"전태산."

은명이 전태산을 봤다.

"배수로로 가."

"배수로?"

전태산이 눈을 깜빡였다.

"맵 남쪽에 지하 배수로가 있어.

중앙 거점 아래를 지나서 거점 뒤편으로 올라와."

"배수로? 좁잖아."

"네 몸이니까 끼여도 부수면 돼."

전태산이 잠깐 생각했다.

"……맞긴 한데?"

"다만 만약에 배수로가 막혀 있으면

정면으로 돌아와. 쁘아카오 옆에서 밀어."

전태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플랜B까지 들으니 오히려 얼굴이 편해졌다.

"장석현."

장석현이 고개를 들었다.

"진법의 앵커 드론이 하나 있어.

거점 우측에 낮게 떠 있을 거야.

그 드론에 기초 도술을 쏴.

파괴하지 않아도 돼. 잠깐만 교란시키면 충분해."

장석현이 입술을 다물었다.

"제가요?"

"너 아까 결계석 방어막 깼잖아. 같은 거야.

다만 이번에는 드론이 타겟이야."

장석현이 주먹을 쥐었다.

"해보겠습니다."

은명이 태블릿을 들었다.

"정리하면. 쁘아카오·리오 정면 교란.

장석현 우측에서 앵커 드론 교란.

전태산 배수로 우회, 뒤에서 올라와 거점 마커 터치."

전태산이 씩 웃었다.

"됐고, 가자."

"이번에는 진짜 됐어. 다 들었잖아."

"아, 맞네. 이번에는 다 들었어."

은명이 한숨을 쉬었다.

"그냥 가."

작전이 시작되자 중앙 거점의 공기가 달라졌다.

제갈린이 중앙에 서 있었다.

드론 10대가 재편된 팔진도를 이루고 있었다.

아르준이 옆에서 말했다.

"온다."

정면에서 먼지가 일었다.

쁘아카오. 무에타이 특유의 낮은 자세로 돌진해오고 있었다.

리오가 좌측에서 회전하며 접근.

제갈린이 손을 올렸다.

"진법 가동."

드론이 위치를 잡았다. 결계 필드가 펼쳐졌다.

쁘아카오와 리오가 진법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방향이 뒤틀렸다.

쁘아카오가 주먹을 휘둘렀지만 공기만 맞았다.

"어? 어디 갔어?"

리오가 회전하며 사방을 봤지만 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제갈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면 돌격. 예상대로야."

근데.

아르준이 말했다.

"전태산이 안 보여."

제갈린의 눈이 움직였다.

필드를 훑었다.

쁘아카오, 리오. 장석현이 거점 우측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전태산은?

"이상해. 5인 팀에서 세 명만 보여."

아르준이 태블릿을 봤다.

"전태산의 위치 데이터가 없어. 지상에."

그 순간.

거점 우측에서 장석현이 손을 내밀었다.

기초 도술. 파란 빛이 앵커 드론을 스쳤다.

드론이 흔들렸다. 진법에 미세한 균열.

아르준이 소리쳤다.

"앵커!"

제갈린이 즉시 복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 찰나면 충분했다.

거점 뒤편. 배수로 출구.

콘크리트 뚜껑이 안쪽에서 부서졌다.

파편이 하늘로 솟았다.

그 안에서 흙투성이 손이 올라왔다.

진흙 사이로 은빛 광택이 번쩍였다.

전태산이 배수로에서 기어 올라왔다.

교복이 진흙투성이. 왼쪽 소매가 찢어져 있었다.

"좁긴 하더라."

제갈린이 돌아봤다.

"……뒤?"

거점 마커.

전태산의 손바닥이 닿았다.

삐이

'중앙 거점 — B반 쁘아카오팀 점령.'

진법이 해제됐다.

쁘아카오와 리오가 풀려났다.

쁘아카오가 사방을 둘러보다 전태산을 발견했다.

"태산 형제! 어디서 온 거야!"

"밑에서."

"밑?"

장석현이 무릎에 손을 짚고 숨을 쉬었다.

리오가 엄지를 올렸다.

은명은 후방에서 태블릿을 봤다.

'외곽 2 + 외곽 1 + 중앙 = 거점 3개.

B반 쁘아카오팀 승리.'

……이긴 건 맞는데. 이걸 작전이라고 부르기엔 좀.

호루라기가 울리고 팀들이 평가 구역으로 모였다.

운소하가 홀로그램을 띄웠다.

"B반 쁘아카오팀.

작전 수행 D. 상황 대응 S.

전투력 B. 팀워크 C.

종합 결과 S."

일동이 조용해졌다.

작전 수행 D인데 결과 S.

누군가 뒤에서 속삭였다.

"작전은 엉망인데 이긴 거야?"

"상황 대응이 S래. 즉흥이 작전보다 나은 거잖아."

운소하가 고개를 갸웃했다.

"대체 어떻게 한 거야?"

전태산이 대답했다.

"몸이 먼저 움직였습니다."

"그건 설명이 아니라 고백이야."

운소하의 시선이 은명에게로 옮겨갔다.

"근데."

느릿하게 웃었다.

"교차 배정할 만 했네~"

은명은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태블릿만 봤다.

하지만 귀가 붉어진 건 운소하가 놓치지 않았을 거다.

남궁현이 옆에서 추가 평가를 읽었다.

"A반 1팀.

작전 수행 S. 상황 대응 B.

전투력 A. 팀워크 A.

종합 A."

제갈린 팀은 A였다.

작전 수행 S. 객관적으로 제갈린이 더 완성도가 높았다.

다만 이긴 건 쁘아카오 팀이었다.

제갈린이 전태산에게 다가갔다.

"배수로를 알려준 사람이 있지."

전태산이 고개를 갸웃했다.

"배수로는 지도에 있었는데?"

제갈린이 시선을 돌렸다. 은명을 봤다.

"홍은명. 너, A반의 진법 배치를 알려줬지."

은명이 태블릿에서 눈을 들었다.

"알려준 게 아니야. 원래 알고 있었을 뿐이야."

"……같은 반이었으니까?"

"그래. 같은 반이었으니까."

제갈린의 눈이 가늘어졌다.

"다음에는 안 통해."

은명이 제갈린을 봤다. 감정 없는 시선.

"안 통하게 만들면 되잖아. 너답게."

제갈린이 입을 다물었다. 돌아섰다.

아르준이 제갈린 옆에서 걸으며 말했다.

"인정한 거야?"

"인정이 아니라 경고야."

"글쎄. 나한테는 인정으로 보였는데."

제갈린이 대답하지 않았다.

평가가 끝나고 기숙사로 돌아온 밤. 은명의 방.

태블릿이 어둠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모의전 데이터를 정리하고 있었다.

전투 로그. 거점 점령 시간. 드론 진법 패턴. 팀원별 행동 기록.

모의전 중 비정상 트래픽을 걸러내기 위해

백그라운드에 걸어둔 로그 필터가 돌고 있었다.

기록이 끝나갈 무렵 통신기에 메시지가 왔다.

'오늘 재밌었다. 또 같은 팀 하자.'

전태산.

은명이 답장을 쳤다.

'넌 작전을 안 지켜.'

전태산.

'이겼잖아?'

은명.

'결과론이야.'

전태산.

'ㅋㅋ'

은명이 통신기를 내려놓으려다

전태산에게서 메시지가 하나 더 왔다.

'근데 진짜. 배수로 작전 좋았어.

지도에서 그거 찾은 거잖아.

너 아니면 못 이겼어.'

은명의 손가락이 잠깐 멈췄다.

답장을 치지 않았다. 통신기를 내려놓았다.

태블릿으로 돌아갔다. 데이터 정리의 마지막 작업.

전태산의 말이 귀에 남아 있는 걸 의식적으로 무시했다.

모의전 데이터를 저장하려는 순간.

태블릿 하단에 경고 메시지가 떴다.

'네트워크 로그 이상 감지.'

은명의 손이 멈췄다.

로그 필터가 잡아낸 것이었다. 경고를 열었다.

네트워크 로그.

모의전 실시간 데이터가 교내 서버를 경유하여

외부로 전송된 흔적.

전송 시점: 모의전 중.

최종 목적지: 불명.

은명의 눈이 좁아졌다.

모의전 데이터가 외부로?

학교 서버를 경유했다면 교내 시스템을 통과한 거다.

정규 백업과는 경로가 다르다.

누가, 왜, 어디로.

은명이 로그를 추적했다.

교내 서버 → 중간 노드 세 개 → 최종?

최종 노드에 도달하기 전에 끊겼다.

흔적만 남기고 사라진 전송.

다만 중간 노드의 응답 지연이 이상했다.

세 개 모두 0.03초 단위로 정확히 같은 레이턴시.

표준 라우팅이라면 나올 수 없는 패턴이다.

은명이 메모를 열었다.

'모의전 데이터 외부 유출.

전송 시점: 모의전 실시간.

경로: 교내 서버 경유.

최종 목적지: 불명.

전송 데이터: 학생 전투 로그 추정.

노드 레이턴시: 0.03초 동기화 — 수동 라우팅 의심.'

저장하려는 순간.

태블릿 화면이 한 번 깜빡였다.

텍스트 한 줄이 떠올랐다.

'관전 감사합니다. — ■■'

은명의 손이 반사적으로 스크린샷 버튼을 눌렀다.

늦었다.

캡처된 화면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은명의 손이 멈췄다. 심장이 한 번 크게 뛰었다.

관전. 감사합니다.

누군가가 모의전을 보고 있었다.

학교 바깥에서.

은명이 태블릿을 내려놓았다.

내려놓은 손이 떨리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벽' 폴더가 아니었다.

이건 다른 폴더에 넣어야 한다.

새 폴더를 만들었다.

이름을 정하려다 멈췄다.

……뭐라고 하지.

벽 너머. 벽이 아니라.

'바깥.'

은명이 폴더 이름을 쳤다.

'바깥에서 보는 눈.'

폴더 안에 메모 하나.

'관전 감사합니다. — ■■

스크린샷 실패. 증거 없음.

노드 레이턴시 0.03초 동기화만 추적 단서.'

태블릿을 닫았다.

어두운 방. 은명의 시선이 천장을 향했다.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고 생각했다.

규칙 안의 벽. 교칙 7조라는 벽.

하지만 벽 너머에 또 다른 시선이 있었다.

벽보다 더 먼 곳에서 누군가가 보고 있었다.

……뭐야, 이건.

은명이 눈을 감았다.

질문이 하나 더 늘었다.

은명은 다시 태블릿을 켰다.

막 닫았던 화면을 곧바로 다시 여는 건 드문 일이었다.

그만큼 방금 본 문장이 기억으로만 넘기기 어려웠다.

'관전 감사합니다.'

장난일 수도 있다. 시스템 오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류치고는 타이밍이 정확했다.

모의전 로그 정리 직후, 추적을 시작한 순간,

딱 그때만 나타나고 사라졌다.

은명은 로그 필터를 수동 모드로 바꿨다.

자동 정렬을 꺼야 사소한 잔흔이 남는다.

첫 번째 노드. 패킷 수신 기록 정상.

두 번째 노드. 암호화 키 교환 흔적 비정상.

세 번째 노드. 응답 지연 0.03초 고정.

고정.

네트워크는 원래 흔들린다. 1ms라도 흔들린다.

고정된 지연은 오히려 인위적이다.

누군가 지연을 맞추고 있다. 의도적으로.

은명은 메모창 아래에 새 줄을 추가했다.

'지연 고정 = 단순 중계 아님.

중간 노드에 관찰자 개입 가능성.'

손끝이 다시 떨렸다.

은명은 손목을 한 번 꺾어 풀었다.

감정은 나중이다. 먼저 사실.

그때 통신기에 또 알림이 떴다.

전태산.

'야, 아직 안 자?'

은명은 화면을 잠깐 봤다가 답장을 치지 않았다.

대신 통신기 알림을 음소거했다.

지금은 말보다 로그가 우선이었다.

하지만 메시지 창을 닫는 순간

태산이 보낸 직전 문장이 다시 눈에 걸렸다.

'너 아니면 못 이겼어.'

은명은 입술 안쪽을 살짝 깨물었다.

칭찬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누군가 결과를 그렇게 단순하게 말해 주는 방식이 낯설어서였다.

은명에게 승리는 늘 해석의 집합이었다.

운, 지형, 체력, 실수, 변수.

태산은 그걸 한 줄로 줄인다.

'이겼잖아.'

지금 필요한 것도 어쩌면 그 단순함일 수 있었다.

의심은 복잡하게 쌓고, 행동은 단순하게 고른다.

은명은 다시 로그로 돌아갔다.

교내 서버 권한 로그를 열었다.

학생 계정 접근 권한으로는 원래 보이지 않아야 하는 탭.

그런데 모의전 전용 API 호출 기록 일부가 캐시에 남아 있었다.

호출 계정 ID는 익명화되어 있었지만 호출 간격은 남는다.

0.5초.

0.5초.

0.5초.

누군가 실시간으로 보고 있었다.

한 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은명은 태블릿 화면 밝기를 낮췄다.

어두운 방에서 눈이 덜 피로해지도록.

그리고 의자에 등을 붙였다.

문득 오늘 중앙에서 제갈린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남은 드론 재편. 각도를 바꿔.'

제갈린도 현장에서 평소보다 빠르게 대응했다.

물론 실력 탓일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 양쪽 데이터를 동시에 보고 있었다면.

은명은 그 생각을 메모에 바로 적지 않았다.

추정은 근거가 쌓인 뒤에 적는다. 그게 원칙이었다.

대신 별표 하나를 달았다.

'*현장 반응 속도와 외부 전송 시점 상관관계 추적 필요'

저장.

파일 이름을 바꿨다.

'바깥에서 보는 눈/관전_01'

숫자를 붙인 건 이번이 처음이라서가 아니다.

계속 이어질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은명은 고개를 뒤로 젖혔다.

천장 모서리 어둠 속에서 작은 점 하나가 보이는 듯했다.

실제 카메라인지, 눈의 피로인지, 확신할 수 없는 점.

은명은 눈을 감았다 뜨고 그 점을 다시 봤다.

없었다.

없으면 다행인가?

아니. 없다는 건 확인이 안 된다는 뜻이다.

확인이 안 되면 의심은 끝나지 않는다.

은명은 태블릿을 덮었다.

완전히 잠그지는 않았다.

언제든 다시 열 수 있게 슬립 모드로만 넘겼다.

침대 가장자리에 앉은 채 오른손을 내려다봤다.

아까 떨리던 손. 지금은 조금 덜 떨린다.

기록을 하면 떨림이 줄어든다. 의미를 붙이면 감당할 수 있다.

방 밖 복도에서는

늦게 씻고 돌아오는 학생들의 발소리가 끊겼다가 이어졌다.

누군가 하품했고, 누군가 문을 닫았다. 평범한 밤의 소리.

그 평범함을 깨는 건 늘 조용한 신호였다.

한 줄 메시지, 짧은 지연, 지워진 캡처.

은명은 통신기를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태산의 새 메시지는 없었다. 조용했다.

조용할수록 더 크게 들리는 질문이 있다.

누가 보고 있지?

왜 우리를 보고 있지?

그리고. 언제부터?

그날 밤.

기숙사 방으로 돌아온 은명은

가방을 의자에 걸어두기도 전에 태블릿을 다시 켰다.

화면 상단에는 '바깥에서 보는 눈' 폴더가 열려 있었다.

사례 목록이 늘어날수록 파일 이름이 길어졌다.

관전_01, 노드_02, 파편_03.

정리는 진행 중인데 핵심은 아직 비어 있었다.

은명은 새 문서를 열었다.

제목: '공통 구역 교차 분석'.

1) 서버 외부 접속 추정 좌표.

2) 전태산 파편 발견 좌표.

3) 위노나 촬영 파편 좌표.

세 점을 지도 위에 찍었다.

삼각형이 만들어졌다. 작은 삼각형.

학교 뒤편 숲을 감싸는 형태.

은명은 화면을 확대했다.

삼각형 중심에 표기 없는 회색 영역이 있었다.

학교 시설 지도에는 그냥 '경사지'로만 되어 있는 구역.

표기 없는 공간은

대개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아무도 관심을 안 가져서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은명은 그 좌표에 메모를 남겼다.

'우선 탐사 필요. 주간 1회, 야간 1회 비교.'

통신기 진동. 위노나였다.

'드론 야간 루트 짰어. 내일 21:40, 뒤편 숲. 올래?'

은명은 잠깐 멈췄다.

예전 같으면 혼자 먼저 확인했을 거다.

지금은 다르다.

'가.'

짧게 답장을 보냈다.

곧이어 전태산 메시지도 왔다.

'파편 더 찾아보려고 오늘도 밤에 숲 갈 건데

같이 갈래?'

은명은 화면을 한 번 더 봤다.

위노나와 같은 시간대. 우연치고는 묘했다.

'혼자 가지 마. 시간 맞춰.'

보내자마자 전태산 답장이 왔다.

'오케이. 안 잃어버림.'

은명은 한숨을 짧게 내쉬었다.

잃어버리는 건 길이 아니라 타이밍일 수 있는데.

그 말을 굳이 보내지는 않았다.

다음 날 밤 9시 40분.

학교 뒤편 숲 입구.

위노나가 먼저 와 있었다.

가죽 팔찌 위로 독수리 드론 두 대가 떠 있었다.

평소보다 장비를 더 챙긴 모습.

전태산은 훈련복 위에 후드만 걸치고 왔다. 손에는 손전등 하나.

"이 시간에 셋이 모이는 거, 좀 수상하지 않냐?"

전태산이 웃으며 말했다.

은명은 태블릿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수상한 걸 확인하러 온 거잖아."

위노나가 고개를 까딱했다.

"좋아. 역할 나누자.

나는 공중 스캔. 은명은 지면 좌표.

태산은."

전태산이 먼저 대답했다.

"나는 미끼?"

"아니. 소리 담당."

위노나가 웃었다.

"뭔가 튀어나오면 네가 제일 빨리 반응하니까."

전태산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건 인정."

숲 안쪽으로 들어가자 냄새가 달라졌다.

젖은 흙 냄새 사이로 금속 타는 듯한 향이 희미하게 섞여 있었다.

은명이 멈춰 섰다.

"여기서부터 신호 세기가 올라가."

태블릿 우상단 수치가 0.12에서 0.31로 튀었다. 전자 간섭 값.

위노나 드론이 높이를 낮췄다. 열화상 레이어를 켰다.

"오른쪽 15미터. 지면 온도 이상치."

세 사람이 동시에 시선을 돌렸다.

풀숲 사이, 검은 금속 조각이 반쯤 묻혀 있었다.

전태산이 먼저 손을 뻗었다.

은명이 즉시 말렸다.

"맨손으로 만지지 마."

태산이 손을 멈췄다.

"왜?"

"코드 트리거 있으면 접촉 순간 삭제될 수도 있어."

위노나가 주머니에서 절연 핀셋을 꺼냈다.

"그래서 내가 있지."

금속 조각을 집어 올리자 표면에 아주 작은 점등이 켜졌다. 붉은 점.

전태산이 숨을 들이켰다.

"저거. 내가 본 거랑 같아."

붉은 점은 1초도 안 가서 꺼졌다.

은명이 태블릿 카메라를 들이댔다.

다중 스캔. 회로 패턴 추출. 암호화 레이어 확인.

이번엔 결과가 빨랐다.

'유사도 93%. 기존 파편 군집과 동일 계열.'

은명의 눈이 가늘어졌다.

가설이 하나 더 올라간다.

전태산 목격담. 물적 파편. 동일 계열 회로. 동일 구역 반복 검출.

이제 '가능성'이 아니라 '패턴' 단계다.

그때.

숲 깊은 쪽에서 짧은 전자음이 울렸다. 삐.

위노나의 드론 하나가 신호를 잡고 방향을 틀었다.

"움직이는 소스 있어. 거리 42미터, 북동쪽."

전태산이 즉시 몸을 낮췄다.

"간다?"

은명은 0.5초 망설였다.

지금 들어가면 준비 없는 추격이다.

놓치면 다음 기회가 없다.

은명은 턱을 당겼다.

"가. 근데 라인 유지해. 혼자 튀지 마."

세 사람이 동시에 뛰기 시작했다.

나뭇가지가 팔을 스쳤고, 젖은 낙엽이 신발 밑에서 미끄러졌다.

앞쪽에서 다시 붉은 점이 깜빡였다. 하나. 아니, 둘.

전태산이 속도를 더 올렸다.

위노나가 욕설을 삼켰다.

"태산, 속도 맞춰!"

은명이 통신기에 짧게 쳤다.

"좌측으로 꺾여. 정면은 경사 급해."

붉은 점이 나무 뒤로 사라졌다.

그리고 바로, 숲 바닥 아래에서 진동이 울렸다.

낮고 짧은, 기계 작동음.

은명은 발을 멈췄다.

"멈춰. 바닥 밟지 마."

전태산도 멈췄다.

한 발만 더 갔으면 경사 아래 금속판 위를 밟을 거리였다.

위노나 드론이 하강해 바닥을 비췄다.

낙엽 아래에 원형 패널이 숨겨져 있었다.

학교 시설엔 없는 재질. 중앙에 미세한 홈.

은명이 낮게 말했다.

"이건…… 감시 장치가 아니라 중계 장치일 수도 있어."

위노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누군가 여기 계속 드나들고 있었단 뜻이지."

전태산이 숨을 고르며 물었다.

"이제 뭐 해?"

은명은 원형 패널을 바라봤다.

지금 열면 증거가 지워질 수 있다.

안 열면 소스를 놓칠 수 있다.

은명의 손이 태블릿 위에서 떠 있었다.

선택.

그리고 아주 작게, 입안으로만 말했다.

……이번엔, 지우기 전에 잡아야 해.

작가의 말

3차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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