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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 일러스트

단속

야간. 기숙사.

테무진이 선도부원 4명과 복도를 걸었다.

발소리가 일정했다. 군사적 리듬.

"오늘 밤부터 야간 비인가 활동은 전면 단속한다."

선도부원이 끄덕였다.

"발견 즉시 제재?"

"발견 즉시 제재."

테무진의 눈이 어둠 속에서 빛났다.

동쪽 복도. 서쪽 복도. 남쪽 복도.

3방향 동시 순찰. 빈틈없었다.

뒤따르던 선도부원 하나가 턱짓했다.

북쪽 외곽 — 체육관 뒤편 동선은 포함되지 않았다.

테무진은 알고 있었다. 인원이 부족했다.

하지만 드러내지 않았다.

같은 시각. 체육관 뒤편.

활빈당 4인이 모여 있었다.

위노나의 드론이 어둠 속을 날았다.

화면에 선도부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찍혔다.

"순찰 경로가 빈틈없어."

위노나가 태블릿을 보여줬다.

동·서·남쪽 복도 전부 커버.

"오늘 밤은 움직일 수 없어."

은명이 이마를 짚었다.

전태산이 주먹을 쥐었다.

"그러면 오늘 밤 피해자가 나오면?"

"……그게 문제야."

리오가 손을 들었다.

"몰래 갈 수 없어?"

"선도부가 열감지까지 쓰고 있어."

위노나가 화면을 넘겼다.

"테무진이 직접 지휘하고 있어.

이건 일반 순찰이 아니야. 완전한 봉쇄야."

침묵이 내려앉았다.

은명이 입을 열었다.

"오늘 밤은 못 움직여. 인정해야 해."

전태산의 목이 굵어졌다.

"인정?"

"이길 수 없는 싸움에 뛰어드는 건 용기가 아니야.

내일 토론에서 전체 판을 바꿀 수 있어.

오늘 밤은"

알림.

위노나의 드론이 움직임을 포착했다.

짧은 경고음이 태블릿에서 울렸다.

"은명."

"뭐."

"편입생이 불려나가고 있어. 체육관 뒤쪽."

화면에 1학년 편입생 한 명이 걸어가는 모습이 찍혔다.

혼자. 어두운 길로.

전태산이 일어섰다.

은명이 팔을 뻗어 막았다.

"안 돼. 움직이면 선도부에 걸려."

"눈앞에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으라고?"

전태산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은명이 전태산을 봤다.

전태산의 눈이 어둠 속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알고 있었다. 이 녀석이 참을 수 없다는 걸.

"전태산."

"참으라는 말 하지 마."

"참으라는 말이 아니야."

은명이 한숨을 쉬었다.

"가면 선도부에 걸려. 정학이야.

정학당하면 활빈당은 끝이야."

전태산이 입술을 깨물었다.

시간이 흘렀다. 짧은 듯 긴 침묵.

"……미안."

돌아서더니 기숙사 쪽으로 뛰었다.

은명이 뒤에서 소리쳤다.

"전태산!"

대답이 없었다.

기숙사 2층 복도.

전태산이 뛰고 있었다.

심장이 뛰었다.

머리가 아니라 몸이 먼저 움직였다.

참을 수 없었다.

누가 당하고 있는데 가만히 있는 건 숨을 참는 것과 같았다.

복도 모퉁이에서 발이 멈췄다.

테무진.

선도부장이 복도 끝에 서 있었다.

팔짱을 끼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비인가 야간 활동."

테무진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규율 위반이다. 돌아가라."

전태산이 숨을 몰아쉬었다.

"편입생이 불려나갔어. 지금 가봐야 해."

"그건 선도부가 처리한다. 네 일이 아니야."

"선도부가 처리한 적 있어?"

전태산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23건 중에 몇 건이나 처리했는데?"

테무진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턱근육이 한 번 움찔했다.

"규율을 의심하는 건 규율을 어기는 것보다 위험하다."

"규율이 사람을 못 지키면—"

전태산이 한 발 앞으로 나갔다.

"그건 규율이 아니라 족쇄야."

공기가 바뀌었다.

테무진의 기공이 발동했다.

야사의 심판.

복도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중력이 바뀐 것 같았다.

선도부원들이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한 명은 벽에 손을 짚었다.

전태산의 몸이 반응했다.

본능. 금강불괴 체질이 자동으로 방어 태세에 들어갔다.

근육에 내력이 차올랐다. 피부가 미세하게 경직됐다.

양쪽이 한 발짝 다가섰다.

거리가 줄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

"거기까지."

복도 끝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운소하.

야간 비상 교관이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야간에 무슨 소란이야. 둘 다 서."

기공의 압력이 사라졌다.

테무진이 기를 거뒀다.

"교관님. 비인가 활동 단속 중입니다."

"선도부 순찰은 인정한다."

운소하가 전태산을 봤다.

"하지만 기숙사에서 기공을 쓰는 건 교칙 위반이야. 너도."

전태산이 입을 다물었다.

주먹이 떨렸지만 내리지 않았다.

운소하가 목소리를 낮췄다. 둘에게만 들리게.

"편입생 건은 내가 확인한다. 둘 다 방으로."

전태산과 테무진이 등을 돌렸다.

시선만 한 번 더 부딪혔다.

테무진이 먼저 걸었다.

……힘이 있다. 인정한다.

하지만 규율 없는 힘은—

아버지가 말했다.

무너진 전장에서 힘이 뒤엉키면 적보다 아군이 더 위험하다고.

그래서 규율이야. 항상.

테무진의 보폭이 넓어졌다. 주먹을 풀지 않았다.

전태산이 반대편으로 걸었다.

……강해. 진짜 강해.

근데 그 강함으로 뭘 지키는 거야.

규칙이 사람을 지키는 거라면 멋진 거겠지.

지금은 못 지키잖아.

전태산이 자기 주먹을 봤다.

은명 말이 맞아. 지금은 이길 수 없어.

……더 강해져야 해.

같은 밤. 기숙사 서쪽.

피에르 보몽이 순찰 보조 중이었다.

A반 에이스의 의무. 선도부 보조 순찰.

피에르는 대치 현장을 멀리서 봤다.

운소하가 제동을 거는 장면을.

전태산의 분노를. 테무진의 냉철함을.

운소하가 떠난 뒤 피에르가 체육관 쪽으로 발을 옮겼다.

불려나갔다는 편입생. 혹시.

체육관 뒤편.

북쪽 외곽 — 순찰 경로에서 빠진 구간이었다.

편입생이 돌아오고 있었다.

혼자. 얼굴에 멍이 있었다. 왼쪽 볼.

피에르의 발이 멈췄다.

손이 제복 옷깃을 쥐었다.

"Pardon. 괜찮은가?"

편입생이 올려다봤다.

2학년. 금갈색 머리. 녹금빛 눈동자. A반 에이스.

"……네, 괜찮아요."

떨리는 손을 등 뒤로 숨겼다.

피에르가 보았다. 숨기기엔 늦었다.

"보건실로 가자. 내가 안내하겠다."

"아, 괜찮"

"괜찮지 않아."

피에르가 앞서 걸었다.

편입생이 뒤따랐다.

복도를 걸으며 피에르가 생각했다.

칙령은 활빈당을 해체시킨다. 맞아.

규율에 따르면 당연한 조치야.

하지만 — 활빈당이 지키던 사람은. 누가 지키지?

피에르의 오른손이 펜던트를 만졌다.

뒤랑달. 아버지의 말.

'검은 보호를 위해 존재한다.'

지금 내 검은 무엇을 보호하고 있지.

……양쪽이 같은 방향이면 좋겠는데.

지금은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어.

보건실 문 앞.

"들어가. 내가 담당 교관에게 말해놓겠다."

"……감사합니다, 선배."

문이 닫혔다.

피에르가 빈 복도에 섰다.

보건실 불빛이 문틈 사이로 새어 나왔다.

칙령 첫째 날 밤.

활빈당은 움직이지 못했다.

선도부가 순찰했다.

그리고 — 편입생 한 명이 멍을 안고 돌아왔다.

피에르의 손이 천천히 펜던트에서 떨어졌다.

어딘가에서 야간 종이 울렸다.

내일 밤에도 같은 일이 반복될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작가의 말

3차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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