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미 무도회: 전원 등장
다섯 여인의 이름이 동시에 호명됐다.
아이리스.
릴리아.
레오나.
비앙카.
세라피나.
무도회장 한가운데에서 그 이름들이 겹쳤다.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도망은 실패했다.
완전히.
아주 공식적으로.
황실 의전관은 명부를 들고 있었다.
사람들은 숨을 삼켰다.
음악은 멈췄다.
장미 향만 이상하게 진했다.
나는 눈을 감고 싶었다.
하지만 감으면 더 이상해 보일 것 같았다.
그래서 뜨고 있었다.
뜨고 있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다.
“루카스 에버렛 님.”
의전관이 나를 불렀다.
왜 또 나를 부릅니까.
이미 충분히 불렀습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들었다.
예절서가 품 안에서 팔락였다.
[호명에 응답하십시오.]
나는 작게 말했다.
“예.”
그 한 글자에 무도회장의 시선이 더 몰렸다.
예.
나는 그저 대답했을 뿐인데, 사람들은 무슨 선언이라도 들은 얼굴이었다.
싫다.
정말 싫다.
의전관이 말했다.
“첫 춤 후보 다섯 분이 모두 출석하셨습니다.”
모두.
또 모두.
나는 모두가 싫다.
한 명도 힘든데 다섯이라니.
그때 푸른 장미가 먼저 움직였다.
아이리스 에델바인 공녀.
그녀는 푸른 장미를 들고 있었다.
차갑고 단정한 색.
손끝 하나 흔들리지 않는 자세.
하지만 눈은 조용히 나를 보고 있었다.
아이리스가 걸어오는 동안 무도회장의 공기가 달라졌다.
그녀가 원래 그런 사람이라서다.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길을 비킨다.
차갑게 밀어내는 게 아니라, 조용히 기준을 세운다.
나는 그 기준 안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기준은 늘 나를 붙잡는다.
아이리스의 푸른 장미는 아주 단정했다.
꽃잎 하나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게 아이리스 같아서 더 부담스러웠다.
그녀는 내 앞에서 멈췄다.
“루카스 님.”
아이리스가 말했다.
목소리는 차분했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첫 춤을 신청해도 되겠습니까?”
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 짧은 침묵이 무도회장 전체에 퍼졌다.
아이리스는 눈을 내리지 않았다.
“부담을 드리려는 뜻은 아닙니다.”
그 말이 더 부담이었다.
부담을 주지 않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보통 이미 부담을 줬다.
아니, 아이리스가 나쁜 게 아니다.
상황이 나쁘다.
상황은 늘 나쁘다.
무도회장이 작게 술렁였다.
나는 바로 예절서를 눌렀다.
안 된다.
대답하면 안 된다.
하지만 예절서는 열렸다.
[공식 첫 춤 신청에는 정중히 응답하십시오.]
나는 입을 열었다.
“공녀님, 그…….”
그 순간 금빛 장미가 앞으로 나왔다.
릴리아 세인트로즈 성녀.
그녀는 금빛 장미를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들고 있었다.
기도하는 손처럼.
릴리아의 금빛 장미는 무도회장 조명 아래에서 부드럽게 빛났다.
그 빛이 성당 촛불 같아서, 나는 잠깐 성녀제 리허설을 떠올렸다.
마들렌.
금식.
축복.
그리고 내가 괜히 건넨 말들.
그 말들이 왜 아직도 여기까지 따라오는가.
나는 간식을 챙겼을 뿐이고,
순서를 조금 바꿨을 뿐이고,
손수건 하나를 받았을 뿐이다.
그런데 이제 금빛 장미가 내 앞에 있다.
인과관계가 너무 과하다.
“루카스 님.”
릴리아가 아주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도…… 첫 춤을 청해도 될까요?”
그녀는 말끝을 살짝 낮췄다.
거절해도 괜찮다는 듯이.
하지만 그게 더 어려웠다.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괜찮지 않은 답을 하는 건, 생각보다 힘들다.
사람들이 다시 숨을 삼켰다.
나는 숨을 못 쉬었다.
한 명에게 대답하기 전에 두 명이 됐다.
이건 산술적으로도 좋지 않다.
“성녀님, 잠깐만요.”
나는 말했다.
잠깐.
그 말이 문제였다.
은빛 장미가 움직였다.
레오나 발크리아 기사단장.
그녀는 은빛 장미를 들고 있었다.
꽃이 아니라 검처럼 들고 있었다.
그게 이상하게 어울렸다.
레오나가 걸어오자 사람들의 술렁임이 조금 달라졌다.
두근거림보다 긴장에 가까웠다.
기사단장이 무도회장 중앙으로 걸어오는 모습은, 춤 신청이라기보다 출정 같았다.
나는 그게 오히려 익숙해서 무서웠다.
무도회에서 출정 기분을 느끼면 안 된다.
은빛 장미의 줄기에는 작은 매듭이 묶여 있었다.
하얀 천.
나는 못 본 척하려 했다.
하지만 봤다.
손수건 매듭.
또 내 흔적이다.
정말 끈질기다.
“루카스.”
레오나가 말했다.
“첫 춤은 내가 지키겠다.”
“춤을 지키는 겁니까?”
나는 반사적으로 물었다.
레오나는 진지했다.
“필요하면.”
무도회장 어딘가에서 누군가 작게 감탄했다.
감탄하지 마십시오.
그건 로맨스가 아니라 경호입니다.
아마도.
내가 그렇게 믿고 싶다.
보랏빛 장미가 빙글 돌았다.
비앙카 아르클레인 마탑주.
그녀는 보랏빛 장미를 손가락 사이에서 돌리고 있었다.
꽃잎 끝에 작은 마력 빛이 맺혔다.
비앙카는 무도회장에서도 마탑 같았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있어도, 눈빛은 실험실에 있었다.
사람들은 그녀의 드레스를 봤고,
나는 그녀의 장미 끝에 맺힌 빛을 봤다.
저건 분명히 그냥 장미가 아니다.
마탑주가 그냥 장미를 들 리 없다.
“그 장미, 평범한 장미 맞습니까?”
내가 작게 물었다.
비앙카가 웃었다.
“평범한 장미가 필요했어?”
“예.”
“그럼 아니야.”
역시.
물어본 내가 잘못이다.
“나도 신청할게.”
비앙카가 말했다.
“반응을 가까이서 봐야 하니까.”
“그건 신청 사유가 아닙니다.”
“공동연구잖아.”
“춤이 연구가 되면 안 됩니다.”
“마탑에서는 될 수 있어.”
무도회장이 또 술렁였다.
공동연구라는 말이 너무 크게 들렸다.
나는 비앙카를 봤다.
비앙카는 아주 즐거워 보였다.
이 사람은 사고를 꽃병처럼 들고 다닌다.
마지막으로 붉은 장미가 움직였다.
세라피나 로제하트 황녀 전하.
그녀는 붉은 장미를 들고 있었다.
황실 인장과 같은 색이었다.
정확하고,
우아하고,
도망갈 틈이 없는 색.
세라피나가 움직이자 무도회장 전체가 더 조용해졌다.
아이리스가 만든 조용함과는 달랐다.
아이리스의 조용함은 차가운 호수 같고,
세라피나의 조용함은 붉은 실크 위에 놓인 칼 같았다.
부드러운데 피할 수 없다.
그녀의 붉은 장미는 가장 화려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과하지 않았다.
황실은 과한 것을 과하지 않게 보이게 하는 법을 아는 모양이다.
그게 제일 과하다.
세라피나는 내 앞에서 멈췄다.
“루카스 님.”
그녀가 말했다.
“황실 장미 무도회의 첫 춤을 청합니다.”
정중했다.
너무 정중했다.
정중해서 거절하기 더 어려웠다.
나는 다섯 장미를 봤다.
푸른 장미.
금빛 장미.
은빛 장미.
보랏빛 장미.
붉은 장미.
다섯 장미가 전부 나를 향해 있었다.
무도회장도 전부 나를 향해 있었다.
나는 작게 말했다.
“이건 너무 많습니다.”
예절서가 팔락였다.
[공식 신청이 중복될 경우, 주최 측 예법에 따라 조정하십시오.]
주최 측.
나는 세라피나를 봤다.
세라피나는 미소를 유지했다.
“황실 예법상, 첫 춤은 신청을 받은 사람이 선택합니다.”
“저는 선택하지 않겠습니다.”
예절서가 바로 팔락였다.
[공식 선택 거부는 결례입니다.]
“그럼 모두와 추겠습니다.”
[동시 첫 춤은 원칙적으로 불가합니다.]
“순서대로 추겠습니다.”
[첫 춤은 하나입니다.]
책이 너무 단호했다.
나는 책을 덮고 싶었다.
하지만 덮어도 문장은 이미 봤다.
카르덴은 무도회장 가장자리에서 노트를 들고 있었다.
왜 저기 있습니까.
언제 들어왔습니까.
아니, 아까부터 있었다.
물론 있었다.
카르덴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아주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적었다.
[공평 전략 한계 상황]
“적지 마십시오.”
내 말이 무도회장에 작게 울렸다.
사람들이 또 술렁였다.
카르덴은 멈췄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늘 그렇다.
아이리스가 조용히 말했다.
“무리해서 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나는 바로 고개를 들었다.
희망.
그런데 아이리스는 푸른 장미를 살짝 들어 올렸다.
“다만 제 장미는 오늘 이 순간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희망이 흔들렸다.
릴리아도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도요. 부담드리고 싶지는 않지만…… 축복의 예로 준비했어요.”
축복.
또 축복.
레오나는 짧게 말했다.
“나는 지키기 위해 준비했다.”
비앙카가 웃었다.
“나는 반응을 위해.”
세라피나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저는 황실의 예로 준비했습니다.”
다 다르다.
정말 다르다.
각자 다른 장미.
각자 다른 의미.
그리고 전부 내 앞.
나는 내가 무슨 꽃병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다섯 장미를 꽂아 두는 꽃병.
싫다.
나는 꽃병이 아니다.
사람이다.
아마도.
요즘은 가끔 확신이 흔들린다.
무도회장 중앙의 장미 문양이 빛났다.
아주 희미하게.
바닥에서 다섯 색이 떠올랐다.
푸른빛.
금빛.
은빛.
보랏빛.
붉은빛.
사람들이 감탄했다.
“표식이다.”
누군가 속삭였다.
“다섯 장미의 표식.”
그 말이 퍼졌다.
나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하지만 아무도 내 말을 듣지 않았다.
언제나 그렇다.
내 부정은 대체로 장식이다.
비앙카가 바닥을 봤다.
“무도회장에서도 반응해.”
“반응하지 말라고 했잖습니까.”
“말로 막히면 마법이 아니지.”
“말로 막혀야 예의 아닙니까?”
예절서가 팔락였다.
[예의는 반응을 정리할 수 있으나, 발생 자체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너까지 설명하지 마.”
나는 책을 노려봤다.
책은 조용했다.
얄밉다.
정말 얄밉다.
세라피나가 한 걸음 다가왔다.
“루카스 님. 선택하셔야 합니다.”
“지금요?”
“첫 춤이 시작되기 전입니다.”
악단이 준비하고 있었다.
현악기 소리가 아주 낮게 울렸다.
시간이 줄어든다.
나는 다섯 사람을 차례로 봤다.
아이리스는 차분했지만, 손끝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릴리아는 장미를 조심스럽게 쥐고 있었다.
레오나는 나를 지킬 위치를 계산하는 얼굴이었다.
비앙카는 빛나는 눈으로 표식을 보고 있었다.
세라피나는 황실 미소 뒤에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다.
누구 하나 가볍지 않았다.
그래서 더 고를 수 없었다.
가벼운 장난이면 피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들 진심을 조금씩 들고 있었다.
장미처럼.
나는 숨을 들이켰다.
“저는…….”
무도회장이 조용해졌다.
카르덴의 깃펜이 멈췄다.
비앙카의 장미도 멈췄다.
레오나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릴리아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아이리스는 눈을 내리지 않았다.
세라피나는 기다렸다.
나는 말했다.
“첫 춤으로 누구를 고르는 게 아니라, 누구에게도 무례를 범하지 않는 방법을 찾고 싶습니다.”
무도회장이 다시 술렁였다.
그 술렁임은 앞선 것들과 달랐다.
처음에는 호기심이었고,
그다음은 놀람이었고,
지금은 해석이었다.
가장 위험한 술렁임이다.
사람들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람은 생각하면 이야기를 만든다.
이야기가 만들어지면 나는 또 주인공이 된다.
싫다.
나는 내 인생에서도 조연이고 싶다.
가능하면 배경.
벽난로 옆의 화분 정도면 충분하다.
하지만 지금 나는 무도회장 중앙에 서 있었다.
화분이 아니라 표적이다.
예절서가 품 안에서 크게 빛났다.
[공평 예법 반응]
아.
이건 또 뭐야.
나는 바로 책을 눌렀다.
“반응하지 마.”
책은 더 빛났다.
“너 정말 내 편 아니지.”
[공평 예법 반응 안정화 중]
안정화.
그 말도 싫다.
안정화는 보통 사고가 이미 났다는 뜻이다.
바닥의 다섯 빛이 동시에 퍼졌다.
다섯 장미가 한순간 같은 높이로 떠올랐다.
사람들이 탄성을 질렀다.
카르덴이 거의 감격한 얼굴로 적었다.
[사교계 최대 공평 선언]
“그거 아닙니다!”
나는 외쳤다.
하지만 늦었다.
무도회장 전체가 이미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누군가 말했다.
“다섯 장미를 모두 존중하겠다는 뜻이야.”
다른 누군가가 말했다.
“황실 앞에서?”
또 누군가가 말했다.
“스캔들이군.”
스캔들.
그 단어가 무도회장 천장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 위로 떨어졌다.
나는 멍하니 서 있었다.
스캔들은 원래 멀리서 듣는 단어다.
남의 이야기.
신문 한쪽.
사교계 어딘가의 소문.
그런데 지금 그 단어가 내 발밑에서 피어나고 있었다.
장미처럼.
아니, 장미보다 빠르게.
사람들은 벌써 서로를 보고 있었다.
눈빛이 오갔다.
부채가 살짝 올라갔다.
누군가 입가를 가렸다.
누군가는 이미 웃고 있었다.
나는 알았다.
끝났다.
이건 내 입으로 해명한다고 사라질 종류가 아니다.
해명하면 해명한 문장이 또 소문이 된다.
‘루카스 에버렛, 다섯 장미 앞에서 공평을 선언.’
아니다.
그 제목 아니다.
하지만 사교계는 제목을 잘못 붙이는 데 재능이 있을 것 같다.
카르덴이 옆에서 거의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루카스 경.”
“말하지 마십시오.”
“역사적인 장면입니다.”
“역사에 남기지 마십시오.”
“이미 목격자가 너무 많습니다.”
그 말은 칼이었다.
정확히 찔렀다.
목격자가 너무 많다.
나는 도망칠 수 없다.
오늘 무도회의 최대 스캔들의 중심.
아니.
그런 중심은 싫다.
중심은 늘 싫다.
나는 다섯 장미를 다시 봤다.
이상하게도 누구도 웃고만 있지는 않았다.
아이리스는 조용했다.
그 조용함 속에 약간의 불안이 있었다.
릴리아는 장미를 더 조심스럽게 쥐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 다치지 않게 하려는 사람처럼.
레오나는 무도회장 전체를 살폈다.
위험을 찾는 눈이었다.
비앙카는 표식을 보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세라피나는 황실 미소를 유지했지만, 눈빛은 빠르게 계산하고 있었다.
다섯 사람이 모두 달랐다.
그래서 더 어려웠다.
같은 마음이면 한 번에 거절할 수 있다.
같은 장난이면 웃고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전부 달랐다.
각자 다른 장미처럼.
각자 다른 이유처럼.
나는 그걸 한꺼번에 들고 있었다.
들고 싶지 않았는데.
무도회장 악단이 아주 작게 음을 잡았다.
첫 춤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미 무도회장 전체가 첫 춤보다 큰 무언가를 본 얼굴이었다.
나는 작게 말했다.
“혹시 지금이라도 그냥 모두 앉으면 안 됩니까?”
예절서가 팔락였다.
[공식 첫 춤 직전 전원 착석은 절차 중단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절차 중단 좋지 않습니까?”
[주최 측 사유 설명이 필요합니다.]
“사유는 제가 힘듭니다.”
[개인 피로는 공식 절차 중단 사유로 부족합니다.]
“너 진짜 너무한다.”
책은 조용했다.
그때 무도회장 문이 다시 열렸다.
황실 전령이 들어왔다.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전령은 붉은 봉투를 들고 있었다.
황금 인장이 찍힌 봉투.
나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예절서가 팔락였다.
[황실 전령 앞에서 후퇴는 결례입니다.]
“진짜 너무해.”
나는 작게 말했다.
전령은 중앙까지 걸어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내 쪽을 향했다.
왜 나입니까.
제발 아니라고 해 주세요.
전령이 말했다.
“황실 명입니다.”
아니다.
아니어야 한다.
나는 그 말을 들은 순간, 몸이 먼저 굳었다.
황실 명.
그건 부탁이 아니다.
초대도 아니다.
거절하기 전에 이미 절차가 시작된 말이다.
세라피나의 표정도 아주 조금 바뀌었다.
놀람.
그리고 바로 수습.
황실 사람은 놀라도 오래 놀라지 않는다.
그게 더 무섭다.
아이리스는 푸른 장미를 내렸다.
릴리아는 숨을 삼켰다.
레오나는 전령과 나 사이의 거리를 계산했다.
비앙카는 눈을 가늘게 떴다.
카르덴은 노트를 닫았다.
닫았다.
그 카르덴이.
그만큼 큰일이라는 뜻이다.
전령은 붉은 봉투를 들어 올렸다.
봉투의 황금 인장이 무도회장 조명 아래에서 빛났다.
나는 그 인장을 본능적으로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피하면 결례다.
숨 쉬어도 결례일 것 같은 밤이다.
“루카스 에버렛 님께 사교관 임명장을 전달합니다.”
무도회장이 또 한 번 술렁였다.
이번 술렁임은 앞선 것보다 컸다.
첫 춤은 스캔들이지만,
임명장은 권한이다.
사람들은 그 차이를 너무 잘 알았다.
나만 알고 싶지 않았다.
“사교관이 뭡니까?”
나는 거의 본능적으로 물었다.
전령은 대답하지 않았다.
전령은 전달만 하는 사람이다.
대답은 다른 곳에서 나왔다.
세라피나가 낮게 말했다.
“황실 사교 질서 조정관입니다.”
“조정하지 않겠습니다.”
“아직 받지도 않으셨습니다.”
“받으면 조정해야 할 것 같아서요.”
비앙카가 작게 웃었다.
“딱 맞네.”
“뭐가요?”
“다섯 장미 사이에서 공평 예법 반응을 일으킨 사람.”
“그 설명이 너무 싫습니다.”
카르덴이 닫았던 노트를 다시 열었다.
나는 절망했다.
닫은 줄 알았는데.
다시 열린다.
노트도 내 인생도.
전령은 붉은 봉투를 내밀었다.
나는 손을 뒤로 빼고 싶었다.
예절서가 팔락였다.
[황실 임명장 수령 거부는 중대한 결례입니다.]
“알았다.”
나는 거의 울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알았으니까 조용히 해.”
책은 조용해졌다.
얄밉게도 말을 알아듣는 척했다.
나는 붉은 봉투를 바라봤다.
황실이 루카스에게 사교관 임명장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