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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받은 손수건 일러스트

축복받은 손수건

“저희에게도 축복을 부탁드립니다!”

군중 속 누군가가 외쳤다.

나는 눈을 감았다.

먹고 하셔도 된다고 했을 뿐이다.

정확히는 식순을 조금 조정하자고 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제 사람들이 나에게 축복을 요청하고 있었다.

이 세계에서는 손도 들면 안 된다.

입도 열면 안 된다.

식순도 건드리면 안 된다.

나는 아주 천천히 손을 들었다.

“여러분.”

군중이 조용해졌다.

왜 조용해집니까.

제가 말하면 안 됩니다.

하지만 이미 손을 들었다.

늦었다.

“축복은 성녀님께 요청하셔야 합니다. 저는 축복을 드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기사님께서 성녀님을 편하게 해드렸잖아요.”

“그건 축복이 아닙니다.”

“성녀님이 웃으셨어요.”

“그것도 축복이 아닙니다.”

“아이도 덜 무서워했어요.”

“그건 성녀님께서 잘해주신 겁니다.”

“기사님이 먼저 먹고 해도 된다고 하셨잖아요.”

아.

말이 돌고 돌아 다시 내 목을 잡았다.

나는 도움을 청하듯 릴리아 성녀를 보았다.

릴리아 성녀도 당황해 있었다.

하지만 성녀는 성녀였다.

그녀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여러분.”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군중이 바로 조용해졌다.

역시 성녀님이다.

나는 뒤로 물러나려 했다.

릴리아 성녀가 아주 작게 내 소매를 잡았다.

도망가지 말라는 뜻 같았다.

성녀님.

저는 지금 도망이 아니라 전술적 후퇴를 하려던 겁니다.

릴리아 성녀는 군중을 향해 말했다.

“축복은 제가 드릴게요. 하지만 루카스 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무섭지 않게 천천히 해도 괜찮아요.”

군중 앞쪽의 아이가 물었다.

“먹고 해도 돼요?”

릴리아 성녀는 아주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른들께 확인하고요.”

아이의 어머니가 안도했다.

나는 속으로 박수쳤다.

좋다.

책임이 성당으로 돌아갔다.

이제 나는 빠져도 된다.

그때 아이가 다시 말했다.

“그럼 무서울 때 잡을 수 있는 건 없어요?”

잡을 수 있는 것.

성녀님은 잠시 고민했다.

나는 반사적으로 주머니를 더듬었다.

웨딩홀 알바 시절 버릇이었다.

울 것 같은 하객.

넘어질 것 같은 신부 친구.

손에 뭘 쥐여주면 사람이 조금 안정된다.

휴지, 물병, 작은 안내 카드.

여기서는 뭐가 있지.

손끝에 천이 닿았다.

손수건.

아.

안 된다.

손수건은 위험하다.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손수건은 그냥 천이 아니다.

이 세계에서는 명예, 체면, 구혼, 약속, 가문, 오해가 다 접혀 들어간 작은 폭탄이다.

나는 손을 멈췄다.

릴리아 성녀가 내 손을 보았다.

“루카스 님?”

“아닙니다.”

“혹시 손수건인가요?”

왜 바로 맞히십니까.

성녀의 눈은 과자와 손수건을 잘 찾는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보통 손수건입니다.”

군중이 살짝 웅성거렸다.

그냥.

그 단어는 여기서 아무 힘이 없다.

릴리아 성녀는 손을 내밀었다.

“잠깐 빌려도 될까요?”

나는 망설였다.

손수건을 빌려준다.

그 말만으로도 위험하다.

하지만 아이는 무서워하고 있었다.

성녀님은 수습하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 주머니에는 손수건이 있었다.

위험하지만,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건 그뿐이었다.

나는 손수건을 꺼냈다.

흰 손수건.

에버렛 가문 문장은 작게만 들어가 있었다.

제발 아무도 문장을 보지 마라.

제발.

릴리아 성녀는 두 손으로 받았다.

“감사합니다.”

“정말 잠깐만 쓰시는 겁니다.”

“네.”

그녀는 아이에게 다가갔다.

“무서울 때는 이걸 살짝 잡아보세요.”

아이는 조심스럽게 손수건 끝을 잡았다.

릴리아 성녀는 다른 쪽 끝을 잡았다.

그리고 아주 작게 기도했다.

“무서움이 손끝에서 조금 빠져나가게 해주세요.”

기도는 길지 않았다.

빛도 크지 않았다.

그냥 손수건 위로 따뜻한 바람이 스치는 것 같았다.

아이의 어깨가 조금 내려갔다.

“따뜻해요.”

아이가 말했다.

릴리아 성녀가 웃었다.

“그럼 됐어요.”

군중이 작게 감탄했다.

나는 바로 손을 들었다.

“대규모 축복은 아닙니다.”

왜 이걸 내가 설명하지.

“성녀님께서 아이가 무서워하지 않도록 도와주신 겁니다. 손수건은 그냥 도구입니다.”

“축복받은 도구네요.”

누군가 말했다.

아니다.

또 시작이다.

릴리아 성녀가 손수건을 조심스럽게 접었다.

그리고 내게 돌려주었다.

“루카스 님.”

“예.”

“고마워요.”

“별일 아닙니다.”

“별일이에요.”

그녀는 손수건을 내 손바닥 위에 올렸다.

손수건은 조금 따뜻했다.

빨래를 막 걷었을 때 같은 온기였다.

“무서워하지 않게, 아주 조금만 축복을 남겼어요.”

나는 손수건을 내려다봤다.

“남기셨다고요?”

“네. 아주 조금이요.”

“그럼 세탁하면 없어집니까?”

릴리아 성녀가 멈췄다.

군중도 멈췄다.

아.

이 질문은 너무 현실적이었나.

하지만 중요하다.

손수건은 빨아야 한다.

위생은 중요하다.

릴리아 성녀는 진지하게 생각하더니 말했다.

“아마 마음을 세탁하지 않으면 남아 있을 거예요.”

무슨 뜻이지.

나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군중은 감동했다.

수행원 하나는 눈가를 훔쳤다.

왜 우십니까.

손수건 세탁 얘기입니다.

대신관은 조용히 웃었다.

“좋은 축복이군.”

“대신관님, 이건 그냥 안심용입니다.”

“그래서 좋다.”

이제 반박할 힘이 없다.

나는 손수건을 접어 품 안에 넣었다.

최대한 빨리 숨겼다.

너무 늦지 않았기를 바랐다.

늦었다.

성당 뒤편에서 누군가 조용히 말했다.

“에버렛 경.”

나는 그대로 굳었다.

저 목소리.

차갑고, 단정하고, 문장 끝이 정확한 목소리.

아이리스 로제하임 공녀였다.

왜 여기 계십니까.

아니, 공작가 마차가 아까 왔었다.

그럼 당연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왜 지금.

왜 하필 손수건을 넣는 순간.

나는 천천히 돌아봤다.

아이리스 공녀는 흰 장갑을 낀 손으로 망토 끝을 정리하고 있었다.

시선은 내 품 안쪽에 있었다.

정확히는 손수건이 들어간 자리.

“방금 그 손수건.”

“예.”

“성녀님께서 축복하신 겁니까?”

“작은 안심용입니다.”

“안심용.”

아이리스 공녀가 단어를 되풀이했다.

표정은 완벽했다.

너무 완벽해서 더 무서웠다.

“공작가에서는 손수건을 그런 식으로 주고받지 않습니다.”

“빌려드린 겁니다.”

“빌려드린 뒤 축복을 받아 돌려받으셨군요.”

“그렇게 말하면 이상합니다.”

“이상하지 않게 말해보십시오.”

나는 입을 열었다.

닫았다.

불가능했다.

아이리스 공녀는 장갑 끝을 정리했다.

“에버렛 경은 손수건의 의미를 가볍게 보시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위생용품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문제입니다.”

왜요.

손수건은 위생용품 맞지 않습니까.

나는 해명하려 했다.

“공녀님, 이건 아이가 무서워해서 잠시…….”

“압니다.”

아이리스 공녀가 말했다.

“전부 보았습니다.”

그게 더 문제다.

아이리스 공녀는 릴리아 성녀를 보았다.

릴리아 성녀는 손을 모았다.

“아이리스 님, 제가 잠깐 빌렸어요.”

“성녀님께 잘못이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이리스 공녀의 목소리는 더 격식 있어졌다.

위험 신호다.

“다만 에버렛 경은 자신이 건네는 물건의 의미를 조금 더 신중히 생각하셔야 합니다.”

“예. 앞으로 손수건은 더 조심하겠습니다.”

“앞으로.”

아이리스 공녀가 아주 작게 멈췄다.

“또 건네실 생각이 있으십니까?”

아니다.

그런 뜻이 아니다.

나는 바로 말했다.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필요할 때…….”

“필요할 때.”

“응급 상황에서요.”

“성녀님의 응급 상황.”

“아이의 응급 상황입니다.”

“하지만 손수건은 성녀님께서 축복하셨죠.”

말이 자꾸 꼬인다.

나는 품 안의 손수건이 갑자기 뜨거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축복 때문에 따뜻한 건지, 내 체온 때문인지 모르겠다.

둘 다 위험했다.

아이리스 공녀는 한 걸음 가까이 왔다.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내 품 안쪽에 있었다.

“반환 절차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반환 절차요?”

“성녀님께 빌려드린 물건이 축복을 받고 돌아왔습니다. 그 경우 소유와 의미가 섞입니다.”

소유와 의미.

손수건 하나에 단어가 너무 많다.

나는 최대한 현실적으로 말했다.

“제가 제 손수건을 다시 받은 겁니다.”

“그리고 세탁하신다고요.”

“예.”

“축복받은 손수건을 바로 세탁하겠다는 뜻입니까?”

“위생상 필요하면요.”

아이리스 공녀는 아주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그 동작은 한숨보다 품위 있었다.

“에버렛 경.”

“예.”

“공작가에서는 그런 손수건을 바로 세탁하지 않습니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먼저 마른 천에 감싸 보관합니다.”

“담요 같은 겁니까?”

“손수건을 담요에 감싸지는 않습니다.”

“작은 담요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건 천입니다.”

공녀님의 문장이 차가워졌다.

하지만 귀 끝은 조금 붉었다.

나는 더 묻지 않기로 했다.

묻는 순간 또 사교적 우려가 늘어난다.

아이리스 공녀는 내 손수건이 들어간 위치를 보며 말했다.

“최소한 다른 물건과 섞지 마십시오.”

“알겠습니다. 따로 보관하겠습니다.”

“품 안쪽에요?”

“주머니가 거기라서요.”

“……그건.”

아이리스 공녀가 말을 멈췄다.

또 그 시작이다.

그건.

그 뒤에는 보통 감정이 숨어 있다.

릴리아 성녀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이리스 님, 손수건에도 옆자리가 있나요?”

“성녀님.”

“루카스 님 품 안쪽이면 손수건의 옆자리인가 해서요.”

나는 헛기침을 했다.

“그런 개념은 없습니다.”

아이리스 공녀가 아주 낮게 말했다.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왜요.

왜 손수건 옆자리가 생깁니까.

그때 성가대 아이 하나가 내 소매를 살짝 잡았다.

“기사님, 그럼 저는 손수건 말고 냅킨을 잡아도 돼요?”

냅킨.

이제 냅킨까지 들어왔다.

나는 아이를 보았다.

“냅킨도 괜찮습니다. 깨끗하면요.”

“그럼 냅킨은 축복받아도 세탁해요?”

“냅킨은 보통 세탁합니다.”

아이리스 공녀가 옆에서 아주 작게 말했다.

“소재에 따라 다릅니다.”

공녀님.

거기까지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릴리아 성녀는 아이에게 웃어주었다.

“무서울 때 잡는 건 손수건이어도, 냅킨이어도 괜찮아요. 중요한 건 혼자 무섭지 않은 거예요.”

아이의 얼굴이 밝아졌다.

좋은 말이었다.

정말 좋은 말이었다.

문제는 그 좋은 말이 내 손수건 위에서 나왔다는 점뿐이다.

릴리아 성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이리스 님.”

“네, 성녀님.”

“혹시 질투하세요?”

성당 안의 공기가 멈췄다.

아니다.

이건 정말 멈췄다.

아이리스 공녀의 귀 끝이 아주 조금 붉어졌다.

“그건.”

그녀가 멈췄다.

아이리스 공녀는 늘 이런 식으로, 가장 중요한 말 앞에서 숨을 고르는 사람이었다.

아이리스 공녀는 아주 단정하게 말했다.

“사교적 우려입니다.”

“아.”

릴리아 성녀가 순수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질투를 사교적으로 하면 그렇게 말하는군요.”

“성녀님.”

아이리스 공녀의 목소리가 살짝 흔들렸다.

나는 급히 끼어들었다.

“두 분 다 오해입니다. 이 손수건은 그냥 손수건이고, 축복은 아이를 안심시키기 위한 것이고, 저는 아무 의도가 없습니다.”

아이리스 공녀가 나를 보았다.

“에버렛 경.”

“예.”

“그렇게 아무 의도가 없어서 더 곤란합니다.”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의도가 있으면 문제.

없어도 문제.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대신관은 조용히 물러나 있었다.

왜 도와주지 않으십니까.

성가대 아이들은 조용히 보고 있었다.

군중도 보고 있었다.

이제 성당 전체가 손수건 하나를 보고 있었다.

정말 손수건은 위험하다.

성당 안에서 사람들의 시선은 여전히 내 품 안쪽에 모여 있었다.

정확히는 손수건에.

나는 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싶었다.

그래서 제단 옆 낮은 발판을 가리켰다.

“성녀님, 아까 아이가 무서워했던 건 발판 높이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다음에는 낮은 발판부터 쓰는 게 좋겠습니다.”

수행원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하겠습니다.”

좋다.

드디어 손수건에서 벗어났다.

그 순간 성가대 아이가 말했다.

“그럼 발판에도 손수건을 깔아요?”

아니다.

돌아왔다.

너무 빨리 돌아왔다.

아이리스 공녀가 작게 말했다.

“손수건을 발판에 까는 것은 품위에 맞지 않습니다.”

“그럼 담요요?”

“작은 천이면 됩니다.”

“냅킨은요?”

“식사용 천을 발판에 쓰는 것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아이와 공녀님이 왜 천 소재 회의를 하고 있지.

나는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릴리아 성녀는 조심스럽게 웃었다.

“그럼 아이 이름을 적은 작은 명찰을 붙이면 덜 무서울까요?”

명찰.

나쁘지 않았다.

웨딩홀에서도 좌석표와 이름표는 사람을 안정시킨다.

내 자리가 있다는 건 생각보다 큰 힘이다.

“좋은 생각입니다.”

내가 말했다.

릴리아 성녀의 얼굴이 밝아졌다.

“정말요?”

“예. 아이가 자기 차례를 알고 있으면 덜 긴장할 수 있습니다.”

아이리스 공녀는 나를 보았다.

“에버렛 경은 마차 동선도, 발판도, 명찰도 모두 행사로 보시는군요.”

“대체로 그렇습니다.”

“그래서 문제입니다.”

왜요.

행사는 정리하면 안전해진다.

사교는 정리하면 더 위험해지는 모양이지만.

그때 붉은 부채가 펼쳐지는 소리가 들렸다.

탁.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세라피나 황녀가 성당 입구에 서 있었다.

붉은 장미 장식이 달린 외투.

금빛 부채.

그리고 아주 즐거운 눈.

끝났다.

정말 끝났다.

세라피나 황녀는 천천히 걸어왔다.

“재밌네.”

그녀가 웃었다.

“성녀님은 축복을 남기고, 공녀님은 예법을 걱정하고, 루카스 경은 손수건 세탁을 걱정하고.”

“황녀 전하.”

나는 바로 고개를 숙였다.

“오해입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곧 하실 것 같아서 미리 말씀드렸습니다.”

세라피나 황녀의 눈이 더 즐거워졌다.

“이제 예측도 하네.”

하지 말았어야 했다.

아이리스 공녀는 세라피나를 향해 예를 갖췄다.

“황녀 전하.”

“아이리스 공녀. 표정이 아주 단정하네. 그럴수록 더 재밌어.”

“저는 사교적 우려를 표했을 뿐입니다.”

“응. 그게 제일 재밌는 부분이고.”

릴리아 성녀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황녀 전하, 손수건은 제가 잠깐 축복했어요.”

“알아. 그래서 온 거야.”

“손수건 때문에요?”

“손수건 하나가 성당을 이렇게 조용하게 만들었다고 들었거든.”

누가 벌써 전했습니까.

소문은 마차보다 빠르다.

황녀 전하는 내 품 안쪽을 보았다.

“루카스 경.”

“예.”

“그 손수건, 아직 갖고 있지?”

“세탁할 예정입니다.”

“거기서 세탁 얘기가 나오는구나.”

세라피나 황녀가 부채로 입가를 가렸다.

웃고 있었다.

“정말 한결같아.”

“위생은 중요합니다.”

“그렇지. 특히 여러 숙녀의 감정이 묻은 손수건이라면.”

“감정은 묻지 않습니다.”

“축복은 묻었잖아.”

졌 다.

띄어쓰기까지 지는 기분이었다.

아이리스 공녀가 아주 낮게 말했다.

“황녀 전하, 표현이 과합니다.”

“그럼 공녀가 정리해볼래?”

아이리스 공녀는 잠시 침묵했다.

“에버렛 경의 손수건이 성녀님의 축복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그것이 사적인 의미로 확대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봐. 질투도 이렇게 아름답게 말하잖아.”

“황녀 전하.”

릴리아 성녀가 작게 물었다.

“그럼 저는 어떻게 말하면 되나요?”

세라피나 황녀는 릴리아를 보았다.

그리고 아주 부드럽게 웃었다.

“성녀님은 그냥 솔직하게 말하면 돼.”

“저는 루카스 님의 손수건이 따뜻해서 좋았어요.”

아이리스 공녀가 숨을 멈췄다.

나는 눈을 감았다.

세라피나 황녀는 거의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완벽해.”

완벽하지 않습니다.

전혀 완벽하지 않습니다.

나는 손수건을 품 안에서 꺼내지 않으려고 두 손을 꼭 모았다.

꺼내면 끝난다.

안 꺼내도 끝난 것 같지만, 그래도 꺼내면 더 끝난다.

세라피나 황녀가 한 걸음 다가왔다.

“루카스 경.”

“예, 전하.”

“그 손수건 하나로 대체 몇 명을 울릴 셈이죠?”

성당 안이 조용해졌다.

릴리아 성녀는 눈을 깜빡였다.

아이리스 공녀는 장갑 끝을 정리했다.

나는 품 안의 손수건을 느꼈다.

따뜻했다.

너무 따뜻했다.

나는 아주 작게 말했다.

“세탁하겠습니다.”

세라피나 황녀가 웃었다.

“그 대답 때문에 더 울겠는데?”

손수건은 위험하다.

정말로.

그리고 나는 이제 손수건을 주머니에 넣을 때마다 두 번 생각하게 될 것 같았다.

한 번은 세탁 때문에.

다른 한 번은, 누가 울지도 몰라서.

이런 걸 예절이라고 부르면, 나는 평생 예절이 무서울 것이다.

아마도.

분명히 정말.

세라피나 황녀는 부채 너머로 웃고 있었고, 아이리스 공녀는 장갑 끝을 세 번째로 정리하고 있었다.

릴리아 성녀는 손수건이 들어간 내 품 안쪽을 보다가, 작게 말했다.

“그래도 따뜻한 축복이에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면 또 누군가 의미를 붙일 테니까.

대신 손수건을 더 깊이 넣었다.

세탁 전까지는, 절대 꺼내지 않을 생각이었다.

물론 이 세계에서 ‘절대’라는 말은 거의 지켜진 적이 없다.

특히 손수건 앞에서는 더더욱.

정말, 더더욱 그렇게 되어버린 것이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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