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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하셔도 됩니다 일러스트

먹고 하셔도 됩니다

“성녀의 신탁 상대 후보로.”

대신관은 아주 담담하게 말했다.

성당 안은 담담하지 않았다.

성가대 아이들이 숨을 삼켰다.

수행원들은 서로를 보았다.

릴리아 성녀는 찻잔을 꼭 쥐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숙였다.

“대신관님.”

“말하게.”

“저는 신탁 상대가 아닙니다.”

“아직은 후보라고 했다.”

“후보도 아닙니다.”

“그럼 무엇이지?”

나는 잠깐 고민했다.

간식의 기사라고 하면 지는 거다.

절대 안 된다.

“그냥 에버렛입니다.”

대신관은 나를 보았다.

“그냥.”

“예.”

“성녀의 허기를 읽고, 금식의 상징을 해치지 않으며, 의식을 안전하게 조정한 그냥 에버렛.”

말이 길어졌다.

그리고 길어진 말은 대체로 내 편이 아니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행사 진행상 필요한 확인이었습니다.”

“그 확인을 누가 시켰지?”

“아무도 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럼 스스로 했군.”

“예.”

“성녀가 불편해 보였기 때문에.”

“예.”

대신관의 눈이 아주 조금 가늘어졌다.

“그것을 신탁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그건 너무 큽니다.”

“그대는 계속 작게 부르는군.”

“작은 게 안전합니다.”

“성당에서는 작은 것이 때로 가장 오래 남는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대신관님.

그런 문장은 기록관 앞에서 하지 마십시오.

분명 적힙니다.

정말로 뒤쪽에서 깃펜이 사각거렸다.

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보면 더 커진다.

대신관은 릴리아 성녀를 보았다.

“성녀님.”

“네, 대신관님.”

“다음 순서는 손 얹기 예식이지요.”

“네.”

릴리아 성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금까지 편해 보였던 어깨가 다시 조금 올라갔다.

나는 그걸 봤다.

또 봤다.

이 정도면 눈이 문제다.

눈을 감고 다닐 수도 없고.

수행원이 작은 예식판을 들고 왔다.

은빛 천이 깔린 낮은 판 위에 성표와 흰 꽃잎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옆에는 아주 작은 빵 조각이 있었다.

나는 빵을 봤다.

릴리아 성녀도 봤다.

둘 다 동시에 봤다.

수행원이 말했다.

“손 얹기 예식 전 상징 빵입니다. 본식에서는 성녀님께서 축복문을 먼저 읽고, 이후 상징 빵을 들어 올리십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먹는 빵은 아닙니까?”

수행원이 당황했다.

“상징입니다.”

“아.”

먹는 빵이 아니었다.

릴리아 성녀의 눈빛이 1초 정도 어두워졌다.

정확히 1초.

하지만 나는 봤다.

그녀는 바로 성녀다운 표정으로 돌아왔다.

사람은 의외로 빨리 가면을 쓴다.

성녀는 더 빨랐다.

대신관이 물었다.

“무엇을 보았나, 에버렛 경.”

“아무것도 아닙니다.”

“방금은 너무 빠른 대답이군.”

무섭다.

대신관은 사람의 말 사이를 듣는 타입이었다.

이런 사람은 웨딩홀에서도 무서웠다.

“정말 별일 아닙니다.”

“그럼 말해도 되겠군.”

논리가 이상한데 반박하기 어렵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상징 빵이 먹는 게 아니라는 걸 확인했습니다.”

“그렇다.”

“그런데 성녀님께서는 다음 손 얹기 예식 전까지 또 음식을 드시면 안 됩니까?”

수행원이 답했다.

“원칙상 축복문 전에는 비워둡니다.”

원칙상.

오늘의 두 번째 위험 단어.

보통 다음으로 위험했다.

나는 물었다.

“축복문 전이라는 건, 축복문을 읽기 전에 음식이 입에 있으면 안 된다는 뜻입니까?”

“예.”

“그럼 축복문보다 먼저 먹는 순서로 바꾸면요?”

성당 안이 조용해졌다.

아.

너무 직접적으로 말했다.

나는 바로 손을 들었다.

“의식 자체를 바꾸자는 뜻은 아닙니다. 본식 말고 리허설 기준으로 확인하는 겁니다. 성녀님께서 힘이 없으면 축복문도 흔들릴 수 있으니까요.”

릴리아 성녀가 나를 보았다.

대신관도 나를 보았다.

수행원들도 보았다.

왜 다 같이 봅니까.

저는 그냥 순서를 물었습니다.

대신관이 천천히 말했다.

“먼저 먹고 하셔도 된다는 말인가?”

“예.”

말하고 보니 문장이 이상했다.

너무 일상적이었다.

성당의 높은 천장 아래에서 할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나왔다.

“먹고 하셔도 됩니다. 아니, 규칙상 가능하다면요. 성녀님께서 힘을 내셔야 축복문도 안정될 테니까요.”

릴리아 성녀가 두 손으로 찻잔을 감쌌다.

이미 빈 잔이었다.

그런데도 손을 떼지 않았다.

“먹고 해도…… 되는 건가요?”

그 목소리는 작았다.

성녀가 아니라, 허락을 처음 들어본 사람 같았다.

나는 대답했다.

“가능하면요.”

대신관은 사제를 보았다.

사제가 급히 전례서를 펼쳤다.

이번에는 종이가 나와도 참았다.

이건 필요한 종이다.

필요한 종이도 있다.

아주 가끔.

사제가 손가락으로 줄을 짚었다.

“손 얹기 예식의 금식은 축복문을 비우는 상징입니다. 의식 전 음식을 금한다는 표현은 있으나, 예식 시작 전 회복식을 금한다는 조항은 없습니다.”

대신관이 물었다.

“회복식.”

사제가 고개를 숙였다.

“전례상 병약한 순례자에게 허용된 표현입니다.”

릴리아 성녀가 작게 말했다.

“저는 병약하지 않아요.”

나는 바로 말했다.

“당연합니다.”

릴리아 성녀가 나를 보았다.

나는 이어 말했다.

“하지만 배고픈 건 병약한 게 아닙니다. 회복이 필요한 상태일 뿐입니다.”

수행원이 작게 숨을 들이켰다.

대신관은 나를 보았다.

또 그 눈이다.

사람의 말 뒤쪽을 듣는 눈.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제발 신학으로 만들지 마십시오.

이건 체력 관리입니다.

대신관은 조용히 말했다.

“성녀의 몸을 도구가 아니라 사람으로 보아야 한다는 해석이군.”

“그렇게까지 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틀리진 않다.”

틀리지 않다는 말이 가장 무섭다.

그다음에는 항상 일이 커진다.

릴리아 성녀는 나를 보고 있었다.

눈빛이 흔들렸다.

“루카스 님.”

“예.”

“그럼 저, 먹고 해도 되나요?”

“예.”

나는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았다.

“드셔도 됩니다.”

성가대 아이 하나가 작게 감탄했다.

수녀는 부엌 쪽으로 바로 움직였다.

사제는 전례서를 덮었다.

대신관은 아무 말 없이 지켜봤다.

릴리아 성녀는 한순간, 정말 성녀가 아닌 얼굴이 됐다.

기쁜데 참는 얼굴.

먹고 싶은데 품위를 지키는 얼굴.

그 둘 사이에서 흔들리는 얼굴.

나는 그 얼굴을 보고 생각했다.

이게 왜 허락받아야 하는 일인가.

배고프면 먹는다.

힘을 내야 하면 먼저 먹는다.

너무 단순한 일인데.

이 세계는 단순한 일을 자꾸 어렵게 만든다.

잠시 후 수녀가 작은 접시를 가져왔다.

마들렌은 아니었다.

작은 흰 빵과 따뜻한 우유였다.

릴리아 성녀의 눈이 빛났다.

“우유도요?”

수녀가 웃었다.

“목에 무리가 덜 가실 겁니다.”

릴리아 성녀는 나를 보았다.

왜 나를 봅니까.

우유는 수녀님이 가져오셨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천천히 드십시오.”

“네.”

릴리아 성녀는 빵을 아주 작게 뜯었다.

그리고 입에 넣었다.

이번에는 성당 전체가 조용히 기다렸다.

그녀는 씹었다.

삼켰다.

눈을 감았다.

“맛있어요.”

작은 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무도 놀리지 않았다.

성가대 아이들도 조용히 웃었다.

릴리아 성녀는 우유를 한 모금 마셨다.

어깨가 내려갔다.

손끝의 긴장도 풀렸다.

나는 그걸 보고 안심했다.

정말 단순했다.

먹고 나니 사람이 나아졌다.

성녀도 사람이니까.

릴리아 성녀는 접시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 할 수 있어요.”

목소리가 달라졌다.

아까보다 작지 않았다.

대신관의 눈이 조금 움직였다.

“그럼 손 얹기 예식을 진행하지.”

릴리아 성녀는 제단 앞에 섰다.

성가대 아이들이 줄을 맞췄다.

나는 뒤로 물러나려 했다.

“에버렛 경.”

대신관이 불렀다.

나는 멈췄다.

“예.”

“그 자리에서 보게.”

“제가요?”

“신탁 상대 후보라면 결과를 확인해야 하지 않겠나.”

“후보가 아닙니다.”

“그럼 관찰자라고 하지.”

그것도 별로 안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더 말하면 직함이 늘어날 것 같았다.

나는 조용히 섰다.

릴리아 성녀가 축복문을 읽기 시작했다.

이번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첫 구절.

두 번째 구절.

세 번째 구절.

성가대가 따라붙었다.

흰 꽃잎이 작은 바람에 흔들렸다.

손 얹기 예식의 대상은 어린 성가대 아이였다.

아까부터 마들렌을 성물로 보던 그 아이였다.

아이는 긴장한 얼굴로 무릎을 꿇었다.

릴리아 성녀는 아이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무섭지 않게 해주세요.”

아이의 아주 작은 목소리였다.

릴리아 성녀는 미소 지었다.

“괜찮아요. 오늘은 저도 먹고 했으니까요.”

그 말에 아이가 웃었다.

성가대도 작게 웃었다.

나도 웃을 뻔했다.

대신관은 웃지 않았다.

하지만 눈은 조금 부드러워졌다.

릴리아 성녀가 축복문 마지막 구절을 읽었다.

작은 빛이 손끝에서 번졌다.

크지는 않았다.

눈부시지도 않았다.

하지만 분명했다.

아이의 떨리던 어깨가 내려갔다.

성당 안쪽에서 작은 감탄이 번졌다.

“기적이다.”

누군가 말했다.

아니다.

기적이라고 하기엔 너무 작다.

그냥 아이가 조금 덜 무서워진 정도다.

하지만 성당에서는 그것도 기적이라고 부르는 모양이었다.

릴리아 성녀는 손을 거두었다.

이번에는 숨이 차 보이지 않았다.

얼굴도 창백하지 않았다.

그녀는 나를 돌아봤다.

눈이 말했다.

봤죠?

나는 고개를 아주 작게 끄덕였다.

봤습니다.

그리고 생각했다.

역시 먹고 하는 게 맞다.

당연한 결론이다.

그런데 당연한 결론은 오래 평화롭지 못했다.

성당 문이 열려 있었다.

본식 준비를 보러 온 사람들이 어느새 안쪽에 모여 있었다.

순례자 몇 명.

성당 하급 사제들.

그리고 성가대 아이들의 가족들.

그중에는 공작가 마차를 타고 왔다는 귀부인도 있었다.

그녀는 손수건으로 입가를 가리고 있었다.

손수건.

나는 그 물건을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시선을 돌렸다.

손수건은 위험하다.

이미 여러 번 배웠다.

귀부인은 내 옆자리 쪽을 보더니 조용히 말했다.

“성녀님 옆자리에서 의식 순서를 살피신 분이 저분인가요?”

옆자리.

아니다.

나는 옆자리에 선 게 아니다.

제단 뒤쪽에 적당히 밀려나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 세계는 거리를 잘못 본다.

아주 잘못 본다.

수행원이 급히 설명했다.

“에버렛 경은 보조관은 아닙니다.”

“그럼?”

귀부인이 물었다.

수행원은 멈칫했다.

제발.

제발 이상한 말 하지 마십시오.

“의식 순서 조언자에 가깝습니다.”

아니.

나는 눈을 감았다.

보조관이 아니라고 해서 더 안전한 말이 나오는 건 아니었다.

성가대 아이 하나가 속삭였다.

“간식의 기사님인데요.”

그쪽도 안전하지 않다.

귀부인은 손수건 뒤에서 작게 웃었다.

“감사할 일이군요. 성녀님이 훨씬 편해 보이십니다.”

감사.

그 단어 자체는 좋은데, 여기서는 또 커질 수 있다.

나는 바로 고개를 숙였다.

“감사받을 일은 아닙니다. 의식 전에 필요한 순서를 확인했을 뿐입니다.”

“다과회에서도 그렇게 순서를 살피시나요?”

왜 갑자기 다과회.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귀부인은 아주 자연스럽게 웃고 있었다.

“성녀님의 다과회가 열린다면, 에버렛 경이 먼저 먹고 하셔도 된다고 알려주실 것 같아서요.”

릴리아 성녀가 옆에서 작게 숨을 삼켰다.

관심을 보였다.

너무 보였다.

나는 급히 말했다.

“다과회 계획은 없습니다.”

“아직은요?”

릴리아 성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성녀님.”

“네. 없습니다.”

그녀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눈은 이미 마들렌이 놓인 다과회 테이블을 보고 있었다.

나는 알 수 있었다.

같은 눈을 웨딩홀 디저트 테이블 앞에서 많이 봤다.

그때 성당 앞마당에서 마차 바퀴 소리가 한 번 더 들렸다.

사람이 더 온다는 뜻이었다.

나는 불길했다.

본식도 시작 전인데 이미 소문이 움직이고 있었다.

마차보다 빠른 건 소문뿐이다.

아니, 장미일보도 있다.

그건 거의 마법이다.

그들은 방금 장면을 봤다.

릴리아 성녀가 먹고, 힘을 내고, 작은 기적을 안정시킨 장면.

문제는 그 사이에 내가 계속 서 있었다는 점이다.

내가 한 일은 간단했다.

먹고 하셔도 된다고 말한 것.

그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보지 않았다.

그중 맨 앞의 아이가 어머니 손을 잡아당겼다.

“엄마, 나도 먼저 먹으면 안 떨까요?”

아이의 어머니가 당황해서 입을 막았다.

“그런 건 조용히 묻는 거야.”

“그런데 저분이 크게 말했잖아요. 먹고 해도 된다고.”

아니다.

크게 말한 적은 없다.

성당이 울림이 좋은 것뿐이다.

나는 아이에게 최대한 안전한 미소를 보냈다.

서비스직 미소였다.

아이의 어머니는 그 미소를 보고 더 당황했다.

“죄송합니다, 에버렛 경. 아이가 의식 전부터 너무 긴장해서요.”

“괜찮습니다.”

나는 아이의 키에 맞춰 조금 몸을 낮췄다.

“긴장하면 먼저 물을 마셔도 됩니다. 먹는 건 어른들께 확인하고요.”

“그럼 성녀님도 어른들께 확인했어요?”

“예.”

“누가 확인해줬어요?”

아이야.

그 질문은 위험하다.

나는 대답을 피하려 했다.

릴리아 성녀가 먼저 말했다.

“루카스 님이 물어봐 주셨어요.”

성녀님.

왜 직접 증거를 제출하십니까.

아이의 눈이 반짝였다.

“그럼 저도 물어봐 주세요.”

“저는 성당 사람이 아닙니다.”

“하지만 잘 물어보시잖아요.”

말문이 막혔다.

질문을 잘한다는 칭찬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전혀 기쁘지 않았다.

아이의 어머니가 급히 고개를 숙였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아이가 무서워하지 않게 설명하는 게 먼저니까요.”

그 말을 들은 사람 몇 명이 서로를 보았다.

아.

또 퍼졌다.

대신관은 그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말리지 않았다.

그게 더 무서웠다.

차라리 말려주십시오.

저는 지금 성당 공식 문의창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릴리아 성녀가 아주 작게 속삭였다.

“루카스 님, 괜찮으세요?”

“괜찮지 않습니다.”

“저도 조금 괜찮지 않아요.”

“성녀님도요?”

“네. 그런데 아까보다 덜 무서워요.”

그 말에 나는 잠깐 입을 닫았다.

그럼 완전히 실패한 건 아니었다.

아니, 성공하면 왜 더 위험해지는가.

한 순례자가 두 손을 모았다.

“저분이 성녀님의 신탁 상대인가요?”

아니다.

절대 아니다.

나는 바로 고개를 저으려 했다.

그보다 먼저 다른 사람이 말했다.

“성녀님의 기적을 안정시킨 분이라던데.”

그것도 아니다.

빵과 우유가 한 일이다.

나는 아무것도 안정시키지 않았다.

성가대 아이가 너무 크게 말했다.

“간식의 기사님이에요!”

아이야.

왜 하필 지금.

군중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나는 뒤로 반걸음 물러났다.

대신관은 조용히 나를 보았다.

릴리아 성녀는 당황한 얼굴이었다.

수행원들은 수습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때 맨 앞에 있던 노파가 두 손을 내밀었다.

“기사님.”

“아닙니다.”

“제 손자도 축복을 무서워합니다. 성녀님께 말씀드려주실 수 있습니까?”

“그건 성녀님께 직접…….”

“아니요. 기사님께서 말하면 성녀님이 더 편해 보이셔서요.”

말문이 막혔다.

또 한 사람이 앞으로 나왔다.

“저도요. 아이가 긴장하면 먼저 먹여도 되는지 여쭤봐 주십시오.”

“저는 영양사가 아닙니다.”

“하지만 성녀님께서 힘을 내셨잖아요.”

아.

이제 방향이 이상해졌다.

군중은 릴리아 성녀에게 축복을 요청하는 게 아니라, 나에게 릴리아 성녀의 축복을 열어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나는 손을 들었다.

“여러분, 저는 아무 권한이 없습니다.”

“겸손하시다.”

누군가 말했다.

그 단어는 이제 듣기만 해도 피곤하다.

군중 앞쪽에서 작은 아이가 두 손을 모았다.

“간식의 기사님.”

제발.

“저도 축복받기 전에 먹어도 돼요?”

나는 입을 열었다.

닫았다.

대답하면 진다.

대답하지 않아도 진다.

릴리아 성녀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아직 성녀의 미소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주 작게 속삭였다.

“루카스 님.”

“예.”

“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저도요.”

“그럼 같이 모르실래요?”

그건 조금 이상한 제안이었다.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그때 군중이 한꺼번에 말했다.

“간식의 기사님!”

“성녀님께 말씀 좀!”

“축복 순서를 알려주십시오!”

“저희도 먹고 해도 됩니까?”

나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성당 천장은 여전히 높고 하얬다.

아무 대답도 내려오지 않았다.

대신 군중의 요청만 내려앉았다.

“에버렛 경!”

“루카스 님!”

“간식의 기사님!”

그리고 마침내 누군가 외쳤다.

“저희에게도 축복을 부탁드립니다!”

나는 눈을 감았다.

먹고 하셔도 된다고 했을 뿐이다.

정확히는, 순서를 조금 바꾸자고 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제 사람들이 나에게 축복을 요청하고 있었다.

이 세계에서는 식순도 정말 너무너무 위험하다.

정말로.

릴리아 성녀가 옆에서 아주 작게 웃었다.

“루카스 님.”

“예.”

“그래도 아까보다는 낫지 않나요?”

“어느 부분이요?”

“아무도 굶고 있지는 않잖아요.”

나는 군중을 보았다.

확실히 그랬다.

사람들은 떠들고 있었고, 당황하고 있었고, 나를 이상한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릴리아 성녀의 얼굴은 아까보다 훨씬 나았다.

그 점만큼은 반박할 수 없었다.

“그건 맞습니다.”

“그럼 오늘은 조금 성공이에요.”

성녀님.

성공의 기준이 너무 따뜻합니다.

그래서 더 위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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