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녀의 다과회는 너무 달다
“그래도 따뜻한 축복이에요.”
릴리아 성녀가 작게 말했다.
나는 품 안쪽의 손수건을 더 깊이 넣었다.
세탁 전까지는 절대 꺼내지 않을 생각이었다.
물론 이 세계에서 절대라는 말은 거의 지켜진 적이 없다.
특히 손수건 앞에서는 더더욱.
“루카스 님.”
“예.”
릴리아 성녀는 두 손을 모았다.
아까보다 조금 밝은 얼굴이었다.
무서워하던 아이를 달래고, 손수건에 작은 축복을 남긴 뒤라 그런지, 목소리에도 힘이 있었다.
좋다.
먹고 하셔도 된다는 건 역시 맞았다.
사람은 먹어야 한다.
성녀도 먹어야 한다.
이 아주 단순한 진리를 위해 내가 얼마나 많은 직함을 얻었는지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릴리아 성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다과회를 열어도 될까요?”
나는 멈췄다.
다과회.
방금 그 단어가 나왔나?
“다과회 말씀이십니까?”
“네.”
릴리아 성녀의 눈이 아주 조금 반짝였다.
마들렌을 봤을 때와 비슷했다.
아니, 거의 같았다.
“오늘 여러모로 감사해서요. 루카스 님께 따뜻한 차와 마들렌을 대접하고 싶어요.”
“감사받을 일은 아닙니다.”
“감사하고 싶어요.”
그 말은 부드러웠다.
그리고 단단했다.
나는 잠깐 대답을 고르다가 말했다.
“그럼 성녀님 컨디션 회복용으로 간단히 준비하는 건 괜찮을 것 같습니다.”
릴리아 성녀가 눈을 깜빡였다.
“제 컨디션 회복용이요?”
“예. 방금 의식도 있었고, 군중도 많았고, 긴장도 하셨으니까요. 따뜻한 차와 가벼운 간식은 필요합니다.”
“루카스 님도 같이 드시나요?”
“저는 준비를 돕겠습니다.”
“드시지는 않고요?”
“필요하면 맛 확인 정도는…….”
“맛 확인.”
릴리아 성녀가 아주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루카스 님도 다과회에 계시는 거네요.”
아니다.
그건 다과회 참석이 아니라 품질 검사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더 이상해질 것 같았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짧게라면요.”
릴리아 성녀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 순간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짧게라면, 예법상 더 정확히 해야겠군요.”
아이리스 공녀였다.
나는 천천히 돌아봤다.
아이리스 공녀는 여전히 장갑 끝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 장갑 끝은 오늘 벌써 몇 번이나 정리됐을까.
아마 장갑도 피곤할 것이다.
“공녀님.”
“에버렛 경.”
아이리스 공녀의 시선은 내 품 안쪽으로 한 번 갔다가 돌아왔다.
손수건.
아직 기억하고 계신다.
물론 잊을 리 없다.
아이리스 공녀는 짧고 정확하게 말했다.
그때 성당 뒤편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아이리스.”
아이리스 공녀가 바로 자세를 바로 했다.
“공작부인.”
나는 고개를 돌렸다.
아르벨 공작부인이 서 있었다.
로제하임 공작가와 오래 교류한다는, 사교계에서 조용하지만 무서운 이름의 부인.
그녀는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 웃음에는 사람이 저절로 허리를 펴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에버렛 경.”
“예, 공작부인.”
“방금 상황은 꽤 복잡해 보이더군요.”
“제가 복잡하게 만든 건 아닙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보통 가장 중심에 있지요.”
아니다.
저는 중심에 있고 싶지 않습니다.
공작부인은 내 품 안쪽을 보았다.
손수건 위치였다.
이 세계 사람들은 왜 다들 손수건 위치를 정확히 보는가.
“손수건은 답례가 필요한 물건입니다.”
“답례요?”
“빌려주었고, 축복을 받았고, 다시 돌아왔지요. 그럼 물건은 돌아왔지만 의미는 오갔습니다.”
의미는 오갔다.
손수건 하나가 왕복 마차처럼 취급되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세탁하면 의미도 조금 정리되지 않을까요?”
아이리스 공녀가 눈을 감았다.
공작부인은 부드럽게 웃었다.
“실무적인 답입니다. 그래서 흥미롭군요.”
“칭찬입니까?”
“반쯤은요.”
나머지 반은 무엇입니까.
묻지 않았다.
살기 위해서다.
공작부인은 릴리아 성녀에게 예를 갖췄다.
“성녀님, 다과회를 여신다면 손수건 답례를 함께 정리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릴리아 성녀가 눈을 반짝였다.
“답례도 마들렌으로 해도 되나요?”
공작부인이 잠시 멈췄다.
“성녀님다운 답입니다.”
“그럼 괜찮은 건가요?”
“아주 괜찮습니다. 다만 은쟁반에 올리면 더 좋겠지요.”
은쟁반.
또 은쟁반.
마들렌과 은쟁반은 만나면 위험해진다.
나는 급히 말했다.
“평범한 접시도 괜찮습니다.”
“에버렛 경.”
공작부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평범한 접시로 예의를 지키는 법도 있지만, 상대의 마음을 안심시키기 위해 형식을 빌리는 법도 있답니다.”
그 말은 조금 정확했다.
정확해서 더 위험했다.
아이리스 공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어머니.
아르벨 공작부인이 아이리스 쪽 사람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나는 더 조심스럽게 서야 했다.
공작부인은 다시 나를 보았다.
“에버렛 경은 면담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늘의 다과회는 감사를 나누고 오해를 줄이는 자리로 만들면 됩니다.”
“오해를 줄일 수 있습니까?”
“노력은 할 수 있지요.”
불가능하다는 뜻처럼 들렸다.
그녀는 웃으며 덧붙였다.
“그래도 정확한 자리 배치와 정확한 답례, 정확한 차 순서가 있으면, 소문은 조금 천천히 달립니다.”
조금.
그 단어가 너무 현실적이었다.
소문을 멈추는 게 아니라 늦춘다.
이 세계 사교계 전문가다운 대답이었다.
아이리스 공녀는 짧고 정확하게 말했다.
“축복받은 손수건의 반환과 보관 문제를 정리해야 합니다.”
“세탁하면 됩니다.”
“안 됩니다.”
즉답이었다.
공녀님이 내 세탁 계획을 처형했다.
“왜 안 됩니까?”
“성녀님의 축복이 남은 물건입니다. 적어도 반환 의전과 보관 절차를 확인한 뒤 처리해야 합니다.”
“제 손수건인데요.”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합니다.”
왜요.
제 물건이면 제가 빨면 되는 것 아닙니까.
나는 입을 다물었다.
아이리스 공녀는 릴리아 성녀를 향해 예를 갖췄다.
“성녀님. 다과회를 여신다면, 그 자리에서 손수건 반환 의전을 함께 처리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릴리아 성녀가 고개를 갸웃했다.
“반환 의전도 다과회에서 하나요?”
“작은 의전은 차와 함께 정리하는 것이 가장 부드럽습니다.”
“그럼 마들렌도 같이요?”
아이리스 공녀가 아주 잠깐 멈췄다.
“……마들렌은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릴리아 성녀가 환하게 웃었다.
“그럼 괜찮아요.”
나는 상황을 정리하려 했다.
“그러니까 성녀님 컨디션 회복용 다과회에, 손수건 반환 의전을 겸한다는 뜻입니까?”
“그렇습니다.”
아이리스 공녀가 말했다.
“그리고 자리 배치도 필요합니다.”
“자리 배치요?”
“에버렛 경이 성녀님과 단둘이 앉는다면, 방금의 소문이 더 커집니다.”
“그건 곤란합니다.”
“그러니 제가 동석하겠습니다.”
너무 자연스러웠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반박할 틈이 없었다.
릴리아 성녀는 눈을 깜빡였다.
“아이리스 님도 마들렌 드실래요?”
“저는 다과의 품위와 절차를 확인하겠습니다.”
“드신다는 뜻인가요?”
아이리스 공녀가 시선을 살짝 피했다.
“필요하다면요.”
드신다는 뜻이었다.
나는 이해했다.
그때 부채가 펼쳐지는 소리가 들렸다.
탁.
세라피나 황녀였다.
“재밌네.”
그 한마디로 나는 모든 걸 포기하고 싶어졌다.
세라피나 황녀는 성당 기둥에 기대어 서 있었다.
언제부터 있었습니까.
아니, 계속 있었겠지.
황녀 전하는 재미있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성녀님은 감사 다과회, 공녀는 반환 의전, 루카스 경은 품질 검사.”
그녀가 부채 너머로 웃었다.
“이 정도면 나도 참석해야 하지 않겠어?”
“황녀 전하까지요?”
내 목소리가 조금 갈라졌다.
세라피나 황녀는 아주 즐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황녀가 빠지면 균형이 무너지잖아.”
무슨 균형입니까.
찻잔 균형입니까.
권력 균형입니까.
아니면 내 심장 균형입니까.
아이리스 공녀가 단정하게 말했다.
“황녀 전하께서 참석하시면 다과회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그러니까 더 재밌지.”
“성녀님의 휴식을 위한 자리입니다.”
“알아. 그래서 조용히 놀릴게.”
조용히 놀리는 건 없습니다.
놀림은 조용해도 아픕니다.
릴리아 성녀는 세라피나와 아이리스를 번갈아 보았다.
“그럼 다 같이 마들렌을 먹는 건가요?”
“성녀님.”
아이리스 공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다과회는 단순히 먹는 자리가 아닙니다.”
“하지만 먹지 않으면 다과회가 아니잖아요.”
정확하다.
릴리아 성녀가 오늘도 핵심을 찔렀다.
세라피나 황녀가 웃었다.
“성녀님 말이 맞네. 먹지 않는 다과회라니, 그건 벌이지.”
“황녀 전하.”
“왜? 공녀도 먹을 거잖아.”
아이리스 공녀의 귀 끝이 아주 조금 붉어졌다.
“저는 절차상 필요한 만큼만.”
“그게 제일 많이 먹는 사람들의 말이던데.”
“그런 일은 없습니다.”
릴리아 성녀가 순수하게 물었다.
“아이리스 님은 단 걸 싫어하세요?”
“싫어하지는 않습니다.”
“그럼 좋아하세요?”
아이리스 공녀는 침묵했다.
정답이었다.
릴리아 성녀가 기쁘게 말했다.
“그럼 마들렌을 넉넉히 준비할게요.”
나는 급히 끼어들었다.
“넉넉히는 좋지만, 너무 달면 성녀님 목에 무리가 갈 수 있습니다. 차는 따뜻하게, 단맛은 나눠서, 의자 높이는 편하게 준비하는 게 좋겠습니다.”
세 여자가 동시에 나를 보았다.
왜요.
저는 행사 운영상 필요한 말을 했습니다.
세라피나 황녀가 부채로 입가를 가렸다.
“루카스 경.”
“예.”
“그렇게 말하면 꼭 세 사람을 모두 챙기는 것처럼 들려.”
“아닙니다.”
“성녀님 목, 공녀님 단맛, 내 의자 높이?”
“황녀 전하의 의자 높이는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그럼 지금 챙겨줘.”
졌 다.
또 띄어쓰기까지 지는 기분이었다.
아이리스 공녀가 차갑게 말했다.
“황녀 전하께는 황실 의전 의자가 필요합니다.”
“공녀는 내 자리까지 챙겨주네.”
“품위상 필요합니다.”
“질투는 아니고?”
“아닙니다.”
릴리아 성녀가 손을 들었다.
“저는 루카스 님 옆에 앉아도 되나요?”
성당 안이 조용해졌다.
아니, 왜 갑자기 핵심 폭탄을 던지십니까.
아이리스 공녀의 장갑 끝이 다시 정리됐다.
세라피나 황녀의 부채가 살짝 내려갔다.
나는 바로 말했다.
“자리 배치는 원형으로 하면 됩니다.”
“원형이요?”
릴리아 성녀가 물었다.
“예. 특정한 옆자리가 생기지 않게 모두 같은 거리로 앉는 겁니다.”
웨딩홀에서 배운 안전한 방법이었다.
원형 테이블.
모두가 같은 거리.
누구도 특별하지 않음.
완벽하다.
아이리스 공녀가 말했다.
“원형 테이블은 모두가 서로를 볼 수 있습니다.”
“그게 좋지 않습니까?”
“에버렛 경이 누구를 보는지도 모두가 볼 수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다.
세라피나 황녀가 웃었다.
“좋네. 서로 감시하는 다과회.”
“그런 목적이 아닙니다.”
“하지만 재밌어.”
릴리아 성녀는 진지하게 말했다.
“그럼 마들렌을 가운데 두면 모두가 공평하게 먹을 수 있겠네요.”
이건 맞다.
마들렌 중앙 배치.
동선도 좋고, 다툼도 줄어든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입니다.”
릴리아 성녀가 환하게 웃었다.
아이리스 공녀는 살짝 입술을 다물었다.
세라피나 황녀는 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성녀님 칭찬은 빠르네?”
“실무적으로 좋은 배치라서입니다.”
“응.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그때 수녀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그럼 다과는 성당 뒤편 작은 응접실에 준비할까요?”
“작은 응접실이요?”
나는 물었다.
수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마차 동선과도 가깝고, 성녀님이 쉬시기에도 좋습니다.”
마차 동선.
좋다.
실무적으로 아주 좋다.
공작부인이 부드럽게 말했다.
“응접실이라면 답례와 면담을 함께 처리하기에 나쁘지 않겠군요.”
“면담이요?”
나는 바로 반응했다.
“다과회 아닙니까?”
“다과회와 면담은 종종 같은 테이블에서 이루어집니다.”
공작부인이 웃었다.
“차가 있으면 대화가 부드러워지고, 단 것이 있으면 말이 덜 날카로워지지요.”
세라피나 황녀가 끼어들었다.
“그리고 사람이 많으면 말이 더 재밌어지고.”
“황녀 전하.”
아이리스 공녀가 낮게 불렀다.
“농담이야, 공녀.”
“농담이 더 위험할 때도 있습니다.”
“그건 루카스 경 옆에서 배웠어?”
아이리스 공녀의 장갑 끝이 또 정리됐다.
나는 시선을 피했다.
릴리아 성녀는 손을 살짝 들었다.
“저는 다과회가 좋지만, 면담이면 조금 긴장돼요.”
“그럼 다과회로 합시다.”
내가 바로 말했다.
릴리아 성녀가 나를 보았다.
아이리스 공녀도 나를 보았다.
세라피나 황녀도 나를 보았다.
공작부인까지 나를 보았다.
왜요.
성녀님이 긴장된다잖습니까.
나는 목소리를 낮췄다.
“성녀님 휴식이 목적이면 이름도 편한 쪽이 좋겠습니다. 면담이라고 하면 긴장하실 수 있으니까요.”
공작부인이 잠시 나를 보았다.
그녀의 눈이 조금 부드러워졌다.
“정확하군요.”
“예?”
“사람은 같은 자리도 이름에 따라 다르게 느낍니다.”
그건 맞다.
웨딩홀에서도 ‘대기실’과 ‘신부 휴게실’은 느낌이 다르다.
사람은 공간 이름에 속는다.
아니, 도움받는다.
릴리아 성녀는 작게 웃었다.
“그럼 성녀 다과회가 좋아요.”
“성녀님 이름이 너무 앞에 오면 부담스럽지 않습니까?”
내가 물었다.
릴리아 성녀는 잠시 생각했다.
“그럼 마들렌 다과회요?”
세라피나 황녀가 바로 웃었다.
“그건 너무 성녀님답네.”
아이리스 공녀는 단정하게 말했다.
“공식 명칭은 필요 없습니다. 비공식 소규모 다과로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비공식.”
세라피나 황녀가 단어를 굴렸다.
“그 말이 제일 공식적으로 들리는 거 알아?”
아이리스 공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빠르게 정리했다.
“그럼 이름은 붙이지 말고, 목적은 성녀님 휴식, 참석자는 최소한, 음식은 가볍게, 출입은 통제하는 방향으로 하겠습니다.”
“참석자는 최소한.”
세라피나 황녀가 웃었다.
“여기 있는 우리 넷이면 최소한인가?”
넷.
릴리아 성녀.
아이리스 공녀.
세라피나 황녀.
그리고 나.
거기에 공작부인과 수녀까지 주변에 있다.
최소한의 정의가 흔들렸다.
“실무상 필요한 인원입니다.”
내가 말했다.
세라피나 황녀는 눈을 가늘게 떴다.
“루카스 경은 참 편리한 말을 잘 골라.”
“진심입니다.”
“그래서 문제지.”
“출입문은 몇 개입니까?”
내가 묻자 세라피나 황녀가 웃음을 삼켰다.
아이리스 공녀는 눈을 가늘게 떴다.
릴리아 성녀는 순수하게 물었다.
“출입문도 중요해요?”
“예. 사람이 몰리면 위험합니다. 그리고 장미일보 같은 곳이 몰래 들어오면 곤란합니다.”
말하고 나서 나는 멈췄다.
왜 내가 지금 장미일보를 언급했지.
불길하다.
수녀가 말했다.
“응접실 뒤쪽에 작은 문이 하나 더 있습니다.”
“잠그는 게 좋겠습니다.”
세라피나 황녀가 부채를 접었다.
“늦었을지도?”
“예?”
황녀 전하는 성당 입구 쪽을 보았다.
나도 따라 봤다.
성당 문틈 아래로 종이 한 장이 밀려 들어와 있었다.
작고 분홍빛이 도는 종이.
장미 문양.
아.
아니다.
제발.
수녀가 종이를 주워 들었다.
그리고 읽었다.
“장미일보 예고.”
아이리스 공녀의 표정이 굳었다.
세라피나 황녀는 아주 즐거워졌다.
릴리아 성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장미일보도 다과회에 오나요?”
안 됩니다.
절대 안 됩니다.
수녀는 이어 읽었다.
그 전에 아이리스 공녀가 종이의 장미 문양을 보며 낮게 말했다.
“장미일보가 성당까지 들어왔군요.”
“들어온 건 아닙니다.”
나는 급히 말했다.
“종이만 들어왔습니다.”
세라피나 황녀가 웃었다.
“루카스 경, 그 차이가 지금 중요해?”
“중요합니다. 사람은 막을 수 있고, 종이는 주울 수 있습니다.”
“그럼 소문은?”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소문은 막을 수도 없고, 주울 수도 없다.
제일 나쁘다.
공작부인은 종이를 한 번 보고 조용히 말했다.
“예고장이라면 아직 본 기사는 아니군요.”
“그럼 막을 수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공작부인은 잠시 생각했다.
“표현을 늦출 수는 있겠지요.”
또 늦춘다.
사교계의 모든 방어는 시간을 버는 쪽인 모양이다.
릴리아 성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장미일보도 마들렌을 먹고 싶어서 오는 걸까요?”
“아닐 겁니다.”
아이리스 공녀가 말했다.
“그들은 이야기를 먹습니다.”
그 표현은 조금 무서웠다.
이야기를 먹는 신문.
그리고 지금 여기에는 먹을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손수건.
다과회.
성녀.
공녀.
황녀.
간식의 기사.
나는 갑자기 응접실 출입문이 세 개라도 부족할 것 같았다.
수녀는 이어 읽었다.
“성녀 다과회 잠입 예고. 간식의 기사와 세 장미의 원형 테이블, 그 달콤한 진실을 취재합니다.”
성당 안이 조용해졌다.
나는 눈을 감았다.
다과회는 아직 열리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미 잠입 예고가 떴다.
이 세계에서는 차를 마시기도 전에 기사가 난다.
정말 빠르다.
너무 빠르다.
진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