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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녀의 명예를 제가 맡겠습니다 일러스트

공녀의 명예를 제가 맡겠습니다

“방금 말씀은, 공녀의 명예를 맡겠다는 뜻으로 기록해도 되겠습니까?”

올덴 백작의 목소리는 아주 정중했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루카스는 눈을 감은 채 생각했다.

예절서가 아니라 변호사가 필요하다.

정정한다.

변호사도 예절을 알아야 한다.

이 세계에서는 법정에서도 누가 먼저 찻잔을 드느냐로 판결이 바뀔지 몰랐다.

그는 천천히 눈을 떴다.

시험장 안의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와 있었다.

아이리스는 장갑 낀 손을 내린 채 멈춰 있었다. 장갑 끝에는 아주 작은 주름이 남아 있었다. 정말 눈을 크게 뜨고 봐야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예절위원회는 그 작은 주름을 보았다.

장미일보도 보았다.

카르덴은 아마 마음에 적었다.

세라피나는 재미있어했다.

루카스는 숨을 작게 들이마셨다.

여기서 아니라고만 하면 어떻게 될까.

`아닙니다. 공녀님의 명예는 제가 맡지 않습니다.`

말만 들어도 더 최악이었다.

그렇다고 맞다고 하면?

그건 정말로 큰일이었다.

루카스는 가장 안전한 길을 찾았다.

늘 그렇듯, 안전한 길은 좁고 미끄러웠다.

“위원장님.”

“말씀하십시오.”

“방금 일은 공녀님의 실수가 아닙니다.”

아이리스의 시선이 루카스에게 닿았다.

루카스는 그 시선을 느꼈지만, 이번에는 피하지 않았다.

피하면 더 이상해진다.

물론 안 피해도 이상해질 가능성이 높았다.

“통로 확인을 제가 소홀히 했습니다.”

시험장이 조용해졌다.

조용해지면 대개 좋지 않았다.

루카스는 말을 이어 갔다.

“받침대와 융단 사이 간격이 좁았습니다. 제가 반걸음 뒤에 섰다면, 먼저 그쪽을 확인했어야 했습니다. 장갑 끝이 걸릴 위치를 제가 치웠어야 했습니다.”

그는 일부러 장갑의 주름을 보지 않았다.

아이리스의 손도 보지 않았다.

사람들이 그쪽을 더 보지 않게 하려면,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했다.

그래서 그는 통로를 가리켰다.

“문제는 공녀님의 걸음이 아니라 제 안내였습니다.”

말하고 나서 루카스는 속으로 작게 안도했다.

괜찮다.

이건 비교적 실무적인 설명이었다.

행사장에서 손님이 장식물에 옷자락을 걸면, 손님 탓을 하지 않는다. 통로 정리가 부족했다고 말한다. 그게 맞다. 그게 안전하다. 그게 제일 조용히 끝난다.

여기서도 그럴 것이다.

아마도.

올덴 백작은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그러니까.”

“예.”

“공녀님의 흠을 신사의 과오로 돌리겠다는 말씀이군요.”

아니요.

통로 관리 책임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또 통로 예법이 될 것 같았다.

루카스는 최대한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공녀님의 흠이 아니라, 제 확인 부족입니다.”

위원 한 명이 작게 숨을 삼켰다.

“흠이라는 단어를 거부했군.”

다른 위원이 받아 적었다.

“명예 보호 문구에 가깝습니다.”

루카스는 속으로 외쳤다.

받아 적지 마십시오.

제발.

미라벨의 펜이 움직였다.

사각.

사각사각.

이번에는 세 자루 중 두 자루가 동시에 움직였다.

루카스가 고개를 돌렸다.

“미라벨 양.”

“사실용과 제목용입니다.”

“하나만 쓰시면 안 됩니까?”

“사실이 제목을 이겼습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미라벨은 이미 행복한 얼굴이었다.

“공녀의 명예를 제가 맡겠습니다.”

루카스는 눈을 감았다.

큰일이었다.

제목이 완성됐다.

“그렇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비슷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전혀 다릅니다.”

“사교면에서는 비슷하면 충분합니다.”

“그 기준을 낮춰 주십시오.”

“그러면 신문이 안 팔립니다.”

세라피나가 웃었다.

“루카스 경, 오늘은 포기하는 게 빠를걸.”

“전하께서라도 정정해 주시면…….”

“좋아. 정정해 줄게.”

루카스의 눈에 희망이 들어왔다.

세라피나는 부채를 살짝 접으며 말했다.

“정정. 루카스 경은 공녀의 명예를 맡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다만 공녀의 명예를 자기 과오로 덮겠다고 했다.”

“더 나쁩니다.”

“그래?”

“예.”

“그럼 안 해야겠네.”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미 들은 사람은 많아.”

루카스는 조용히 천장을 보았다.

오늘도 구원은 없었다.

카르덴은 수첩을 덮었다.

덮었다는 점이 더 무서웠다.

루카스가 물었다.

“왜 덮으셨습니까?”

카르덴은 엄숙하게 답했다.

“이건 적는 가르침이 아닙니다.”

“그럼 무엇입니까?”

“새겨야 하는 가르침입니다.”

“새기지 마십시오.”

“상대의 불명예를 자신의 실수로 바꾼다. 신사술의 심화.”

“그런 술법은 없습니다.”

“스승님께서 방금 만드셨습니다.”

“제가 아닙니다.”

“늘 그렇듯 겸손하시군요.”

루카스는 대화를 포기했다.

아이리스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 침묵이 이상하게 길었다.

루카스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보았다.

아이리스의 얼굴은 차분했다. 하지만 장갑 낀 손이 은색 케이스 위에 올라가 있었다. 손수건이 들어 있는 케이스였다.

그녀는 손끝으로 케이스 모서리를 한 번 눌렀다.

아주 작게.

다른 사람은 못 봤을지도 모른다.

루카스는 봤다.

그리고 이번에는 말하지 않았다.

잘했다.

귀도 말하지 않는다.

미소도 말하지 않는다.

손수건 케이스도 말하지 않는다.

오늘의 생존 규칙이 하나 늘었다.

아이리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에버렛 경.”

“예, 공녀님.”

“그건 제 실수였습니다.”

시험장 안의 공기가 다시 멈췄다.

루카스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아이리스의 말은 정확했다.

장갑 끝이 걸린 건 그녀의 걸음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그대로 두면, 이 사람들은 작은 주름 하나에 예법 문서를 세 장쯤 붙일 것이다.

그건 너무 피곤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리스는 그걸 아주 싫어할 것 같았다.

루카스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실수는 누구나 합니다.”

아이리스의 눈이 아주 조금 흔들렸다.

“저는 그러면 안 됩니다.”

짧은 말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 많은 것이 있었다.

루카스는 대답을 고르다가, 결국 가장 솔직한 말을 골랐다.

“그렇게 보이게 만드는 자리가 불편하실 것 같았습니다.”

아이리스는 그를 보았다.

“불편하실 것 같아서요.”

루카스는 다시 말했다.

이번에는 더 짧게.

“그래서 제가 책임진다고 했습니다. 공녀님의 명예가 아니라, 제 안내 실수에 대해서요.”

그는 여기서 멈췄어야 했다.

하지만 멈추지 못했다.

당황하면 해명이 길어진다.

“그러니까 제가 공녀님의 명예를 맡겠다는 뜻은 아니고, 물론 공녀님의 명예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도 아닙니다. 아니, 중요합니다.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더 제가 함부로 맡겠다고 할 수는 없고…….”

말이 길어졌다.

위험했다.

루카스는 급히 입을 닫았다.

세라피나가 부채 뒤에서 웃었다.

“마지막 부분만 잘라 쓰면 완벽하네.”

“전하.”

“공녀님의 명예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 부분만 쓰면 안 됩니다.”

미라벨의 펜이 다시 움직였다.

“방금 그 부분이 부제입니다.”

“부제도 안 됩니다.”

“제목과 부제를 모두 거부하시는 건 언론 탄압입니다.”

“저는 제 생명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것도 기사감입니다.”

루카스는 이제 기사감이 아닌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올덴 백작이 기침했다.

“정리하겠습니다.”

모두가 조용해졌다.

루카스는 간절히 바랐다.

제발 정리.

제발 실무적으로.

제발 평범하게.

올덴 백작은 문서를 들었다.

“공식 기록에는 이렇게 남기겠습니다. 에버렛 경은 아이리스 공녀의 걸음에 문제가 없었음을 확인하고, 통로 정리 미비를 자신의 책임으로 인정했다.”

루카스는 안도했다.

살았다.

정말 살았다.

그때 올덴 백작이 한 줄을 더 읽었다.

“비고. 해당 발언은 숙녀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한 신사적 책임 선언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음.”

안 살았다.

루카스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비고를 삭제할 수는 없습니까?”

“비고는 삭제하지 않습니다.”

“왜입니까?”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 부분이 제일 위험합니다.”

“그래서 중요합니다.”

루카스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아이리스가 조용히 말했다.

“위원장님.”

“말씀하십시오, 공녀님.”

“그 비고는 유지하십시오.”

루카스가 아이리스를 보았다.

아이리스는 여전히 차분했다.

하지만 손끝이 손수건 케이스 위에서 멈춰 있었다.

“대신 기록하십시오.”

“예.”

“이번에는 필요했습니다.”

짧은 문장.

그 한마디에 시험장이 다시 조용해졌다.

루카스는 순간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필요했다.

무엇이.

책임 전환이?

명예 보호가?

통로 정리가?

혹은 내가 또 이렇게 나선 게?

그는 묻지 않았다.

오늘 배운 게 많았다.

공녀님의 짧은 말은 캐묻지 않는다.

캐물으면 제목이 된다.

미라벨은 이미 거의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감동해서가 아니었다.

쓸 것이 너무 많아서였다.

“공녀님, 방금 말씀은 인용해도 됩니까?”

“안 됩니다.”

“그러면 익명으로…….”

“안 됩니다.”

“그럼 분위기만…….”

“미라벨 양.”

“네.”

“펜을 내려놓으십시오.”

미라벨은 아주 슬픈 얼굴로 펜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이미 종이에는 뭔가 많이 적혀 있었다.

루카스는 못 본 척했다.

그때 올덴 백작이 문서를 한 장 더 꺼냈다.

루카스는 본능적으로 물었다.

“아직 남았습니까?”

“확인서입니다.”

확인서.

그 단어는 평범했다.

하지만 이 방에서 평범한 단어는 대개 평범하지 않았다.

올덴 백작은 펜을 들었다.

“에버렛 경께서는 방금 발언을 개인적 감정이 아니라 예절상 책임으로 하셨다고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예. 예절상이라기보다는 통로 정리상입니다.”

“통로 정리상.”

위원 한 명이 그 말을 받아 적었다.

루카스는 바로 후회했다.

이제 통로 정리상이라는 말도 기록됐다.

“그 부분은 빼 주셔도 됩니다.”

“이미 적었습니다.”

“지울 수는 없습니까?”

“잉크가 좋습니다.”

그게 왜 여기서 장점이 되는가.

루카스는 입을 다물었다.

아이리스가 조용히 한 걸음 다가왔다.

“에버렛 경.”

“예.”

“기록을 두려워하십니까?”

“조금 그렇습니다.”

“왜입니까?”

“제가 말한 것보다 크게 남는 것 같아서요.”

아이리스는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이 문서로 향했다. 그리고 아주 짧게, 자신의 장갑 끝으로 내려갔다.

“저는 늘 크게 남는 쪽이었습니다.”

루카스는 말을 잃었다.

아이리스는 여전히 차분했다.

“작은 실수도, 작은 표정도, 작은 망설임도. 늘 크게 남았습니다.”

그 말은 조용했지만 가볍지 않았다.

루카스는 이번에는 사과하지 않았다.

사과하면 방금 한 일을 잘못으로 만들 것 같았다.

대신 최대한 평범하게 말했다.

“그럼 오늘은 조금 작게 남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리스가 그를 보았다.

“어떻게 말입니까?”

“통로 정리 미비 정도로요.”

잠깐 정적이 흘렀다.

세라피나가 부채 뒤에서 작게 웃었다.

미라벨은 펜을 들었다가, 아이리스의 시선을 받고 다시 내려놓았다.

카르덴은 뭔가 깨달은 얼굴이었다.

“큰 상처를 작은 실무 문제로 바꾼다…….”

“아닙니다.”

“스승님, 이번에는 정말 깊습니다.”

“깊지 않습니다. 얕게 만들려는 겁니다.”

“얕게 만들어 상대가 빠지지 않게 한다.”

“그런 뜻도 아닙니다.”

대화는 또 이상한 곳으로 가고 있었다.

올덴 백작은 문서를 내려다보더니 조용히 말했다.

“그럼 이렇게 정리하겠습니다. 공녀의 실수는 기록하지 않는다. 통로 정리 미비는 에버렛 경의 확인 부족으로 둔다.”

루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다만.”

왜 항상 다만이 붙는가.

“이런 방식의 책임 정리는 분명 귀족 사회에서 드문 일입니다.”

“그렇습니까?”

“예. 보통은 자기 흠을 줄이려 합니다.”

루카스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했다.

“저도 줄이고 싶습니다.”

세라피나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데 자꾸 늘리잖아.”

“그러게 말입니다.”

루카스의 대답이 너무 진심이라, 위원 몇 명이 헛기침했다.

아이리스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 짧은 움직임이 웃음을 감추는 것인지 아닌지, 루카스는 판단하지 않았다.

판단하면 위험했다.

올덴 백작은 마지막으로 문서에 서명했다.

“오늘 검증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루카스는 속으로 환호했다.

끝난 줄 알았다.

드디어 숨을 돌릴 수 있다고 믿었다.

장갑, 찻잔, 걸음, 명예, 기사 제목.

오늘 하루에 겪기에는 너무 많았다.

그는 조용히 물러나려 했다.

그때 문이 열렸다.

하인이 들어왔다.

하인은 올덴 백작에게 다가가 봉투 하나를 건넸다.

봉투는 두꺼웠다.

흰색이었고, 가장자리에 은색 무늬가 있었다.

가운데에는 문장이 찍혀 있었다.

푸른 장미와 검은 방패.

아이리스의 가문 문장이었다.

시험장 안의 사람들이 동시에 그 봉투를 보았다.

루카스도 보았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늦었다.

올덴 백작은 봉투를 확인하고 말했다.

“아이리스 공녀의 가문에서 온 초대장입니다.”

초대장이라는 말이 나온 순간, 방 안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예절위원회 문서가 조용히 닫혔다.

미라벨의 펜은 다시 살아났다.

카르덴은 수첩을 펼쳤다.

세라피나는 부채를 턱 아래에 대고 웃었다.

루카스는 그 변화를 보고 깨달았다.

이건 단순한 우편물이 아니다.

초대장은 종이가 아니라 사건이었다.

봉투 하나가 방 안의 모든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루카스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누구에게 온 것입니까?”

올덴 백작은 봉투 앞면을 읽었다.

“루카스 에버렛 경께.”

침묵.

짧지 않은 침묵.

세라피나가 가장 먼저 웃었다.

“가문 초대까지 왔네.”

미라벨은 펜을 다시 집었다.

“잠깐만요. 이건 특집을 넘어 호외입니다.”

카르덴은 진지하게 고개를 숙였다.

“스승님, 가문의 문턱까지.”

“아닙니다.”

루카스는 거의 자동으로 말했다.

“분명 사과를 요구하시는 걸 겁니다. 제가 오늘 소란을 만든 책임이 있으니까요.”

아이리스가 조용히 그를 보았다.

“에버렛 경.”

“예.”

“저희 가문은 사과를 요구할 때 초대장을 보내지 않습니다.”

그 말은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루카스는 봉투를 보았다.

공작가 문장이 아주 반듯하게 찍혀 있었다.

그 문장 아래에는 작은 봉인이 하나 더 있었다.

처음 보는 문양이었다.

루카스가 눈으로만 묻자, 올덴 백작이 설명했다.

“가문 내빈용 봉인입니다.”

“내빈용이면, 손님이라는 뜻입니까?”

“그렇습니다.”

루카스는 아주 조금 안도했다.

손님.

그 단어는 괜찮았다.

적어도 피고인은 아니었다.

그러나 올덴 백작은 설명을 멈추지 않았다.

“다만 공작가에서 직접 내빈 봉인을 찍어 보내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안도는 바로 취소됐다.

미라벨이 속삭였다.

“가문이 인정한 손님.”

“그렇게 쓰지 마십시오.”

“아직 안 썼습니다.”

“방금 말투가 쓴 말투였습니다.”

미라벨은 펜을 숨겼다.

숨겼지만 손목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아이리스는 조용히 말했다.

“에버렛 경.”

“예.”

“초대장은 거절하셔도 됩니다.”

그 말에 방 안이 다시 조용해졌다.

루카스는 아이리스를 보았다.

아이리스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차분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주 작은 배려가 섞여 있었다.

그녀는 그가 부담을 느낀다는 걸 알고 있었다.

루카스는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공녀님께 폐가 되지 않는다면, 방문하겠습니다.”

아이리스의 손끝이 봉투 쪽으로 아주 조금 움직였다.

“폐는 아닙니다.”

짧은 대답이었다.

하지만 세라피나는 바로 웃었다.

“오늘 가장 위험한 문장 후보네.”

“전하.”

“폐는 아닙니다. 공녀답게 차갑고, 아주 따뜻해.”

아이리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루카스는 더 묻지 않았다.

공작가 문장이 아주 반듯하게 찍혀 있었다.

그는 문득 깨달았다.

오늘 예절위원회에서 벗어난 게 아니었다.

예절위원회보다 더 큰 집으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올덴 백작이 정중하게 초대장을 내밀었다.

루카스는 두 손으로 받았다.

받지 않을 수는 없었다.

받는 순간, 미라벨의 펜이 다시 움직였다.

사각.

사각사각.

루카스는 봉투를 든 채 조용히 물었다.

“혹시 초대장을 받는 예법도 따로 있습니까?”

세라피나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아이리스는 아주 작게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올덴 백작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루카스는 눈을 감았다.

“혹시 간단합니까?”

올덴 백작은 잠시 생각했다.

“봉투를 받을 때 오른손으로만 받으면 성급함, 왼손으로만 받으면 거절의 여지가 됩니다. 두 손은 존중, 하지만 너무 높이 들면 공식 수락입니다.”

“그럼 방금 저는 어떻게 받았습니까?”

“두 손으로, 가슴 높이에서 받으셨습니다.”

루카스는 침묵했다.

올덴 백작은 친절하게 덧붙였다.

“아주 정석적인 수락입니다.”

친절하지 않았다.

그건 사형 선고를 부드럽게 읽어 주는 것과 비슷했다.

이제는 초대장도 함정이었다.

루카스는 봉투를 든 손에 힘을 뺐다.

구겨지면 또 다른 예법이 나올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그는 오늘, 그런 예감이 대체로 맞는다는 걸 너무 많이 배웠다.

정말 아주 충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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