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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절위원회 두 번째 함정 일러스트

예절위원회 두 번째 함정

걷고, 잔을 들고, 장갑을 낀다.

루카스는 그 세 가지를 머릿속으로 반복했다.

걷고.

잔을 들고.

장갑을 낀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이라면 하루에 한 번쯤은 하는 행동이었다. 귀족이라면 더 자주 할 수도 있다. 적어도 차 예법처럼 200년 전 왕실 어쩌고가 붙을 일은 없어 보였다.

그러나 루카스는 어제 배웠다.

이 세계에서 안심은 대개 다음 함정의 포장지였다.

예절위원회 두 번째 검증은 다음 날 오전에 열렸다.

장소는 전날과 같은 별관 살롱이었다. 다만 배치가 달라졌다.

가운데에는 긴 융단이 깔려 있었다. 융단 양옆에는 작은 받침대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놓였다. 받침대 위에는 장갑 상자, 찻잔 세트, 얇은 끈, 작은 은종, 그리고 왜 필요한지 모를 작은 자가 있었다.

루카스는 자를 보고 불길해졌다.

사람을 재는 자인가.

걸음을 재는 자인가.

아니면 내 목숨 길이를 재는 자인가.

올덴 백작은 오늘도 아주 예의 바르게 웃었다.

“에버렛 경, 긴장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 말은 이제 전혀 믿기지 않았다.

“오늘은 기초 확인입니다.”

기초.

루카스는 그 단어도 믿지 않기로 했다.

전날 차도 기초였고, 결과는 공개 구혼 직전까지 갔다.

아이리스는 융단 끝에 서 있었다. 오늘은 흰 장갑을 끼지 않은 손으로 은색 케이스를 들고 있었다. 손수건 케이스였다.

아직도 돌려받지 못한 그 손수건.

루카스는 되도록 보지 않았다.

아이리스가 먼저 말했다.

“에버렛 경.”

“예, 공녀님.”

“오늘은 실수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아이리스는 잠시 멈췄다.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끼면, 먼저 저를 보십시오.”

루카스는 고개를 들었다.

아이리스의 표정은 차분했다.

하지만 어제와 달리 완전히 차갑지는 않았다.

“알겠습니다.”

루카스는 진심으로 대답했다.

그 순간, 세라피나가 참관석에서 부채를 펼쳤다.

“어머. 공녀가 직접 신호를 허락했네.”

“전하.”

아이리스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세라피나는 웃었다.

“걱정 마. 오늘은 참관만 할게.”

루카스는 그 말을 듣고 더 불안해졌다.

저분이 참관만 한다는 말은 보통 참관석에서 사건을 키운다는 뜻이었다.

미라벨도 있었다.

물론 있었다.

그녀는 오늘 펜을 세 자루나 들고 왔다.

루카스는 보자마자 물었다.

“미라벨 양, 왜 펜이 세 자루입니까?”

“하나는 사실용, 하나는 제목용, 하나는 혹시 몰라서요.”

“혹시는 무엇입니까?”

“사랑입니다.”

“그건 내려놓아 주십시오.”

카르덴은 조용히 수첩을 폈다.

루카스가 바라보자 그는 엄숙하게 말했다.

“오늘은 연애술이 아니라 신사술이라 들었습니다.”

“그런 과목은 없습니다.”

“없던 길을 여시는군요.”

루카스는 벌써 지쳤다.

올덴 백작이 은종을 가볍게 울렸다.

“첫 번째 항목은 장갑 예법입니다.”

하인이 은색 쟁반을 들고 나왔다. 쟁반 위에는 흰 장갑 한 쌍이 있었다. 얇고, 길고, 보기만 해도 비싸 보였다.

올덴 백작이 말했다.

“숙녀가 장갑을 착용할 때 신사는 필요 이상으로 가까이 다가서지 않으며, 그러나 방치하지도 않습니다.”

그 설명부터 수상했다.

가까이 가도 안 되고, 방치해도 안 된다.

그럼 나는 어디에 있어야 하지.

루카스는 조심스럽게 아이리스를 보았다.

아이리스는 장갑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아주 짧게 루카스를 보았다.

먼저 보라는 말이 떠올랐다.

루카스는 한 걸음 다가갔다.

하지만 손을 뻗지는 않았다.

장갑은 옷과 비슷했다.

현대 행사장에서 손님 외투를 도울 때도 함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손님이 직접 움직일 수 있게 옷깃 방향만 펴 주거나, 의자 등받이를 조금 치우거나, 소매가 접히지 않게 공간을 만들었다.

루카스는 장갑의 접힌 부분을 보았다.

손목 쪽이 안쪽으로 말려 있었다.

저대로 끼면 손끝을 넣다가 천이 걸린다. 아이리스가 한 번에 끼지 못하면, 이 사람들은 그걸 또 무슨 의미로 읽을지 몰랐다.

루카스는 장갑 자체가 아니라 장갑이 놓인 쟁반을 살짝 돌렸다.

“공녀님, 이쪽이 더 편하실 것 같습니다.”

아이리스의 시선이 장갑으로 내려갔다.

그녀는 짧게 멈췄다가 장갑을 끼기 시작했다.

천은 걸리지 않았다.

손목도 꺾이지 않았다.

루카스는 안도했다.

좋다.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아무도 손목이 꺾이지 않았다.

아무도 구혼하지 않았다.

그때 위원 한 명이 숨을 삼켰다.

“접힌 방향을 먼저 보았군.”

다른 위원이 낮게 말했다.

“손에 닿지 않고 착용을 돕는 방식입니다. 오래된 숙녀 명예 보호 예법에 가까워요.”

아니요.

그냥 옷매무새 도와드릴 때 손님 몸 안 만지는 겁니다.

미라벨의 첫 번째 펜이 움직였다.

사각.

루카스는 바로 고개를 돌렸다.

“미라벨 양.”

“사실용입니다.”

“사실도 위험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제목용을 따로 가져왔습니다.”

“그게 더 위험합니다.”

세라피나가 웃음을 참지 않았다.

아이리스는 장갑을 다 끼고 손을 내렸다.

“불필요한 배려였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아이리스는 장갑 낀 손끝을 아주 작게 움직였다.

“손목은 편했습니다.”

루카스는 그 말을 칭찬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행입니다.”

카르덴이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의 손을 잡지 않고 손을 돕는다. 과연.”

“잡지 않는 게 보통입니다.”

“보통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 신사술의 핵심이군요.”

“아닙니다.”

두 번째 은종이 울렸다.

“다음은 찻잔 교대입니다.”

루카스는 순간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차.

또 차.

어제의 차는 겨우 넘겼다. 오늘의 차는 잔을 바꾼다고 했다.

하인들이 작은 테이블을 가져왔다. 테이블 위에는 찻잔 두 개가 있었다. 하나는 김이 많이 났고, 하나는 김이 거의 없었다. 받침도 두 개였다. 손잡이 방향은 각각 달랐다.

올덴 백작이 말했다.

“숙녀가 뜨거운 잔을 들었을 때, 신사는 예절을 해치지 않고 잔을 교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절을 해치지 않고.

루카스는 그 말이 싫었다.

안전하게 바꾸면 되는 것 아닌가.

아이리스가 뜨거운 잔을 들었다.

순간 그녀의 손끝이 아주 조금 굳었다.

루카스는 바로 알아차렸다.

뜨겁다.

하지만 아이리스는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완벽주의 공녀답게 잔을 내려놓지도 않았다.

루카스는 반사적으로 말했다.

“손이 데이실 수 있습니다.”

시험장이 다시 조용해졌다.

루카스는 속으로 이를 악물었다.

또 말했나.

이번에도 말하면 안 되는 건가.

하지만 손은 데이면 안 된다.

이건 예법 이전의 문제다.

그는 잔을 직접 잡지 않았다. 대신 비어 있는 받침을 아이리스의 잔 아래쪽 가까이에 댔다.

“괜찮으시다면, 받침째 내려놓으십시오.”

아이리스는 그를 보았다.

“받침째?”

“예. 손잡이를 더 잡고 계실 필요가 없습니다.”

말은 평범했다.

하지만 아이리스는 바로 이해했다.

그녀는 뜨거운 잔을 받침 위에 내려놓았다. 루카스는 손잡이가 아닌 받침 가장자리를 잡고 테이블 위로 천천히 돌렸다. 식은 잔은 아이리스의 오른손 가까이, 뜨거운 잔은 조금 멀리.

잔끼리 부딪치지 않았다.

김도 얼굴 쪽으로 가지 않았다.

물이 흘러내리지도 않았다.

루카스는 숨을 놓았다.

좋다.

이번에는 정말 실무적으로 안전했다.

올덴 백작은 말이 없었다.

말이 없는 것이 더 무서웠다.

위원 한 명이 조용히 말했다.

“받침 교대.”

다른 위원이 답했다.

“손을 잡지 않고 열을 치우는 방식.”

세 번째 위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사라진 왕실 다과회 이후 거의 쓰이지 않았습니다.”

또 사라졌냐.

왜 다 사라진 것들이 내 손에서 자꾸 나온단 말인가.

루카스는 속으로 절규했다.

세라피나는 부채를 접었다.

“루카스 경.”

“예, 전하.”

“당신, 모르는 척하는 거야? 아니면 정말 모르는 거야?”

“정말 모릅니다.”

그 대답은 너무 진심이었다.

세라피나가 더 즐거워졌다.

“그래서 문제야.”

미라벨의 두 번째 펜이 움직였다.

“제목용입니다.”

“멈춰 주십시오.”

“이미 늦었습니다.”

“무슨 제목인데요.”

미라벨은 당당하게 말했다.

“뜨거운 잔을 대신 식힌 남자.”

“그건 너무 과장입니다.”

“그럼 `손을 잡지 않고 손을 구한 신사`.”

“더 과장입니다.”

카르덴은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손을 잡지 않고 손을 구한다…….”

“카르덴 경, 따라 적지 마십시오.”

“마음에 적었습니다.”

그게 제일 위험했다.

아이리스는 식은 잔을 들었다.

이번에는 손끝이 굳지 않았다.

그녀는 짧게 말했다.

“지금 것은 필요했습니다.”

루카스는 순간 대답을 놓쳤다.

아이리스가 그런 식으로 인정한 것은 드물었다.

“도움이 됐다면 다행입니다.”

“매번 그렇게 말씀하시는군요.”

“그 말 말고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서요.”

아이리스는 잔을 내려놓았다.

입가가 아주 작게 움직였다.

루카스는 봤지만, 이번에는 말하지 않았다.

귀도 말하지 않는다.

미소도 말하지 않는다.

공녀님의 얼굴 변화는 생존을 위해 마음속에만 저장한다.

그는 오늘도 배웠다.

그때 올덴 백작이 찻잔 받침 옆에 놓인 작은 자를 들어 올렸다.

루카스는 그 자를 보고 또 불안해졌다.

“추가 확인입니까?”

“아주 사소한 확인입니다.”

사소하다는 말도 믿지 않기로 했다.

올덴 백작은 식은 잔과 뜨거운 잔 사이의 거리를 쟀다.

“한 손가락 반.”

위원이 받아 적었다.

“손끝이 닿지 않고, 그러나 거절하지 않는 거리.”

루카스는 속으로 대답했다.

그건 그냥 잔끼리 부딪치지 않는 거리입니다.

하지만 말하지 않았다.

미라벨은 눈을 빛냈다.

“위원장님, 그 표현을 인용해도 됩니까?”

“공식 기록에는 남기지 않습니다.”

“비공식 사교면에는요?”

“장미일보는 늘 비공식으로 시작해 공식 소란을 만듭니다.”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세라피나가 웃었다.

루카스는 깨달았다.

오늘 이 방에서 제일 위험한 물건은 뜨거운 차도, 장갑도, 얇은 끈도 아니었다.

펜이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미라벨 쪽으로 몸을 돌렸다.

“미라벨 양, 혹시 제목을 조금 덜 위험하게 쓰는 방법은 없습니까?”

“있습니다.”

“정말입니까?”

“제목을 두 줄로 나누면 됩니다.”

“그건 덜 위험한 게 아닙니다.”

“더 정확해집니다.”

카르덴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함은 중요합니다.”

“카르덴 경은 제 편이 아니셨습니까?”

“스승님의 가르침을 정확히 남기는 편입니다.”

루카스는 잠시 하늘을 보았다.

천장만 있었다.

구원은 없었다.

세 번째 은종이 울렸다.

“마지막 항목입니다.”

올덴 백작은 융단 쪽을 가리켰다.

“숙녀와 나란히 걷는 걸음의 간격.”

루카스는 융단을 보았다.

그 위에는 얇은 금실이 세 줄로 놓여 있었다. 가운데 줄, 왼쪽 줄, 오른쪽 줄. 간격은 아주 애매했다.

올덴 백작이 말했다.

“세 걸음 이상 나란히 걸을 때, 신사의 위치와 시선은 숙녀의 명예와 안전에 관계됩니다.”

관계됩니다.

그 단어가 무서웠다.

아이리스가 융단 앞으로 섰다.

루카스도 옆에 섰다.

가까이 서면 의미가 붙는다.

멀리 서면 무례일 수 있다.

앞서가면 안내.

뒤처지면 방치.

옆에 서면 동행.

결론은 간단했다.

망했다.

루카스는 숨을 작게 들이마셨다.

이건 귀족 예법이 아니라 행사장 동선이라고 생각하자.

하객을 자리까지 안내할 때는 손님 앞을 완전히 막지 않는다. 너무 앞서가면 손님이 길을 잃고, 너무 붙으면 불편하다. 반걸음 뒤에서 통로 쪽을 막고, 장애물을 먼저 치우고, 손님의 속도에 맞춘다.

루카스는 아이리스보다 반걸음 뒤에 섰다.

그리고 통로 쪽, 그러니까 받침대와 은종이 놓인 쪽에 몸을 뒀다.

아이리스가 그를 보았다.

“그 위치입니까?”

“제가 앞을 막겠습니다.”

“앞?”

“장애물이 있는 쪽입니다. 치마 자락이 걸릴 수 있어서요.”

아이리스의 시선이 융단 옆 받침대와 얇은 끈으로 향했다.

정말 애매한 위치였다.

그녀가 그대로 걸으면 장갑 끝이나 드레스 자락이 살짝 걸릴 수도 있었다.

루카스는 먼저 몸을 낮춰 끈을 아주 조금 밀었다.

만지면 안 되는 물건일 수 있어서, 발끝으로 밀지도 않았다. 대신 하인에게 눈짓해 받침대를 반 뼘 옮기게 했다.

“실례했습니다. 통로가 좁았습니다.”

그는 누구에게 하는지 모를 사과를 했다.

위원들이 다시 숨을 삼켰다.

“통로를 먼저 열었다.”

“숙녀의 걸음을 고치게 하지 않고 길을 고쳤군.”

“반걸음 뒤. 보호 위치입니다.”

루카스는 이제 놀라지도 않았다.

그저 생각했다.

예법위원회 여러분, 행사장 스태프 알바 한 번만 해 보시면 전부 배우실 수 있습니다.

물론 말하지 않았다.

목숨은 소중했다.

아이리스가 걷기 시작했다.

루카스는 반걸음 뒤에서 속도를 맞췄다.

빠르면 따라잡지 않았다.

느려지면 기다렸다.

아이리스가 받침대 옆을 지날 때, 그는 자연스럽게 몸을 통로 쪽으로 기울였다.

드레스 자락은 걸리지 않았다.

아이리스의 장갑도 금실에 닿지 않았다.

세 걸음.

네 걸음.

다섯 걸음.

끝.

루카스는 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걸었다.

그냥 걸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

그 순간 참관석에서 누군가 아주 작게 말했다.

“저건 동행 서약 위치 아닌가?”

아무 일 있었다.

루카스는 그대로 굳었다.

아이리스도 걸음을 멈췄다.

세라피나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부채로 얼굴을 가렸다.

“루카스 경, 반걸음 뒤는 너무 정중했어.”

“그럼 몇 걸음 뒤여야 했습니까?”

“그건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

“그런 중요한 정보를 왜 미리 안 알려주십니까.”

“알려주면 재미없잖아.”

“전하.”

루카스는 거의 울고 싶었다.

아이리스가 조용히 말했다.

“에버렛 경.”

“예.”

“방금 위치는…….”

그녀는 말을 멈췄다.

루카스는 긴장했다.

혹시 너무 가까웠나.

혹시 너무 멀었나.

혹시 또 공녀님의 귀 색이나 미소 같은 걸 말하면 죽는 예법인가.

아이리스는 아주 낮게 말했다.

“안전했습니다.”

루카스는 숨을 내쉬었다.

“다행입니다.”

“하지만.”

역시 뒤가 있었다.

“사교계에서는 안전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미라벨이 세 번째 펜을 들었다.

“혹시 몰라서 가져온 펜이 필요해졌습니다.”

“미라벨 양.”

“네.”

“제발 하지 말아 주십시오.”

“이미 특집 제목이 나왔습니다.”

“제발.”

미라벨은 환하게 웃었다.

“사라진 신사의 귀환.”

“그 제목은 안 됩니다.”

“왜요?”

“제가 사라진 적이 없습니다.”

“그럼 `사라지지 않았는데 돌아온 신사`.”

“더 이상합니다.”

“이상하면 팔립니다.”

루카스는 반박할 말을 잃었다.

세라피나가 부채를 접으며 말했다.

“루카스 경, 포기해. 저건 기사로 나가.”

“전하께서 막아 주실 수는 없습니까?”

“막을 수는 있지.”

“그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하지만 막으면 더 큰 제목이 필요해져.”

“어떤 제목입니까?”

세라피나는 미라벨을 보았다.

미라벨은 즉시 대답했다.

“황녀, 사라진 신사를 숨기다.”

세라피나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봐. 더 커졌잖아.”

루카스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말은 불씨였다.

이 방에서는 특히 그랬다.

입을 열면 예절이 되고, 예절이 되면 기록이 되고, 기록이 되면 장미일보가 제목을 붙였다.

이제 그는 숨 쉬는 각도도 조심해야 할 것 같았다.

시험장 전체가 조용해졌다.

위원 중 한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정하기 어렵군.”

다른 위원이 문서를 넘겼다.

“장갑, 찻잔, 걸음. 세 항목 모두 고대 예법과 부합합니다.”

올덴 백작은 루카스를 보았다.

“에버렛 경.”

“예.”

“혹시 가문에서 별도의 예법 교육을 받으셨습니까?”

“아닙니다.”

그건 진심이었다.

받은 건 예법 교육이 아니라 웨딩홀 알바 교육이었다.

`손님이 넘어지지 않게 통로를 치우세요.`

`뜨거운 잔은 받침째 옮기세요.`

`옷에 손대기 전에 먼저 방향을 보여 주세요.`

그 세 문장이 오늘 제국 고대 예법이 됐다.

루카스는 억울했다.

하지만 억울하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세라피나가 부드럽게 말했다.

“모르는 척하기엔 너무 잘했고, 안다고 하기엔 너무 당황했네.”

“전하, 저는 정말…….”

“응. 정말인 것 같아서 더 재밌어.”

아이리스는 루카스를 보았다.

그 시선은 전보다 조금 달랐다.

차갑지만, 밀어내는 차가움은 아니었다.

마치 그가 왜 저렇게 매번 위험한 방식으로 정확한지를 생각하는 눈이었다.

루카스는 불편해서 고개를 숙였다.

그때 융단 끝에서 작은 소리가 났다.

탁.

아이리스의 장갑 끝이 받침대 모서리에 아주 살짝 걸렸다.

별일은 아니었다.

그녀라면 바로 수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위원회의 시선이 모두 그쪽으로 향했다.

장갑의 주름.

걸음의 흔들림.

완벽한 공녀의 작은 틈.

루카스는 반사적으로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말하고 나서 깨달았다.

아.

또 위험한 말을 했다.

아이리스가 그를 보았다.

세라피나의 부채가 멈췄다.

미라벨의 세 번째 펜이 종이를 찍었다.

카르덴은 숨을 삼켰다.

올덴 백작은 아주 천천히 말했다.

“에버렛 경.”

“예.”

“방금 말씀은, 공녀의 명예를 맡겠다는 뜻으로 기록해도 되겠습니까?”

루카스는 눈을 감았다.

이번엔 정말.

예절서가 아니라 변호사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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