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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건을 돌려받지 못한 이유 일러스트

손수건을 돌려받지 못한 이유

“아직 세탁이 덜 됐습니다.”

아이리스는 그렇게 말했다.

목소리는 차분했다.

표정도 차분했다.

손끝만 차분하지 않았다.

그녀의 손은 은색 케이스 위에 얹혀 있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얹은 것처럼 보이려고 애쓰는 손이었다. 문제는 너무 자연스러워 보이려고 해서 오히려 부자연스러웠다는 점이다.

루카스는 케이스를 보았다.

은색.

깨끗함.

작은 장식.

그리고 공녀가 직접 지키는 손수건.

세탁이 덜 됐다기보다는, 귀족 가문 보물함에서 막 꺼낸 물건 같았다.

루카스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혹시 제가 세탁비를…….”

아이리스의 눈이 살짝 커졌다.

“세탁비요?”

루카스는 바로 후회했다.

아.

말이 이상했다.

공녀에게 세탁비.

이건 가문 문양 손수건으로 약혼 소문이 난 남자가 공녀에게 동전 몇 닢을 건네려는 꼴이었다. 귀족 사회에서는 이보다 더 예의 바르게 망하는 방법도 흔치 않을 것이다.

“아니, 그런 뜻은 아니었습니다.”

루카스는 빠르게 수습했다.

“제가 맡긴 물건 때문에 공녀님께 번거로움이 생긴 것 같아서요. 비용이라는 표현은 부적절했습니다. 실례했습니다.”

아이리스는 잠깐 말이 없었다.

세라피나는 부채 뒤에서 웃음을 참았다.

참는 척만 했다.

사실 거의 웃고 있었다.

“루카스 경.”

세라피나가 부드럽게 말했다.

“공녀에게 손수건 세탁비를 주려는 남자는 처음 봐.”

“전하, 저는 정말로…….”

“알아. 정말로 그런 뜻이 아니었겠지.”

세라피나는 눈을 휘며 웃었다.

“그래서 더 재밌는 거야.”

루카스는 입을 다물었다.

이 세계에서는 진심으로 오해를 풀려고 할수록 오해가 더 예쁘게 포장됐다. 포장지가 고급일수록 안에 든 폭탄도 잘 숨겨졌다.

복도 끝에서 미라벨의 펜 소리가 다시 났다.

사각.

루카스는 고개를 돌렸다.

“기자님.”

“저는 아무것도 쓰지 않았습니다.”

미라벨은 복도 끝에서 대답했다.

“그럼 방금 소리는 뭡니까?”

“펜이 생각한 소리입니다.”

“펜이 생각을 합니까?”

“좋은 제목 앞에서는 합니다.”

아이리스가 짧게 말했다.

“미라벨.”

펜 소리가 멈췄다.

“네, 공녀님. 제 펜은 지금 반성하고 있습니다.”

루카스는 더 묻지 않기로 했다.

기자와 펜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은 예절위원회보다 어려울 수 있었다.

아이리스는 은색 케이스를 테이블 끝에서 조금 더 안쪽으로 옮겼다.

동작은 작았다.

하지만 루카스는 봤다.

그녀는 케이스를 숨기고 있었다.

왜?

혹시 정말로 손수건에 문제가 생겼나.

가문 문양이 번졌나.

찢어졌나.

세탁 중에 작아졌나.

웨딩홀 알바 시절에도 세탁 사고는 골치 아팠다. 특히 흰 장갑이나 테이블보에 와인이 묻으면 모두가 갑자기 전문가가 됐다. ‘이건 바로 찬물로 해야 한다’, ‘소금이 좋다’, ‘그냥 새 걸로 바꿔라’ 같은 말이 사방에서 날아왔다.

지금도 비슷했다.

다만 테이블보 대신 공녀의 손에 든 손수건이고, 와인 얼룩 대신 사교계 소문이 묻었다.

“공녀님.”

루카스는 최대한 부드럽게 말했다.

“혹시 손수건에 문제가 생겼다면 괜찮습니다.”

아이리스의 시선이 바로 올라왔다.

“문제 없습니다.”

“그렇습니까?”

“예.”

“그럼 제가 확인만…….”

“확인은 필요 없습니다.”

대답이 빨랐다.

너무 빨랐다.

루카스는 오히려 확신했다.

무언가 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공녀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믿겠습니다.”

아이리스의 손이 아주 조금 멈췄다.

“믿는다고요.”

“예.”

“이유를 묻지 않고?”

“공녀님께서 불편하신 이유가 있다면, 굳이 제가 캐묻는 것이 무례할 수 있으니까요.”

아이리스는 말이 없었다.

루카스는 그 침묵을 좋은 신호로 받아들였다.

아마 예법적으로 나쁘지 않은 대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라피나는 부채 뒤에서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저렇게 말하면 더 못 돌려주지.”

루카스는 못 들은 척했다.

못 들은 척도 이제 그의 생존 기술 중 하나였다.

아이리스는 케이스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에버렛 경.”

“예.”

“정말로, 손수건을 당장 돌려받으셔야 합니까?”

질문이 이상했다.

당장.

그 단어가 들어가자 손수건이 갑자기 일정이 있는 물건처럼 느껴졌다.

루카스는 신중하게 답했다.

“당장이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공녀님께 계속 부담이 된다면 제가 가져가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리스의 손끝이 케이스 모서리를 눌렀다.

“부담.”

“예.”

“저는 부담이라고 말한 적 없습니다.”

“그럼 괜찮으신 겁니까?”

아이리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세라피나는 다시 웃었다.

미라벨은 복도 끝에서 숨을 참는 데 실패했다.

“죄송합니다. 방금은 숨입니다.”

루카스는 복도 쪽을 보지 않으려고 했다.

그때 하인이 조용히 들어왔다.

새 차를 놓기 위해서였다.

하인은 완벽하게 조용했다.

거의 그림자 같았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림자도 발이 있었다.

하인이 찻잔을 내려놓는 순간, 테이블 모서리에 놓인 작은 예절 문서가 살짝 밀렸다. 문서가 은색 케이스 옆으로 미끄러졌고, 아이리스가 그것을 잡으려 손을 움직였다.

동시에 케이스 뚜껑이 아주 조금 열렸다.

딸깍.

작은 소리였다.

하지만 방 안의 모두가 들었다.

루카스도 들었다.

세라피나도 들었다.

미라벨의 펜도 들은 것 같았다.

아이리스의 손이 멈췄다.

케이스 안쪽이 살짝 보였다.

흰 손수건이 있었다.

아니, 그냥 흰 손수건이 아니었다.

반듯하게 접혀 있었다.

너무 반듯했다.

마치 자로 잰 것처럼 모서리가 맞아 있었다. 작은 은색 문양은 깨끗했고, 천은 구김 하나 없었다. 옆에는 작은 향낭이 놓여 있었다. 마른 꽃잎 몇 장도 보였다.

세탁이 덜 됐다.

그 말은 이제 설득력을 잃었다.

세탁이 덜 된 물건은 보통 이렇게 귀하게 누워 있지 않는다.

루카스는 잠깐 생각했다.

혹시 귀족의 세탁은 말리는 데 꽃잎과 향낭을 쓰나.

그럴 수도 있다.

이 세계는 찻잔 방향도 사람을 망하게 하는 곳이다. 손수건 세탁 과정에 작은 꽃 장례식이 포함되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공녀님.”

루카스는 최대한 침착하게 말했다.

“혹시 이게 세탁 중인 상태입니까?”

아이리스의 귀 끝이 붉어졌다.

“예.”

“아.”

루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귀족식 세탁은 상당히…… 정중하군요.”

세라피나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짧고 맑은 웃음이었다.

아이리스가 세라피나를 보았다.

“전하.”

“미안. 참으려고 했어.”

“참지 못하셨습니다.”

“응. 이번엔 못 참겠어.”

세라피나는 부채로 입가를 가렸다.

“귀족식 세탁이라니. 루카스 경, 그 말은 오늘 하루 내내 생각날 것 같아.”

루카스는 얼굴이 뜨거워졌다.

또 이상한 말을 했다.

하지만 정말로 그렇게 보였다.

손수건은 빨래가 아니라 의식을 받고 있었다.

미라벨이 조심스럽게 복도에서 한 걸음 다가왔다.

“공녀님, 확인만 하겠습니다.”

“안 됩니다.”

“제목에 귀족식 세탁을 넣어도 됩니까?”

“절대 안 됩니다.”

“그럼 손수건의 긴 휴가 정도는…….”

“미라벨.”

“네. 펜을 재우겠습니다.”

미라벨은 물러났지만, 눈은 살아 있었다.

루카스는 아이리스에게 다시 고개를 숙였다.

“공녀님, 제가 괜한 말씀을 드렸습니다. 세탁 방식에 대해 제가 아는 것이 없어 실례했습니다.”

아이리스는 그를 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차가웠다.

하지만 차갑기만 하지는 않았다.

루카스는 그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몰랐다. 화가 난 것 같기도 하고, 부끄러운 것 같기도 했다.

아이리스는 조용히 케이스를 닫았다.

딸깍.

이번에는 더 단단히 닫혔다.

“세탁은 핑계였습니다.”

루카스는 눈을 깜박였다.

아이리스가 스스로 말했다.

그녀가.

먼저.

“그렇습니까?”

“예.”

아이리스는 시선을 조금 내렸다.

“하지만 돌려드릴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녀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차가 식는 소리가 들릴 것 같았다.

세라피나도 이번에는 끼어들지 않았다.

아이리스는 케이스 위에 손을 얹은 채 말했다.

“그날, 에버렛 경은 제 체면을 지키려 했다고 하셨습니다.”

“예.”

“저는 그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루카스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제가 무례하지 않게 행동했다면 다행입니다.”

“무례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리스는 짧게 말했다.

“그래서 문제였습니다.”

루카스는 이해하지 못했다.

무례하지 않아서 문제.

이 세계는 역시 어렵다.

“제가 잘못 이해한 것 같습니다.”

“에버렛 경은 제 약점을 보았습니다.”

“약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날 저는 당황했습니다.”

아이리스가 말했다.

짧은 문장이었다.

하지만 루카스는 그 말이 그녀에게는 꽤 큰 양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완벽해야 하는 공녀가, 자신이 당황했다고 직접 인정했다.

그것도 세라피나와 미라벨의 귀가 살아 있는 방에서.

“손수건 하나 때문에 시선을 피했고, 말도 늦었습니다.”

아이리스의 손끝이 케이스 위에서 멈췄다.

“저는 그런 모습을 남에게 보이는 사람이 아닙니다.”

루카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조금 이해됐다.

손수건은 그냥 손수건이 아니었다.

아이리스가 완벽하지 않았던 몇 초를 조용히 덮어 준 물건이었다.

그녀에게는 그 몇 초가 얼룩보다 더 지우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아이리스의 손끝이 케이스 위에서 천천히 멈췄다.

“저를 비웃지도 않았습니다.”

루카스는 당연한 말을 들은 사람처럼 말했다.

“그건 당연한 일입니다.”

아이리스가 그를 보았다.

그 눈빛 때문에 루카스는 바로 알았다.

여기서는 당연하지 않았나 보다.

사교계에서 누군가의 약점을 본다는 건 대개 칼을 얻는 일일 것이다. 사용하지 않는 쪽이 이상한 곳. 웃지 않는 것이 배려가 아니라, 선택이 되는 곳.

루카스는 조금 더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는 그냥, 공녀님께서 곤란하지 않으시길 바랐습니다.”

아이리스는 작게 숨을 들이켰다.

그런데 그 순간, 루카스의 머릿속에서 예절서가 오래간만에 일을 했다.

숙녀가 보관 중인 증표를 회수하려 할 경우, 공개석상에서 재촉하지 말 것.

왜 이제 말하냐.

루카스는 속으로 예절서를 향해 물었다.

진짜 필요한 건 항상 사고 난 뒤에 알려준다.

아이리스는 루카스의 표정을 보고 물었다.

“무슨 생각을 하셨습니까?”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답은 보통 생각이 많을 때 나옵니다.”

정확했다.

너무 정확했다.

루카스는 포기했다.

“손수건을 지금 돌려받는 것이 오히려 공녀님께 실례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리스의 눈이 흔들렸다.

아주 짧게.

“그렇게 생각하셨습니까?”

“예.”

“왜요?”

“공녀님께서 그것을 아직 정리하지 못하셨다면, 제가 기다리는 편이 낫습니다.”

아이리스는 손수건 케이스를 내려다보았다.

루카스는 바로 덧붙였다.

“물론 깊은 뜻은 아닙니다. 정말로 기다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공녀님께 부담을 드리려는 게 아니라…….”

세라피나가 낮게 말했다.

“이미 늦었어, 루카스 경.”

루카스는 말을 멈췄다.

아이리스의 귀 끝은 이제 숨길 수 없을 정도로 붉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단정했다.

“그렇다면.”

아이리스는 천천히 말했다.

“조금만 더 맡아 두겠습니다.”

루카스는 안도했다.

합리적인 결론이다.

공녀가 준비될 때까지 맡아 둔다.

좋다.

아주 좋다.

“알겠습니다.”

그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였다.

“공녀님께서 불편하지 않으실 때 돌려주시면 됩니다.”

세라피나는 부채를 접었다.

“와.”

루카스가 그녀를 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아무것도 아니야.”

세라피나가 아주 즐겁게 웃었다.

“그저 누군가 방금 손수건 보관 기간을 공식 연장한 것 같아서.”

“전하.”

아이리스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농담이야.”

“농담치고는 정확했습니다.”

아이리스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스스로 멈칫했다.

세라피나는 눈을 반짝였다.

“아이리스, 방금 인정한 거야?”

“아닙니다.”

“아니라고 하기엔 너무 늦었는데.”

“전하.”

루카스는 두 사람 사이를 보며 조용히 물러나고 싶었다.

하지만 물러나면 또 무슨 의미가 붙을지 몰랐다.

그는 얌전히 서 있었다.

그리고 얌전히 서 있는 동안, 아주 안 좋은 생각을 하나 했다.

문서로 남기면 되지 않을까.

손수건을 지금 돌려받지 않는다.

공녀가 잠시 맡아 둔다.

반환 시점은 공녀의 편의에 따른다.

이렇게 적으면 오해가 줄어들지도 모른다. 웨딩홀에서도 분실물이 나오면 접수대에 적어 두었다. 검은색 장갑 한 짝, 진주 귀걸이, 아이가 두고 간 작은 장난감. 이름과 연락처를 적으면 일이 깔끔했다.

물론 그때는 분실물 주인이 공녀가 아니었다.

그리고 물건도 약혼 소문이 붙은 손수건이 아니었다.

루카스는 그래도 조심스럽게 말했다.

“공녀님.”

“말씀하십시오.”

“혹시 제가 확인용으로 짧게 적어 두어도 되겠습니까?”

아이리스의 눈이 천천히 올라왔다.

“무엇을 말입니까?”

“손수건을 공녀님께서 잠시 맡아 두신다는 내용입니다. 혹시 나중에 누가 이상한 말을 하면, 단순 보관이었다고 설명할 수 있으니까요.”

좋은 생각이었다.

적어도 루카스에게는 그랬다.

세라피나에게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녀가 부채 뒤에서 아주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웃음을 참는 사람의 호흡이었다.

아이리스는 잠깐 굳었다.

“문서로 남기자는 뜻입니까?”

“예. 아주 짧게만요.”

“에버렛 경.”

“예.”

“그건 더 이상합니다.”

루카스는 멈췄다.

“그렇습니까?”

“예.”

짧고 단호했다.

루카스는 머릿속의 분실물 접수대를 조용히 접었다.

“그럼 기록은 하지 않겠습니다.”

복도 끝에서 미라벨이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손수건 보관증…….”

아이리스의 시선이 문 쪽으로 갔다.

미라벨은 빠르게 말을 바꿨다.

“아닙니다. 방금은 펜이 기침했습니다.”

“펜은 기침하지 않습니다.”

“그럼 제가 했습니다.”

루카스는 눈을 감고 싶었다.

손수건 보관증.

이 단어가 신문에 실리면 끝이다. 정확히 무엇이 끝나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조용한 인생은 끝난다.

그는 다시 아이리스에게 고개를 숙였다.

“제가 괜한 말을 했습니다.”

“아닙니다.”

아이리스의 목소리는 조금 낮았다.

“에버렛 경은 늘 그런 식으로 정리하려 하시는군요.”

“그런 식이라면…….”

“상대가 곤란하지 않게.”

루카스는 잠깐 대답을 찾지 못했다.

그건 칭찬인가.

아니면 지적인 말인가.

아이리스의 얼굴만 봐서는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늘 완벽하게 단정했고, 그래서 미세한 변화 하나가 더 큰 문제처럼 보였다.

“제가 할 수 있는 게 그 정도라서요.”

루카스는 솔직하게 말했다.

“뭔가 크게 해결할 능력은 없습니다. 그냥 문제가 커지기 전에 작게 접어 두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리스는 그 말을 듣고 손수건 케이스를 내려다보았다.

작게 접어 둔다.

손수건은 정말로 작게 접혀 있었다.

너무 반듯하게.

너무 소중하게.

아이리스는 손끝으로 케이스 모서리를 한 번 쓸었다.

“작게 접어 둔다고 해서, 작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루카스는 그 말뜻을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세라피나는 이해한 얼굴이었다.

미라벨도 아마 이해한 얼굴일 것이다. 펜 소리가 나지 않는 걸 보니, 지금은 쓰는 것보다 듣는 것이 더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루카스는 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예.”

“그럼 너무 작게 접으려 하지 않겠습니다.”

아이리스의 손이 멈췄다.

또 뭔가 이상하게 들렸나.

루카스는 바로 덧붙였다.

“손수건 말입니다.”

세라피나가 부채 뒤에서 웃음을 터뜨렸다.

“루카스 경, 덧붙이면 더 이상해지는 재주가 있어.”

“전하, 저는 정말로 손수건을 말했습니다.”

“응. 모두가 그걸 알아서 문제야.”

아이리스는 시선을 피했다.

이번에는 확실히 귀 끝이 붉었다.

루카스는 더 이상 말하지 않기로 했다.

말은 줄일수록 안전하다.

다만 이 세계에서는 침묵도 가끔 의미가 붙는다.

그는 결국 가장 애매한 안전지대에 섰다.

가만히, 예의 바르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남자.

놀랍게도 그것도 꽤 위험했다.

그때 하인이 다시 들어왔다.

이번에는 은색 쟁반을 들고 있었다.

쟁반 위에는 봉인된 문서가 놓여 있었다.

황실 예절위원회의 문장.

루카스는 그 문장을 보자마자 속이 내려앉았다.

좋지 않다.

아주 좋지 않다.

하인이 고개를 숙였다.

“예절위원회에서 공문이 도착했습니다.”

아이리스는 곧바로 손수건 케이스에서 손을 떼고 문서를 받았다.

그 동작은 빠르고 정확했다.

루카스는 조금 안도했다.

적어도 손수건 이야기는 끝났다.

잠시 뒤, 그는 그것이 착각임을 알게 됐다.

아이리스가 문서를 읽었다.

처음에는 평온했다.

그러나 두 번째 줄에서 눈썹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세 번째 줄에서 세라피나가 어깨 너머로 문서를 보았다.

네 번째 줄에서 그녀가 웃었다.

“오.”

루카스는 그 한 글자가 싫었다.

세라피나가 “오”라고 말할 때마다 대개 그의 인생은 한 칸 더 미끄러졌다.

“무슨 내용입니까?”

아이리스는 문서를 내려놓지 않은 채 말했다.

“예절위원회 1차 검증입니다.”

“벌써입니까?”

“내일입니다.”

내일.

루카스는 잠깐 시계를 찾았다.

물론 이 방에는 현대식 시계가 없었다. 있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내일은 너무 빨랐다.

“시험 내용은요?”

아이리스의 표정이 조금 더 차가워졌다.

“왕실 차 예법.”

루카스는 조금 안도할 뻔했다.

차.

찻잔.

따르기.

앉기.

이 정도면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라피나가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이 안도를 허락하지 않았다.

“루카스 경.”

세라피나가 말했다.

“그거, 지금 왕실에서도 거의 안 써.”

“예?”

아이리스가 문서를 접었다.

“사라진 왕실 차 예법입니다.”

“그럼 그건 시험이라기보다…….”

루카스는 말을 멈췄다.

차마 입 밖으로 꺼내기 싫은 단어가 있었다.

아이리스가 대신 말했다.

“함정에 가깝습니다.”

루카스는 문서를 다시 보았다.

사라진 예법을 가져와서 시험한다.

모르는 사람은 틀리고, 아는 사람은 왜 아는지 의심받는다.

어느 쪽이든 예절위원회는 기록할 수 있었다.

루카스는 말없이 문서를 보았다.

사라진.

왕실.

차 예법.

말이 세 개나 붙었는데, 안전한 단어가 하나도 없었다.

그때 미라벨이 복도 끝에서 조용히 물었다.

“제목에 손수건과 차를 같이 넣어도 됩니까?”

“안 됩니다.”

아이리스와 루카스가 동시에 말했다.

둘이 동시에 말한 탓에 방 안이 다시 조용해졌다.

세라피나는 부채를 펼쳤다.

미라벨의 펜은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루카스는 공문을 바라보며 깨달았다.

손수건은 돌려받지 못했다.

대신 시험을 받게 됐다.

그리고 그 시험은 차를 마시는 일이 아니라, 차로 망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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