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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 예법은 시험이 아니라 함정이었다 일러스트

차 예법은 시험이 아니라 함정이었다

예절위원회 1차 검증은 차 예법이었다.

루카스는 그 말을 들었을 때, 아주 잠깐 안도했다.

차.

찻잔.

뜨거운 물.

잎.

이 정도면 그래도 사람이 다룰 수 있는 범위였다. 검술도 아니고, 마법도 아니고, 황녀와 춤추는 것도 아니다. 차라면 웨딩홀 알바 시절에도 많이 날랐다. 녹차, 커피, 보리차, 이름은 모르지만 어르신들이 꼭 따뜻하게 달라고 하는 갈색 물까지.

문제는 이 세계가 평범한 물도 그냥 마시게 두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시험장에 들어선 순간, 루카스는 자신의 안도가 너무 성급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곳은 작은 살롱이 아니었다.

황실 별관의 공개 응접실이었다.

둥근 테이블 네 개가 반원으로 놓여 있었고, 그 뒤에는 예절위원들이 앉아 있었다. 벽 쪽에는 참관 귀족들이 서 있었다. 모두 조용했다. 너무 조용해서 찻잎 하나 떨어지는 소리도 기사화될 것 같았다.

미라벨은 당연히 있었다.

펜도 있었다.

펜은 이미 깨어 있었다.

세라피나는 창가 쪽 의자에 앉아 부채를 펼치고 있었다. 표정은 아주 즐거웠다. 루카스는 그 즐거움이 자신의 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아이리스는 그의 조금 뒤에 섰다.

평소처럼 단정했다.

하지만 루카스는 이제 아주 작은 차이를 볼 수 있었다. 손끝이 장갑 안에서 한 번 접혔다 펴졌다. 시선은 차분했지만 숨은 아주 조금 느렸다.

공녀도 긴장하고 있었다.

그걸 보자 루카스의 긴장 방향이 바뀌었다.

내가 망하면 나만 망하는 게 아니다.

아이리스가 가르쳤다는 사실까지 함께 끌려간다.

그 생각이 들자, 찻잔이 갑자기 폭탄처럼 보였다.

예절위원장 올덴 백작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희고 긴 수염을 아주 품위 있게 정리했다. 사람은 점잖아 보였다. 문제는 점잖은 사람이 꼭 착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웨딩홀에서도 가장 조용한 손님이 마지막에 의자 위치를 세 번 바꾸는 경우가 있었다.

“에버렛 경.”

“예, 위원장님.”

루카스는 고개를 숙였다.

너무 깊지 않게.

너무 가볍지 않게.

아직 차도 마시기 전인데 여기서 탈락하면 너무 억울했다.

올덴 백작은 부드럽게 웃었다.

“오늘 검증은 차 예법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다만 일반적인 차 예법은 아닙니다.”

그럴 줄 알았다.

루카스는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일반적인 것을 시험하면 이 세계가 아니지.

“오늘은 옛 왕실 접대 예법 중 하나를 보겠습니다.”

참관석에서 작은 술렁임이 일었다.

아이리스의 눈썹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세라피나는 부채 뒤에서 웃었다.

미라벨의 펜은 첫 줄을 찾은 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올덴 백작은 계속 말했다.

“기록으로만 남아 있는 예법입니다.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습니다.”

루카스는 정중하게 물었다.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 예법을, 제가 수행해야 합니까?”

“예.”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올덴 백작은 더 부드럽게 웃었다.

“진정한 예절은 유행을 따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럴듯했다.

너무 그럴듯해서 더 위험했다.

루카스는 마음속으로 문장을 바꿔 적었다.

모르는 걸 내도 멋있는 이유를 붙일 수 있다.

좋다.

이건 시험이 아니라 함정이다.

위원장이 손짓하자 하인이 차 도구를 가져왔다.

은색 쟁반.

작은 주전자.

찻잎이 담긴 얇은 통.

찻잔 세 개.

빈 잔 하나.

그리고 이상하게 작은 물그릇 하나.

루카스는 물그릇을 보고 멈칫했다.

이건 뭐지.

손 씻는 물인가.

차 식히는 물인가.

아니면 귀족들이 찻잔에게 인사시키는 물인가.

그때 머릿속 한구석에서 건조한 문장이 떠올랐다.

왕실 구 접대 예법. 첫 잔은 손님에게 바로 내지 않는다. 주전자의 온도와 향을 주최자가 먼저 확인한다.

루카스는 눈을 깜박였다.

예절서가 일했다.

늦지 않았다.

오늘은 사고 전에 알려줬다.

루카스는 속으로 작게 박수를 쳤다.

물론 겉으로는 아주 차분한 얼굴을 했다.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시작하십시오.”

올덴 백작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

루카스는 쟁반 앞에 섰다.

먼저 손을 씻는 물이 아니었다.

온도 확인용 물그릇이었다.

그는 주전자를 잡기 전, 손등 가까이로 증기를 확인했다.

너무 뜨겁지 않다.

하지만 바로 내면 잔이 데워지지 않는다.

웨딩홀에서 뜨거운 국물 서빙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손님 앞에 놓기 전에 그릇 바깥 온도부터 봐야 했다. 너무 뜨거우면 어르신이 손을 데고, 너무 식으면 바로 불만이 나온다.

차도 비슷했다.

다만 불만이 신문에 난다.

루카스는 빈 잔에 아주 조금 따랐다.

그 물을 바로 버리지 않았다.

찻잔을 살짝 돌려 안쪽을 데우고, 물그릇에 조용히 비웠다.

참관석에서 숨소리가 달라졌다.

루카스는 모른 척했다.

그는 찻잎 통을 열었다.

향이 올라왔다.

좋은 향이었다.

그런데 예절서는 다시 짧게 말했다.

잎의 양은 손님의 지위가 아니라 자리의 목적에 맞춘다. 검증 자리에서는 과한 향을 피한다.

루카스는 찻잎을 조금 덜었다.

많이 넣으면 맛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맛있다고 좋은 게 아니다. 웨딩홀에서도 신랑 신부 입장 전에 음악을 너무 크게 틀면 감동이 아니라 사고였다.

적당히.

사람이 불편하지 않게.

그게 루카스가 아는 예의였다.

아이리스가 뒤에서 아주 작게 숨을 멈춘 것 같았다.

루카스는 주전자를 들었다.

그리고 첫 잔을 만들었다.

그 잔을 들고 바로 위원장에게 가지 않았다.

자신 쪽으로 가져왔다.

참관석이 조용해졌다.

위원 중 한 명이 눈을 가늘게 했다.

루카스는 잔 가장자리에서 향을 확인했다.

그리고 아주 조금, 정말 아주 조금만 입술에 대었다.

뜨겁지 않다.

떫지 않다.

찻잎도 과하지 않다.

좋다.

그는 잔을 내려놓고 새 잔을 준비했다.

올덴 백작의 눈이 조금 커졌다.

루카스는 그 눈을 보지 않았다.

보면 흔들린다.

웨딩홀에서도 행사 중에 주방장 눈치를 보면 손이 꼬였다. 트레이를 볼 것. 길을 볼 것. 손님 표정은 나중에 볼 것.

그는 두 번째 잔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아이리스에게 먼저 가지 않았다.

예절서는 다시 짧게 말했다.

검증석에서는 권위자보다 초대자의 체면을 먼저 보존한다. 그러나 잔은 권위자에게 먼저 간다. 체면은 순서가 아니라 동선으로 지킨다.

말이 어렵다.

하지만 루카스는 이해했다.

먼저 위원장에게 내되, 아이리스가 가르친 사람으로 보이지 않게 자신의 손길을 분명히 해야 한다.

실수하면 아이리스 탓이 되지 않게.

그는 위원장 앞에 잔을 놓았다.

“위원장님께 먼저 올립니다.”

목소리는 낮고 차분하게.

“혹시 향이나 온도가 불편하시다면 제 부족함입니다. 지도해 주신 분께 누가 되지 않도록, 바로 고치겠습니다.”

아이리스의 손끝이 멈췄다.

참관석이 술렁였다.

루카스는 진심이었다.

실수는 내가 했다.

선생님은 잘 가르쳤다.

이건 학원 첫날에도 중요한 말이다. 수강생이 숙제를 안 했다고 선생님을 욕하면 안 된다.

그런데 사교계는 그 문장을 다르게 들은 모양이었다.

세라피나가 부채 뒤에서 낮게 말했다.

“아, 저건 또 위험하네.”

미라벨의 펜이 미친 듯이 조용해졌다.

조용한데 미친 듯했다.

루카스는 못 들은 척했다.

올덴 백작은 잔을 들었다.

향을 맡고, 아주 조금 마셨다.

그의 표정이 흔들렸다.

정말 아주 조금.

루카스는 심장이 내려앉았다.

망했나?

떫었나?

온도가 틀렸나?

찻잔 손잡이 방향이 세상과 이별했나?

하지만 올덴 백작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루카스는 세 번째 잔을 준비했다.

이번에는 아이리스였다.

그는 잔을 들고 아이리스 앞에 섰다.

아이리스는 차분하게 그를 보았다.

그러나 그녀의 손은 아직 긴장해 있었다.

루카스는 잔을 바로 내밀지 않았다.

먼저 잔 받침의 방향을 아주 조금 돌렸다.

손잡이가 그녀가 잡기 편한 쪽으로 가도록.

그리고 잔을 내려놓기 전, 테이블 가장자리에 너무 가깝지 않은지 확인했다.

여성의 긴 소매가 닿지 않을 거리.

일어나며 손등이 부딪히지 않을 거리.

웨딩홀에서 드레스 입은 손님에게 음료를 놓을 때 가장 신경 쓰던 거리였다.

아이리스의 눈이 아주 조금 흔들렸다.

“공녀님.”

루카스가 말했다.

“뜨거우실 수 있으니 천천히 드십시오.”

그 말은 별 뜻이 없었다.

정말로 뜨거울 수 있으니 천천히 마시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가 이미 위원장에게 먼저 맛을 확인한 뒤였다.

그리고 아이리스의 소매까지 계산해 잔을 놓은 뒤였다.

참관석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녀의 손이 데지 않게…….”

“첫 잔으로 위험을 본인이 확인하고…….”

“가르친 사람에게 누가 되지 않겠다고…….”

작은 속삭임들이 퍼졌다.

루카스는 속으로 외쳤다.

뜨거운 차 조심하라는 말입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정말로.

아이리스는 잔을 들었다.

흔들림은 없었다.

하지만 귀 끝이 조금 붉었다.

루카스는 보지 않으려고 했다.

보면 또 뭔가 챙겨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세계에서 챙김은 대개 다음 사건의 씨앗이었다.

위원 중 한 명이 기침했다.

“에버렛 경.”

“예.”

“지금 수행한 절차를 어디서 배우셨습니까?”

왔다.

루카스는 속으로 눈을 감았다.

예절서라고 말할 수는 없다.

웨딩홀이라고 말하면 더 안 된다.

그는 최대한 무난한 답을 골랐다.

“불편하신 분이 없도록 살피려 했습니다.”

위원의 눈썹이 올라갔다.

“그 말은 절차를 모르고 했다는 뜻입니까?”

아.

이것도 함정이다.

모른다고 하면 우연히 맞힌 이상한 사람.

안다고 하면 어디서 배웠냐.

루카스는 아주 짧게 고민했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다.

“제가 아는 것이 부족하니, 먼저 실수의 가능성을 줄이려 했습니다.”

“실수의 가능성.”

“예. 차가 너무 뜨겁거나, 향이 과하거나, 잔의 위치가 불편하면 받으시는 분께 결례가 될 수 있으니까요.”

그는 진심을 말했다.

그런데 위원들의 표정은 더 이상해졌다.

올덴 백작이 천천히 잔을 내려놓았다.

“받는 이의 손과 소매, 자리의 목적, 첫 잔의 책임까지 살폈다.”

“예.”

“그것을 절차가 아니라 배려라고 이해했다.”

“그렇게까지 거창한 뜻은 아니었습니다.”

“거창한 뜻이 아니라.”

올덴 백작은 조용히 웃었다.

그 웃음은 아까와 달랐다.

처음에는 함정을 준비한 사람의 웃음이었다.

지금은 함정에 자기가 발을 넣은 사람의 웃음에 가까웠다.

세라피나는 아주 즐겁게 속삭였다.

“좋아. 점점 재밌어져.”

미라벨은 펜을 멈추지 않았다.

카르덴도 참관석 한쪽에 있었다.

언제 왔는지 모르겠다.

그는 작은 수첩을 들고 있었다.

루카스는 그 수첩을 보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카르덴은 진지하게 적고 있었다.

상대를 공략하지 않는다.

먼저 차의 위험을 자신이 맡는다.

상대의 손과 소매를 살핀다.

무위연애술 차 예법 편.

루카스는 읽지 않았는데도 보이는 것 같았다.

아니겠지.

제발 아니어야 했다.

그때 다른 위원이 손을 들었다.

“위원장님, 한 가지를 더 확인해도 되겠습니까?”

올덴 백작은 잠시 루카스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허락합니다.”

위원은 하인에게 눈짓했다.

하인이 작은 접시 하나를 더 가져왔다.

접시 위에는 얇은 은 숟가락과 작은 설탕 조각, 그리고 비어 있는 찻잔 하나가 놓여 있었다.

루카스는 그걸 보는 순간 머릿속이 조용해졌다.

추가 문제.

시험지 뒤쪽에 숨어 있던 마지막 문제.

웨딩홀로 치면 행사가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폐백실 동선도 보시죠”가 나온 상황이었다.

위원은 점잖게 말했다.

“옛 왕실 예법에서는 손님이 차를 거절할 때도 예가 있습니다. 에버렛 경께서는 그 절차도 아십니까?”

모릅니다.

루카스의 마음은 즉시 대답했다.

하지만 입은 예의를 지켰다.

“배운 바가 부족합니다만, 받는 분이 불편하지 않도록 해보겠습니다.”

위원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렇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공녀님께서 차를 마시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가정하십시오.”

아이리스가 아주 작게 숨을 멈췄다.

루카스는 그 말을 듣고 바로 이해했다.

이건 아이리스를 건드리는 문제다.

차를 마시지 못한다.

그럼 방금 차를 낸 루카스도 난처하고, 가르친 아이리스도 난처해진다.

그리고 공녀가 공개석상에서 거절해야 한다.

참 친절한 함정이었다.

친절하게 바닥까지 깔아 둔 구덩이.

루카스의 머릿속에서 예절서가 다시 건조하게 움직였다.

귀빈이 차를 사양할 경우, 잔을 물리지 않는다. 빈 잔을 곁에 두어 체면을 남기고, 향만 권한다. 거절은 결례가 아니라 선택으로 보이게 한다.

루카스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건 차 예법이 아니라 손님 살리기 매뉴얼 아닌가.

하지만 좋았다.

손님 살리기라면 익숙했다.

신부 아버지가 술을 못 마시는데 건배사가 이어질 때, 잔은 들되 마시지 않게 해드리는 것. 어르신이 커피를 못 마시면 향만 맡고 내려놓아도 어색하지 않게 다른 사람의 시선을 돌리는 것.

그런 일은 많이 해봤다.

루카스는 아이리스 앞에 놓인 잔을 치우지 않았다.

대신 새 빈 잔을 그 옆에 놓았다.

그리고 작은 은 숟가락을 잔 안쪽에 가볍게 걸쳤다.

“공녀님께서 지금 차를 드시기 어려우시다면, 향만 확인하셔도 충분합니다.”

그는 목소리를 낮췄다.

“잔은 그대로 두겠습니다. 거절하신 것이 아니라, 잠시 미루신 것으로 보이도록.”

아이리스의 시선이 흔들렸다.

루카스는 바로 덧붙였다.

“불편하신 사정이 있다면 그 사정을 설명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응접실이 다시 조용해졌다.

그는 그저 공개석상에서 누군가의 속사정을 캐묻지 말자는 뜻으로 말했다.

그런데 위원들의 얼굴은 또 복잡해졌다.

세라피나는 부채 뒤에서 낮게 웃었다.

“저건 정말 위험하네.”

미라벨의 펜은 이번엔 거의 울었다.

카르덴은 수첩에 새 줄을 추가했다.

거절도 체면이 상하지 않게 길을 남긴다.

상대의 사정을 묻지 않는다.

무위연애술 차 예법 심화.

루카스는 카르덴 쪽을 보지 않기로 했다.

보면 마음이 무너질 것 같았다.

추가 문제를 낸 위원은 입을 다물었다.

처음에는 함정을 더 깊게 파려던 얼굴이었다.

지금은 삽을 어디에 두었는지 잊은 얼굴이었다.

올덴 백작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응접실이 조용해졌다.

그는 루카스가 놓은 잔을 다시 보았다.

그리고 낮게 말했다.

“저건 200년 전 왕실 예법인데.”

말이 끝나자마자 방 안의 공기가 바뀌었다.

참관 귀족들이 서로를 보았다.

위원들이 문서를 뒤적였다.

미라벨의 펜이 잠깐 멈췄다.

세라피나는 웃었다.

아이리스는 아주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루카스는 그 문장만 머릿속에서 반복했다.

200년 전.

왕실.

예법.

왜 그런 걸 시험에 냅니까.

그 말이 목까지 올라왔지만, 루카스는 삼켰다.

삼키는 것도 예의였다.

아마도.

올덴 백작은 루카스를 보았다.

“에버렛 경. 다시 묻겠습니다.”

“예.”

“어디서 배우셨습니까?”

루카스는 짧게 숨을 들이켰다.

여기서 웨딩홀이라고 하면 안 된다.

절대 안 된다.

그는 가장 안전해 보이는 답을 골랐다.

“받는 분이 불편하지 않게 하려 했을 뿐입니다.”

침묵.

아주 긴 침묵.

그리고 미라벨이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사라진 신사의 차 한 잔…….”

“쓰지 마십시오.”

루카스가 반사적으로 말했다.

미라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제로만.”

“부제도 안 됩니다.”

세라피나가 웃음을 터뜨렸다.

위원장도 이번에는 헛기침을 했다.

시험장은 무너진 게 아니었다.

하지만 엄숙함 한 귀퉁이가 분명히 삐걱댔다.

그 삐걱댐 속에서 루카스는 아이리스 쪽을 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단정하게 서 있었다.

하지만 귀 끝이 붉었다.

이번에는 숨길 수 없을 정도였다.

루카스는 잠깐 망설였다.

지금 물어보면 안 된다.

여기는 공개 시험장이다.

묻지 마라.

절대 묻지 마라.

예절서도 아마 그렇게 말할 것이다.

그런데 아이리스의 손이 찻잔 옆에서 아주 조금 떨렸다.

긴장이 풀린 뒤에 오는 작은 떨림이었다.

루카스는 웨딩홀에서 그런 손을 많이 봤다. 혼주석 인사를 끝낸 신부 어머니, 축사를 막 마친 신랑 친구, 실수하지 않으려고 두 시간 동안 굳어 있던 사회자.

그럴 때 필요한 건 대단한 말이 아니었다.

물 한 잔.

의자.

그리고 아무도 눈치채지 않게 챙기는 것.

루카스는 조용히 새 잔에 미지근한 물을 따랐다.

차가 아니었다.

그냥 물이었다.

그는 아이리스 옆 작은 테이블에 잔을 놓았다.

“공녀님.”

아이리스가 그를 보았다.

“괜찮으시다면, 잠시 목을 축이십시오.”

그 말도 별 뜻이 없었다.

정말로 목을 축이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 방에는 장미일보가 있었고, 황녀가 있었고, 예절위원회가 있었다.

즉, 별 뜻 없는 말이 살아남을 환경이 아니었다.

아이리스는 잔을 보았다.

그리고 아주 낮게 말했다.

“불필요한 배려입니다.”

“죄송합니다.”

“그러나.”

아이리스는 잔을 들었다.

“지금은 받겠습니다.”

참관석이 다시 조용해졌다.

루카스는 그제야 그녀의 귀 끝을 보았다.

붉었다.

아까보다 더.

그는 걱정이 앞섰다.

시험장이라 덥나?

긴장이 너무 심했나?

혹시 차가 안 맞았나?

루카스는 아주 조심스럽게 물었다.

“공녀님, 귀가 조금 붉으십니다.”

아이리스가 잔을 든 채 멈췄다.

세라피나의 부채도 멈췄다.

미라벨의 펜은 다시 깨어났다.

올덴 백작은 문서를 들고 있다가 그대로 굳었다.

루카스는 그 순간 깨달았다.

아.

이것도 말하면 안 되는 거였나.

아이리스는 천천히 시선을 들었다.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다.

“에버렛 경.”

“예.”

“그런 것은 공개석상에서 말씀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죄송합니다.”

루카스는 바로 고개를 숙였다.

그는 오늘도 배웠다.

사라진 왕실 차 예법보다 어려운 것이 있다.

공녀님의 귀 색을 말하지 않는 예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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