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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녀의 예절 수업은 너무 가깝다 일러스트

공녀의 예절 수업은 너무 가깝다

공녀가 가르치겠다고 했다.

그 말은 보통 좋은 뜻이어야 했다.

배울 사람이 있고, 가르칠 사람이 있다. 부족한 쪽이 도움을 받고, 뛰어난 쪽이 시간을 내준다. 사전만 보면 아주 아름다운 문장이다.

문제는 이 세계가 사전을 읽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루카스는 다음 날 아침, 아이리스 공녀의 별관 살롱 앞에 섰다.

문 앞에는 하얀 장갑을 낀 하인이 서 있었다.

하인은 루카스를 보자마자 너무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다.

“에버렛 경,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루카스는 그 말에 살짝 움찔했다.

기다리고 있었다.

좋은 말인데, 요즘 그에게는 이상하게 무서운 말이었다.

숙녀를 기다리게 하지 말라.

예절서가 전날부터 머릿속 한구석에서 그 문장만 반복하고 있었다. 덕분에 루카스는 약속 시간보다 이십 분 일찍 도착했다. 웨딩홀 알바 시절에도 이 정도로 일찍 출근한 적은 별로 없었다.

“혹시 제가 너무 일찍 왔습니까?”

“아닙니다.”

하인이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공녀님께서는 한 시간 전부터 준비 중이셨습니다.”

루카스는 대답을 잃었다.

한 시간.

그건 수업 준비가 아니라 시험장 설치에 가까웠다.

“준비라 하시면…….”

“의자 위치를 세 번 바꾸셨습니다.”

“예?”

“찻잔 방향은 다섯 번입니다.”

루카스는 문고리를 바라보았다.

문은 우아했다.

그리고 닫혀 있었다.

도망치기 좋은 문은 열려 있어야 했다. 우아하게 닫힌 문은 보통 누군가를 가두기 위해 존재한다.

하인이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그리고 손수건 케이스는 직접 고르셨습니다.”

루카스의 눈썹이 아주 조금 올라갔다.

손수건.

그 단어 하나가 신발 밑에 깔린 콩알처럼 불편했다.

루카스는 아직 아이리스에게 손수건을 돌려받지 못했다. 돌려달라고 말하기도 애매했다. 빌려준 물건을 돌려받는 일인데, 이 세계에서는 그것만으로도 사교계가 새벽 특보를 낼 수 있었다.

“그 케이스는 왜…….”

하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문을 열었다.

“들어가시지요.”

루카스는 들어갔다.

살롱은 밝았다.

햇빛이 얇은 커튼을 지나 부드럽게 깔렸고, 테이블 위에는 차와 작은 과자가 준비되어 있었다. 벽에는 거울이 서 있었고, 바닥에는 얇은 금색 선이 붙어 있었다.

루카스는 그 선을 보고 잠깐 멈췄다.

“저건 뭡니까?”

“보폭 표시입니다.”

아이리스가 말했다.

그녀는 창가에 서 있었다. 오늘도 완벽하게 단정했다. 은빛 머리카락은 흐트러진 곳이 없었고, 파란 눈은 아침 공기보다 차분했다.

문제는 그녀의 옆이었다.

의자 두 개가 너무 정확한 간격으로 놓여 있었다.

찻잔 두 개도 너무 정확한 각도로 놓여 있었다.

그리고 작은 은색 케이스 하나가 테이블 끝에 놓여 있었다.

루카스는 보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눈이 먼저 봤다.

요즘 눈이 너무 부지런했다.

“에버렛 경.”

“예, 공녀님.”

“오늘은 기본부터 보겠습니다.”

“기본이라면…….”

“입장, 인사, 착석, 대화 거리, 손의 위치.”

아이리스가 하나씩 말했다.

루카스는 속으로 숫자를 세었다.

많다.

너무 많다.

웨딩홀에서도 신랑 리허설 때 저 정도로 세세하게 보지는 않았다. 거기서는 대개 ‘천천히 걸으세요’, ‘고개 숙이세요’, ‘신부님 밟지 마세요’ 정도면 충분했다.

이 세계의 예절은 신부님을 밟지 않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았다.

“혹시 오늘 전부 합니까?”

“전부는 아닙니다.”

루카스는 조금 안도했다.

아이리스가 덧붙였다.

“오늘은 첫 번째 묶음입니다.”

안도는 오래가지 않았다.

첫 번째 묶음.

말이 너무 예뻐서 더 무서웠다. 꽃다발도 묶음이고, 청구서도 묶음이다. 어느 쪽인지는 받아 보기 전까지 모른다.

아이리스는 거울 앞을 손끝으로 가리켰다.

“먼저 입장부터 하겠습니다. 저 선을 따라 세 걸음 들어오십시오.”

“예.”

루카스는 금색 선 위로 발을 옮겼다.

왼발.

오른발.

다시 왼발.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멈추는 위치가 반 발 늦습니다.”

아이리스가 말했다.

루카스는 그대로 굳었다.

“반 발입니까?”

“예.”

“그 정도도 보입니까?”

“보입니다.”

짧고 정확했다.

루카스는 조용히 발을 반 발 뒤로 물렸다.

그 순간 아이리스가 다가왔다.

루카스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나려 했다.

“움직이지 마십시오.”

“예.”

그는 멈췄다.

아이리스가 루카스의 어깨 가까이 손을 올렸다. 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닿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

루카스는 숨을 작게 들이켰다.

이건 수업이다.

수업.

무료 강의.

아니, 무료인지도 모르겠다. 사교계는 대가를 신문으로 받는다.

“어깨가 조금 올라가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사과할 일은 아닙니다.”

아이리스가 눈을 가늘게 떴다.

“하지만 그렇게 바로 사과하시면, 상대는 자신이 당신을 몰아세웠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루카스는 눈을 깜박였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고치면 됩니다.”

“예.”

루카스는 어깨를 내렸다.

아이리스의 손끝이 그의 소매 근처에서 잠깐 멈췄다.

“너무 내렸습니다.”

“죄송…… 아니, 고치겠습니다.”

아이리스가 아주 미세하게 숨을 멈췄다.

그는 그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루카스는 지금 자신의 어깨가 어디까지 내려가야 귀족답고, 어디부터는 퇴근한 알바생처럼 보이는지 계산하느라 바빴다.

아이리스는 다시 손을 움직였다.

이번에는 그의 팔꿈치 높이를 가리켰다.

“손은 여기쯤.”

“여기입니까?”

루카스가 손을 올렸다.

“조금 아래입니다.”

“여기요?”

“조금 위입니다.”

“여기…….”

“멈추십시오.”

루카스는 멈췄다.

아이리스의 손끝이 그의 손목 가까이에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아주 조금만 움직이면 닿을 거리였다.

루카스는 거울 속 자신을 보았다.

공녀와 자신이 나란히 서 있었다.

그림은 꽤 그럴듯했다.

그래서 더 큰일이었다.

그럴듯한 그림은 이 세계에서 대개 바로 소문이 된다.

“공녀님.”

“말씀하십시오.”

“혹시 문은 닫아 두는 편이 낫습니까, 열어 두는 편이 낫습니까?”

아이리스가 잠깐 그를 보았다.

“왜 묻습니까?”

“혹시 오해가 생길까 해서…….”

“이미 생겼습니다.”

루카스는 말을 잃었다.

아이리스는 아무렇지 않게 이어 말했다.

“그러니 이제는 오해를 줄이는 쪽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그 말은 맞았다.

너무 맞아서 아팠다.

루카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문은…….”

“열어 두겠습니다.”

아이리스가 말하자마자 문밖에서 작게 인기척이 났다.

둘 다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문틈 사이로 하인의 손이 보였다. 그리고 그 손 옆으로 깃털펜 끝이 아주 살짝 보였다.

루카스는 그 펜을 알아보았다.

미라벨의 펜이었다.

“……기자님?”

문밖이 조용해졌다.

아이리스가 차갑게 말했다.

“나오십시오.”

미라벨이 아주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저는 지나가던 중이었습니다.”

“펜을 들고 말입니까?”

“지나가다 좋은 문장이 들릴 수 있으니까요.”

루카스는 이마를 짚고 싶었다.

하지만 손 위치 수업 중이었다.

손을 함부로 움직이면 또 반 발 늦거나, 반 손가락 높을 수 있었다.

미라벨은 이미 종이에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루카스는 불길한 마음으로 물었다.

“지금 뭘 쓰신 겁니까?”

미라벨은 밝게 웃었다.

“공녀의 문은 열려 있었다. 그러나 마음은 이미 열렸는가.”

“쓰지 마십시오.”

“부정하시면 물음표를 붙이겠습니다.”

“그럼 더 이상해지지 않습니까?”

“그래서 좋습니다.”

아이리스가 조용히 미라벨의 이름을 불렀다.

“미라벨.”

짧은 한마디였다.

효과는 확실했다.

미라벨은 펜을 접었다.

“예, 공녀님. 저는 복도로 물러나겠습니다. 복도는 공적인 장소니까요.”

“복도 끝까지 물러나십시오.”

“그럼 제목이 멀어집니다.”

“멀어지는 편이 품위 있습니다.”

미라벨은 아주 얌전히 물러났다.

루카스는 그 모습에 조금 감탄했다.

아이리스 공녀는 기자도 예법으로 제압했다.

칼도 아니고, 소리도 아니고, 그냥 품위로 사람을 복도 끝까지 밀어냈다.

대단했다.

무서웠다.

그리고 지금 그 품위가 자신을 가르치고 있었다.

“계속하겠습니다.”

아이리스가 말했다.

“이번에는 인사입니다.”

루카스는 바닥의 금색 선을 다시 보았다.

“고개를 어느 정도 숙이면 됩니까?”

“상대에 따라 다릅니다.”

“예.”

“황족, 고위 귀족, 동등한 지위, 사과가 필요한 상황, 감사가 필요한 상황.”

루카스는 머릿속에 작은 표를 만들었다.

황족.

고위 귀족.

동등한 지위.

사과.

감사.

웨딩홀 알바식으로 바꾸면 이랬다.

혼주.

회사 임원.

동료 알바.

접시 깼을 때.

팁 받았을 때.

이렇게 생각하니 조금 쉬웠다.

루카스는 아이리스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너무 깊지 않게.

너무 가볍지 않게.

상대가 불편하지 않고, 자신도 무례하지 않게.

웨딩홀에서 신부 어머니가 울고 있을 때 휴지를 건네던 정도의 조심스러움.

그 정도였다.

아이리스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루카스는 고개를 들었다.

“틀렸습니까?”

“아닙니다.”

아이리스의 목소리는 평소와 같았다.

하지만 손끝이 아주 살짝 움직였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다행입니다.”

“다만.”

다만.

루카스는 그 단어가 싫었다.

시험지에서 틀린 문제 옆에 붙는 빨간 줄 같은 단어였다.

“상대의 체면을 살피는 시선이 너무 분명합니다.”

“그것도 문제입니까?”

“문제라기보다는…….”

아이리스가 잠깐 말을 멈췄다.

“위험합니다.”

루카스는 진심으로 놀랐다.

“시선도 위험합니까?”

“예.”

“이 세계는 위험하지 않은 게 있습니까?”

아이리스가 그를 보았다.

루카스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

“죄송합니다. 속으로만 했어야 하는 말이었습니다.”

“그런 말은 속으로도 자주 하지 마십시오.”

“노력하겠습니다.”

아이리스는 아주 작게 고개를 돌렸다.

입가가 움직인 것 같기도 했다.

웃은 건 아니었다.

아마도 아니었다.

루카스는 그렇게 믿기로 했다. 공녀가 웃었다고 확신하면, 그것도 또 위험했다.

수업은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대화 예법.

아이리스는 마주 앉은 뒤 종이 한 장을 펼쳤다.

그 종이에는 질문들이 적혀 있었다.

루카스는 첫 줄을 보고 식은땀이 날 뻔했다.

공녀의 지도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 문장은 수업 질문이 아니라 신문 인터뷰 같았다.

“이런 질문을 실제로 받습니까?”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누가요?”

“예절위원회, 장미일보, 사교계 인사들.”

루카스는 조용히 종이를 내려다보았다.

적이 많았다.

그리고 다들 펜을 들고 있었다.

아이리스가 말했다.

“답해 보십시오.”

루카스는 잠깐 생각했다.

공녀의 지도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여기서 대답을 잘못하면 공녀를 낮추거나, 자신을 높이거나, 둘 다 수상하게 만들 수 있었다.

그는 가장 안전한 답을 골랐다.

“공녀님께서 시간을 내주신 만큼, 불편하시지 않게 끝까지 성실히 배우겠습니다.”

아이리스의 눈이 아주 조금 커졌다.

루카스는 바로 물었다.

“틀렸습니까?”

“아닙니다.”

“그런데 왜…….”

“다음 질문입니다.”

회피가 빨랐다.

아이리스는 종이를 넘겼다.

“공녀에게 맡길 수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루카스는 이번엔 더 오래 멈췄다.

질문이 이상했다.

예절위원회가 왜 이런 걸 묻는가.

아니, 예절위원회라면 물을 수도 있다. 이 세계는 찻잔 방향으로 사람의 인생을 심사하는 곳이었다.

루카스는 신중하게 답했다.

“제 부족한 부분을 바로잡는 일이라면, 공녀님께 맡기겠습니다. 다만 공녀님께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요.”

아이리스의 손이 종이 위에서 멈췄다.

살롱이 조용해졌다.

루카스는 불안해졌다.

“이 답도 이상합니까?”

아이리스는 천천히 시선을 들었다.

“에버렛 경.”

“예.”

“그런 문장은 공개석상에서 함부로 쓰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왜입니까?”

아이리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찻잔을 들었다.

찻잔이 아주 조금 흔들렸다.

정말 아주 조금이었다. 일반 사람이라면 못 봤을 정도였다.

하지만 루카스는 봤다.

웨딩홀에서 술잔을 든 손님이 얼마나 취했는지 손목 떨림으로 가늠하던 습관이 남아 있었다.

“공녀님, 괜찮으십니까?”

아이리스가 멈췄다.

“무엇이 말입니까?”

“찻잔이 조금 흔들려서요.”

“괜찮습니다.”

“혹시 손이 불편하시면 제가…….”

“에버렛 경.”

이번엔 목소리가 조금 더 낮았다.

루카스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

아이리스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런 배려도 공개석상에서는 조심하십시오.”

“그것도 위험합니까?”

“예.”

루카스는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시선도 위험하고, 손도 위험하고, 말도 위험하고, 배려도 위험하다.

남은 것은 숨 쉬기뿐인데, 그것도 각도에 따라 위험할 수 있었다.

그때 문밖에서 다시 작게 기침 소리가 났다.

아이리스가 눈을 가늘게 했다.

“미라벨.”

“이번엔 저 아닙니다.”

문밖에서 미라벨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말로 복도 끝이었다.

대신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그럼 나는 들어가도 될까?”

세라피나였다.

루카스는 눈을 감았다.

오늘 수업은 개인 수업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개인 수업에 기자가 있고, 황녀가 왔다.

개인의 범위가 너무 넓었다.

문이 열리고 세라피나가 들어왔다. 그녀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 미소는 아침 햇살보다 밝았고, 루카스의 퇴로보다 빠르게 다가왔다.

“루카스 경.”

“전하.”

루카스는 바로 일어섰다.

아이리스가 짧게 말했다.

“인사 각도는 방금보다 두 손가락 정도 깊게.”

루카스는 그 자리에서 고개를 조금 더 숙였다.

세라피나가 눈을 반짝였다.

“어머. 벌써 잘 배우고 있네.”

“아직 기본입니다.”

아이리스가 말했다.

세라피나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기본이라. 공녀가 직접 손 위치까지 봐 주는 기본.”

루카스는 빠르게 해명했다.

“전하, 그건 말 그대로 수업입니다.”

“응. 말 그대로 수업이겠지.”

세라피나가 부채를 펼쳤다.

“그래서 더 재밌는 거야. 말 그대로인데, 말 그대로 들리지 않거든.”

루카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세라피나는 테이블 위의 종이를 슬쩍 보았다.

“공녀에게 맡길 수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녀가 읽자마자 루카스는 종이를 뒤집고 싶었다.

하지만 남의 종이를 함부로 뒤집는 것도 예법상 위험할 것 같았다.

세라피나는 웃음을 참지 않았다.

“루카스 경, 뭐라고 답했어?”

“수업에 필요한 부분을 맡기겠다고 했습니다.”

“아주 조심스럽네.”

“예.”

“그래서 더 위험하고.”

루카스는 아이리스 쪽을 보았다.

도와달라는 뜻이었다.

아이리스는 차분히 세라피나를 보았다.

“전하, 오늘은 예절위원회 대비 수업입니다.”

“알아. 방해하지 않을게.”

세라피나는 의자에 앉았다.

“참관만 할게.”

루카스는 속으로 외쳤다.

하지 마십시오.

하지만 입 밖으로는 아주 공손하게 말했다.

“전하께서 불편하지 않으시다면…….”

“나는 아주 편해.”

세라피나가 웃었다.

“루카스 경이 불편해 보이는 게 문제지.”

정확했다.

너무 정확해서 반박할 수 없었다.

아이리스는 한숨을 삼키듯 눈을 내리깔았다가 다시 들었다.

“계속하겠습니다.”

수업은 더 어려워졌다.

세라피나가 참관하는 바람에 루카스는 황족 앞 인사, 공녀 앞 대화, 기자 앞 침묵을 동시에 연습해야 했다.

이건 예절 수업이 아니라 멀티태스킹이었다.

웨딩홀에서도 신랑 입장, 축가자 대기, 조명 큐, 케이크 칼 위치를 동시에 봐야 했다. 하지만 그때도 황녀는 없었다.

아이리스는 루카스의 자세를 다시 잡았다.

“시선은 상대의 눈과 어깨 사이.”

“예.”

“너무 오래 보지 마십시오.”

“예.”

“너무 빨리 피하지도 마십시오.”

“예.”

루카스는 최선을 다했다.

세라피나는 옆에서 조용히 말했다.

“도망치는 눈이네.”

루카스는 눈을 움직이지 않은 채 대답했다.

“수업 중입니다.”

“응. 눈도 수업을 듣고 있네.”

아이리스의 입가가 아주 잠깐 움직였다.

이번에는 루카스도 봤다.

웃은 것 같았다.

아주 조금.

그는 심각하게 고민했다.

공녀가 웃은 걸 모른 척하는 게 예의일까, 알아차리고 기뻐하는 게 예의일까.

예절서는 답을 주지 않았다.

정말 중요한 순간에는 꼭 조용했다.

마지막 연습은 착석이었다.

아이리스는 의자 옆에 섰다.

“상대가 앉기 전 먼저 앉지 않습니다.”

“예.”

“의자를 과하게 빼 주면 부담을 줍니다.”

“예.”

“하지만 너무 늦으면 방치로 보입니다.”

“예…….”

루카스는 의자를 잡았다.

타이밍.

각도.

거리.

힘 조절.

이건 거의 접시 네 장을 한 손에 들고 테이블 사이를 지나는 일과 비슷했다.

아이리스가 앉으려는 순간, 루카스는 의자를 아주 조금 당겼다.

너무 빠르지 않게.

너무 느리지 않게.

소리도 내지 않았다.

아이리스가 앉았다.

완벽했다.

루카스는 속으로 작은 박수를 쳤다.

오늘 처음으로 무언가 성공한 기분이었다.

세라피나도 박수를 쳤다.

진짜로.

짝, 짝.

“아주 좋아. 결혼식장에서 신부 의자 빼 주는 것처럼 자연스러웠어.”

루카스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전하, 그런 표현은…….”

“왜? 나는 그런 말을 한 적 없는데?”

“방금 하셨습니다.”

“그랬나?”

세라피나는 웃었다.

아이리스는 고개를 돌렸다.

귀 끝이 아주 살짝 붉었다.

루카스는 그걸 보지 않으려고 했다.

이번에는 눈이 말을 들었다.

다행이었다.

수업이 끝날 무렵, 차는 식어 있었다.

루카스는 자신도 모르게 깊은 숨을 내쉬었다.

살았다.

아직 예절위원회 본시험은 남았지만, 적어도 오늘 수업에서는 접시를 깨지 않았다.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찻잔도 멀쩡했다.

아이리스가 종이를 정리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공녀님.”

루카스는 진심으로 말했다.

“많이 배웠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아이리스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하지만 아까보다 조금 부드러웠다.

루카스는 이때가 기회라고 생각했다.

수업이 끝났다.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세라피나는 과자를 고르고 있고, 미라벨은 복도 끝에서 아마도 제목을 닦고 있다.

지금이 아니면 손수건 이야기를 꺼낼 수 없었다.

“공녀님.”

“말씀하십시오.”

루카스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말했다.

“예전에 제가 드렸던 손수건 말입니다.”

아이리스의 손이 멈췄다.

정확히 은색 케이스 위에서.

세라피나의 손도 과자 위에서 멈췄다.

복도 끝에서 펜이 종이에 긁히는 소리도 멈춘 것 같았다.

루카스는 너무 늦게 깨달았다.

방금 자신이 뭔가를 눌렀다.

보이지 않는 종 같은 것.

아주 큰 종.

“손수건에 관한 말씀입니까?”

아이리스가 물었다.

“예. 혹시 불편하지 않으시다면…….”

루카스는 말을 고르고 골랐다.

돌려주세요.

이 말은 너무 직접적이다.

가져가도 될까요.

이것도 이상하다.

잊어 주세요.

그건 더 이상하다.

그는 가장 무난한 말을 골랐다.

“제가 다시 챙겨도 괜찮겠습니까?”

아이리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이 은색 케이스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왔다.

케이스는 닫혀 있었다.

하지만 루카스는 알 수 있었다.

저 안에 있다.

아마도 자신의 손수건이.

세라피나가 아주 낮게 말했다.

“어머.”

그 한마디에 루카스는 등 뒤가 서늘해졌다.

미라벨은 복도 끝에서 속삭였다.

“제목이 걸어온다.”

“쓰지 마십시오!”

루카스가 거의 반사적으로 말했다.

아이리스는 그 말을 듣고도 케이스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오히려 손끝으로 케이스를 조금 가렸다.

아주 작은 동작이었다.

하지만 너무 분명했다.

루카스는 당황했다.

“혹시 제가 무례한 요청을 드렸습니까?”

“아닙니다.”

아이리스가 말했다.

“무례하지 않습니다.”

“그럼…….”

“다만.”

또 다만이었다.

루카스는 이제 그 단어가 나오면 자동으로 마음의 허리를 숙이게 됐다.

아이리스는 잠깐 입술을 다물었다.

그녀답지 않게 답이 늦었다.

그러다 아주 차분한 얼굴로 말했다.

“아직 돌려드릴 수 없습니다.”

루카스는 눈을 깜박였다.

“혹시 잃어버리셨습니까?”

“아닙니다.”

“그럼 찢어졌습니까?”

“아닙니다.”

“제가 모르는 예법상 보관 기간이 있습니까?”

아이리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세라피나는 부채 뒤에서 어깨를 떨고 있었다.

웃고 있었다.

완전히 웃고 있었다.

루카스는 더 불안해졌다.

“공녀님, 저는 정말 재촉하려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그 손수건에 가문 문양이 있어서, 혹시 공녀님께 누가 되거나 이상한 말이 돌면…….”

“이미 돌고 있습니다.”

아이리스가 짧게 말했다.

루카스는 입을 다물었다.

그건 맞았다.

이미 돌고 있었다.

너무 많이 돌고 있었다.

“그렇다면 더더욱 제가 회수하는 편이…….”

“아직은 안 됩니다.”

아이리스가 케이스를 살짝 더 가까이 당겼다.

그 동작은 작았다.

하지만 루카스에게는 선명했다.

공녀가 손수건을 지키고 있다.

왜?

왜 손수건을?

그건 그냥 천이다.

아니, 이 세계에서는 천이 아니다. 그것은 명예, 체면, 소문, 장미일보의 먹잇감, 그리고 이제는 공녀의 은색 케이스 안에 들어간 무언가였다.

루카스는 최대한 부드럽게 물었다.

“혹시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아이리스는 잠깐 침묵했다.

그 침묵 사이로 복도 끝에서 미라벨이 숨을 참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세라피나는 이미 과자를 내려놓았다.

아이리스는 천천히 말했다.

“아직…….”

루카스는 기다렸다.

공녀의 대답은 언제나 짧고 정확했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아마도 예법상 이유가 있을 것이다.

혹은 세탁소 같은 곳에 맡겼다든가.

아이리스는 시선을 살짝 피했다.

정말 아주 살짝이었다.

그리고 말했다.

“아직 세탁이 덜 됐습니다.”

방 안이 조용해졌다.

루카스는 은색 케이스를 보았다.

세탁이 덜 됐다.

그럴 수 있다.

그럴 수는 있다.

하지만 깨끗한 은색 케이스 안에, 공녀가 직접 가린 손수건이, 며칠째, 세탁이 덜 됐다는 것은 조금 이상했다.

아주 조금.

아니, 많이.

세라피나는 부채 뒤에서 낮게 웃었다.

미라벨의 펜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각.

사각.

루카스는 그 소리를 들으며 깨달았다.

오늘의 수업은 끝났다.

하지만 손수건 시험은 이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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