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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호: 다섯 장미와 한 신사 일러스트

특별호: 다섯 장미와 한 신사

“성녀 다과회 잠입 예고. 간식의 기사와 세 장미의 원형 테이블, 그 달콤한 진실을 취재합니다.”

수녀가 읽기를 마쳤다.

성당 안은 조용했다.

너무 조용했다.

차도 아직 안 나왔다.

마들렌도 아직 안 나왔다.

그런데 다과회는 이미 신문에 났다.

나는 종이를 보았다.

작고 분홍빛이 도는 종이.

장미 문양.

그리고 아주 위험한 문장.

잠입 예고.

예고만으로도 충분히 위험하다.

나는 바로 말했다.

“다과회는 취소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릴리아 성녀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아이리스 공녀의 장갑 끝이 멈췄다.

세라피나 황녀는 부채를 반쯤 접었다.

공작부인은 조용히 나를 보았다.

왜 다들 그렇게 보십니까.

취소가 가장 안전합니다.

웨딩홀에서도 그랬다.

일정표가 외부에 새고, 기자가 오고, 참석자가 늘어나면 답은 하나다.

장소 변경.

시간 변경.

최악의 경우 취소.

나는 실무적으로 판단했다.

“성녀님 휴식을 위한 자리였는데, 외부 취재가 예고된 이상 휴식이 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오늘은 해산하고, 필요한 감사 인사는 개별적으로…….”

“해산.”

세라피나 황녀가 단어를 굴렸다.

“루카스 경, 전쟁 회의 끝내는 말처럼 들리네.”

“지금은 소문 대응 상황입니다.”

“응. 그래서 더 재밌어.”

재밌지 않습니다.

하나도 재밌지 않습니다.

릴리아 성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럼 마들렌도 취소인가요?”

그 질문은 너무 슬펐다.

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성녀님에게 다과회 취소는 소문 대응이 아니라 마들렌 취소였다.

이건 중요하다.

아이리스 공녀가 단정하게 말했다.

“다과 자체를 취소할 필요는 없습니다. 장소와 목적을 정확히 정리하면 됩니다.”

“그 정확한 정리가 신문에 실릴 겁니다.”

내가 말했다.

공작부인이 부드럽게 웃었다.

“그러니 더 정확해야지요.”

아.

공작가식 해결법이다.

문제가 커지면 더 반듯하게 선다.

나는 도망치고 싶은데, 이분들은 자세를 고친다.

그때 성당 밖에서 소란이 들렸다.

마차 바퀴 소리.

사람들 웅성임.

그리고 종이가 여러 장 팔락이는 소리.

나는 천천히 문 쪽을 보았다.

수행원 하나가 창백한 얼굴로 들어왔다.

손에는 접힌 신문 뭉치가 있었다.

분홍빛 종이.

장미 문양.

예고장이 아니었다.

더 두꺼웠다.

“에버렛 경.”

수행원이 말했다.

“예고가 아니라…… 특별호가 이미 뿌려지고 있습니다.”

나는 눈을 감았다.

늦었다.

너무 늦었다.

장미일보는 차보다 빠르고, 마차보다 빠르고, 내 불길한 예감보다 조금 더 빨랐다.

세라피나 황녀가 즐겁게 말했다.

“읽어봐.”

“안 읽는 편이 좋겠습니다.”

내가 말했다.

“읽지 않아도 이미 사람들이 읽고 있습니다.”

아이리스 공녀가 말했다.

정확했다.

정확해서 더 아팠다.

수행원은 떨리는 손으로 특별호 첫 장을 펼쳤다.

제목이 보였다.

크고 화려한 글씨.

장미 덩굴 장식.

그리고 내 이름 비슷한 무언가.

`특별호: 다섯 장미와 한 신사`

나는 숨을 멈췄다.

다섯?

왜 다섯입니까.

여기 세 분밖에 없는데요.

아니, 세 분도 많습니다.

충분히 많습니다.

수행원이 제목 아래 소제목을 읽었다.

“황녀의 부채, 공녀의 손수건, 성녀의 마들렌. 그리고 아직 피지 않은 두 송이 장미까지.”

아직 피지 않은 두 송이.

누구입니까.

왜 미리 피우십니까.

세라피나 황녀는 웃음을 참지 않았다.

“다섯 장미라.”

그녀가 나를 보았다.

“루카스 경, 나 몰래 정원이라도 가꾸고 있었어?”

“전혀 아닙니다.”

아이리스 공녀는 특별호를 보며 낮게 말했다.

“공녀의 손수건이라니, 사실관계가 틀렸습니다.”

“거기부터입니까?”

내가 물었다.

“중요합니다.”

중요하긴 하다.

하지만 지금 더 큰 문제가 있다.

릴리아 성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성녀의 마들렌은 틀린 말인가요?”

“그것도 위험합니다.”

나는 바로 말했다.

“마들렌은 성녀님의 소유가 아니라 간식입니다.”

“하지만 제가 먹었어요.”

“먹었다고 소유권이 생기지는…….”

말하다가 멈췄다.

이 세계에서는 생길 수도 있다.

과자에도 의미가 붙고, 손수건에도 의미가 붙고, 의자에도 의미가 붙는다.

먹은 마들렌에 소유권이 붙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겠는가.

아니, 없어야 한다.

제발 없어야 한다.

공작부인은 특별호를 받아 조용히 훑었다.

“문장이 교묘하군요.”

“오보입니까?”

내가 물었다.

“오보라기보다, 사실을 달콤하게 졸인 글입니다.”

그 표현도 무서웠다.

사실을 졸이면 잼이 된다.

사교지는 잼을 신문에 바른다.

나는 절대 먹고 싶지 않았다.

공작부인은 한 줄을 읽었다.

“간식의 기사, 성녀의 허기를 읽고 공녀의 품위를 지키며 황녀의 웃음을 훔치다.”

“훔친 적 없습니다.”

“황녀 전하께서 웃으셨지요.”

“그건 제가 훔친 게 아니라 전하께서 자발적으로…….”

세라피나 황녀가 웃었다.

“내 웃음을 책임질래?”

“아닙니다.”

“너무 빠르네.”

빠르게 부정해야 한다.

늦으면 기사 제목이 된다.

아이리스 공녀는 공작부인 옆에서 특별호를 내려다봤다.

“가문 명예에 직접적인 손상은 없습니다. 다만 해석의 여지가 지나치게 많습니다.”

“정정 요청을 보내겠습니다.”

나는 바로 말했다.

“어떤 부분을 정정하시겠습니까?”

공작부인이 물었다.

“전부요.”

“전부는 정정이 어렵습니다.”

“왜요?”

“읽은 사람들은 이미 재미있어했을 테니까요.”

정말 잔인한 말이었다.

재미는 정정되지 않는다.

현대에서도 그랬다.

오해는 정정보다 빨리 퍼진다.

그리고 이 세계에는 장미일보가 있다.

최악이다.

그때 성당 문이 다시 열렸다.

이번에는 키 큰 남자가 들어왔다.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

흰머리가 조금 섞인 단정한 신사.

주변의 귀족들이 바로 길을 비켰다.

아이리스 공녀의 어깨가 아주 조금 굳었다.

“아버지.”

아르벨 공작이었다.

나는 바로 고개를 숙였다.

“공작 각하.”

공작은 나를 보았다.

눈빛은 차갑지 않았다.

오히려 부드러웠다.

그래서 더 긴장됐다.

정말 무서운 사람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웨딩홀에서도 그랬다.

가장 무서운 하객은 소리 지르는 사람이 아니라, 조용히 매니저를 부르는 사람이었다.

공작은 특별호를 한 장 들고 있었다.

특별호 가장자리에는 붉은 밀랍 자국이 찍혀 있었다.

누군가 봉투에 넣어 보냈다가 급히 뜯은 흔적 같았다.

그 옆에는 작은 부록지도 끼워져 있었다.

`독자용 자리 배치 예상도`.

나는 그 글자를 보자마자 고개를 돌렸다.

부록은 위험하다.

아주 위험하다.

공작부인이 조용히 그 종이를 빼냈다.

“장미일보가 판을 그림으로 만들었군요.”

“버리면 안 됩니까?”

내가 물었다.

“이미 뿌려진 이상 버린다고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또 맞는 말이다.

맞는 말은 대체로 잔인하다.

아이리스 공녀는 부록지를 힐끗 보고 얼굴을 굳혔다.

“배치가 저급합니다.”

“뭐가 그려져 있습니까?”

물어보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이미 물었다.

아이리스 공녀는 보여주지 않겠다는 얼굴로 종이를 접었다.

세라피나 황녀가 부채로 톡 건드렸다.

“내가 봐줄까?”

“전하.”

아이리스 공녀가 낮게 경고했다.

“농담이야. 공녀가 그렇게 막으니 더 궁금하지만.”

릴리아 성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마들렌 그림도 있나요?”

“성녀님은 그쪽만 보시는군요.”

내가 중얼거렸다.

릴리아 성녀는 조금 부끄러운 얼굴로 웃었다.

“마들렌 그림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니까요.”

아닙니다.

마들렌 그림도 이미 여러 번 위험했습니다.

공작은 나를 보았다.

흰 법복과 성당 사람들 사이에서, 푸른 장식이 들어간 그의 외투가 유독 차분해 보였다.

공작가의 색인가.

아니, 지금 그런 걸 볼 때가 아니다.

공작은 특별호를 한 장 들고 있었다.

“에버렛 경.”

“예.”

“이 기사를 보았나?”

“방금 봤습니다.”

“사실인가?”

질문이 짧았다.

너무 짧아서 어디부터 부정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느 부분을 말씀하시는지…….”

공작은 특별호 제목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다섯 장미와 한 신사.”

“사실이 아닙니다.”

“장미가 다섯이 아니라는 뜻인가, 신사가 아니라는 뜻인가?”

둘 다 위험하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관계가 기사처럼 해석될 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럼 관계는 있나?”

말문이 막혔다.

관계.

사람은 모두 관계가 있다.

지나가는 사람과도 관계가 생긴다.

웨딩홀 알바와 하객도 관계가 있다.

그런데 여기서 그렇게 말하면 끝장이다.

나는 천천히 말했다.

“예의상 도와드린 일들이 있습니다.”

공작의 눈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예의상.”

“예.”

“내 딸에게도?”

아이리스 공녀가 숨을 아주 작게 들이켰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공녀님께 무례가 있었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다만 저는 공녀님의 품위를 해치지 않으려 했을 뿐입니다.”

성당 안이 조용해졌다.

아이리스 공녀의 귀 끝이 붉어졌다.

왜요.

저는 정말 사과한 겁니다.

공작부인은 아주 작게 웃었다.

공작은 나를 잠시 보았다.

“품위를 해치지 않으려 했다.”

“예.”

“그 말은 기록해둘 만하군.”

안 됩니다.

제발 기록하지 마십시오.

나는 바로 말했다.

“기록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공작은 부드럽게 물었다.

“왜지?”

“기록되면 또 의미가 커질 수 있습니다.”

“그럼 의미가 작기를 바라나?”

“가능하면요.”

“하지만 작은 예의가 큰 신뢰를 만들기도 하지.”

졌다.

공작가 사람들은 말이 너무 단단하다.

아이리스 공녀는 시선을 살짝 피했다.

세라피나 황녀는 부채 뒤에서 웃고 있었다.

릴리아 성녀는 특별호의 마들렌 그림을 보고 있었다.

성녀님, 지금 그 그림을 보실 때가 아닙니다.

공작부인은 특별호를 접어 임시 봉투에 넣었다.

그 봉투에도 장미 문양이 있었다.

나는 봉투를 보는 것만으로 피곤해졌다.

“일단 위생 문제와 의전 문제를 분리해야 합니다.”

내가 말했다.

공작이 나를 보았다.

“설명해보게.”

설명하라고 하면 또 일이 커진다.

하지만 안 하면 더 커진다.

나는 품 안쪽의 손수건을 건드리지 않으려 노력하며 말했다.

“손수건은 손수건입니다. 위생상 언젠가는 세탁해야 합니다. 하지만 축복과 답례가 얽혔으니, 의전상 바로 빨아버리는 게 무례로 보일 수 있다는 것도 이해했습니다.”

아이리스 공녀가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임시 보관을 하겠습니다. 별도 천에 싸고, 다과회 자리에서 반환 의전인지 감사 인사인지 정확히 정리한 뒤, 그다음 세탁 여부를 결정하면 됩니다.”

공작부인의 눈이 부드러워졌다.

“작고 정확하군요.”

그 말이 칭찬인지 재난인지 모르겠다.

아이리스 공녀의 귀 끝이 조금 붉어졌다.

세라피나 황녀가 웃었다.

“루카스 경, 방금 손수건 하나로 회의를 열었어.”

“회의가 아니라 정리입니다.”

“그게 회의야.”

졌다.

이번에는 손수건 회의에 졌다.

릴리아 성녀가 조용히 말했다.

“그럼 손수건도 다과회에 오나요?”

“성녀님.”

나는 아주 천천히 말했다.

“손수건은 참석자가 아닙니다.”

“하지만 중심에 있잖아요.”

반박할 수 없었다.

손수건은 참석자보다 더 많은 시선을 받고 있었다.

공작부인이 말했다.

“여보, 에버렛 경은 오늘 다과회를 취소하려 했답니다.”

“왜지?”

공작이 물었다.

나는 즉시 답했다.

“성녀님 휴식 목적이 훼손될 수 있어서입니다. 외부 취재가 들어오면 참석자분들께 부담이 됩니다.”

공작은 고개를 아주 조금 기울였다.

“딸의 부담도 생각했나?”

“예.”

아이리스 공녀가 다시 나를 보았다.

나는 이어 말했다.

“공녀님께서는 손수건과 예법 문제로 이미 불필요한 시선을 받으셨습니다. 더 키우지 않는 편이 좋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이리스 공녀의 입술이 살짝 열렸다가 닫혔다.

세라피나 황녀가 낮게 웃었다.

“루카스 경, 도망치면서도 다 챙기네.”

“도망이 아닙니다.”

“그럼?”

“피해 확산 방지입니다.”

“그게 도망보다 더 멋있게 들리는 거 알아?”

모릅니다.

알고 싶지 않습니다.

그때 특별호 두 번째 장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성가대 아이 하나가 주워 들려다가, 아이리스 공녀의 시선을 보고 멈췄다.

좋은 판단이었다.

나는 대신 종이를 집었다.

그리고 바로 후회했다.

두 번째 장에는 작은 명패 그림이 있었다.

원형 테이블.

다섯 개의 장미.

그리고 가운데에 놓인 작은 명패.

`한 신사`.

이름도 아니고 한 신사.

나는 종이를 접으려 했다.

세라피나 황녀가 빠르게 읽었다.

“특별호 부록. 독자들이 예상한 성녀 다과회 자리 배치.”

“읽지 마십시오.”

“이미 봤어.”

너무 늦었다.

아이리스 공녀가 낮게 말했다.

“자리 배치를 기사화하는 건 품위가 없습니다.”

“하지만 꽤 정확하네.”

세라피나 황녀가 웃었다.

“원형 테이블 가운데 마들렌, 옆에 손수건, 그리고 루카스 경은 출입문 가까이.”

“출입문 가까이는 맞습니다.”

나도 모르게 말했다.

모두가 나를 보았다.

아.

실무 반응이 너무 빨랐다.

나는 급히 덧붙였다.

“비상 동선상 그렇다는 뜻입니다.”

공작이 조용히 물었다.

“비상시에 가장 먼저 나가려는 자리인가?”

“아닙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가장 먼저 나가는 게 아니라, 사람들을 먼저 내보내고 마지막에 나가는 자리다.

웨딩홀에서는 그랬다.

하지만 지금 그 말을 하면 또 이상해진다.

공작부인이 대신 말했다.

“출입문 가까이는 안내하는 사람의 자리이기도 하지요.”

“그렇습니다.”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세라피나 황녀는 즐거워했다.

“안내하는 신사.”

“아닙니다.”

릴리아 성녀가 조용히 말했다.

“그럼 루카스 님이 나갈 길을 지켜주시는 건가요?”

“성녀님.”

“저는 그게 조금 든든해서요.”

릴리아 성녀의 말은 작았다.

그런데 주변이 조용해서 다 들렸다.

아이리스 공녀는 장갑 끝을 정리했다.

세라피나 황녀는 부채 뒤에서 눈을 반짝였다.

공작은 나를 더 오래 보았다.

나는 입을 닫았다.

대답하면 기사 제목이 된다.

대답하지 않아도 이미 제목이 된 것 같지만.

두 번째 장 아래에는 작은 문구가 있었다.

`다음 호 예고: 실제 다과회 참석자 명단 공개 예정.`

나는 종이를 공작부인에게 건넸다.

“이건 압수해야 합니다.”

“누가 누구에게요?”

공작부인이 물었다.

맞다.

나는 압수 권한이 없다.

나는 그냥 에버렛이다.

간식의 기사도 아니고, 한 신사도 아니고, 안내 담당도 아니다.

그냥 도망치고 싶은 에버렛이다.

공작은 특별호를 접었다.

“에버렛 경.”

“예.”

“도망칠 생각인가?”

나는 솔직하게 말하고 싶었다.

예.

아주 많이요.

하지만 공작 앞에서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자리를 피하는 편이 모두에게 안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럼 도망이군.”

“표현을 조금만 부드럽게…….”

공작은 웃었다.

정말 아주 작게.

그때 아이리스 공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버지, 에버렛 경은 실제로 자리를 피하려던 것이 아니라…….”

그녀는 말을 멈췄다.

나를 변호하려던 건가.

아니면 더 정확한 표현을 찾던 건가.

둘 다 위험했다.

공작은 딸을 보았다.

“아니라?”

아이리스 공녀의 귀 끝이 붉어졌다.

“상황을 정돈하려던 것입니다.”

정돈.

좋은 말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싶었다.

하지만 고개를 끄덕이면 또 기사에 `공녀가 변호한 신사` 같은 제목이 붙을 수 있다.

그래서 가만히 있었다.

세라피나 황녀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공녀가 직접 정돈해주네.”

“황녀 전하.”

“응, 알아. 사교적 정돈이겠지.”

아이리스 공녀의 장갑 끝이 다시 움직였다.

릴리아 성녀는 작게 말했다.

“정돈하면 다과회도 덜 무서워질까요?”

“그렇습니다.”

나는 바로 대답했다.

“좌석, 차 순서, 출입 동선을 정리하면 덜 혼란스럽습니다.”

“그럼 저는 마들렌 순서도 정리할게요.”

성녀님은 늘 자기 영역을 안다.

공작부인이 부드럽게 웃었다.

“좋군요. 각자 잘하는 것을 하나씩 맡으면 작은 다과회도 의전이 됩니다.”

의전.

그 단어가 또 나왔다.

다과회가 점점 회의가 되고, 회의가 의전이 되고, 의전이 기사 제목이 된다.

나는 정말 도망치고 싶었다.

공작은 그런 내 마음을 읽은 것처럼 말했다.

“부드럽게 말하면, 숙녀들을 기다리게 하는 것이네.”

아.

불길하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 시야 한쪽에 익숙한 문장이 떠올랐다.

예절서.

이 망할 예절서.

[숙녀를 기다리게 하지 마십시오.]

나는 굳었다.

세라피나 황녀가 내 표정을 봤다.

“왜 그래, 루카스 경?”

릴리아 성녀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루카스 님, 또 신탁인가요?”

“아닙니다.”

아이리스 공녀가 조용히 말했다.

“예절서입니까?”

왜 바로 맞히십니까.

나는 아주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다과회.

손수건 반환.

공작가 면담.

장미일보 특별호.

다섯 장미와 한 신사.

그리고 도망치려는 나를 막는 예절서.

나는 입을 열었다.

“잠시만 시간을…….”

문장이 다시 떠올랐다.

[숙녀를 기다리게 하지 마십시오.]

더 선명하게.

더 크게.

나는 눈을 감았다.

도망도 예법에 막힌다.

이 세계에서는 예절서가 제일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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