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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무도회 초대장 일러스트

장미 무도회 초대장

이건 옛 왕실 서약식과 닮았어.

비앙카의 말은 실험실에 오래 남았다.

옛.

왕실.

서약식.

셋 다 위험한 단어다.

나는 바로 손을 들었다.

“그거 닮지 않은 걸로 합시다.”

비앙카가 나를 봤다.

“마법 반응은 네 의견을 묻지 않아.”

“물어봐 줬으면 좋겠습니다.”

“물어봤으면 뭐라고 했을 건데?”

“안 됩니다.”

“그래서 안 물어봤나 봐.”

마법까지 내 반대를 예상하고 움직인다.

세상이 너무 불공평하다.

세라피나는 황실 인장을 품에 넣었다.

“옛 왕실 서약식이라면 황실 기록과 대조가 필요합니다.”

“대조만 하시면 됩니까?”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조 뒤에 아무 일도 안 생깁니까?”

세라피나는 웃었다.

“기록에 따라 다릅니다.”

“그 말이 제일 무섭습니다.”

“기록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해석이 문제입니다.”

세라피나의 미소가 아주 조금 멈췄다.

좋다.

이번 말은 맞았다.

비앙카도 고개를 끄덕였다.

“해석은 늘 문제지.”

“비앙카 님이 그 말 하시면 안 됩니다.”

“왜?”

“해석을 제일 크게 하시니까요.”

“나는 가능성을 보는 거야.”

“그 가능성 때문에 제 인생이 자꾸 커집니다.”

“커지면 좋잖아.”

“작은 인생도 좋습니다.”

나는 진심이었다.

정말 작고 조용한 인생.

가능하면 아무 표식도 없고,

어떤 무도회도 없고,

누가 내 이름을 엮지도 않는 인생.

그런데 요즘은 말만 해도 무언가 생긴다.

세라피나는 유리구 안의 희미한 다섯 장미를 바라봤다.

“루카스 님.”

“예.”

“혹시 장미 무도회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나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모릅니다.”

“아직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모릅니다.”

“정확히는 모른다고 하고 싶으신 거겠지요.”

황실 사람은 사람 말을 너무 정확히 듣는다.

그게 문제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세라피나는 대답이 없어도 계속했다.

“장미 무도회는 황실이 여는 사교 행사입니다. 귀족가, 성당, 기사단, 마탑, 외교 사절이 모두 모이지요.”

모두.

그 단어에서 이미 끝났다.

나는 모두가 싫다.

한 명도 힘든데 모두라니.

“저는 참석 자격이 없을 것 같습니다.”

“있습니다.”

너무 빠르다.

“왜요?”

“이번 표식 반응의 중심으로 확인되셨으니까요.”

“중심 아닙니다.”

비앙카가 옆에서 말했다.

“표식 기준점.”

“그것도 싫다고 했습니다.”

카르덴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공식 보호 대상이기도 하십니다.”

“그건 기사단 내부 일 아닙니까?”

레오나가 짧게 말했다.

“공식이다.”

공식.

싫다.

요즘 내 주변의 모든 것이 공식이 된다.

나는 비공식으로 살고 싶다.

세라피나는 품에서 작은 봉투를 꺼냈다.

하얀 봉투였다.

가장자리에 금빛 장미 문양.

나는 봉투를 보자마자 뒤로 물러났다.

“그건 뭡니까?”

“초대장입니다.”

“아니요.”

“아직 열지도 않았습니다.”

“그래도 아니요.”

세라피나는 웃었다.

“초대장을 거절하시는 건가요?”

“받기 전에 피하는 겁니다.”

“그럼 수령 회피로 기록될 수 있습니다.”

“기록하지 마십시오.”

“황실 초대장은 기록됩니다.”

황실 초대장은 초대장이 아니라 덫이다.

마탑 호출장과 다를 게 없다.

다만 봉투가 예쁠 뿐이다.

봉투가 예쁘면 더 위험하다.

사람은 예쁜 것을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

나도 잠깐 그랬다.

금빛 장미 문양이 너무 정교했다.

꽃잎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것처럼 새겨져 있었다.

이 세계 장인들은 왜 쓸데없이 실력이 좋은가.

초대장이 대충 생겼으면 거절하기 쉬웠을 텐데.

나는 봉투 가장자리의 금박을 보며 말했다.

“혹시 이걸 받으면 바로 참석 확정입니까?”

“아닙니다.”

세라피나가 말했다.

“수령과 참석 확정은 다릅니다.”

“그럼 조금 낫네요.”

“다만 수령은 검토 의사를 의미합니다.”

“다시 나빠졌습니다.”

“검토하지 않고 거절하는 것보다 예의 있습니다.”

예의.

또 예의다.

이 세계에서 예의는 길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미로다.

들어가면 출구가 잘 안 보인다.

세라피나는 봉투를 내 쪽으로 내밀었다.

나는 손을 뒤로 뺐다.

그러자 예절서가 품 안에서 팔락였다.

[황실 초대장 수령 거부는 중대한 결례입니다.]

“너는 왜 또.”

나는 책을 눌렀다.

책은 더 크게 팔락였다.

[정중히 수령하십시오.]

“정중히 거절하면 안 됩니까?”

[수령 후 답변하십시오.]

예절서가 너무 정확했다.

정확한 책은 피곤하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한숨을 쉬자 봉투의 금빛 장미가 아주 살짝 빛났다.

나는 바로 숨을 멈췄다.

“방금 빛났습니다.”

비앙카가 바로 다가왔다.

“어디?”

“오지 마십시오.”

“초대장 반응이잖아.”

“제 한숨에 반응했습니다.”

“그럼 한숨도 사교 반응이네.”

“아닙니다. 호흡입니다.”

“사교적 호흡.”

“그런 말 만들지 마십시오.”

카르덴의 손이 노트 쪽으로 갔다.

나는 그보다 빨랐다.

“적지 마십시오.”

카르덴이 멈췄다.

“사교적 호흡은 확실히 위험한 표현입니다.”

“표현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위험합니다.”

세라피나는 봉투를 든 채 기다렸다.

팔 하나 흔들리지 않았다.

황실 교육은 정말 무섭다.

나는 삼 초만 들고 있어도 포기할 것 같은 자세를, 세라피나는 미소와 함께 유지했다.

그게 더 부담스러웠다.

“혹시 계속 들고 계실 겁니까?”

“받으실 때까지요.”

“팔 안 아프십니까?”

“예.”

“저는 보는 쪽이 아픕니다.”

“그럼 받으시면 됩니다.”

완벽한 논리였다.

나는 졌다.

레오나가 낮게 말했다.

“받아라. 읽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

“요즘은 읽으면 늦어집니다.”

“안 읽으면 더 늦다.”

그 말도 맞다.

맞는 말이 너무 많아서 살기 어렵다.

나는 결국 두 손으로 봉투를 받았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말하고 나서 바로 후회했다.

너무 자연스러웠다.

세라피나의 미소가 환해졌다.

“받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간다고는 안 했습니다.”

“받으셨으니 검토하시면 됩니다.”

“검토 후 거절도 가능합니까?”

“가능합니다.”

오.

희망.

세라피나는 부드럽게 덧붙였다.

“다만 장미 무도회 초대 거절은 사유서가 필요합니다.”

희망이 바로 죽었다.

“사유서요.”

“예.”

“사유가 ‘가고 싶지 않음’이어도 됩니까?”

“정중하게 다듬으면 가능하겠지요.”

비앙카가 손을 들었다.

“내가 다듬어 줄까?”

“안 됩니다.”

“왜?”

“마탑식으로 다듬으면 연구 사유가 붙을 것 같습니다.”

“붙이면 더 설득력 있지.”

“저를 설득하지 마십시오.”

카르덴이 진지하게 말했다.

“제가 기사단식으로 써 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럼 결투 사유가 붙을 것 같습니다.”

“명예 사유가 붙을 겁니다.”

“그게 더 무섭습니다.”

레오나가 짧게 말했다.

“가지 않으면 문제가 커지나.”

세라피나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싫었다.

대답이 바로 나오지 않는 질문은 보통 답이 나쁘다.

“이번 반응이 옛 왕실 서약식과 닮았다면, 장미 무도회는 가장 안전한 공개 확인 장소입니다.”

“공개가 왜 안전합니까?”

나는 물었다.

“공개라서입니다.”

“저는 공개가 제일 위험합니다.”

“비공개로 두면 소문이 앞서갑니다.”

세라피나가 말했다.

“공개 자리에서 정리하면, 적어도 해석의 기준을 세울 수 있습니다.”

기준.

또 기준이다.

나는 기준이 되고 싶지 않다.

비앙카는 흥미로운 얼굴이었다.

“무도회에서 표식이 다시 뜨면 데이터가 엄청나겠네.”

“데이터 말고 사고입니다.”

“사고도 데이터야.”

“그 사고에 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하지.”

마탑식 위로는 위로가 아니다.

카르덴은 봉투의 장미 문양을 보고 있었다.

“첫 춤이 문제일 수 있습니다.”

나는 카르덴을 봤다.

“첫 춤이요?”

카르덴은 잠깐 멈췄다.

“장미 무도회에서 첫 춤은 단순한 춤이 아닙니다.”

“춤이 춤이 아니면 뭡니까.”

“공개 선택입니다.”

실험실이 조용해졌다.

나는 봉투를 내려다봤다.

공개.

선택.

첫 춤.

세 단어가 봉투보다 무거웠다.

나는 천천히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잠깐만요. 춤은 원래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행위 아닙니까?”

카르덴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럼 왜 선택이 됩니까?”

“모두가 보기 때문입니다.”

“보면 춤이고, 안 보면 선택이 아닙니까?”

“보는 사람이 많으면 의미가 붙습니다.”

그 말은 너무 이 세계다웠다.

보는 사람이 많으면 의미가 붙는다.

나는 보는 사람이 없는 곳이 좋다.

가능하면 아무도 안 보는 곳.

그런 곳에서 물이나 마시고 싶다.

세라피나는 부드럽게 설명을 이어 갔다.

“장미 무도회의 첫 춤은 그날 가장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과 받는 사람을 모두 공개합니다.”

“손을 안 내밀면요?”

“결례입니다.”

“손을 받지 않으면요?”

“그것도 결례입니다.”

“아예 춤을 못 춘다고 하면요?”

카르덴이 말했다.

“귀족 무도회에서 춤을 못 춘다는 말은 보호자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왜요?”

“사교적 미숙함을 공개하는 말이니까요.”

“그럼 저는 미숙하다고 하겠습니다.”

레오나가 짧게 말했다.

“그러면 누군가 가르치려 할 것이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가르친다.

그 단어는 너무 위험하다.

요즘 가르침은 전부 노트가 되고,

노트는 전략이 되고,

전략은 공식이 된다.

“선택이라니요.”

내 목소리가 조금 갈라졌다.

카르덴은 진지하게 설명했다.

“첫 춤 상대는 그날 가장 먼저 예를 바치는 사람입니다. 사교계에서는 사실상 공개적인 우선 선언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우선 선언.”

나는 천천히 반복했다.

“저는 우선순위를 정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모두가 궁금해할 겁니다.”

카르덴이 말했다.

그 말은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모두가 궁금해한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상황이다.

비앙카가 눈을 반짝였다.

“그러면 다섯 표식이 무도회에서 다시 반응할 가능성이 높네.”

“높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희망은 데이터가 아니야.”

“그 말 금지했으면 좋겠습니다.”

세라피나는 조용히 말했다.

“장미 무도회는 일주일 뒤입니다.”

“너무 빠릅니다.”

“이미 공표되었습니다.”

“저는 오늘 처음 들었습니다.”

“그러니 지금 초대장을 드리는 겁니다.”

논리적으로 맞는 말은 사람을 더 지치게 한다.

나는 봉투를 열지 않았다.

열면 더 늦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 예절서가 다시 팔락였다.

[초대장 내용 확인은 기본 예절입니다.]

“진짜 조용히 좀.”

나는 결국 봉투를 열었다.

안쪽에는 두꺼운 카드가 있었다.

금빛 글자.

붉은 장미 문양.

그리고 내 이름.

루카스 에버렛.

요즘 내 이름은 너무 자주 종이에 적힌다.

좋지 않다.

나는 천천히 읽었다.

[황실 장미 무도회에 루카스 에버렛 님을 정중히 초대합니다.]

그 아래 작은 문장이 있었다.

[첫 춤 예법 관련 세부 안내는 당일 공표됩니다.]

“당일 공표?”

나는 고개를 들었다.

“미리 알려 주시면 안 됩니까?”

세라피나는 미소를 유지했다.

“장미 무도회 전통입니다.”

“전통이 너무 불친절합니다.”

“그래서 모두 준비합니다.”

“저는 뭘 준비해야 합니까?”

세라피나가 대답하기 전에 비앙카가 말했다.

“반응.”

“그건 준비하는 게 아닙니다.”

카르덴이 말했다.

“회피 전략을 준비하셔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건 좋습니다.”

예절서가 팔락였다.

[공식 무도회에서 첫 춤 회피는 결례 가능성이 높습니다.]

“넌 왜 항상 내 편이 아니냐.”

나는 책을 노려봤다.

책은 대답하지 않았다.

역시 얄밉다.

레오나가 짧게 말했다.

“첫 춤이 공개 선택이라면 위험하다.”

“예. 위험합니다.”

나는 바로 동의했다.

“그러니 안 가는 게 좋겠습니다.”

“안 가도 위험하다.”

“왜요?”

“초대 거절도 선택으로 읽힐 수 있다.”

나는 말을 잃었다.

가도 위험하고,

안 가도 위험하다.

무도회는 이미 시작도 전에 나를 포위했다.

세라피나는 카드 뒤쪽을 펼쳤다.

“그리고 장미 준비 규칙이 있습니다.”

“장미도 준비해야 합니까?”

“예. 참석자는 장미를 하나 지참합니다.”

나는 바로 말했다.

“저는 안 가져가겠습니다.”

예절서가 팔락였다.

[장미 무도회 참석자의 장미 미지참은 결례입니다.]

“역시.”

나는 힘없이 말했다.

“그럼 흰 장미 하나면 됩니까?”

비앙카가 고개를 저었다.

“색이 중요할걸.”

카르덴도 말했다.

“가문과 관계, 의사 표시가 색에 담깁니다.”

나는 눈을 감았다.

색까지.

이제 꽃 색도 말이 된다.

나는 꽃이 그냥 꽃이던 세계가 그리웠다.

“무색 장미는 없습니까?”

비앙카가 바로 대답했다.

“투명 장미를 만들 수는 있어.”

“그럼 그걸로.”

“마탑 제작품이라 연구 협력 의사로 읽힐 수 있어.”

“취소합니다.”

카르덴이 말했다.

“검은 장미는 결의로 읽힙니다.”

“안 됩니다.”

“푸른 장미는 드문 인연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안 됩니다.”

세라피나가 부드럽게 말했다.

“흰 장미는 순수한 예의로 읽힐 수도 있습니다.”

“그건 괜찮지 않습니까?”

비앙카가 웃었다.

“순수한 예의가 제일 위험할 때도 있어.”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도망갈 색이 없다.

빨강은 위험해 보이고,

흰색도 위험하고,

파랑도 위험하고,

투명도 위험하다.

나는 이제 풀잎을 들고 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도 누군가는 새로운 상징으로 해석할 것이다.

‘장미가 아닌 것을 든 남자.’

벌써 제목이 생긴다.

끔찍하다.

세라피나는 웃었다.

“그리고 초대받은 주요 인물들은 각자 장미를 준비하겠지요.”

“주요 인물이라니요.”

나는 물었다.

“누구요?”

세라피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유리구를 봤다.

유리구 안에 희미하게 남아 있던 다섯 빛이 다시 한 번 반짝였다.

붉은빛.

은빛.

금빛.

푸른빛.

보랏빛.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묻지 말았어야 했다.

비앙카가 낮게 말했다.

“각자 다른 장미를 준비하겠네.”

“각자라니요.”

나는 아직도 부정했다.

부정해도 늦었다.

세라피나는 카드를 접어 내게 건넸다.

“장미 무도회에서 확인하게 되겠지요.”

나는 카드를 들고 멍하니 서 있었다.

초대장.

첫 춤.

공개 선택.

다섯 장미.

전부 너무 컸다.

나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

정말 조용히.

그런데 내 손에는 황실 장미 무도회 초대장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유리구 안에서는 다섯 빛이 서로 다른 색으로 천천히 흔들렸다.

그 빛들은 잠깐씩 서로 가까워졌다가 다시 멀어졌다.

마치 각자 다른 방향에서 같은 문을 노리는 것처럼.

나는 그 문이 나였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배운 바로는, 내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대체로 이미 되고 있었다.

비앙카는 유리구를 보며 중얼거렸다.

“색이 다 다르네.”

“그게 중요합니까?”

“중요하지. 같은 장미가 아니면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지 않아.”

“다르게 움직이면요?”

“무도회에서 한꺼번에 드러날 수 있어.”

“드러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희망은 데이터가 아니야.”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말에 익숙해지고 있는 내가 싫었다.

세라피나는 초대장 봉투를 다시 정리해 내 손 위에 올려 주었다.

“보관해 주세요. 황실 초대장은 훼손하면 안 됩니다.”

“잃어버리면요?”

“재발급됩니다.”

“그럼 잃어버리는 의미가 없네요.”

“예.”

정확한 대답이 사람을 더 지치게 했다.

카르덴은 노트를 닫으며 말했다.

“장미 준비와 첫 춤 회피 전략을 검토해야겠습니다.”

“검토하지 마십시오.”

“공평해야 합니다.”

“아직 아무것도 시작 안 했습니다.”

“그래서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미리 준비하면 사건이 커진다.

준비하지 않으면 예절서가 운다.

나는 어느 쪽으로도 이길 수 없는 전장에 들어선 기분이었다.

전장은 싫다.

무도회도 싫다.

그런데 다음 전장이 무도회라는 점이 제일 싫었다.

세라피나가 말했다.

“다섯 여인이 각자 다른 장미를 준비하겠군요.”

그 말이 끝나자 유리구 안의 다섯 빛이 한 번 더 흔들렸다.

마치 대답처럼.

나는 그걸 보고 싶지 않았지만, 봤다.

붉은빛은 조금 빠르게,

은빛은 곧게,

금빛은 부드럽게,

푸른빛은 조용히,

보랏빛은 장난스럽게.

다 다르게 흔들렸다.

각자 다른 장미.

각자 다른 의미.

그리고 그 모든 의미가 첫 춤이라는 한 지점으로 모이고 있었다.

나는 초대장을 조심스럽게 접었다.

찢고 싶었다.

하지만 예절서가 보고 있었다.

아마도.

요즘은 책의 시선까지 느껴진다.

나는 품 안에 초대장을 넣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무도회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비앙카가 웃었다.

“반응은 이미 시작됐어.”

또 이미.

나는 이제 그 단어가 정말 싫다.

세라피나가 다시 한 번 말했다.

“결국 다섯 여인이 각자 다른 장미를 준비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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