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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섯 장미의 표식 일러스트

다섯 장미의 표식

세라피나가 마탑에 들어왔다.

황실 조사 명목.

그 말은 아주 정중했다.

그리고 아주 위험했다.

황실은 보통 정중하게 사람을 묶는다.

나는 이미 여러 번 배웠다.

손수건도 묶였고,

계약서도 묶였고,

이제는 황실 조사까지 묶이려 한다.

내 인생은 점점 매듭 공예가 되어 가고 있다.

세라피나는 실험실 안으로 한 걸음 더 들어왔다.

발소리가 조용했다.

하지만 조용한 발소리가 더 무섭다.

소리 내는 위험은 피할 수 있다.

소리 없는 위험은 웃으면서 온다.

“상황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세라피나가 말했다.

부탁.

말은 부탁인데, 거절할 수 없는 부탁이었다.

비앙카가 손을 들었다.

“마탑 실험 중 예절서 반응이 발생했고, 공동연구 계약이 변형됐고, 공동 운명 효과가 생겼고, 취소하려다 강화됐어.”

“짧게 하라고 했지, 폭탄을 던지라고 하진 않았습니다.”

내가 말했다.

비앙카가 나를 봤다.

“짧았잖아.”

“내용이 안 짧습니다.”

세라피나가 웃는 얼굴 그대로 나를 바라봤다.

“공동 운명 효과.”

“그 단어는 임시 명칭입니다.”

나는 바로 말했다.

“확정 명칭이 아닙니다. 그리고 관계 확정도 아닙니다. 연구상 오해입니다.”

카르덴의 깃펜이 움직였다.

“적지 마십시오.”

“중요한 해명입니다.”

“중요해서 적으면 더 오래갑니다.”

카르덴은 멈췄다.

그리고 노트를 닫았다.

좋다.

하나 막았다.

나는 아주 조금 안도했다.

세라피나는 실험실 중앙의 유리구를 봤다.

“그럼 황실 조사 기준으로 확인하겠습니다.”

“무엇을요?”

“이 반응이 황실 행사와 관련될 가능성이 있는지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없습니다.”

“아직 설명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희망은 증거가 아닙니다.”

비앙카가 옆에서 말했다.

“맞아. 희망은 데이터가 아니야.”

“두 분이 이런 쪽으로만 잘 맞지 마십시오.”

세라피나는 웃었다.

비앙카도 웃었다.

레오나는 웃지 않았다.

그게 그나마 위안이었다.

세라피나는 손에 들고 있던 작은 황금 인장을 꺼냈다.

인장 위에는 장미 문양이 있었다.

나는 그걸 보자마자 한 걸음 물러났다.

요즘 장미는 좋지 않다.

마탑 바닥에도 장미가 있었고,

비앙카의 마법선도 장미 모양을 만들었고,

이제 황실 인장에도 장미가 있다.

장미가 너무 많다.

꽃은 죄가 없는데, 이 세계는 꽃도 사건으로 만든다.

세라피나는 내가 물러난 걸 놓치지 않았다.

황실 사람들은 그런 걸 놓치지 않는다.

“반응하셨군요.”

“물러난 겁니다.”

“그것도 반응입니다.”

비앙카가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회피 반응.”

“두 분이 같은 단어를 쓰지 마십시오.”

“편하잖아.”

“저는 불편합니다.”

세라피나는 인장을 가볍게 들어 보였다.

“황실 장미 인장입니다. 조사 권한을 증명하는 표식이지요.”

“그냥 문서로 증명하시면 안 됩니까?”

“문서도 있습니다.”

“없다고 해 주세요.”

“있습니다.”

역시 황실이다.

문서와 인장을 둘 다 가져온다.

도망갈 곳이 없다.

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그 문서는 지금 안 꺼내셔도 됩니까?”

세라피나는 웃었다.

“원하신다면 인장만으로 진행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문서를 아예 없앤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 말은 안 하셔도 됐습니다.”

“오해를 막기 위해서요.”

오해를 막는 말이 오해를 더 크게 만들 때가 있다.

내 인생 대부분이 그렇다.

“왜 물러나시나요?”

세라피나가 물었다.

“장미 문양이 보여서요.”

“장미가 무서우신가요?”

“최근에는 그렇습니다.”

비앙카가 바로 반응했다.

“장미 반응도 있네.”

“없습니다.”

“방금 물러났잖아.”

“그건 제 생존 반응입니다.”

“생존 반응도 반응이야.”

마탑 사람은 너무 넓게 본다.

모든 것이 반응이다.

내가 숨 쉬는 것도 언젠가 연구될 것 같다.

세라피나가 황금 인장을 유리구 가까이에 가져갔다.

유리구 안쪽의 보랏빛 점이 움직였다.

하나.

둘.

셋.

작은 빛들이 생겨났다.

나는 바로 불안해졌다.

“방금 늘었습니다.”

비앙카가 눈을 빛냈다.

“응.”

“늘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늘어야 확인하지.”

“확인하지 말고 줄입시다.”

“이미 늘었어.”

마탑의 가장 무서운 말.

이미.

세라피나는 인장을 천천히 돌렸다.

그 순간 유리구 안쪽에 붉은 점 하나가 떠올랐다.

선명한 붉은색.

장미 꽃잎처럼 짙었다.

비앙카가 낮게 말했다.

“첫 번째.”

“숫자 세지 마십시오.”

나는 말했다.

비앙카는 듣지 않았다.

붉은 점 옆으로 은빛 점이 생겼다.

날카롭고 곧은 빛.

레오나의 손목에 묶인 손수건 매듭이 아주 희미하게 빛났다.

나는 바로 고개를 돌렸다.

늦었다.

봤다.

“두 번째.”

비앙카가 말했다.

“세지 말라니까요.”

이번에는 연한 금빛 점이 떠올랐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빛.

성당의 촛불 같은 색이었다.

나는 릴리아를 떠올렸다.

그 순간 예절서가 아주 작게 떨렸다.

비앙카의 눈이 더 커졌다.

“세 번째.”

“제 생각까지 반응합니까?”

“방금은 한 것 같은데.”

“그럼 저는 생각도 못 합니까?”

“재밌네.”

“재미없습니다.”

이어 푸른빛 점이 생겼다.

차갑고 단정한 빛.

나는 아이리스를 떠올렸다.

손수건.

축복.

그리고 복잡한 얼굴.

유리구가 살짝 울렸다.

“네 번째.”

비앙카가 말했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말하면 더 커질 것 같았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보랏빛 점이 피어났다.

장난스럽게 튀는 빛.

세라피나가 인장을 든 손을 멈췄다.

그 보랏빛 점은 세라피나가 들고 온 황금 인장 위에서 반짝였다.

“다섯 번째.”

비앙카가 숨을 삼켰다.

이번에는 나도 아무 말도 못 했다.

유리구 안에 다섯 개의 빛이 떠 있었다.

붉은빛.

은빛.

금빛.

푸른빛.

보랏빛.

각각의 빛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붉은빛은 작게 뛰었다.

누군가 성급하게 손을 들려다 멈추는 것처럼.

은빛은 곧게 서 있었다.

검집 옆에 선 사람처럼.

금빛은 부드럽게 흔들렸다.

촛불처럼.

푸른빛은 맑고 차가웠다.

정리된 손수건처럼.

보랏빛은 혼자 빙글 돌았다.

누가 봐도 세라피나 쪽이었다.

나는 그 해석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말하면 바로 연구된다.

생각도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비앙카는 이미 내 얼굴을 보고 있었다.

“방금 누구 떠올렸어?”

“아무도요.”

“거짓말.”

“예.”

“빨라.”

“들키기 전에 포기했습니다.”

비앙카는 즐거워했다.

세라피나는 유리구를 보며 조용히 말했다.

“각 표식이 서로 다른 예법 계열을 닮았군요.”

“계열을 또 만들지 마십시오.”

“황실 분류입니다.”

“그럼 더 무섭습니다.”

카르덴이 낮게 말했다.

“검, 축복, 계약, 황실, 그리고……”

“그리고 하지 마십시오.”

“중심.”

“그 단어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카르덴은 진심으로 미안한 얼굴을 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구조가 그렇습니다.”

구조가 나쁘다.

내가 아니라 구조가 나쁘다.

나는 그렇게 믿기로 했다.

그리고 그 빛들이 천천히 장미 모양으로 엉켰다.

다섯 장미.

나는 그 말을 떠올리고 싶지 않았지만, 이미 떠올렸다.

예절서가 품 안에서 팔락였다.

[다섯 장미의 표식 감지]

“안 감지해도 됩니다.”

나는 작게 말했다.

책은 듣지 않았다.

언제나 그렇다.

세라피나는 유리구를 조용히 바라봤다.

“다섯 표식이 동시에 반응했군요.”

“우연일 수도 있습니다.”

나는 말했다.

비앙카가 바로 고개를 저었다.

“우연이 다섯 번 겹치면 마법사는 우연이라고 안 불러.”

“뭐라고 부릅니까?”

“사건.”

싫다.

너무 싫다.

세라피나는 인장을 거두지 않았다.

“황실 기록에는 비슷한 문양이 있습니다.”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있습니다.”

왜 다들 내가 싫어하는 말만 정확히 하는가.

세라피나는 유리구 안의 장미 모양을 보며 말했다.

“다섯 장미가 한 사람의 예법 반응에 묶이는 구조.”

“묶이지 않았습니다.”

“표식상으로는 묶였습니다.”

“표식이 잘못했습니다.”

카르덴이 아주 낮게 말했다.

“다섯 관계가 하나의 중심으로 모이는군요.”

“중심 싫습니다.”

“하지만 위치가 그렇습니다.”

“위치를 바꾸겠습니다.”

나는 한 걸음 옆으로 움직였다.

유리구 안의 다섯 빛도 나를 따라 살짝 움직였다.

나는 멈췄다.

왜 따라오는데.

비앙카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움직여도 중심이야.”

“그 말 하지 마십시오.”

“중심.”

“하지 말라니까요.”

레오나가 낮게 말했다.

“루카스를 놀리지 마라.”

비앙카는 어깨를 으쓱했다.

“놀리는 게 아니라 관찰.”

“같은 말처럼 들린다.”

“비슷할 때도 있지.”

레오나의 시선이 차가워졌다.

나는 급히 끼어들었다.

“싸우지 마십시오. 유리구가 또 반응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다섯 빛이 살짝 흔들렸다.

모두가 멈췄다.

좋다.

내 말이 이번에는 도움이 됐다.

도움이 되면 또 문제지만, 지금은 일단 살고 봐야 한다.

세라피나는 나를 보았다.

“루카스 님.”

“예.”

“이 표식들에 대해 짐작하시는 바가 있습니까?”

“없습니다.”

너무 빨랐나.

세라피나가 웃었다.

“아직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없습니다.”

“그럼 질문을 바꾸겠습니다.”

바꾸지 마십시오.

그냥 끝내 주십시오.

“최근 장미와 관련된 인연이 몇 번 있었나요?”

나는 입을 다물었다.

많다.

너무 많다.

손수건,

성녀 다과회,

성녀 다과회 소동,

마탑 바닥 장미,

황실 인장.

나는 천천히 말했다.

“기억이 불분명합니다.”

카르덴이 조용히 말했다.

“루카스 경은 기억력이 나쁘지 않습니다.”

“카르덴 경.”

“죄송합니다.”

세라피나의 미소가 깊어졌다.

“불분명할 만큼 많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렇게 받아들이지 말아 주세요.”

“황실 조사는 가능한 해석을 배제하지 않습니다.”

황실도 마탑과 비슷하다.

둘 다 가능한 해석을 너무 좋아한다.

나는 불가능한 해석만 좋아하고 싶다.

비앙카가 유리구를 톡 쳤다.

다섯 빛이 동시에 흔들렸다.

그리고 서로 연결됐다.

붉은빛에서 은빛으로,

은빛에서 금빛으로,

금빛에서 푸른빛으로,

푸른빛에서 보랏빛으로,

보랏빛에서 다시 붉은빛으로.

원처럼.

장미 화관처럼.

“연결됐어.”

비앙카가 말했다.

“끊어 주세요.”

“지금 끊으면 또 강화될 수 있어.”

나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

36화에서 배웠다.

취소하려다 강화된다.

이 세계는 반항하면 더 달라붙는다.

세라피나는 황금 인장을 내려다봤다.

“이건 단순한 마탑 반응이 아니군요.”

“단순했으면 좋겠습니다.”

“황실 예법과도 닿아 있습니다.”

“닿지 마세요.”

“이미 닿았습니다.”

또 이미.

오늘도 이미.

비앙카는 다섯 빛을 보며 손끝으로 허공에 선을 그렸다.

“다섯 표식이 서로 배척하지 않아.”

“좋은 겁니까?”

“모르겠어.”

“모르면 위험한 겁니다.”

“대체로 그렇지.”

세라피나는 조용히 말했다.

“배척하지 않는다면 동맹의 원형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동맹.

또 큰 단어가 나왔다.

나는 바로 손을 들었다.

“저는 동맹을 맺은 적이 없습니다.”

“원형입니다.”

“원형도 안 맺었습니다.”

“형태가 먼저 생기고, 이름이 나중에 붙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름 붙이지 마십시오.”

비앙카가 웃었다.

“장미 동맹.”

“붙이지 말라니까요.”

카르덴이 노트를 열었다.

“장미 동맹.”

“적지 마십시오!”

카르덴은 멈췄다.

하지만 늦었다.

이미 들었다.

세라피나도 들었다.

레오나도 들었다.

비앙카는 아주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나는 머리를 감싸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면 또 무슨 반응이 나올지 몰라 참았다.

유리구 안의 다섯 장미 표식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바닥에 아주 희미한 장미 화관 모양이 남았다.

나는 그 화관을 밟지 않으려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화관도 아주 조금 움직였다.

나를 따라.

나는 멈췄다.

“방금 따라왔습니다.”

비앙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왜요?”

“중심이 움직였으니까.”

“중심이라고 하지 마십시오.”

“그럼 기준점.”

“그것도 싫습니다.”

“표식 기준점.”

“더 싫습니다.”

세라피나는 바닥의 화관을 자세히 봤다.

그녀는 무릎을 굽히지도 않고, 아주 우아하게 시선만 낮췄다.

황실 사람은 바닥을 보는 자세도 다르다.

나는 그런 데 감탄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봐 버렸다.

세라피나는 말했다.

“화관의 방향이 바뀝니다.”

“방향도 있습니까?”

“있습니다. 붉은 표식이 먼저 열리고, 은빛 표식이 지키고, 금빛 표식이 잇고, 푸른 표식이 정리하고, 보랏빛 표식이 공표하는 구조처럼 보입니다.”

“너무 많이 보시는 것 아닙니까?”

“황실 교육입니다.”

황실 교육은 위험하다.

마탑 연구만큼 위험하다.

둘이 합쳐지면 정말 안 된다.

비앙카가 손을 들었다.

“나는 조금 다르게 봐.”

“다르게 보지 마십시오.”

“마법적으로는 다섯 표식이 서로 견제하면서도 네 예절서를 중심으로 안정화돼.”

“중심.”

나는 그 단어를 작게 반복했다.

어쩐지 힘이 빠졌다.

오늘 너무 많이 들었다.

중심.

표식.

동맹.

서약.

전부 나랑 거리가 먼 단어였으면 좋겠다.

나는 원래 조용한 사람이다.

아마도.

요즘은 나도 확신이 줄었다.

카르덴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루카스 경.”

“예.”

“중심이 싫으시면, 중심을 지키는 대형을 만들겠습니다.”

“더 싫습니다.”

“왜입니까?”

“중심을 인정하는 말이잖습니까.”

카르덴은 깨달은 얼굴이 됐다.

“그럼 중심이 아닌 척하는 보호 대형을……”

“만들지 마십시오.”

“예.”

그는 진심으로 아쉬워했다.

아쉬워하지 마.

그런 대형은 세상에 없어도 된다.

레오나는 바닥의 화관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오래 말이 없었다.

그러다 짧게 말했다.

“위험한가.”

비앙카가 답했다.

“아직은 아니야.”

“아직은.”

레오나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비앙카는 어깨를 으쓱했다.

“마법에서 아직은 중요한 말이야.”

“기사단에서는 위험한 말이다.”

“마탑에서도 사실 위험해.”

“그럼 위험하군.”

“응.”

나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머리를 감싸고 싶었다.

위험하다는 결론이 너무 쉽게 나왔다.

이제 누가 해결책을 말해야 한다.

그런데 해결책을 말하는 순간, 보통 내 일이 된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현명했다.

적어도 이번에는 그랬다.

세라피나는 황금 인장을 다시 품에 넣었다.

“오늘 반응은 황실 기록과 대조하겠습니다.”

“기록하지 않으면 안 됩니까?”

내가 물었다.

세라피나는 부드럽게 웃었다.

“기록하지 않으면 조사가 아닙니다.”

“그럼 조사도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또 이미.

나는 이제 그 단어가 싫다.

이미는 늘 내 허락 없이 온다.

비앙카가 바닥의 화관을 보며 중얼거렸다.

“다섯 표식이 서로 싸우지 않아.”

“싸우면 안 되죠.”

내가 말했다.

“싸우면 마탑이 부서질 것 같습니다.”

“그것도 맞는데, 마법적으로는 더 이상해. 보통 이런 계열이 동시에 뜨면 충돌하거든.”

“충돌 안 해서 다행 아닙니까?”

“다행인데 이상해.”

“다행이면 그냥 다행으로 두면 안 됩니까?”

“마법사는 다행을 그냥 두지 않아.”

최악의 직업 윤리다.

세라피나는 조용히 덧붙였다.

“황실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악이 하나 더 있었다.

나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이번에는 화관이 따라오지 않았다.

다행이다.

그런데 바닥의 희미한 장미 화관은 여전히 내 발끝을 향해 열려 있었다.

마치 들어오라고 하는 문처럼.

나는 문이 싫다.

요즘 문은 열리면 전부 사건이다.

비앙카는 유리구 옆에 앉아 장미 화관 모양을 계속 보고 있었다.

세라피나가 말했다.

“황실에 보고해야겠습니다.”

“보고하지 않으면 안 됩니까?”

“황실 조사 명목으로 왔으니까요.”

“그 명목도 취소하면 안 됩니까?”

“취소하려다 강화될 수 있겠군요.”

세라피나가 웃으며 말했다.

농담인가.

아닌가.

이제는 구분이 안 된다.

비앙카는 여전히 유리구 옆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평소처럼 바로 떠들지 않았다.

그게 오히려 불안했다.

“왜 조용하십니까?”

내가 물었다.

비앙카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이거.”

“예.”

“마탑 계약 예법도 아니고, 기사단 전우 예법도 아니고, 성당 축복 예법도 아니고, 황실 조사 예법 하나로도 설명이 안 돼.”

“그럼 뭡니까?”

비앙카는 유리구 안의 다섯 장미를 보았다.

그리고 낮게 말했다.

“이건 옛 왕실 서약식과 닮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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