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Top Banner Ad(reader-top)
 여기사의 검집을 묶어줬을 뿐인데 일러스트

여기사의 검집을 묶어줬을 뿐인데

“신탁이군요.”

릴리아의 낮은 목소리가 무도회장 가장자리에 떨어졌다.

루카스는 그대로 굳었다.

신탁.

방금까지는 마들렌이었다. 다과대에서 가져온 작은 과자였다. 웨딩홀 기준으로는 당 떨어진 사람에게 건네는 비상 간식이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그 작은 과자가 성녀의 입을 거쳐 신탁이 됐다.

성당 수행원의 얼굴에서 혈색이 빠졌다. 장미일보 기자는 펜을 멈춘 채 릴리아를 보았다. 아이리스는 손수건을 쥔 손에 힘을 주었고, 세라피나는 부채 뒤에서 눈만 반짝였다.

루카스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성녀님, 그건 정말 신탁이 아닙니다.”

릴리아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아닌가요?”

“다과대에 있던 마들렌입니다.”

“그렇지만 제게는 필요할 때 도착했어요.”

“그건 제가 성녀님께서 오래 서 계신 것 같아서…….”

“제가 말하지 않아도 아셨지요.”

또 조용해졌다.

루카스는 입을 다물었다.

맞는 말이라 더 곤란했다. 그는 릴리아가 배고픈 걸 알아봤다. 성녀라서가 아니라, 웨딩홀에서 네 시간째 아무것도 못 먹은 하객 같은 얼굴이어서.

그러나 그 설명을 여기서 꺼내면 끝장이었다.

성녀님, 제가 알바를 하던 시절에 비슷하게 굶은 분들을 많이 봤습니다.

그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장미일보 기자가 다시 펜을 들었다.

“신탁이 아니라 마들렌. 그러나 필요할 때 도착. 좋습니다.”

“좋지 않습니다.”

루카스가 바로 말했다.

기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부정하셨으니 더 좋습니다.”

“그만 적어 주십시오.”

“황녀의 밤, 공녀의 손수건, 성녀의 마들렌. 여기에 신탁 부정까지. 독자들이 아주 좋아할 구도입니다.”

“그렇게 엮지 마십시오.”

세라피나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루카스 경, 오늘은 정말 바쁘네.”

“전하께서도 도와주셔야 합니다.”

“도와주고 있잖아. 다 같이 듣기 좋은 쪽으로.”

“그건 도움이 아닙니다.”

아이리스가 차분히 끼어들었다.

“에버렛 경.”

루카스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이리스는 손수건을 아직 돌려주지 않았다. 오히려 흰 천을 손바닥 안쪽으로 접어 쥐고 있었다.

“성녀님께서 말씀하신 신탁이 사실이 아니라면, 에버렛 경의 의도는 무엇이었습니까?”

또 의도다.

오늘 밤 루카스의 모든 행동에는 의도가 붙었다. 춤을 잡으면 황녀의 밤을 책임지는 의도. 손수건을 건네면 공녀의 명예를 보호하는 의도. 마들렌을 주면 성녀에게 신탁을 전하는 의도.

이쯤 되면 물 한 잔도 조심해서 마셔야 했다. 누군가 갈증의 서약이라고 적을지 몰랐다.

루카스는 최대한 평범하게 말했다.

“배고프신 것 같았습니다.”

성당 수행원 하나가 작게 숨을 삼켰다.

루카스는 바로 덧붙였다.

“공개적으로 말씀드리려던 뜻은 아니었습니다. 오래 서 계시면 힘드실 수 있으니, 부담 없는 다과를 권해 드린 것뿐입니다.”

릴리아가 마들렌을 두 손으로 감싸며 웃었다.

“부담 없는 다과.”

“네. 정말 그 정도입니다.”

“루카스 님에게는요.”

그 말이 제일 위험했다.

루카스는 더 말하지 않기로 했다. 해명은 이미 연료였다. 말을 더 넣으면 불이 커졌다.

그때 무도회장 반대편에서 짧은 금속음이 들렸다.

챙.

귀족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돌아갔다. 홀 한쪽, 붉은 융단이 깔린 작은 시범 공간에 기사들이 서 있었다. 축하 무도회 중간에 황실 기사단의 예식 검술을 보여 주는 순서인 모양이었다.

검은 장식용이라고 하기엔 묵직해 보였다. 은빛 갑옷은 촛불을 받아 깨끗하게 빛났고, 푸른 망토에는 기사단 문장이 박혀 있었다.

그 가운데 선 여인은 다른 기사들보다 한 걸음 앞에 있었다.

짙은 붉은 머리. 곧은 등. 눈썹 하나 흐트러지지 않는 얼굴. 허리의 검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손에 오래 익은 물건처럼 보였다.

레오나 발렌.

기사단장.

원작에서 그녀는 늘 전장 장면과 함께 나왔다. 말보다 먼저 검을 뽑고, 감정보다 먼저 길을 여는 사람. 다만 무식한 여자는 아니었다. 누구보다 규율을 알고, 누구보다 책임을 무겁게 여기는 기사였다.

루카스는 시범 공간 쪽을 보며 아주 작은 희망을 느꼈다.

저쪽으로 시선이 넘어갔다.

지금이다.

성녀의 신탁과 마들렌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순간이었다.

세라피나가 그 희망을 눈치챘는지 부채를 접었다.

“루카스 경, 기사단 시범은 가까이서 보는 편이 좋아.”

“저는 여기서도 충분히 보입니다.”

“내 신사님은 오늘 여러 숙녀의 체면을 살폈잖아. 기사단장의 체면도 살필 줄 아는지 궁금한데.”

불길한 말이었다.

루카스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저는 기사 예법을 모릅니다.”

“그래서 더 재밌지.”

세라피나는 가볍게 손짓했다. 주변 귀족들이 자연스럽게 길을 열었다. 황녀의 손짓 하나에 사람이 움직였다.

도망로가 생겼다.

문제는 그 도망로 끝에 기사단장이 있었다.

루카스는 뒤를 돌아봤다. 아이리스는 손수건을 든 채 그를 보고 있었고, 릴리아는 마들렌을 내려다보다가 다시 루카스를 보았다. 장미일보 기자는 펜을 들고 따라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도망이 아니다.

행렬이다.

루카스는 속으로 한숨을 삼키며 기사단 시범 공간으로 걸어갔다.

레오나는 그가 가까이 오자 시선을 옮겼다.

날카롭지만 무례하지 않은 눈이었다.

“에버렛 경.”

목소리는 낮고 짧았다.

“기사단 시범을 보러 왔나.”

루카스는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방해가 되지 않는 거리에서 보겠습니다.”

“방해되면 말하겠다.”

짧다.

그리고 편하다.

루카스는 이상하게 안심했다. 오늘 밤 처음으로 상대가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숨은 뜻을 묻지도 않았고, 의미를 알고 했냐고도 하지 않았다. 방해되면 말하겠다. 얼마나 명확한가.

기사단은 준비를 시작했다. 두 명의 기사가 마주 서고, 레오나는 가운데서 손을 들어 순서를 맞췄다. 그녀의 움직임은 군더더기가 없었다.

그때 루카스의 눈에 작은 것이 걸렸다.

레오나의 왼쪽 검집 끈.

허리띠 아래로 내려온 가죽끈 끝이 조금 풀려 있었다. 완전히 풀린 건 아니었다. 지금 당장 검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움직임이 커지면 끈 끝이 흔들리고, 검집이 살짝 돌아갈 수 있었다.

루카스는 눈을 가늘게 떴다.

저거 위험한데.

웨딩홀에서는 작은 끈 하나가 사고를 만들었다. 신부 들러리 드레스 끈이 의자에 걸리면 행진이 멈췄다. 무대 위 마이크 선이 발목에 걸리면 사회자가 넘어졌다. 장식 리본 하나가 바닥에 끌려도 누군가는 밟았다.

행사장은 늘 그랬다.

큰 사고는 작은 끈에서 시작됐다.

레오나가 검을 들었다. 망토가 움직이자 검집 끈 끝도 살짝 흔들렸다.

루카스의 등 뒤가 서늘해졌다.

안 된다.

저 상태로 회전 동작을 하면 끈이 발목 쪽으로 갈 수 있다. 본인은 버틸지 몰라도 옆 기사가 걸릴 수도 있다. 검집이 돌아가 소리가 나면 기사단장 체면도 상한다.

그렇다고 여기서 크게 말할 수는 없었다.

기사단장님, 끈 풀렸습니다.

그건 무도회장에서 성녀님 배고프십니까와 비슷한 급이었다. 공개적으로 결함을 짚는 말이었다.

루카스는 예절서를 떠올렸다.

방금 전까지도 예절서는 늘 맞았다. 문제는 설명이 부족했을 뿐이다. 이번에도 머릿속에 짧은 문장이 떠올랐다. 무장한 숙녀의 장비 결함은 명예와 안전을 함께 해치니, 공개 지적보다 조용한 보완이 우선이라는 내용이었다.

조용한 보완.

좋다.

그런데 누가 보완하나.

루카스는 주변을 보았다. 기사들은 이미 자세를 잡고 있었다. 수행원은 조금 떨어져 있었고, 레오나는 곧 시범을 시작할 참이었다. 지금 말을 걸면 늦지 않는다.

늦지 않는다.

왜 내가 해야 하지.

루카스는 마음속으로 울었지만 발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레오나 경.”

레오나가 손을 멈췄다.

“말해라.”

기사들의 시선이 루카스에게 모였다.

루카스는 최대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검집 끈이 조금 느슨합니다.”

홀 한쪽이 조용해졌다.

아.

작게 말했는데 왜 다 듣는가.

레오나의 눈이 아래로 내려갔다. 그녀는 자신의 검집을 확인하고 눈썹을 아주 조금 움직였다. 당황보다는 판단에 가까운 표정이었다.

“보였나.”

“움직이실 때 끈 끝이 흔들렸습니다.”

“시범 전에는 묶여 있었다.”

“망토가 스치면서 풀린 것 같습니다.”

루카스는 여기서 멈추려 했다. 말로 알렸으니 이제 수행원이 와서 고치면 된다. 그는 한 걸음 물러나려 했다.

그 순간, 레오나가 짧게 말했다.

“시간이 없다.”

맞다.

음악은 이미 다음 박자로 넘어가고 있었다. 귀족들은 기다리고 있었다. 기사단 시범은 황실 행사 순서였다. 멈추면 모두가 이유를 본다.

루카스는 손을 들었다가 내렸다.

손수건은 안 된다.

절대 안 된다.

손수건 하나로 지금 이 꼴이 났다. 여기서 또 손수건을 꺼내면 내일 아침 기사 제목은 에버렛 경의 천 조각 연대기가 될 것이다.

그는 장갑을 확인했다. 다행히 흰 예식 장갑을 끼고 있었다.

루카스는 레오나를 보았다.

“허락해 주시면 끈 끝만 정리하겠습니다.”

레오나의 눈빛이 바뀌었다.

기분 나빠하는 눈은 아니었다. 오히려 잠깐 멈춰서 그 말을 재는 눈이었다.

“허락을 구하는군.”

“무장에 손대는 일입니다.”

“그걸 아나.”

“모르면 더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레오나는 잠시 루카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검을 살짝 들어 검집 쪽을 비웠다.

“해라.”

루카스는 숨을 고르고 한 걸음 다가갔다.

허리 근처로 손을 가져가는 일이라 더 조심해야 했다. 그는 레오나의 몸이 아니라 검집 끈 끝만 보았다. 손끝으로 느슨해진 가죽끈을 잡고, 이미 묶여 있던 매듭을 풀지 않은 채 남는 끝을 고리 안으로 한 번 더 넣었다.

복잡한 매듭은 아니었다.

행사장 리본을 임시로 묶을 때 쓰던 방식이었다. 풀기 쉽고, 보기 나쁘지 않고, 발에 걸리지 않는 정도.

딱 그 정도면 됐다.

루카스는 손을 떼고 바로 물러났다.

“됐습니다. 움직임에 방해되시면 바로 푸셔도 됩니다.”

레오나는 검집을 내려다보았다. 손으로 가볍게 흔들어 보더니, 이번에는 검을 뽑는 동작까지 작게 해 보았다.

검집은 흔들리지 않았다.

레오나가 말했다.

“좋은 판단이다.”

루카스는 안도했다.

드디어.

오늘 밤 처음으로 누군가 그의 행동을 있는 그대로 봐 준 것 같았다.

“발목에 걸리면 위험해서 그랬습니다.”

“발목.”

레오나가 그 단어를 되풀이했다.

“너는 검보다 발을 먼저 봤군.”

“넘어지시면 위험하니까요.”

“그리고 검집이 돌아가면 내 등 뒤가 빈다.”

“그 정도까지는 제가…….”

“봤다.”

레오나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등 뒤를 봤군.”

아니다.

발목을 봤다.

정확히는 행사장 사고를 봤다.

루카스는 바로 해명하려 했다.

“경, 저는 그저 안전상으로—”

기사단원 하나가 작게 숨을 삼켰다.

다른 기사 둘이 서로를 보았다. 그들의 눈빛이 이상했다. 놀람과 감탄, 그리고 뭔가 말하면 안 되는 걸 본 사람의 표정이었다.

루카스는 그 표정을 보고 깨달았다.

또다.

또 뭔가 있다.

세라피나는 이미 가까이 와 있었다. 부채는 접혀 있었고, 웃음은 숨기지 않았다.

“루카스 경.”

“전하,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내가?”

“지금 뭔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맞아. 아주 보기 좋게.”

도움이 안 된다.

아이리스가 조용히 말했다.

“에버렛 경은 오늘 밤 참 많은 것을 맡으시는군요.”

“맡은 것이 아닙니다.”

“황녀 전하의 밤, 성녀님의 마들렌, 그리고 기사단장님의 검집.”

“공녀님, 손수건도 넣으려 하셨습니까?”

아이리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손수건을 더 단정하게 접었다.

그 침묵이 더 무서웠다.

릴리아가 부드럽게 웃었다.

“오늘은 축복이 여러 방향으로 바쁘네요.”

“성녀님, 축복도 아닙니다.”

“그럼 안전인가요?”

“네. 안전입니다.”

릴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을 다치지 않게 하는 일은 좋은 축복이지요.”

왜 모든 길이 축복으로 이어지는가.

장미일보 기자는 벌써 펜을 움직이고 있었다.

“황녀의 밤, 공녀의 손수건, 성녀의 마들렌, 여기사의 검집…….”

루카스는 기자를 돌아봤다.

“네 번째는 빼 주십시오.”

“에버렛 경, 이미 네 번째가 가장 강합니다.”

“검집 끈이 풀려 있었습니다.”

“기사단장님의 검집 끈이요.”

“안전 문제였습니다.”

“전장에서 등 뒤를 맡기는 사이만 확인하는 문제지요.”

루카스는 얼어붙었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기자가 눈을 빛냈다.

“기사단 관습입니다. 전장에서는 무장에 함부로 손대지 않습니다. 특히 검집 끈은 검을 뽑고 넣는 선과 바로 연결됩니다. 등을 맡긴 전우가 아니면 손대지 않지요.”

루카스는 천천히 레오나를 보았다.

레오나는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검집에 손을 얹고 있었다.

“맞다.”

“경.”

“허락은 내가 했다.”

“그 부분은 감사합니다만, 저는 전장 관습을 몰랐습니다.”

“몰라도 했다.”

레오나의 대답은 짧았다.

“그리고 제대로 했다.”

루카스는 말문이 막혔다.

제대로 하면 더 위험한 세계라니.

그는 정말 끈만 정리했다. 누가 봐도 느슨했고, 발목에 걸릴 수 있었고, 검집이 돌아갈 수 있었다. 그것을 고친 게 왜 전우가 되는가.

레오나는 검을 한 번 뽑았다가 넣었다.

소리는 낮고 깨끗했다. 흔들림이 없었다.

“시범에 지장이 없다.”

“다행입니다.”

“내 등을 살폈다.”

“그렇게까지는 아닙니다.”

“전장에서는 그게 가장 먼저다.”

레오나는 루카스를 똑바로 보았다.

그 시선에는 장난이 없었다. 세라피나처럼 재미있어하는 눈도 아니고, 아이리스처럼 차갑게 확인하는 눈도 아니었다. 릴리아처럼 부드러운 신뢰도 아니었다.

그건 판단이었다.

검을 든 사람이, 같은 공간에 설 수 있는 사람인지 재는 눈.

루카스는 괜히 등줄기가 펴졌다.

“저는 싸움을 잘하지 못합니다.”

“검을 들라는 말은 안 했다.”

“그럼 왜…….”

“도망치지 않았다.”

레오나가 말했다.

“결함을 봤고, 공개 망신을 만들지 않았고, 허락을 구한 뒤 고쳤다. 전장에서도 그 정도를 못 하는 사람이 많다.”

기사단원 몇 명이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루카스는 더 당황했다.

칭찬이다.

분명 칭찬인데 빠져나갈 길이 없다.

“저는 그저 행사 중 사고를 막고 싶었습니다.”

“행사.”

레오나가 잠깐 생각하듯 눈을 내렸다.

“전장도 다르지 않다. 사람이 많고, 순서가 있고, 실수하면 다친다.”

그렇게 연결하지 말아 주세요.

루카스는 속으로만 말했다.

세라피나가 아주 즐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루카스 경, 기사단장 마음에도 들었네.”

“전하, 마음이라는 표현은 위험합니다.”

“그럼 검집?”

“그것도 위험합니다.”

아이리스의 목소리가 차갑게 들어왔다.

“에버렛 경은 위험한 표현을 피하려다 더 위험한 행동을 하시는 편이군요.”

“저도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손수건은 의미를 모르셨고, 마들렌은 신탁이 아니며, 검집 끈은 전우가 아니라고 하실 겁니까?”

“전부 사실입니다.”

“사실만 놓고 보니 더 곤란하군요.”

장미일보 기자가 빠르게 받아 적었다.

“좋습니다. 사실만 놓고 보니 더 곤란하다.”

“그건 공녀님 말씀입니다.”

“출처가 정확해졌습니다.”

“정확하지 않아도 됩니다.”

기자는 듣지 않았다.

루카스는 정말 잠깐 무도회장 천장을 보았다.

화려한 샹들리에가 눈에 들어왔다. 저 위에라도 올라가고 싶었다. 물론 올라가면 또 누군가 황실의 별을 따려 했다고 쓸 것이다.

레오나가 검을 검집에 넣었다.

“시범은 진행한다.”

그 한마디에 기사단이 다시 움직였다.

레오나는 루카스가 묶어 준 끈을 그대로 둔 채 첫 자세를 잡았다. 검은 조용히 빠졌고, 발은 융단 위를 정확히 밟았다. 망토가 돌고, 검집은 흔들리지 않았다.

귀족들 사이에서 낮은 감탄이 흘렀다.

루카스도 모르게 안도했다.

사고는 나지 않았다.

그거면 됐다.

오늘 밤 처음으로 어떤 일이 실제로 잘 끝난 것 같았다.

그 순간 장미일보 기자가 속삭였다.

“검집이 흔들리지 않는군요.”

“좋은 일입니다.”

“에버렛 경의 매듭 때문입니다.”

“기사단장님의 실력 때문입니다.”

“겸손까지.”

“제발.”

시범은 짧았다. 레오나는 마지막 동작에서 검을 세우고, 정확히 한 박자 뒤에 검집에 넣었다. 아무 소리도 튀지 않았다. 완벽한 마무리였다.

박수가 터졌다.

레오나는 박수를 받으며 루카스 쪽으로 걸어왔다. 기사단장답게 걸음에 망설임이 없었다.

루카스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

레오나가 멈췄다.

“도망치나.”

“아닙니다. 길을 비켜 드린 겁니다.”

“같은 말처럼 들린다.”

“전혀 다릅니다.”

레오나는 검집 끈을 손끝으로 한 번 만졌다.

“매듭은 나쁘지 않았다.”

“임시입니다. 나중에 기사단 장비 담당자분께 다시 맡기시는 게 좋습니다.”

“그 말도 맞다.”

레오나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확인해야겠다.”

“무엇을 말입니까?”

“네 눈.”

루카스는 순간 대답을 잃었다.

눈?

눈을 왜 확인하는가. 혹시 이 세계 기사단에는 사람 눈빛으로 검술 적성을 보는 예법이라도 있는가. 아니면 매듭을 묶은 사람이 다음날 장비 검사를 받아야 하는가.

그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제 눈에 문제가 있습니까?”

“문제가 아니라 쓸모다.”

레오나는 담담했다.

“검을 못 들어도, 위험을 먼저 보는 눈은 쓸 수 있다.”

루카스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저는 기사단 일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어울리는지는 내가 본다.”

“경, 저는 정말 평범한 사교계 영식입니다.”

그 말을 듣고 주변이 아주 잠깐 조용해졌다.

세라피나가 먼저 웃었다.

아이리스는 눈을 내리깔았다.

릴리아는 마들렌 봉투를 조심스럽게 접었다.

장미일보 기자는 펜 끝을 멈추지 않았다.

아무도 믿지 않는 얼굴이었다.

루카스는 억울했다.

정말 평범해지고 싶다.

그뿐이었다.

레오나는 루카스의 말을 길게 반박하지 않았다. 그녀다운 방식이었다. 짧고, 곧고, 물러서지 않는 방식.

“에버렛 경.”

“네.”

“내일 새벽, 나와 단둘이 만나자.”

Advertisement
Bottom Banner Ad(reader-bottom)

댓글 (0)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해주세요.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