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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들렌은 성물이 아닙니다 일러스트

마들렌은 성물이 아닙니다

“오늘도 신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릴리아 성녀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손 안의 종이봉투를 내려다봤다.

마들렌 두 개.

어제 밤에 챙긴 간식.

버터 향이 조금 나고, 봉투 한쪽이 살짝 구겨졌고, 성스러운 기운은 전혀 없는 평범한 과자.

나는 최대한 단호하게 말했다.

“성녀님, 이건 신탁이 아닙니다.”

릴리아 성녀가 눈을 깜빡였다.

“그럼 제 취향인가요?”

“그것도 제가 판단할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루카스 님께서 들고 계셨어요.”

“제가 배고플 때 먹으려고요.”

“그런데 제가 배고플 때 발견했어요.”

“우연입니다.”

“우연이 두 번 겹치면 신의 뜻이라고 배웠는데요.”

누가 그런 위험한 교육을 했습니까.

나는 성당 천장을 올려다봤다.

높고, 하얗고, 아주 경건했다.

그리고 지금 내 손에는 마들렌이 있었다.

경건함과 버터가 같은 공간에 있으면 보통 버터가 이긴다.

적어도 내 코는 그랬다.

릴리아 성녀는 축복문을 마쳤다.

성가대 아이들이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수행원 둘도 안도한 얼굴이었다.

가장 안도한 사람은 릴리아 성녀였다.

그녀는 성녀다운 자세로 서 있었다.

하지만 시선은 계속 내 손에 있었다.

나는 작게 속삭였다.

“이제 드셔도 됩니까?”

릴리아 성녀의 눈이 반짝였다.

“네.”

“금식 규칙은 끝난 겁니까?”

“리허설 축복문은 끝났어요.”

“그럼 괜찮겠네요.”

“네.”

그녀가 두 손을 내밀었다.

너무 공손했다.

마치 내가 성물을 전달하는 사람 같았다.

아니다.

과자다.

나는 종이봉투를 조심스럽게 건넸다.

릴리아 성녀는 두 손으로 받았다.

그리고 아주 작게 숨을 들이마셨다.

“따뜻해요.”

“제 품에 있어서 그렇습니다.”

말하고 바로 후회했다.

품.

왜 하필 그 단어를 골랐지.

수행원 하나가 내 쪽을 보았다.

성가대 아이 둘도 보았다.

릴리아 성녀는 봉투를 가슴 앞에 살짝 안았다.

“루카스 님의 품에서 온 마들렌…….”

“아닙니다.”

나는 바로 말했다.

“그 표현은 빼주십시오.”

“그럼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평범한 마들렌입니다.”

“그냥.”

릴리아 성녀가 단어를 조심스럽게 굴렸다.

“그냥 마들렌.”

“예.”

“성녀가 아니라 사람에게 주신 그냥 마들렌.”

“그건 또 조금 의미가 붙었습니다.”

“하지만 맞잖아요.”

맞았다.

그래서 더 위험했다.

릴리아 성녀가 봉투를 열었다.

버터 향이 성당 안에 조용히 퍼졌다.

성가대 아이 하나가 침을 삼켰다.

너무 솔직한 소리였다.

릴리아 성녀가 아이를 보았다.

아이도 릴리아 성녀를 보았다.

둘 다 같은 표정이었다.

배고픈 사람의 표정.

성당은 잠깐 아주 인간적인 공간이 됐다.

릴리아 성녀는 마들렌 하나를 꺼냈다.

작고 둥근 과자였다.

어디를 봐도 성물은 아니었다.

그냥 과자였다.

그런데 성당 사람들은 그렇게 보지 않았다.

수행원 하나가 속삭였다.

“축복문 직후에 받은 첫 음식…….”

다른 수행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금식 후 회복의 징표네요.”

성가대 아이가 물었다.

“그럼 저 마들렌도 축복받은 건가요?”

“아닙니다.”

나는 바로 끼어들었다.

이번에는 늦으면 안 됐다.

마들렌이 축복받으면 다음에는 접시가 축복받고, 그다음에는 봉투가 축복받고, 마지막에는 내가 이상한 직함을 받는다.

이미 예감이 왔다.

아주 선명하게.

“이건 그냥 간식입니다. 제가 어젯밤에 챙겨 둔 평범한 마들렌입니다.”

수행원이 눈을 빛냈다.

“어젯밤부터 준비하셨군요.”

“제가 먹으려고요.”

“성녀님의 허기를 예비하신 게 아니라요?”

“아닙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성녀님께 필요한 순간에 있었습니다.”

“우연입니다.”

“겸손하시군요.”

아니다.

정확한 설명이다.

나는 이 세계에서 겸손과 사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릴리아 성녀는 마들렌을 바라보다가 나를 올려다봤다.

“먹어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기도하고 먹어야 할까요?”

“그건 성녀님 마음대로 하시면 됩니다.”

“그럼 짧게만 할게요.”

릴리아 성녀는 눈을 감았다.

마들렌을 두 손으로 들고.

성가대 아이들이 따라 눈을 감았다.

수행원들도 고개를 숙였다.

나는 혼자 눈을 뜨고 있었다.

아니, 이게 맞나?

과자 앞에서 나만 눈 뜬 사람이 되면 내가 제일 불경한 사람처럼 보인다.

나는 늦게 고개를 숙였다.

릴리아 성녀가 속삭였다.

“오늘도 제 육신을 기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신께 하는 말이었다.

아마도.

그런데 수행원 하나가 나를 봤다.

왜 나를 봅니까.

저는 육신을 기억한 게 아니라 배고파 보이는 걸 본 겁니다.

릴리아 성녀는 기도를 마치고 마들렌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작은 소리였다.

사각.

그 순간 그녀의 눈이 커졌다.

성녀의 얼굴에서 고상함이 2초 정도 사라졌다.

대신 진심이 나왔다.

“맛있어요.”

아주 작은 말이었다.

하지만 성당 안에 있던 모두가 들었다.

릴리아 성녀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

늦었다.

성가대 아이 하나가 감탄했다.

“성녀님이 웃으셨어요.”

“아니에요.”

릴리아 성녀가 급히 말했다.

“저는 늘 웃어요.”

“방금은 더 웃으셨어요.”

아이들은 잔인할 정도로 정확하다.

릴리아 성녀의 귀 끝이 베일 아래에서 붉어졌다.

나는 아이 쪽으로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 아이는 내 손에 남은 두 번째 마들렌을 보았다.

아.

위험하다.

나는 봉투를 닫았다.

아이의 눈이 더 커졌다.

“저것도 성녀님 건가요?”

“아닙니다. 이건 제 겁니다.”

“루카스 님.”

릴리아 성녀가 조용히 불렀다.

“예.”

“저는 반쪽만 먹어도 괜찮아요.”

“이미 한 개 드시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나누면 더 성스러워질 수도 있어요.”

“성스럽지 않아도 됩니다.”

“그럼 더 맛있어질 수도 있어요.”

그건 조금 설득력이 있었다.

아니다.

흔들리지 마라.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성녀님께서 한 개 드십시오. 금식하셨으니까요.”

릴리아 성녀가 마들렌을 들고 멈췄다.

“저를 걱정하시는 거군요.”

“행사 진행상 체력 관리입니다.”

“그래서 더 따뜻하게 들려요.”

“차갑게 들려야 정상입니다.”

“루카스 님 말은 차갑게 해도 따뜻해요.”

성가대 아이들이 작게 웅성거렸다.

수행원들이 고개를 숙였다.

나는 눈을 감고 싶었다.

마들렌 하나가 너무 멀리 왔다.

그때 성당 안쪽에서 중년의 사제가 다가왔다.

그는 흰 수염을 가지런히 정리한 사람이었다.

표정은 온화했다.

손에는 작은 은쟁반이 들려 있었다.

왜 쟁반이 나오지.

나는 본능적으로 뒤로 반걸음 물러났다.

사제가 내 손의 봉투를 보고 물었다.

“그것이 방금 성녀님께서 드신 회복 음식입니까?”

“간식입니다.”

“회복 간식.”

“평범한 간식입니다.”

“성녀님께서 금식 후 처음 드신 음식이지요?”

“그건 맞습니다.”

“성녀님께서 웃으셨고요.”

“그건 마들렌이 맛있어서입니다.”

“그러니 성녀님을 웃게 한 음식이군요.”

말은 맞는데 방향이 이상했다.

사제는 은쟁반을 내밀었다.

“남은 조각을 잠시 올려두시겠습니까?”

“왜요?”

“성당 부엌에서 같은 것을 준비해볼 수 있도록 모양을 확인하려 합니다.”

그건 합리적이었다.

나는 안도했다.

드디어 정상적인 이유가 나왔다.

“아, 그거라면 괜찮습니다.”

나는 남은 마들렌을 꺼냈다.

사제는 은쟁반을 두 손으로 받쳤다.

성가대 아이들은 숨을 삼켰다.

수행원은 고개를 숙였다.

릴리아 성녀는 마들렌을 들고 작게 말했다.

“꼭 성물 봉헌 같네요.”

“성녀님.”

나는 낮게 말했다.

“그런 말은 하지 말아주십시오.”

사제가 멈칫했다.

“성물 봉헌은 아닙니다.”

“그렇죠?”

“예. 아직은요.”

아직은요?

나는 은쟁반 위의 마들렌을 다시 집어 들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사제는 마들렌을 아주 조심히 살폈다.

“껍질은 부드럽고, 가장자리는 노릇하며, 손에 묻지 않는군요.”

“네. 좋은 마들렌입니다.”

“성녀님께서 리허설 뒤에도 품위를 잃지 않고 드실 수 있는 형태입니다.”

“그건 그냥 부스러기가 적어서입니다.”

“품위 있는 부스러기 절제.”

“아닙니다.”

“겸손하시군요.”

또 겸손.

이쯤 되면 겸손은 내 적이다.

릴리아 성녀가 작게 웃었다.

“루카스 님.”

“예.”

“마들렌이 성물이 되면 곤란하세요?”

“매우 곤란합니다.”

“왜요?”

“앞으로 간식을 못 먹게 될 것 같아서요.”

릴리아 성녀는 잠시 나를 보았다.

그러더니 진심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큰일이에요.”

성녀님이 내 편이 됐다.

간식 앞에서는 누구보다 믿음직했다.

“그러니 성물은 아니라고 해주세요.”

“네.”

릴리아 성녀는 사제를 향해 아주 성녀다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마들렌은 성물이 아닙니다.”

나는 안도했다.

드디어 끝났다.

릴리아 성녀가 이어 말했다.

“다만 제게는 오늘의 작은 기적이었어요.”

안 끝났다.

왜 문장이 항상 한 줄 더 붙는가.

사제는 감동한 얼굴이 됐다.

성가대 아이들은 서로를 보았다.

수행원은 입술을 깨물었다.

나는 두 손을 들었다.

“작은 기적도 아닙니다. 먹으려고 챙긴 과자입니다.”

“루카스 님.”

릴리아 성녀가 웃었다.

“기적은 꼭 하늘에서 떨어질 필요는 없잖아요.”

“마들렌은 제가 주머니에서 꺼냈습니다.”

“그럼 더 가까운 기적이네요.”

이길 수 없다.

나는 조용히 패배를 인정했다.

마들렌은 성물은 아니었다.

하지만 성녀님 안에서는 이미 뭔가가 되어 있었다.

적어도 그냥 과자로 되돌리기는 늦었다.

그때 성당 부엌 쪽 문이 열렸다.

앞치마를 두른 수녀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었다.

“저기…….”

나는 그쪽을 보았다.

수녀는 은쟁반 위의 마들렌을 보더니 두 손을 모았다.

“성녀님께서 드신 것이 저 모양입니까?”

“예. 하지만 특별한 건 아닙니다.”

“겉은 조개 모양이고, 속은 부드러운 빵.”

“네. 마들렌입니다.”

“성녀님께서 리허설 뒤에 드시기 좋겠네요.”

드디어 정상적인 의견이었다.

나는 반가워서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작고, 손에 묻지 않고, 빨리 먹을 수 있습니다.”

“기도복에 가루도 덜 떨어지고요.”

“그렇죠.”

“축복 동선 중간에도 숨기기 쉽고요.”

“그건 아닙니다.”

정상은 오래가지 않았다.

수녀는 진지했다.

“성녀님께서 너무 오래 굶으시면 목소리가 작아지십니다. 하지만 의식 중에 빵을 들고 계시면 체면이…….”

릴리아 성녀가 작게 말했다.

“체면보다 배가 먼저일 때도 있어요.”

수녀가 눈을 크게 떴다.

나는 바로 말했다.

“성녀님께서 농담하신 겁니다.”

릴리아 성녀가 나를 보았다.

“반쯤은요.”

“성녀님.”

“나머지 반은 진심이에요.”

수녀는 입을 가렸다.

웃음을 참는 얼굴이었다.

성당 사람들이 하나씩 인간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위험하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릴리아 성녀는 마들렌을 다시 한 입 베어 물었다.

이번에는 아주 천천히 먹었다.

성녀답게.

아니, 성녀답게 먹으려는 사람답게.

그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루카스 님.”

“예.”

“이건 성물이 아니라고 하셨죠?”

“예.”

“그럼 제가 먹어도 사라지는 데 문제가 없겠네요.”

“당연합니다.”

“성물은 보관해야 하니까요.”

“그러니까 성물이 아닙니다.”

“다행이에요.”

릴리아 성녀가 남은 조각을 보았다.

“성물이었으면 못 먹을 뻔했어요.”

그건 맞다.

정말 중요한 지적이었다.

나는 처음으로 릴리아 성녀의 논리에 깊이 공감했다.

성물이 되면 먹을 수 없다.

먹을 수 없으면 간식이 아니다.

간식에게 그보다 큰 비극은 없다.

성가대 아이 하나가 손을 들었다.

“그럼 성물이 되기 전에 먹으면 되나요?”

“안 됩니다.”

나와 수녀가 동시에 말했다.

아이의 어깨가 움찔했다.

릴리아 성녀가 웃었다.

“나중에 부엌에서 비슷한 걸 만들어주실 거예요.”

수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하면요.”

아이들의 눈이 일제히 빛났다.

성당의 경건함이 단체 간식 시간으로 조금 기울었다.

나는 이 흐름이 불안했다.

그래도 방금까지 마들렌 하나가 성물이 될 뻔한 것보다는 낫다.

단체 간식은 적어도 관리 가능하다.

아마도.

사제는 은쟁반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성녀제 리허설 뒤에는 작은 회복 간식을 준비하는 것이 좋겠군요.”

“그건 좋은 생각입니다.”

나는 바로 동의했다.

“성녀님뿐 아니라 성가대 아이들도 오래 서 있으니까요.”

아이들이 숨을 삼켰다.

수녀가 미소 지었다.

릴리아 성녀는 나를 보았다.

그 눈빛은 아까보다 더 부드러웠다.

“역시 루카스 님은 모두를 챙기시는군요.”

“운영상 필요합니다.”

“그래서 더 좋아요.”

“좋아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럼 감사할게요.”

그건 막을 수 없었다.

감사는 위험하지 않다.

아마도.

릴리아 성녀가 작은 조각을 다 먹고 두 손을 모았다.

“감사합니다, 루카스 님.”

그 말은 조용했다.

그래서 더 크게 들렸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별일 아닙니다.”

사제가 감탄했다.

“별일이 아닌 것처럼 행하는 선의.”

“아닙니다. 정말 별일이 아닙니다.”

“겸손이 깊으십니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말할수록 깊어진다.

겸손이라는 구덩이가.

성가대 아이들은 이미 수녀를 따라 부엌 쪽을 보고 있었다.

리허설보다 간식이 더 선명한 얼굴들이었다.

나는 그 얼굴을 조금 이해했다.

사람은 성스러운 노래만으로 살 수 없다.

가끔은 버터도 필요하다.

릴리아 성녀가 내 쪽으로 살짝 몸을 기울였다.

“루카스 님.”

“예.”

“다음 리허설 때도 혹시…….”

그녀는 말을 끝내지 못했다.

성녀답게 참으려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눈은 이미 물어보고 있었다.

마들렌 있나요?

나는 작게 한숨을 삼켰다.

“가능하면 준비해보겠습니다.”

“정말요?”

“단, 규칙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요.”

“네.”

릴리아 성녀가 환하게 웃었다.

“저는 규칙을 아주 좋아해요.”

“방금 처음 듣는 말투였습니다.”

“마들렌이 있는 규칙은 좋아요.”

그건 나도 조금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제가 은쟁반을 내려놓고 말했다.

“그럼 성당 부엌에 같은 마들렌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름은 무엇으로 부르면 좋겠습니까?”

“마들렌입니다.”

“성녀 회복 마들렌?”

“마들렌입니다.”

“루카스식 마들렌?”

“평범한 마들렌입니다.”

릴리아 성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루카스식도 좋아요.”

“성녀님.”

“네. 그냥 마들렌으로 할게요.”

그녀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표정은 전혀 얌전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다음에도 달라고 말하고 싶은 표정이었다.

나는 모른 척했다.

이럴 때는 모르는 척이 예의다.

그때 성당 뒤편에서 깃펜 소리가 났다.

사각.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한 노년 기록관이 앉아 있었다.

언제부터 있었습니까.

제발 처음부터는 아니라고 해주십시오.

기록관은 두꺼운 성당 일지를 펴고 있었다.

나는 아주 천천히 물었다.

“혹시 지금 뭘 적고 계십니까?”

기록관이 온화하게 웃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성물이라고는 적지 않았습니다.”

“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이었다.

“그럼 뭐라고 적으셨습니까?”

기록관은 일지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또박또박 읽었다.

“성녀 리허설 후, 에버렛 경이 금식의 고단함을 헤아려 회복 간식을 바침. 성녀께서 이를 작은 기적이라 칭함.”

“지워주십시오.”

“성물이라고는 안 적었습니다.”

“방금 문장도 충분히 위험합니다.”

기록관은 잠시 생각했다.

깃펜 끝이 움직였다.

나는 불길함을 느꼈다.

“그럼 줄이겠습니다.”

“좋습니다.”

“성녀의 간식 기사.”

“안 좋습니다.”

사제가 고개를 기울였다.

“간식의 기사 쪽이 더 자연스럽지 않습니까?”

성가대 아이들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릴리아 성녀는 마들렌을 두 손으로 든 채 나를 보았다.

눈이 반짝였다.

하지 마십시오.

그 눈으로 동의하지 마십시오.

기록관이 일지를 덮기 전, 릴리아 성녀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저도 한 줄만 보태도 될까요?”

“성녀님?”

기록관이 눈을 크게 떴다.

릴리아 성녀는 남은 마들렌 반쪽을 소중히 들고 있었다.

“간식의 기사님은 성물을 만든 분이 아니에요.”

“그렇습니다.”

나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성녀님이 정확히 말해주셨다.

“그냥 제가 배고픈 걸 부끄럽지 않게 해주신 분이에요.”

성당 안이 조용해졌다.

조금 따뜻한 침묵이었다.

나는 그 따뜻함이 위험해지기 전에 말했다.

“그러니까 기사도 아닙니다.”

기록관은 웃으며 일지를 다시 열었다.

“그 설명을 들으니 더 기사답군요.”

안 된다.

말이 또 졌다.

기록관의 깃펜이 다시 움직였다.

사각.

사각.

나는 손을 뻗었다.

“잠깐만요.”

늦었다.

기록관은 만족스럽게 일지를 덮었다.

그리고 아주 경건하게 말했다.

“오늘 성녀제 리허설의 보조 공로자 칭호는 이렇게 남기겠습니다.”

나는 숨을 멈췄다.

기록관이 웃었다.

“루카스 에버렛 경, 간식의 기사.”

성가대 아이들이 작게 박수쳤다.

릴리아 성녀는 마들렌을 반으로 쪼개며 환하게 웃었다.

“축하드려요, 루카스 님.”

축하받을 일이 아니다.

나는 그저 간식을 챙겼을 뿐이다.

그런데 이 세계는 또 하나의 직함을 만들었다.

마들렌은 성물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기사가 됐다.

간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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