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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남주가 나를 스승으로 착각한다 일러스트

원작 남주가 나를 스승으로 착각한다

장미일보 1면은 너무 정성스러웠다.

그게 더 나빴다.

루카스는 침대 끝에 앉아 신문을 다시 펼쳤다.

황녀의 밤부터 마탑주의 붉은 서명까지.

추방 예정 영식 루카스 에버렛, 다섯 숙녀 앞에서 선언.

‘저는 모두를 동등하게 대하고 싶습니다.’

제국 사교계, 전례 없는 공정한 애정의 탄생.

루카스는 신문을 접었다.

다시 펼쳤다.

제목은 그대로였다.

당연했다. 종이는 사과하지 않는다.

“정정보도.”

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정정보도를 요청해야 한다.”

루카스는 곧바로 빈 종이를 꺼냈다.

장미일보 편집부 귀중.

첫 줄까지는 괜찮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루카스 에버렛은 다섯 숙녀를 동등하게 아낀다고 선언한 사실이 없습니다.

그는 펜을 멈췄다.

없습니다.

너무 세다. 귀족 사회에서 숙녀를 아끼지 않는다고 쓰는 건 또 다른 무례가 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아낀다고 쓰면 끝이었다. 그는 줄을 그었다.

루카스 에버렛은 다섯 숙녀에게 특별한 뜻을 품지 않았습니다.

이것도 위험했다. 특별한 뜻이 없다고 하면 상대를 하찮게 여긴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 특히 황녀 전하에게는 절대 안 된다.

다시 줄을 그었다.

루카스 에버렛은 모든 귀부인을 똑같이 예우할 뿐입니다.

그는 종이를 구겼다.

똑같이.

그 단어는 어제 사람을 죽였다.

정확히는 사람을 죽이지는 않았지만, 루카스의 사회적 생명은 꽤 위험한 곳까지 밀어 넣었다. 그는 이제 단어 하나를 고를 때마다 결혼식장 축의금 봉투에 이름을 쓰던 심정이 됐다. 틀리면 오래 남는다.

정정보도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현대라면 고객센터에 전화해 “기사 제목이 사실과 다릅니다”라고 말했을 것이다. 여기서는 편지 한 줄에도 가문, 체면, 예법, 황실, 성당, 기사단, 마탑이 전부 달라붙었다.

루카스는 새 종이를 꺼냈다.

이번에는 더 짧게 썼다.

본인은 예의를 지켰을 뿐입니다.

그는 한참 그 문장을 바라보았다.

가장 안전한 문장 같았다.

그리고 동시에, 지금까지 모든 사고를 만든 문장이기도 했다.

루카스는 펜을 내려놓았다.

정정보도도 예의가 필요했고, 예의는 이 세계에서 폭발물이었다.

문제는 정정보도 문구였다.

`저는 다섯 숙녀를 동등하게 아끼는 것이 아닙니다.`

이건 이미 위험했다.

`저는 아무도 특별히 아끼지 않습니다.`

이건 인간으로서 위험했다.

`저는 그저 예의를 지켰을 뿐입니다.`

이건 여섯 번 말했고 여섯 번 실패했다.

루카스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현대 웨딩홀에서 사회자가 실수한 축사를 정정할 때도 이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마이크를 끄고 다시 말하면 됐다. 여기서는 마이크가 없는데도 말이 더 멀리 갔다.

그때 문이 두 번 두드려졌다.

똑똑.

정중했다.

불길하게 정중했다.

루카스는 신문을 접어 책상 아래로 밀어 넣었다.

“들어오십시오.”

문이 열렸다.

검은 제복의 청년이 들어왔다.

키가 크고, 자세가 곧았다. 은빛 장식이 달린 제복은 흐트러진 곳이 없었다. 칼은 장식처럼 보이지 않았고, 장식은 과하지 않았다. 얼굴은 원작 표지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반듯했다.

카르덴 로웰.

로웰 공작가 후계자.

원작 남주.

루카스의 등줄기가 차가워졌다.

원래라면 이 사람이 중심이었다. 황녀와 공녀와 성녀와 기사단장, 그리고 마탑주까지. 원작의 주인공은 루카스가 아니었다. 루카스는 초반에 추방당하는 영식이었다.

그런데 지금 원작 남주가 그의 방 문 앞에 서 있었다.

카르덴은 깊이 고개를 숙였다.

“에버렛 경.”

“로웰 경.”

루카스는 벌떡 일어났다.

“이른 시간에 실례합니다.”

“아닙니다. 무슨 일로…….”

카르덴은 품에서 접힌 신문을 꺼냈다.

장미일보였다.

루카스는 속으로 끝났다고 생각했다.

이제 원작 남주가 항의하러 온 것이다. 네가 왜 여주인공 다섯 명에게 꼬리를 치냐고. 결투를 신청하겠다고. 아니, 이 세계의 예법으로는 결투도 정중할 것이다. 정중하게 죽는다.

카르덴은 신문을 책상 위에 올렸다.

그리고 또 하나를 꺼냈다.

작은 노트였다.

“한 수 배우고 싶습니다.”

“예?”

루카스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카르덴의 얼굴은 진지했다.

“에버렛 경의 사교술을 배우고 싶습니다.”

“제 사교술이요?”

“예.”

카르덴은 노트를 펼쳤다.

거기에는 줄이 빽빽하게 그어져 있었다. 루카스는 몇 단어를 보았다.

황녀.

손수건.

마들렌.

검집.

붉은 서명.

동등.

루카스는 뒤로 반 걸음 물러났다.

“로웰 경, 혹시 장미일보를 너무 믿으신 건 아닙니까?”

“장미일보는 과장합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완전한 허위만 쓰지는 않습니다.”

그게 더 나빴다.

카르덴은 매우 차분하게 말했다.

“황녀 전하께서 에버렛 경을 공개적으로 붙잡으셨고, 아이리스 공녀님께서는 손수건을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릴리아 성녀님은 마들렌을 신탁처럼 여기셨고, 레오나 경은 새벽 단독 훈련을 요구했습니다. 비앙카 마탑주께서는 연구 협조를 요청하셨습니다.”

“정확히는 대부분 오해입니다.”

“그 오해가 동시에 발생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카르덴은 노트에 펜을 댔다.

“저는 검술과 예법은 정석대로 배웠습니다. 하지만 에버렛 경의 방식은 정석 교본에 없습니다.”

“정석 교본에 없으면 배우지 않으셔도 됩니다.”

카르덴의 눈이 빛났다.

“과연.”

“아닙니다.”

“교본에 없는 것을 교본으로 삼지 말라.”

“그 뜻이 아닙니다.”

카르덴은 적었다.

루카스는 그 펜 끝이 무서웠다.

비앙카의 기록지와는 다른 무서움이었다. 비앙카는 사람을 현상으로 보았다. 카르덴은 사람 말을 훈련 과제로 바꿨다.

“에버렛 경.”

“예.”

“어떻게 다섯 분의 마음을 동시에 움직이셨습니까?”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움직인 줄도 모르게 움직였다.”

“아닙니다.”

“무의식의 경지.”

“로웰 경.”

“무위연애술.”

카르덴은 아주 진지하게 그 단어를 적었다.

루카스는 눈을 감았다.

새로운 장르가 태어났다.

“그런 기술은 없습니다.”

“기술로 부르지 않는 기술.”

“없습니다.”

“이름조차 지우는 단계군요.”

루카스는 책상 모서리를 잡았다.

진정하자.

원작 남주다. 나쁜 사람은 아니다. 질투해서 칼을 뽑는 쪽보다 훨씬 낫다. 적어도 지금은 배운다고 하고 있다. 배운다는 건 대화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루카스는 최대한 낮고 차분하게 말했다.

“로웰 경, 저는 정말 아무것도 한 게 없습니다.”

카르덴의 펜이 멈췄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 말도 적지 마십시오.”

“핵심처럼 들립니다.”

“핵심이 아닙니다.”

“상대를 공략하지 않는다.”

“공략이라는 단어부터 버리십시오.”

카르덴은 고개를 들었다.

“왜입니까?”

루카스는 바로 대답했다.

“사람에게 공략이라는 말을 쓰면 안 되니까요.”

조용해졌다.

카르덴이 눈을 크게 뜨지는 않았다. 대신 아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에게 공략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예.”

“상대를 목표가 아니라 사람으로 본다.”

“그렇습니다.”

“첫 번째 가르침.”

“가르침이 아닙니다.”

“명심하겠습니다.”

루카스는 입을 다물었다.

방금 말은 분명 나쁘지 않았다. 아니, 좋은 말이었다. 그런데 카르덴이 적는 순간 비급 첫 장처럼 보였다.

카르덴은 자세를 바로 했다.

“그렇다면 다음을 여쭙겠습니다. 황녀 전하께서는 왜 에버렛 경의 부축을 특별하게 여기셨습니까?”

“넘어지실 뻔했으니까 잡아드린 겁니다.”

“다른 귀족들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 제가 가까웠습니다.”

“가까운 곳에 있되, 과하게 다가서지 않는다.”

“아닙니다. 그냥 옆에 있었습니다.”

“위치 선정.”

“로웰 경.”

카르덴은 이미 적고 있었다.

“공녀님의 손수건은?”

“드레스 장식이 풀려서 체면을 지켜 드리려고 했습니다.”

“체면 보호술.”

“그런 이름 붙이지 마십시오.”

“성녀님의 마들렌은?”

“배고파 보이셔서 드렸습니다.”

“결핍을 알아차리는 시야.”

“배가 꼬르륵 소리 났습니다.”

“소리를 놓치지 않는 집중력.”

“그냥 들렸습니다.”

“기사단장의 검집은?”

“끈이 느슨했습니다. 위험해 보여서 말씀드렸고, 허락받고 정리했습니다.”

“허락을 받은 뒤 개입.”

“그건 맞습니다.”

카르덴의 펜이 빨라졌다.

“동의와 절차. 비앙카 마탑주가 반응한 이유도 여기에 있군요.”

루카스는 늦게 깨달았다.

아까 하나를 인정했다.

이제 끝났다.

카르덴은 노트에 줄을 그었다.

“정리하겠습니다.”

“정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상대를 공략하지 않는다. 체면을 먼저 본다. 작은 결핍을 놓치지 않는다. 허락 없이 넘지 않는다. 모두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그냥 예의입니다.”

“그 예의를 끝까지 지키는 사람이 드뭅니다.”

카르덴의 말은 의외로 조용했다.

루카스는 잠깐 대답을 잃었다.

카르덴은 노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저는 늘 정답을 따라왔습니다. 인사 각도, 검을 잡는 법, 무도회 순서, 가문 간 호칭. 전부 배웠습니다. 그런데 정답이 없는 순간에는 자주 늦습니다.”

그는 신문을 손끝으로 눌렀다.

“에버렛 경은 정답이 없어도 상대를 다치게 하지 않는 쪽을 먼저 고르더군요.”

루카스는 그 말을 농담으로 넘기기 어려웠다.

처음이었다.

누군가가 그의 행동을 오해가 아니라 그냥 배려로 읽은 것은.

물론 그 다음 문장이 문제였다.

“그래서 배우고 싶습니다.”

역시 문제였다.

루카스는 한숨을 삼켰다.

“배울 만한 게 아닙니다.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고, 실수하면 먼저 사과하고, 다칠 것 같으면 살피면 됩니다.”

카르덴은 바로 받아 적었다.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

“예.”

“공략하지 않는 공략.”

“공략이라는 단어를 버리시라니까요.”

“그럼 비공략.”

“그것도 이상합니다.”

“무위연애술의 제1식.”

“식도 아닙니다.”

카르덴은 진지했다.

너무 진지해서 화를 낼 수도 없었다.

루카스는 해명을 이어 갔다.

“그리고 상대가 곤란해 보이면 공개적으로 몰아붙이지 마십시오.”

“몰아붙이지 않는다.”

“예.”

“거리 유지.”

“그 정도는 괜찮습니다.”

“거리 유지로 마음의 방어를 낮춘다.”

“아닙니다.”

“아닙니까?”

“그냥 상대를 곤란하게 만들지 않는 겁니다.”

카르덴은 잠깐 생각했다.

“상대를 곤란하게 만들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곁에 남을 명분을 만든다.”

“아닙니다.”

“아직 제 이해가 얕군요.”

“아니, 너무 깊게 파고 계십니다.”

카르덴은 고개를 숙였다.

“명심하겠습니다. 얕게 보이는 깊이.”

“아닙니다.”

세 번째 조언도 실패할 것 같았다.

그래도 루카스는 오해를 줄이려 했다.

“사과는 빠를수록 좋습니다.”

카르덴의 펜이 움직였다.

“사과 선제권.”

“그런 권리가 아닙니다.”

“먼저 낮아져 상대를 높인다.”

“그건 조금 맞는 것 같지만…….”

“그렇군요.”

“아, 아니, 잠깐만요.”

카르덴은 이미 적었다.

루카스는 뒤늦게 깨달았다. 이 대화는 절대 해명으로 끝나지 않는다. 카르덴은 루카스가 말한 모든 문장을 좋은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좋은 뜻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나쁜 기사보다 더 위험했다.

그때 복도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루카스 경, 오늘도 수업 중이야?”

세라피나였다.

루카스는 문 쪽을 보았다.

문은 완전히 닫혀 있지 않았다. 아까 카르덴이 너무 정중하게 들어오느라 살짝 열어 둔 모양이었다.

세라피나가 문틈으로 웃고 있었다.

그 뒤에는 아이리스가 있었다. 더 뒤에는 레오나가 팔짱을 끼고 있었고, 비앙카는 작은 기록지를 들고 있었다.

루카스는 멈췄다.

왜 다들 복도에 있는가.

세라피나가 말했다.

“장미일보 정정보도하러 간다더니, 완벽하기로 유명한 로웰 경까지 가르치고 있었네.”

“가르친 적 없습니다.”

카르덴은 곧바로 일어섰다.

“전하. 가르침을 청한 것은 저입니다.”

“그 말이 더 재밌어.”

아이리스는 카르덴의 노트를 보았다.

“무위…… 연애술?”

루카스는 빠르게 말했다.

“제가 만든 말이 아닙니다.”

카르덴이 정정했다.

“제가 아직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 임시로 붙인 이름입니다.”

“임시로도 붙이지 마십시오.”

레오나는 짧게 말했다.

“카르덴, 너도 훈련하나.”

“예. 새로운 분야입니다.”

“검보다 어렵나.”

카르덴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훨씬 어렵습니다.”

레오나는 루카스를 보았다.

“그럼 실력자군.”

“아닙니다.”

비앙카가 기록지에 한 줄을 적었다.

“정석 표본도 루카스에게 학습 욕구를 보임.”

“마탑주님, 그 문장 지워 주십시오.”

“개인 기록이 아니라 현상 기록이야.”

“그게 더 무섭습니다.”

복도 끝에서 또 다른 소리가 났다.

사각.

루카스는 이제 그 소리를 알았다.

장미일보 기자였다.

“기자님.”

“예, 에버렛 경.”

“왜 또 계십니까?”

기자는 아주 억울한 얼굴을 했다.

“복도입니다.”

“복도에 자주 계십니다.”

“사교계의 진실은 대체로 복도에서 나옵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루카스는 문을 닫으려 했다. 그러나 카르덴이 먼저 기자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기록하신다면 정확히 부탁드립니다. 저는 에버렛 경께 결투를 신청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그럼 무엇을 신청하러 오셨습니까?”

“가르침입니다.”

루카스는 눈을 감았다.

그 말은 안 된다.

기자의 펜이 움직였다.

“완벽한 기사 후보, 루카스 에버렛에게 가르침 청해.”

“완벽한 기사 후보라는 말은 어디서 나온 겁니까?”

“느낌입니다.”

“느낌을 기사에 쓰지 마십시오.”

“그럼 완벽한 기사 후보.”

카르덴은 고개를 저었다.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배우러 왔습니다.”

“로웰 경, 제발 겸손하지 마십시오.”

루카스가 말했다.

카르덴은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두 번째 가르침입니까?”

“아닙니다.”

“겸손도 때를 가려야 한다.”

“그 말은 맞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상황 판단.”

“적지 마세요.”

기자는 행복해 보였다.

세라피나는 웃음을 참지 않았다.

아이리스는 손수건을 접었다 폈다.

레오나는 카르덴의 노트를 흘끗 보았다.

비앙카는 카르덴을 보고 조용히 말했다.

“정석 표본이 너무 빨리 오염되고 있어.”

“오염 아닙니다.”

기자는 한 줄을 더 쓰려다 루카스의 시선을 받고 멈칫했다.

“왜 보십니까?”

“지금 쓰려던 문장을 읽어도 됩니까?”

“사교계의 호기심과 에버렛 경의 불안 사이에서 고민 중입니다.”

“불안 쪽을 존중해 주십시오.”

기자가 펜을 멈췄다.

카르덴의 눈이 다시 빛났다.

“상대의 불안을 먼저 묻는다.”

“로웰 경.”

“기자의 펜도 검과 같다. 뽑기 전에 허락을 구한다.”

“그렇게 멋있게 만들지 마십시오.”

기자는 작게 감탄했다.

“그 문장은 괜찮은데요.”

“안 괜찮습니다.”

카르덴은 진지하게 기자를 향해 말했다.

“지금은 에버렛 경께서 멈추라 하셨습니다. 기록보다 먼저 예가 있습니다.”

기자는 잠깐 펜을 내렸다.

루카스는 그 장면을 보고 아주 작은 희망을 느꼈다.

통했다.

적어도 기자 한 명의 펜은 멈췄다.

그러나 카르덴은 곧바로 노트에 새 항목을 만들었다.

`한마디로 펜의 방향을 바로잡음.`

희망은 짧았다.

루카스의 말에 카르덴이 고개를 들었다.

“스승님께서 제 명예를 지켜 주셨습니다.”

“스승님 아니고, 명예를 지킨 것도 아닙니다.”

“제자가 되기 전부터 배려를 받았습니다.”

“제자가 되지 마세요.”

그 말은 진심이었다.

아주 진심이었다.

카르덴은 노트를 닫았다.

그리고 뜻밖에도, 깊이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루카스는 안도했다.

드디어 통했다.

카르덴이 이어 말했다.

“첫 번째 가르침. 스승에게 의존하지 말라.”

“아닙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상대를 사람으로 보고, 싫어하는 일을 하지 말며, 실수하면 먼저 사과한다.”

“그건 그냥 기본 예의입니다.”

“기본을 끝까지 지키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뜻이군요.”

카르덴의 표정은 맑았다.

정말로 좋은 것을 배웠다는 얼굴이었다.

루카스는 차라리 그를 미워하고 싶었다. 하지만 미워할 수가 없었다. 카르덴은 질투하지 않았고, 비꼬지 않았고, 누구를 낮추지도 않았다. 오히려 너무 성실하게 잘못 배우고 있었다.

이건 착한 사고였다.

그래서 더 수습이 안 됐다.

장미일보 기자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로웰 경, 오늘 에버렛 경을 뭐라고 부르실 생각입니까?”

루카스는 바로 손을 들었다.

“부르지 마십시오.”

카르덴은 루카스를 보았다.

“호칭도 가르침의 일부입니까?”

“아닙니다. 그냥 에버렛 경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하지만 저는 오늘 한 수 배웠습니다.”

“배우지 않으셨습니다.”

“사람에게 공략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그건 맞지만.”

“기본을 끝까지 지킨다.”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제자가 되지 말라는 말씀까지.”

“그건 그대로 들으셔야 합니다.”

카르덴은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 자세는 기사 후보의 예의였고, 동시에 너무 정중한 선언이었다.

“명심하겠습니다, 스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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