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미일보가 날 망쳤다
다음 날 아침, 장미일보는 더 빨라져 있었다.
루카스는 문틈으로 밀려 들어온 분홍색 호외를 보고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종이가 얇았다.
불길했다.
얇은 종이는 많이 뿌릴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는 천천히 호외를 펼쳤다.
「완벽한 기사 후보 카르덴 로웰, 에버렛 경 앞에서 고개 숙이다」
아직 괜찮았다.
사실이었다.
고개는 숙였다.
루카스는 다음 줄을 보았다.
「다섯 장미를 흔든 사교술, 이제 남성 귀족들도 배운다」
괜찮지 않았다.
그 아래에는 더 작은 글씨가 있었다.
어제 로웰 공작가 후계자 카르덴 로웰 경은 루카스 에버렛 경을 찾아가 가르침을 청했다. 에버렛 경은 끝까지 자신을 낮추며 `제자가 되지 말라`고 말했으나, 로웰 경은 그 뜻을 깊이 받아들였다고 한다.
루카스는 호외를 접었다.
다시 펼쳤다.
글자는 변하지 않았다.
그는 눈을 감았다.
“이번에는 반드시 정정해야 한다.”
정정보도 요청서는 어제 이미 세 장을 구겼다. 밤새 새로 쓴 문장은 네 줄이었다.
첫째, 루카스 에버렛은 카르덴 로웰 경에게 사교술을 가르친 적이 없습니다.
둘째, 루카스 에버렛은 다섯 숙녀와의 관계를 연애로 주장한 적이 없습니다.
셋째, 장미일보는 관련 보도에서 당사자들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도록 표현을 정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넷째, 본인은 가능한 한 조용히 지내고 싶습니다.
네 줄 중 어느 줄도 완전히 안전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더 위험했다.
루카스는 외투를 걸쳤다. 문고리를 잡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했다. 신문사에 직접 가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그러나 편지를 보내면 그 편지도 기사 소재가 될 수 있다.
직접 가서 말로 설명한다.
말은 사라진다.
그는 곧바로 그 생각을 접었다.
이 세계에서 말은 사라지지 않았다. 장미일보가 주워 갔다.
그래도 가야 했다.
루카스는 호외를 접어 품에 넣고 방을 나섰다.
복도에는 이미 수군거림이 있었다.
“로웰 경까지?”
“그럼 정말 비법이 있는 건가?”
“공녀님께서 손수건을 돌려주지 않은 이유도 그 비법 때문이래.”
“성녀님이 웃으셨다잖아.”
루카스는 걸음을 빨리했다.
도망치는 모양으로 보이면 안 된다.
그러나 천천히 걸으면 더 많은 사람이 볼 것이다.
그는 웨딩홀에서 축의금 봉투를 들고 신랑 신부 대기실과 식권 테이블 사이를 오가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도 뛰면 안 됐다. 뛰면 사고가 났다는 뜻으로 보였다. 그렇다고 느리면 민원이 생겼다.
빠르지만 뛰지는 않는다.
이건 현대 서비스직의 기본이었다.
그리고 이 세계에서는 아마 또 이상하게 해석될 것이다.
장미일보 편집부는 사교가 북쪽 골목에 있었다.
간판부터 문제였다.
장미일보.
오늘의 사랑은 내일의 역사.
루카스는 그 문구 앞에서 잠깐 멈췄다.
“역사까지 가지 말아 주십시오.”
혼잣말은 문 앞에서 사라졌다.
안쪽은 전쟁터 같았다.
분홍색 종이가 탁자마다 쌓여 있었다. 깃펜들이 잉크병 사이를 오갔고, 누군가는 커피잔을 들고 제목을 외쳤다. 다른 누군가는 그 제목이 너무 약하다고 했다.
“기사 후보의 무릎은 어떻습니까?”
“무릎은 안 꿇었어요.”
“그럼 고개!”
“고개는 약해요.”
“완벽한 고개!”
“좋습니다. 완벽한 기사 후보의 완벽한 고개!”
루카스는 그대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문 근처의 기자가 그를 알아보았다.
“에버렛 경?”
순식간에 편집부가 조용해졌다.
그리고 동시에 시끄러워졌다.
“본인 오셨습니다!”
“호외 더 찍을까요?”
“아니, 먼저 제목!”
“정정하러 오신 겁니까?”
루카스는 두 손을 들었다.
“정정보도 요청을 하러 왔습니다.”
누군가 작게 숨을 들이켰다.
그 소리는 감탄에 가까웠다.
“직접 방문.”
“성의 있다.”
“숙녀들 이름을 편지로 흘리지 않으려는 배려인가?”
“조용히.”
마지막 목소리는 다른 목소리보다 빠르고 맑았다.
분홍색 리본으로 머리를 묶은 여자가 편집장실 문을 열고 나왔다. 눈은 잠을 덜 잔 사람처럼 피곤했지만, 표정은 방금 금광을 발견한 사람처럼 빛났다.
“에버렛 경.”
그녀가 웃었다.
“미라벨 페니로즈입니다. 장미일보 편집장이고요. 드디어 오셨네요.”
“처음 뵙겠습니다.”
“처음은 아니에요. 저는 지난 일주일 동안 지면으로 경을 너무 많이 뵀거든요.”
“그게 문제입니다.”
“맞아요. 좋은 소재는 너무 빨리 소모되면 안 되죠.”
“그 뜻이 아닙니다.”
미라벨은 손짓했다.
“편집장실로 가시죠. 여기서 말씀하시면 모두가 들어요.”
루카스는 안도했다.
“감사합니다.”
“물론 안에서 말씀하셔도 제가 듣습니다.”
안도는 짧았다.
편집장실은 바깥보다 더 위험했다.
벽에는 지난 며칠간의 장미일보 1면이 붙어 있었다.
황녀의 밤을 책임진 남자.
얼음 공녀의 품 안에 들어간 손수건.
성녀의 금식을 깨뜨린 마들렌.
기사단장의 새벽 약속.
마탑주의 붉은 서명.
다섯 숙녀 앞에서의 공정한 선언.
완벽한 기사 후보의 가르침 요청.
루카스는 벽을 보다가 말문을 잃었다.
자기 인생이 전시장에 걸려 있었다.
“내리실 수 있습니까?”
“싫으세요?”
“예.”
“그러면 가림막을 치죠. 손님 배려는 중요하니까요.”
미라벨은 실제로 천을 하나 걸었다.
그러나 천이 얇았다.
제목들이 비쳤다.
루카스는 깊게 숨을 쉬었다.
“편집장님, 저는 항의하러 온 게 아닙니다.”
미라벨의 눈이 반짝였다.
“좋은 시작입니다.”
“좋은 시작이 아닙니다. 저는 정중하게 정정을 요청하러 왔습니다.”
“더 좋습니다.”
“왜입니까?”
“항의보다 정중한 요청이 훨씬 귀족적이거든요.”
루카스는 품에서 접은 종이를 꺼냈다.
“여기 정정 요청서입니다.”
미라벨은 종이를 받았다.
읽는 속도가 빨랐다.
첫 줄에서 웃었다.
둘째 줄에서 더 웃었다.
셋째 줄에서 손으로 입을 가렸다.
넷째 줄에서는 의자에 앉았다.
“에버렛 경.”
“예.”
“부정하실수록 제목이 좋아집니다.”
루카스는 눈을 감았다.
그 말이 나올 줄 알았다.
“그 문장은 기사로 쓰지 말아 주십시오.”
“방금 문장이 더 좋네요.”
“그것도 쓰지 마십시오.”
미라벨은 종이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첫째 줄. 카르덴 로웰 경에게 사교술을 가르친 적이 없다.”
“사실입니다.”
“좋아요. 겸손한 스승.”
“아닙니다.”
“둘째 줄. 다섯 숙녀와의 관계를 연애로 주장한 적이 없다.”
“그것도 사실입니다.”
“훌륭합니다. 숙녀들의 이름을 자신의 입으로 묶지 않으려는 배려.”
“아니요. 정말 그런 관계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걸 직접 쓰면 숙녀들 체면이 다칩니다. 그래서 이렇게 쓰신 거죠.”
“아닙니다.”
“셋째 줄. 당사자들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도록 표현을 정정해 달라.”
미라벨은 감탄했다.
“이건 거의 제목입니다.”
“제목이 아닙니다.”
“숙녀의 명예를 위해 지면 앞에 선 남자.”
“그런 제목을 만들지 마십시오.”
“넷째 줄. 가능한 한 조용히 지내고 싶다.”
미라벨은 펜을 들었다.
“사교계 중심에서 물러나려는 고수의 침묵.”
“편집장님.”
“네.”
“제발 그대로 읽어 주십시오.”
“저는 그대로 읽고 있어요.”
“아닙니다. 자꾸 뒤에 꽃을 붙이고 계십니다.”
“장미일보니까요.”
루카스는 잠깐 말을 잃었다.
그건 반박하기 어려운 농담이었다.
미라벨은 종이를 다시 읽었다.
이번에는 조금 진지했다.
“걱정하시는 건 압니다. 저희는 다섯 숙녀의 명예를 망가뜨릴 생각은 없어요.”
“그렇다면 정정해 주십시오.”
“명예를 망가뜨리지 않는 것과 재미없는 정정문을 싣는 건 다른 문제죠.”
“재미없어도 사실이면 됩니다.”
“사교계는 사실을 읽습니다. 다만 제목을 먼저 보죠.”
미라벨은 책상 위의 작은 종을 쳤다.
밖에서 기자 하나가 들어왔다.
“제목 후보.”
“예, 편집장님.”
“에버렛 경이 직접 오셨어요. 정정보도 요청. 숙녀 명예 보호. 로웰 경 스승설 부정. 조용히 지내고 싶다는 문장 포함.”
기자의 펜이 빨라졌다.
“침묵을 택한 사교계의 중심.”
“너무 점잖아요.”
“다섯 장미를 위해 자기 이름을 지우다.”
“좋지만 조금 슬퍼요.”
“완벽한 기사 후보도 배운 남자, 스스로를 부정하다.”
“길어요.”
“에버렛 경, 부정으로 모두를 지키다.”
미라벨이 손뼉을 작게 쳤다.
“아깝네요. 조금만 더.”
기자는 곧바로 종이를 넘겼다.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정정보도를 위해 직접 찾아온 남자.”
“약해요.”
“분홍 지면 앞에 선 조용한 영식.”
“예쁘지만 힘이 없어요.”
“스캔들을 멈추려다 스캔들의 중심에 서다.”
미라벨은 잠깐 생각했다.
“그건 너무 솔직해요.”
루카스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솔직하면 안 됩니까?”
미라벨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솔직한 문장은 사람들이 빨리 잊어요. 이상하게 정확한 문장은 오래 갑니다.”
“저는 빨리 잊히고 싶습니다.”
“그러니 정확하게 쓰면 안 되겠네요.”
“그 결론이 왜 그렇게 됩니까?”
기자는 작은 글씨로 무엇인가를 적었다.
루카스는 그 손끝을 보았다.
“방금 뭐라고 쓰셨습니까?”
기자는 종이를 몸쪽으로 당겼다.
“에버렛 경, 빨리 잊히고 싶다고 고백.”
“고백 아닙니다.”
“그럼 진술.”
“그것도 무섭습니다.”
미라벨이 펜 끝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좋아요. 이 부분은 쓰지 말죠. 대신 저는 확신했습니다.”
“무엇을요?”
“에버렛 경은 말 한마디를 버리기 아까운 분입니다.”
루카스는 그 평가가 칭찬처럼 들리지 않았다.
루카스는 손을 들었다.
“잠깐만요. 저는 모두를 지킨 적이 없습니다.”
기자가 적었다.
“모두를 지킨 적이 없다고 말하며 모두의 이름을 피함.”
“적지 마세요.”
미라벨이 웃었다.
“에버렛 경, 기자에게 적지 말라고 하시면 더 적고 싶어져요.”
“그럼 적어도 제 의도는 적어 주십시오.”
“의도요?”
“저는 사교계 중심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조용히 넘어가고 싶은 겁니다.”
미라벨은 잠깐 조용해졌다.
그 침묵이 이상하게 불안했다.
“경은 정말 재미있는 분이네요.”
“재미없습니다.”
“아뇨. 사교계 사람들은 대개 더 크게 보이려고 합니다. 경은 계속 작아지려고 하죠. 그런데 작아지려고 할수록 주변 사람들이 경을 더 크게 봐요.”
“그게 문제입니다.”
“그래서 소재입니다.”
“사람을 소재로 보지 말아 주십시오.”
미라벨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 말도 좋네요.”
“편집장님.”
“알겠습니다. 그 문장은 당장은 안 쓰죠.”
당장은.
루카스는 그 단어를 들었다.
매우 위험한 단어였다.
미라벨은 정정 요청서를 곱게 접었다.
“정정문은 싣겠습니다.”
루카스는 눈을 들었다.
“정말입니까?”
“네. 다만 지면이 작으면 예의가 아니잖아요. 반 면을 드리죠.”
“반 면까지 필요 없습니다.”
“필요합니다. 다섯 숙녀와 로웰 경까지 관련됐으니까요.”
“그러니까 더 작게 해 주십시오.”
“작게 쓰면 숨기는 것처럼 보여요.”
“그럼 아주 건조하게 써 주십시오.”
“건조한 장미는 상품 가치가 떨어집니다.”
루카스는 책상 위를 짚었다.
민원 응대는 상대가 해결 의지가 있을 때 통했다. 미라벨에게는 해결 의지가 있었다. 다만 해결의 방향이 루카스와 정반대였다.
“편집장님, 제가 원하는 건 단순합니다. 카르덴 로웰 경은 제 제자가 아닙니다. 저는 사교술을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다섯 숙녀와 관련된 보도는 신중하게 해 주십시오.”
미라벨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 세 문장을 살리죠.”
“감사합니다.”
“제목은 이겁니다.”
루카스는 감사하다는 말을 너무 빨리 한 자신을 미워했다.
미라벨이 말했다.
“에버렛 경, 제자를 부정하고 숙녀를 지키다.”
“아닙니다.”
“아니면, ‘스승님이라 부르지 말라’는 가장 정중한 보호.”
“더 아닙니다.”
“그럼 이건요. 루카스 에버렛, 조용히 지내고 싶다.”
“그건 괜찮습니다.”
미라벨이 미소 지었다.
“부제: 사교계는 그를 조용히 두지 않는다.”
“부제를 빼십시오.”
“부제가 본문을 살립니다.”
“저를 죽입니다.”
기자가 고개를 들었다.
“에버렛 경, 방금 건 너무 좋았습니다.”
“안 좋습니다.”
미라벨은 웃다가 갑자기 책상 아래에서 두꺼운 장부를 꺼냈다.
장부 표지에는 아무 제목도 없었다.
그게 더 불길했다.
“이건 뭡니까?”
“장기 연재 후보 장부입니다.”
“저는 후보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이미 되셨습니다.”
미라벨은 장부를 펼쳤다.
첫 장에는 귀족 가문 이름들이 있었다. 몇몇은 줄이 그어져 있었다. 몇몇은 별이 붙어 있었다. 그리고 새 장에는 루카스의 이름이 있었다.
루카스 에버렛.
다섯 장미.
완벽한 기사 후보.
정정보도 요청.
미라벨은 그 아래에 한 줄을 더 적었다.
장기 연재감.
“관찰하지 마십시오.”
“비앙카 마탑주께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나요?”
“그분은 적어도 동의서를 꺼내셨습니다.”
“좋네요. 저희도 구독 동의서를 드릴까요?”
“싫습니다.”
미라벨은 깃펜을 내려놓았다.
“농담은 여기까지. 에버렛 경, 걱정하시는 선은 지키겠습니다. 황녀 전하를 가볍게 만들지 않고, 공녀님의 명예를 찢지 않고, 성녀님을 희롱하지 않고, 기사단장과 마탑주를 우스갯거리로만 만들지 않을 겁니다.”
루카스는 그녀를 보았다.
“그럼 왜 계속 쓰십니까?”
“사교계가 이미 보고 있으니까요. 저희가 쓰지 않아도 말은 돌아요. 적어도 장미일보는 선을 알고 씁니다.”
그 말은 반쯤 맞았다.
그래서 더 골치 아팠다.
완전한 악의라면 막기 쉬웠다. 하지만 미라벨은 선을 지킨다고 믿고 있었다. 문제는 그 선 안쪽에서도 루카스는 충분히 망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저는 그냥 살고 싶습니다.”
루카스가 말했다.
목소리는 생각보다 작게 나왔다.
미라벨의 표정이 아주 잠깐 바뀌었다.
기자의 표정도 조금 조용해졌다.
루카스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추방 예정 영식입니다. 제 이름이 커질수록 좋을 게 없습니다. 누군가의 명예를 끌어다 제 방패로 삼을 생각도 없습니다. 그러니 적어도, 제 해명을 연애 기사로 만들지는 말아 주십시오.”
미라벨은 말없이 그를 보았다.
편집장실 밖에서는 여전히 깃펜 소리가 났다.
잠깐 후, 미라벨은 정정 요청서 위에 손을 얹었다.
“좋아요.”
루카스는 숨을 삼켰다.
“정말입니까?”
“해명 자체를 장미면 기사로 만들지는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신 사교 사건란입니다.”
“예?”
미라벨의 눈이 다시 반짝였다.
“추방 예정 영식, 사교계 중심에서 조용한 삶을 요청. 그런데 황녀, 공녀, 성녀, 기사단장, 마탑주, 로웰 경까지 얽혀 있다. 이건 장미면만으로는 작아요. 사교 사건란입니다.”
루카스는 의자 등받이를 잡았다.
“그게 더 큽니다.”
“맞아요.”
“작게 해 달라고 했습니다.”
“작게 쓰면 숨긴다니까요.”
“그럼 아예 쓰지 마십시오.”
미라벨은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에버렛 경. 신문사가 아예 쓰지 않는 경우는 두 가지예요. 재미가 없거나, 너무 위험하거나.”
“저는 어느 쪽입니까?”
“너무 재미있는데, 아직은 너무 위험하지 않아요.”
“그게 최악입니다.”
“사교계에는 최고죠.”
루카스는 더 말해 봐야 소용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정정 요청서를 돌려받으려 했다.
미라벨은 종이를 살짝 뒤로 빼며 웃었다.
“사본은 남기고 원본은 돌려드릴게요.”
“사본을 남기지 마십시오.”
“기록은 신문사의 생명입니다.”
“제 생명은요?”
“그래서 조심해서 쓰겠습니다.”
루카스는 원본을 돌려받았다.
그 원본도 이제 안전하지 않아 보였다.
편집부를 나갈 때 기자들이 길을 비켜 주었다.
그 비켜 주는 태도마저 이상하게 예의 있었다.
“에버렛 경, 오늘 기사 기대하셔도 됩니다.”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 겸손함이 좋습니다.”
“겸손이 아닙니다.”
“그럼 두려움입니까?”
루카스는 잠깐 멈췄다.
“예.”
기자가 작은 글씨로 덧붙이려 하자, 미라벨이 손목을 잡았다.
“그건 빼요.”
루카스는 놀라서 그녀를 보았다.
미라벨은 어깨를 으쓱했다.
“선은 지킨다니까요. 겁먹은 얼굴까지 팔면 오래 못 씁니다.”
“오래 쓰실 생각을 버려 주십시오.”
“그건 어렵고요.”
기자들이 동시에 펜을 멈췄다.
너무 솔직해서였을까.
이번에는 아무도 바로 제목을 뽑지 못했다.
루카스는 그 틈에 신문사를 빠져나왔다.
밖의 햇빛은 쓸데없이 밝았다.
그는 골목 입구에서 숨을 골랐다.
적어도 장미면은 막았다.
아마도.
사교 사건란은 더 큰 문제일 수 있지만, 그래도 표현은 조심하겠다고 했다.
루카스는 그렇게 스스로를 달랬다.
그때 저택 하인이 급히 달려왔다.
“에버렛 경!”
루카스는 불길함을 느꼈다.
“무슨 일입니까?”
하인은 숨을 고르며 봉투를 내밀었다.
두꺼운 흰 봉투였다.
붉은 밀랍이 찍혀 있었다.
밀랍 위에는 황실의 문장이 있었다.
루카스는 손을 뻗지 못했다.
봉투는 초대장 하나치고 두꺼웠다.
안에 종이가 여러 장 들어 있는 무게였다.
하인이 말했다.
“황실에서 공식 초대장이 도착했습니다. 일정 통지서도 함께 들어 있습니다.”
루카스는 방금 전 미라벨의 말을 떠올렸다.
너무 재미있는데, 아직은 너무 위험하지 않아요.
그 문장은 틀렸다.
이미 충분히 위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