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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폭주는 예의로 막는다 일러스트

마법 폭주는 예의로 막는다

계약서에 내 이름이 겹쳐졌다.

나는 그 문장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마탑은 시간을 주지 않았다.

계약서 위의 은빛 글자가 한 번 더 떨렸다.

루카스 에버렛.

비앙카 아르클레인.

두 이름이 살짝 겹친 채 빛났다.

나는 즉시 말했다.

“이건 무효입니다.”

비앙카가 고개를 기울였다.

“왜?”

“제가 이런 효과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동의 조항 넣었잖아.”

“이런 식의 이름 겹침은 조항에 없었습니다.”

“그건 맞아.”

비앙카는 너무 쉽게 인정했다.

나는 더 불안해졌다.

쉽게 인정하는 사람은 보통 다음에 더 큰 걸 한다.

“그럼 취소해 주세요.”

“방법을 모른다니까.”

“마탑주 아니십니까?”

“마탑주도 모르는 게 있어.”

“그럼 저는 누구를 믿어야 합니까?”

“나.”

“방금 모른다고 하셨습니다.”

“모르는 걸 연구하는 사람이 제일 믿을 만하지.”

아니다.

모르는 걸 연구하는 사람은 제일 위험하다.

특히 그 사람이 웃고 있으면 더 그렇다.

레오나가 차갑게 말했다.

“위험하면 멈춰라.”

비앙카는 레오나를 보았다.

“이미 멈추려고 하고 있어.”

“웃고 있다.”

“흥미롭잖아.”

“그게 위험하다.”

나는 마음속으로 박수를 쳤다.

맞습니다.

정확합니다.

비앙카는 계약서를 손끝으로 톡 건드렸다.

그 순간 실험실 바닥의 선들이 빛났다.

원.

삼각형.

읽을 수 없는 글자.

그리고 작은 장미 그림.

전부 동시에 빛났다.

“어?”

비앙카의 목소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나는 바로 알았다.

마법사가 ‘어?’라고 하면 끝이다.

좋은 ‘어?’는 없다.

계약서에서 은빛 선이 뻗었다.

선은 공중의 계측기로 이어지고,

계측기는 다시 바닥의 마법진으로 이어졌다.

찻잔들이 흔들렸다.

책들이 날개처럼 페이지를 펼쳤다.

빗자루가 벽에 부딪혔다.

그리고 예절서가 내 품 안에서 혼자 펼쳐졌다.

“가만히 있으라니까.”

나는 책을 붙잡았다.

책장은 내 손을 피해 팔락였다.

[공동연구 예법 관계 성립]

[마탑 계약 예법 충돌]

[의전 절차 필요]

“의전 절차?”

나는 작게 읽었다.

비앙카가 눈을 크게 떴다.

“보여 줘.”

“싫습니다.”

“지금은 보여 줘야 해.”

그녀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조금 진지해졌다.

그게 더 무서웠다.

비앙카가 웃지 않으면 진짜 위험하다는 뜻이다.

실험실 중앙의 장치가 흔들렸다.

둥근 유리구 안에서 보랏빛 마력이 소용돌이쳤다.

그 소용돌이가 점점 커졌다.

카르덴이 노트를 품에 넣고 앞으로 나섰다.

“방어가 필요합니까?”

비앙카가 빠르게 말했다.

“검으로 막는 게 아니야.”

레오나도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폭주인가.”

“아직은 전조.”

“그럼 곧 폭주군.”

“응.”

왜 이렇게 침착하게 응이라고 합니까.

나는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뒤쪽에는 떠다니는 책장이 있었다.

정확히는 책장이 내 등 뒤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도망칠 길이 없다.

예절서가 다시 빛났다.

그 사이 실험실은 점점 더 이상해졌다.

천장에 매달린 별자리 모형이 혼자 돌기 시작했다.

책장 하나가 옆으로 미끄러졌다.

찻잔 세 개가 공중에서 줄을 섰다.

아까 내가 마음만 받겠다고 했던 찻잔도 있었다.

왠지 서운한 얼굴이었다.

찻잔에 얼굴은 없지만, 지금은 그렇게 보였다.

나는 찻잔을 향해 아주 작게 말했다.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비앙카가 바로 반응했다.

“찻잔한테 사과했어?”

“날아다니니까요.”

“날아다니면 사과 대상이야?”

“마탑에서는 움직이는 물건을 자극하고 싶지 않습니다.”

“좋은 태도네.”

좋은 태도가 아니다.

무서워서다.

카르덴이 노트에 손을 댔다.

나는 바로 말했다.

“적지 마십시오.”

“움직이는 물건을 자극하지 않는다.”

“그거 적으면 나중에 빗자루한테도 인사할 것 아닙니까.”

카르덴이 멈췄다.

“필요하다면 해야 하지 않습니까?”

아니다.

필요하지 않다.

빗자루는 빗자루다.

하지만 그 빗자루가 지금 벽에서 떨어져 내 발치로 굴러왔다.

나는 반사적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

“죄송합니다.”

입이 먼저 나갔다.

카르덴의 눈이 빛났다.

“역시.”

“방금 건 취소입니다.”

비앙카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에 유리구 안의 마력이 더 크게 흔들렸다.

“웃지 마십시오!”

“웃으면 반응하네. 이것도 기록해야겠다.”

“기록하지 말라고요.”

“늦었어.”

마탑에서도 늦었다.

기사단에서도 늦었는데, 마탑에서도 늦다.

세상은 나보다 늘 한 박자 빠르게 나를 망친다.

예절서가 다시 빛났다.

[1단계: 연구실 주인에게 정중히 인사하십시오.]

나는 멈췄다.

“인사?”

비앙카가 나를 봤다.

“뭐라고?”

“책이 인사하랍니다.”

“누구한테?”

나는 책을 봤다.

[연구실 주인]

나는 비앙카를 봤다.

비앙카가 손을 들었다.

“나네.”

이 상황에서 왜 손을 듭니까.

유리구 안의 마력이 더 크게 돌았다.

책장들이 날아다녔다.

찻잔이 거꾸로 뒤집혔다.

나는 선택지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

인사.

인사는 위험하지 않다.

보통은.

나는 비앙카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비앙카 아르클레인 님.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호출이었는데.”

“지금은 좋게 갑시다.”

비앙카가 입을 다물었다.

마법진의 빛이 아주 조금 안정됐다.

진짜로?

인사했더니?

나는 예절서를 내려다봤다.

[2단계: 동석자에게 차례로 예를 표하십시오.]

동석자.

나는 레오나를 봤다.

레오나는 이미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기사단장님. 동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레오나가 짧게 대답했다.

“괜찮다.”

손목의 하얀 매듭이 빛을 받았다.

마법진의 한 줄이 조용해졌다.

나는 카르덴을 봤다.

“카르덴 경. 같이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카르덴은 감동한 얼굴이 됐다.

“영광입니다.”

“감동하지 마십시오.”

“이미 늦었습니다.”

마법진의 두 번째 줄이 가라앉았다.

진짜 된다.

이게 왜 되지.

비앙카는 거의 숨도 안 쉬고 보고 있었다.

“예절서가 마법진의 충돌을 순서로 정렬하고 있어.”

“쉬운 말로 해 주세요.”

“네가 인사하니까 폭주가 줄어.”

싫다.

그 쉬운 말도 싫다.

예절서가 다시 팔락였다.

[3단계: 연구 목적을 상호 확인하십시오.]

나는 바로 말했다.

“연구 목적 확인합니다. 예절서 반응 관찰. 동의 없는 사적 관찰 금지. 위험 발생 시 즉시 중단.”

비앙카가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

“말로만 하지 마시고요.”

“어떻게?”

“계약서에 적힌 대로요.”

비앙카가 손가락을 튕겼다.

계약서 위의 조항이 빛났다.

[동의 없는 사적 관찰 금지]

[위험 발생 시 즉시 중단]

빛이 마법진으로 흘러갔다.

유리구의 소용돌이가 조금 줄었다.

줄었다.

멈춘 건 아니었다.

그 차이가 중요했다.

보랏빛 소용돌이는 작아지더니, 갑자기 옆으로 길게 늘어났다.

마치 고무줄처럼.

그리고 그 끝이 내 쪽으로 향했다.

나는 바로 뒤로 물러났다.

“왜 저한테 옵니까?”

비앙카가 빠르게 말했다.

“계약 반응 중심이 너니까.”

“중심 싫다니까요.”

“마법은 네 취향을 몰라.”

“알아 줬으면 좋겠습니다.”

레오나가 내 앞을 막으려 했다.

나는 급히 손을 들었다.

“잠깐만요. 아까 책이 순서대로 하랬습니다.”

“지금도?”

레오나가 물었다.

“아마도요.”

아마도.

내가 말하고도 믿음이 없었다.

하지만 검으로 치는 것보다는 나았다.

보랏빛 선이 가까워졌다.

나는 예절서를 봤다.

책장은 팔락였지만, 아직 다음 문장을 띄우지 않았다.

“빨리 좀.”

나는 책에게 속삭였다.

비앙카가 그걸 듣고 눈을 빛냈다.

“책을 재촉해?”

“상황이 급합니다.”

“그것도 반응해?”

“제발 연구하지 마십시오.”

카르덴은 목검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

“루카스 경, 필요하면 몸으로 막겠습니다.”

“막지 마십시오. 당신도 반응 대상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함께 반응하겠습니다.”

“함께하지 마십시오.”

왜 다들 위험 앞에서 단체성이 생기는가.

나는 혼자가 좋다.

혼자면 적어도 나만 망한다.

지금은 셋이 같이 망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예절서가 네 번째 문장을 띄웠다.

[4단계: 연구실의 허락을 받아 서명하십시오.]

나는 굳었다.

“또 서명입니까?”

비앙카가 말했다.

“아까 서명했잖아.”

“그 서명이 사고를 쳤습니다.”

“이번엔 의전 서명일 수도 있어.”

“그게 뭔지는 더 모르겠습니다.”

유리구가 다시 흔들렸다.

쾅.

보랏빛 불꽃이 안쪽에서 튀었다.

레오나가 검을 뽑으려 했다.

나는 반사적으로 말했다.

“잠깐만요!”

레오나의 손이 멈췄다.

“검으로 치면 더 커질 것 같습니다.”

비앙카가 바로 말했다.

“맞아. 마력 반발.”

“왜 그런 걸 미리 말 안 합니까?”

“지금 말했잖아.”

늦다.

마탑 사람들은 다 늦다.

나는 깃펜을 잡았다.

손이 떨렸다.

계약서 위에는 내 이름이 이미 겹쳐져 있었다.

그 옆에 빈 줄이 새로 생겼다.

[절차 확인 서명]

나는 숨을 들이켰다.

“이건 관계 확정 아닙니다.”

비앙카가 말했다.

“절차 확인이지.”

“데이트도 아닙니다.”

“그건 아직 연구 중.”

“아닙니다.”

“그럼 일단 아니라고 기록할게.”

“기록하지 마십시오.”

“늦었어.”

왜 이 사람도 늦습니까.

나는 깃펜으로 조심스럽게 서명했다.

루카스 에버렛.

이번에는 이름이 겹치지 않았다.

대신 마법진의 빛이 한 줄씩 꺼졌다.

원.

삼각형.

장미 그림.

차례로 가라앉았다.

유리구의 소용돌이도 작아졌다.

찻잔이 원래 방향으로 돌아왔다.

책들이 조용히 책장으로 들어갔다.

빗자루는 벽에서 떨어져 바닥에 누웠다.

나는 숨을 내쉬었다.

살았다.

아마도.

예절서가 마지막으로 팔락였다.

[5단계: 마무리 인사]

“아직도 남았습니까?”

나는 정말 울고 싶었다.

비앙카가 거의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해 봐. 거의 끝났어.”

나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숙였다.

“오늘의 연구 절차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마법진의 마지막 빛이 꺼졌다.

실험실이 조용해졌다.

정말 조용했다.

그 조용함이 너무 낯설어서, 나는 오히려 불안했다.

조용해진 실험실은 정리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정리됐다는 말은 믿을 수 없다.

마탑에서는 특히 그렇다.

바닥의 마법진은 꺼졌지만, 선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찻잔은 제자리로 돌아갔지만, 여전히 나를 보는 것 같았다.

빗자루는 바닥에 누워 있었지만, 조금 전까지 벽을 때리던 물건이다.

나는 아무것도 믿지 않기로 했다.

비앙카가 유리구를 두드렸다.

톡.

유리구 안쪽에서 작은 보랏빛 점이 반짝였다.

나는 바로 뒤로 물러났다.

“또 시작입니까?”

“아니. 잔류 반응.”

“잔류도 싫습니다.”

“싫다고 없어지진 않아.”

“그 말도 싫습니다.”

비앙카는 웃었다.

“너는 싫어하는 게 많네.”

“최근에 늘었습니다.”

“마탑 와서?”

“예.”

“좋은 변화야.”

“어디가요?”

“반응 항목이 늘었잖아.”

나는 입을 다물었다.

이 사람 앞에서는 감정도 연구 재료가 된다.

기뻐도 위험하고,

싫어도 위험하고,

가만히 있어도 위험하다.

레오나는 유리구를 보며 말했다.

“다시 폭주할 가능성은?”

비앙카가 손가락을 세었다.

“오늘은 낮아. 내일은 몰라.”

“내일?”

내가 바로 물었다.

비앙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공동연구잖아.”

“오늘로 끝나는 연구 아닙니까?”

“하루짜리면 공동연구라고 안 하지.”

그 말은 맞는데, 그래서 더 싫었다.

나는 계약서를 봤다.

계약서에는 이미 내 이름이 있었다.

겹쳐진 이름도 있었다.

그리고 내가 직접 고친 조항들도 있었다.

내가 만든 안전선이 나를 붙잡고 있었다.

참 이상한 일이다.

위험을 줄이려고 선을 그었는데, 그 선이 길이 됐다.

나는 그 길을 따라 다시 마탑에 와야 할지도 모른다.

“루카스 경.”

카르덴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오늘 절차는 배워 둘 가치가 있습니다.”

“배우지 마십시오.”

“폭주를 막았습니다.”

“책이 시킨 겁니다.”

“그 책의 절차를 믿고 순서대로 움직인 건 경입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맞는 말이라서 더 듣기 싫었다.

나는 틀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야 빠질 수 있다.

하지만 요즘 내 실수는 이상하게 맞아떨어진다.

그게 가장 큰 문제다.

비앙카는 아직도 내 얼굴을 보고 있었다.

“왜 그렇게 억울한 얼굴이야?”

“억울하니까요.”

“폭주를 막았잖아.”

“제가 원해서 막은 게 아닙니다.”

“원하지 않았는데 해냈네.”

“그 표현이 제일 싫습니다.”

“왜?”

“다음에도 시킬 것 같아서요.”

비앙카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웃었다.

나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정답을 맞힌 얼굴이다.

“다음에도 필요하면 해야지.”

“안 됩니다.”

“폭주하면?”

“폭주하지 않게 하십시오.”

“그게 늘 되면 마탑이 아니야.”

“그럼 마탑을 그만두면 안 됩니까?”

비앙카는 잠깐 진심으로 고민했다.

하지 마.

그런 걸 진지하게 고민하지 마.

“마탑을 그만두면 연구실이 심심해져.”

“저는 심심한 연구실이 좋습니다.”

“나는 싫어.”

대화가 끝났다.

서로 원하는 세계가 너무 달랐다.

나는 평온한 세계를 원하고,

비앙카는 반응하는 세계를 원한다.

문제는 내 주변이 자꾸 비앙카 취향으로 변한다는 점이다.

레오나는 짧게 말했다.

“루카스가 원하지 않으면 강요하지 마라.”

비앙카가 레오나를 보았다.

“강요 안 해. 반응이 오면 부를 뿐이지.”

“그게 강요다.”

“그럼 초대?”

“호출장이라고 했다.”

“다음엔 초대장이라고 쓸게.”

나는 바로 끼어들었다.

“초대장이라고 써도 안 갑니다.”

비앙카가 웃었다.

“그럼 호출장이 낫겠네.”

내가 왜 말을 했을까.

말하지 말아야 했다.

비앙카는 천천히 유리구를 봤다.

그리고 나를 봤다.

눈이 반짝였다.

아.

안 좋은 반짝임이다.

“방금 봤어?”

“못 봤습니다.”

“봤잖아.”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마법 폭주를 예의 절차로 정리했어.”

“저는 그냥 책이 시키는 대로 인사하고 서명했습니다.”

“그러니까.”

비앙카는 한 걸음 다가왔다.

레오나가 즉시 내 앞으로 움직였다.

카르덴도 옆으로 섰다.

보호 대형이 다시 생겼다.

나는 이제 익숙해질까 봐 무서웠다.

비앙카는 두 사람을 보며 웃었다.

“보호 반응까지 같이 나와.”

“연구하지 마십시오.”

“싫어.”

그녀는 유리구 옆의 기록판을 톡 쳤다.

“이건 기존 법칙으로 설명이 안 되는 예절이야.”

그 말에 예절서가 아주 작게 빛났다.

나는 바로 책을 덮었다.

“반응하지 마.”

비앙카가 웃었다.

“반응했네.”

“안 했습니다.”

“했어.”

“못 본 걸로 해 주세요.”

“마법사는 못 본 척을 못 해.”

최악이다.

진짜 최악이다.

레오나가 낮게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비앙카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쉽네.”

“폭주했다.”

“멈췄잖아.”

“그래서 여기까지다.”

레오나의 말은 짧았다.

짧은데 단단했다.

비앙카는 잠깐 레오나를 보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좋아. 오늘은 여기까지.”

나는 처음으로 비앙카에게 고마울 뻔했다.

하지만 그녀는 바로 덧붙였다.

“내일부터 더 정밀하게 보자.”

감사는 사라졌다.

카르덴이 노트를 들었다.

“오늘 배운 것은 예의가 폭주를 막는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정리하지 마십시오.”

“틀렸습니까?”

“너무 맞아서 문제입니다.”

카르덴은 감동한 얼굴이 됐다.

“맞는 문제.”

“적지 마십시오.”

“이미 늦었습니다.”

나는 천장을 봤다.

마탑 천장은 이상한 별자리로 가득했다.

별들도 나를 비웃는 것 같았다.

비앙카가 유리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다음엔 더 큰 반응이 나올지도 몰라.”

“안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희망은 데이터가 아니야.”

“그 말도 싫습니다.”

비앙카는 웃었다.

“그래도 오늘 건 확실해.”

“뭐가요?”

나는 이미 대답을 듣기 싫었다.

하지만 묻지 않으면 더 무서운 말이 나올 것 같았다.

비앙카는 그런 내 표정을 보고 더 즐거워했다.

정말 나쁜 버릇이다.

마탑주는 사람 얼굴에서 연구 주제를 찾는다.

나는 앞으로 표정도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늦었다.

비앙카는 이미 내 얼굴을 읽고 있었다.

그녀는 예절서를 가리켰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바로 고개를 저었다.

“법칙 바깥이면 더 위험한 것 아닙니까?”

“응.”

“왜 그렇게 기쁘게 대답하십니까?”

“위험하고 새로우니까.”

“저는 안전하고 낡은 게 좋습니다.”

비앙카는 웃었다.

“그럼 네가 낡은 예절로 새 법칙을 막아.”

나는 예절서를 내려다봤다.

책은 조용했다.

오늘도 책은 사고를 치고 나서만 조용했다.

얄밉다.

정말 얄밉다.

비앙카가 다시 말했다.

“이건 법칙 바깥의 예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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