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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구역부터 먹는다 일러스트

제2구역부터 먹는다

쿠구구궁.

무거운 강철 방벽이 열리며 틈새로 차가운 냉기와 오래된 먼지가 뿜어져 나왔다. 둔탁한 마찰음 뒤로 녹색 유도등이 어두운 통로 안쪽을 차례로 밝혔다. E-12 제2구역 초입이었다.

바닥은 던전 특유의 점액질 대신 마른 흙과 콘크리트 잔해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진입로가 개방되자 대기하던 현장 인부들이 바쁘게 진입했다.

"자, 서두릅시다! 시간 없어요!"

작업반장의 고함과 함께 인부들이 벽면의 폐장비 더미로 달려갔다. 지상 수거용 장비들 표면에 빨간색 폐기 스티커와 번호표가 붙으며 1번부터 18번까지의 숫자가 선명하게 새겨졌다.

"일단 18점 전부 실어 올립니다! 리프트 대기시켜요!"

유도등 아래 선 서기태 부장이 목청을 높였다. 그의 단말기 화면에는 우선 확인 구역인 제2구역의 현장 표가 떠 있었다.

[우선 확인 구역: 제2구역 — 회수 가능 잔존 장비 18점]

[예상 회수액: 2,700만 원]

2,700만 원이라는 예상액이 서기태의 눈동자에 비쳤다. 그는 구두굽으로 바닥을 딱딱 두드렸다. 서기태는 이미 계산을 끝낸 얼굴이었다. 골칫거리 잔해물들을 한꺼번에 밀어 올려 비용과 책임을 털어내려는 속셈이었다.

"서 부장님."

그 뒤에서 걸어 나온 강유찬이 나직하게 불렀다.

"어, 유찬 씨. 계약대로 제2구역을 개방했으니 바로 싣고 올라가면 됩니다. 본사 기준에 맞춰 묶음 처리로 한꺼번에 실어야 정산할 때 안 꼬입니다. 현장에서 일일이 빼면 복잡해져요."

서기태는 조급하게 말을 쏟아냈다. 초과 운송비나 책임을 피하려고 본사 규정을 앞세워 밀어붙이는 중이었다.

옆의 오민석 대리는 눈치를 살폈다. 이미 지난 회의에서 유찬의 매서운 계산에 질린 터였다.

유찬은 붉은 스티커가 붙은 18점의 장비들을 훑었다. 마력 전도기가 달린 실드 등 겉보기에만 그럴듯한 것들이 태반이었다.

"전부 싣는 게 아니라, 남는 것만 싣겠습니다."

유찬의 차분한 목소리가 서기태의 말을 잘라냈다.

서기태가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 유찬 씨. 예상 회수액 2,700만 원이 안 보입니까? 다 실어 넘기면 알아서 처리될 텐데, 굳이 시간 끌 이유가 없잖습니까?"

"그 2,700만 원이 전부 순이익으로 남는다면 그렇겠지요."

유찬이 장비 더미 중 가장 부피가 큰 3번 필터 장치를 가리켰다.

"저건 마수 오염액이 찬 채 굳어 있습니다. 폐기 전 기록을 보니 오염 등급 3단계더군요. 지상으로 올리는 순간 운송 배차비와 유독 물질 처리 보증금까지 우리에게 청구될 겁니다. 그 고지서가 누구 앞으로 가겠습니까?"

"그건……."

서기태가 단말기를 쥔 채 입을 다물었다.

유찬이 쐐기를 박았다.

"단검 소유가 파티 쪽으로 되어 있으면 모를까, 이런 폐기 장비는 나중에 누가 가져갈지 말이 쉽게 꼬입니다. 회수 비용만 내고 뒤늦게 시비가 붙느니, 저는 남는 것만 싣고 손해 날 건 버리겠습니다."

오민석이 황급히 단말기를 두드리자 그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서 부장님, 유찬 씨 말이 맞습니다. 소유권 보류 항목과 운송비를 대입하니 전부 실었다간 오히려 적자가 납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요."

서기태의 얼굴이 굳어졌다. 유찬의 논리적인 손해 지적 앞에 더는 우길 재간이 없었다.

유찬은 품을 살짝 열었다. 겉옷 주머니 안에서 꼬물거리던 냥믹이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었다.

냥믹의 둥근 눈동자가 순간 황금빛으로 밝게 빛났다. 미끼눈이었다.

유찬은 냥믹의 시선이 닿는 방향을 조용히 따라갔다. 냥믹은 18점의 장비를 하나하나 훑어 내렸다.

냥믹의 눈빛은 몇몇 장비에만 맑은 금빛을 띠었고, 대다수에는 탁한 어둠으로 반응했다. 유찬은 그 반응이 닿은 장비들의 폐기 스티커와 오염 태그를 차례로 확인했다. 가져가 봐야 운송비와 처리비가 더 붙을 물건들이었다.

유찬은 등을 돌려 인부들에게 지시했다.

"인부들 멈추게 하십시오. 하나씩 골라내고 싣겠습니다."

현장의 공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장비 18점 앞에 선 유찬의 움직임은 침착했다.

서기태는 팔짱을 낀 채 불만스레 쏘아붙였다.

"일일이 뜯어서 감정할 시간이라도 있는 줄 압니까? 감정단을 부르려면 출장비에 시간까지 하루는 꼬박 걸려요. 다 시간 낭비입니다."

"감정단은 필요 없습니다."

유찬이 메고 있는 낡은 배낭의 지퍼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최근 진화 과정을 거친 포포는 배낭 속에서 지쳐 있었다. 아직 기력을 회복하지 못해 조용히 웅크린 상태였다. 유찬은 포포를 무리하게 쓸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유찬이 12번 번호표의 작은 보조 단검 앞에 멈췄을 때였다.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단검 표면에는 시꺼먼 타르 같은 마력 오염 물질이 두껍게 들러붙어 있었다.

단말기에 표기된 12번 장비의 예상 가치는 고작 고철값 40만 원. 단순한 마력 고철 수준의 폐기물 분류였다.

그러나 냥믹의 미끼눈은 이 단검을 향해 아주 맑고 짙은 황금빛을 뿜어냈다. 적어도 그냥 고철은 아니라는 신호였다.

지잉.

배낭 안쪽에서 미세한 울림이 느껴졌다. 포포 역시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유찬이 배낭 지퍼를 살짝 열어주었다.

"포포."

포포가 배낭 틈새로 고개를 쏙 내밀었다. 젤리처럼 떨리는 몸을 살짝 흔들더니 이내 단검 표면을 향해 가벼운 숨을 내쉬었다.

`뽀글.`

작은 거품 하나가 토독 소리를 내며 보조 단검의 칼자루 부분에 부딪쳤다.

치이익.

거품이 터지자 단검의 오염 물질이 바스라지며 떨어져 내렸다. 포포를 혹사시키지 않는, 표면 오염만 살짝 걷어내는 가벼운 정화였다.

오염이 걷힌 자리에는 마력 코어 회로가 드러났다. 보통 폐기물들은 회로가 타버리기 마련이지만, 이 단검은 오염 물질이 보호막 역할을 해 내부 코어 일부가 완벽히 살아 있었다.

"이, 이게 왜 작동을 하지?"

오민석이 황급히 탐지기를 단검에 갖다 댔다. 탐지기 액정에 푸른색 파형이 솟구쳤다.

[마력 회로 보존율: 92%]

[특수 코어 작동 상태: 정상]

"회로가 살아 있습니다! 외장 가죽은 고철이지만 내부 보조 코어 유닛은 새것과 다름없어요! 부품 단위로 분해하면 최소 480만 원은 나옵니다!"

오민석의 목소리가 들떠서 갈라졌다.

단말기 화면에서 고철값 40만 원이 지워지고, 부품 예상가 480만 원이 새로 찍혔다.

서기태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가 허겁지겁 유찬에게 다가왔다.

"말도 안 돼. 이 오염된 구역에서 어떻게 내부 코어가 멀쩡한 단검이 나와? 게다가 겉보기엔 그냥 썩은 쇠붙이였는데……."

"운이 좋았습니다."

유찬은 담담하게 대꾸했다.

"그 스티커 떼고, 회수 보류 라벨로 바꿔 붙이십시오. 그리고 오 대리님은 방금 확인한 장비 가격을 시스템 장부에 바로 등록해 주시고요."

"예! 알겠습니다!"

오민석은 단말기를 두드렸다. 인부들도 감탄하며 붉은색 폐기 스티커를 떼고 노란색 회수 보류 라벨을 붙였다.

서기태는 속이 쓰린 듯 헛기침을 해댔다.

"흠, 흠! 겨우 장비 하나 살아 있었다고 너무 기세등등할 것 없습니다. 어차피 18개 중에 쓸 만한 건 이거 하나뿐일 겁니다. 나머지는 쓰레기일 테니 운이 좋았을 뿐이에요."

"그럼 남은 것도 확인해 보면 되겠네요."

유찬이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남은 17점의 장비들을 응시했다.

냥믹의 미끼눈이 다시 한 번 번쩍였다. 황금빛 눈동자가 장비 더미를 스쳐 가더니, 이내 명확한 방향을 가리키며 멈춰 섰다.

18점의 장비 중 금빛이 또렷한 곳은 세 군데뿐이었다. 유찬은 그 사실만 조용히 기억해 두었다.

"진짜로 사백팔십만 원이라고?"

"겨우 저 낡은 단검 하나가?"

현장 인부들의 웅성거림이 지하 2구역의 차가운 시멘트 벽면을 타고 울렸다. 철망 뒤에 던져져 있던 폐기 장비들을 보며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원래 한서에서 고철값 40만 원으로 털어내려던 12번 보조 단검이었다. 유찬이 폐기 스티커 대신 회수 보류 라벨을 붙이자마자 단말기에 뜬 예상가는 부품 단위로 480만 원까지 치솟았다. 10배가 넘는 반전이었다.

"야, 이거 나머지 다 열어서 확인하면 대체 돈이 얼마야?"

"일단 다 싣고 보자고! 어차피 버려질 뻔했잖아."

고철 쓰레기 더미로 보이던 폐기물들이 갑자기 돈다발로 변하자, 인부들의 손길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이 분위기를 놓치지 않고 서기태 부장이 유찬의 어깨를 툭 쳤다. 입가에 비죽비죽 기름진 웃음이 걸려 있었다.

"거 봐요, 유찬 씨. 내 말이 틀렸습니까? 이왕 손댄 김에 전부 리프트에 올립시다. 시간 끌 것 없이 다 싣고, 방벽 뒤도 바로 확인하죠."

서기태의 목소리에는 탐욕이 번들거렸다. 제2구역 전체를 싹 쓸어 담아 실적을 올리고 싶은 기색이 역력했다.

유찬은 서기태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리고 어깨에 멘 배낭의 살짝 열린 지퍼 틈새를 들여다보았다.

뽀글.

포포가 작게 몸을 떨었다. 평소의 탱탱한 탄력 대신 젤리처럼 파르르 떨리는 몸통이 수축해 있었다. 단검 하나에서 오염을 겨우 걷어냈을 뿐인데도 포포의 꼬리는 축 늘어져 있었다.

지친 것이다.

여기서 욕심을 내 18개를 전부 건드리면 포포가 먼저 버티지 못한다. 유찬은 배낭을 닫았다. 지금은 골라낼 것만 골라낼 때였다.

유찬은 배낭의 지퍼를 끝까지 올렸다. 포포가 안에서 쉴 수 있도록 어둠을 만들어 준 뒤, 어깨끈을 팽팽하게 고쳐 멨다.

냥믹이 유찬의 발치에서 꼬리를 살랑였다.

미끼눈이 번뜩였다. 탁한 안개 속, 바닥에 흩어진 18점의 장비들을 냥믹의 눈빛이 스윽 훑었다.

그러나 금빛이 또렷하게 맺힌 것은 단 세 점뿐이었다.

나머지 15점은 냥믹의 눈빛이 닿자마자 탁한 잿빛이 감돌거나, 심지어 끈적한 어둠이 달라붙었다. 특히 3번 필터 장치에는 마치 썩은 늪지 같은 검은 빛이 흘렀다. 유찬은 곧장 3번의 봉인 태그를 확인했다. 오염 역류 경고와 폐액 잔류 표시가 겹쳐 있었다. 손댈수록 비용이 붙는 물건이었다.

끼아악.

유찬의 팔뚝에 앉은 까악스가 부리를 꾹 닫았다. 평소 같으면 시끄럽게 울어대며 쪼아댔을 녀석이, 방벽 안의 차가운 냉기를 느끼고는 깃털을 바짝 눕힌 채 침묵했다. 그 기이한 고요가 불길한 경고처럼 다가왔다.

"부장님."

유찬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 싣는 건 없습니다."

"뭐? 아니, 방금 480만 원 나오는 거 자기 눈으로 보고도 그래?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니까!"

"물 들어오다 배 뒤집어집니다. 이거 전부 쓸어 담으면 운송비에 검사비, 보관료까지 청구서로 들어옵니다. 그 오염 다 누가 책임질 겁니까? 폐액 처리 비용만 해도 감당 안 됩니다. 게다가 단검 소유가 파티 쪽으로 되어 있으면, 나중에 나온 부품은 자기들 몫이라고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그거야 길드가……."

"길드가 다 뒤집어씁니다. 쓸데없는 쓰레기 싣느라 돈 날리기 싫으면 제 말대로 하십시오."

유찬은 서기태의 말을 자르고 현장 구석에 굴러다니던 청색, 황색, 적색 테이프 뭉치를 집어 들었다.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찌지직, 소리를 내며 테이프가 길게 붙었다.

테이프를 길게 찢어 세 개의 구역을 만들었다.

유찬은 주머니에서 분필을 꺼내 첫 번째 구역 바닥에 큼지막하게 적었다.

[먼저 확인]

두 번째 구역에는 황색 테이프를 붙이고 적었다.

[회수 보류]

마지막 세 번째 구역에는 적색 테이프를 사방으로 둘러막고 적었다.

[손대지 않음]

복잡할 것 없었다. 현장에선 글 몇 줄보다 바닥에 그은 선이 더 빨랐다. 인부들은 색만 보고 움직이면 됐다.

"돈 되는 걸 고르는 것도 일이지만, 손해 나는 걸 안 건드리는 것도 일입니다. 몸뚱이는 하난데 쓰레기 치우느라 시간 버릴 순 없잖습니까."

서기태가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방금 전 12번 보조 단검이 만들어 낸 480만 원이라는 숫자 앞에서는 더 밀어붙이기 어려웠다. 그가 들어 올리던 손도 어정쩡하게 내려갔다.

"쳇, 맘대로 해봐. 시간 늦어지면 책임은 다 유찬 씨가 지는 거야."

서기태는 침을 탁 뱉고는 툴툴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이쪽부터 옮깁니다! 청색 테이프 붙은 것만 리프트로!"

작업반장의 굵직한 목소리가 제2구역 안의 가라앉은 공기를 갈랐다.

인부들의 발이 빨라졌다. 조금 전까지는 쓰레기 더미를 마지못해 쓸어 담던 손들이, 이제는 바닥에 그어진 색깔 선을 먼저 확인했다.

오민석이 단말기를 바쁘게 두드렸다. 화면상의 작업표가 실시간으로 갱신되었다.

[12번 보조 단검: 회수 보류 (감정 대기)]

[3번 필터 장치: 회수 불가 (손대지 않음 조치)]

단말기 모니터 한구석에 떠 있던 수치가 선명하게 반짝였다.

[예상 고철가: 40만 원 → 부품 예상가: 480만 원]

숫자 하나에 인부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아까까지는 쓰레기 더미였던 물건들이, 이제는 하나씩 까 봐야 할 돈덩이로 보였다.

2,700만 원이 그대로 남을지는 아직 몰랐다. 그래도 단검 하나로 충분했다. 서기태도 더는 헛웃음을 치지 못했다.

그때였다.

냥믹이 꼬리를 바짝 세웠다.

미끼눈이 제2구역 안쪽, 어두운 방벽 구석을 향해 강렬한 금빛을 쏘아 보냈다.

그 금빛은 방금 전 단검보다 훨씬 굵었다. 어두운 벽 틈에서 노란 선이 새어 나왔다.

그 끝에 서 있는 것은 투박하고 거대한 철제 방벽이었다.

칠이 벗겨지고 군데군데 붉은 녹이 슨, 제2구역 가장 깊숙한 곳의 막다른 벽.

오민석이 단말기 지도와 눈앞의 벽을 몇 번이고 번갈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어…… 이상하네. 유찬 씨, 기존 제2구역 지도에는 저 안쪽에 저런 벽이 없습니다. 그냥 막다른 통로라고만 되어 있는데……."

그 말에 서기태의 눈동자가 눈에 띄게 흔들렸다. 그는 땀이 흐르는 목덜미를 닦아내며 마른기침을 내뱉었다.

"어, 흠! 그, 오래된 구역이라 지도 표기가 좀 누락됐을 수도 있지! 별거 아닐 거야. 굳이 저런 정체 모를 데까지 열어서 시간 낭비할 필요 있나? 대충 마무리하고 나가지."

당황하며 황급히 상황을 덮으려는 태도. 유찬은 서기태의 그 얄팍한 기색을 단번에 읽어냈다.

벽 뒤에 무언가가 숨겨져 있다.

하지만 유찬은 서두르지 않았다.

배낭 안의 포포는 여전히 깊은 숨을 몰아쉬며 피로를 회복하고 있었고, 팔뚝 위의 까악스는 숨죽인 채 방벽 너머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무리하게 힘을 더 쓰기에는 위험부담이 컸다. 침착해야 했다.

유찬은 천천히 철제 방벽 앞으로 걸어갔다.

바지 주머니에서 굴러다니던 청색 테이프와 분필을 꺼내 들었다.

서기태가 긴장해 침을 삼키는 소리가 동굴 같은 방벽 안에서 크게 울렸다.

스윽.

유찬은 시커멓게 먼지가 쌓인 방벽 한가운데에 청색 테이프를 가로질러 붙이고, 그 위에 거칠게 적어 내렸다.

[먼저 확인]

지도의 오차도, 서기태의 수작도 일단은 묶어둔다.

하지만 다음 차례는 바로 저곳이다.

냥믹의 미끼눈에서 흘러나온 금빛은 유찬이 붙인 청색 라벨 위에서 사그라들지 않고 조용히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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