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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선 냥믹 일러스트

유인선 냥믹

태블릿 화면에 팝업 알림이 떴다. 박성준 팀장이 보낸 현장 사진이었다.

[사진: 주식회사 골드러시, 처리 장비 반입 시작]

[사진: 대산 길드 던전 D-3 출입구]

어젯밤 회의록의 잉크도 마르지 않았다. 유찬은 찌뿌둥한 몸을 일으켰다. 거실 한쪽에서 냥믹이 몸을 말고 있었다. 사료 그릇은 그대로였다. 꼬리 끝이 평소와 달랐다. 한쪽은 유난히 밝은 은색으로 반짝였고, 다른 한쪽은 그림자가 엉긴 듯 흐릿했다.

곧바로 전화가 울렸다. 박성준 팀장이었다.

“강유찬 씨, 보고받으셨습니까.”

“방금 봤습니다. 대산 길드가 결국 다른 업체를 불렀군요.”

“예. 저희 표준계약 대신, 선금을 더 요구하는 업체를 선택한 모양입니다. 협회에 제출할 오염 처리 보고 시한이 임박했으니, 뭐라도 다급하게 잡은 거겠지요.”

유찬의 시선이 냥믹에게 향했다. 펫의 컨디션이 최악이었다. 진화 전조는 불안정한 잠과 같아서, 섣불리 외부 활동에 데리고 나갈 수 없었다.

“저 때문에 전화하신 건 아닐 텐데요.”

“현장에서 특이 물질이 발견됐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대산 쪽에서 공유한 사진인데, 한번 봐주시겠습니까.”

새로운 사진이 도착했다. 반짝이는 광물질 덩어리였다. 언뜻 보기에는 엄청난 가치를 지닌 부산물처럼 보였다. 하지만 유찬은 알았다. 세상에 저렇게 쉬운 돈은 없다.

“이걸로 경쟁업체를 부른 거군요.”

“아마 그럴 겁니다. 골드러시라는 업체는 이런 고가 부산물 처리에 특화된 곳입니다. 성공하면 큰돈을 벌지만, 실패하면…….”

박성준이 말을 흐렸다. 실패하면 오염 책임까지 전부 뒤집어쓴다.

유찬은 잠시 망설였다. 냥믹의 상태가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사진 속 광물질이 자꾸 눈에 밟혔다. 돈 냄새와 함정 냄새가 동시에 나는 물건이었다.

“까악스랑 포포만 데리고…….”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웅크리고 있던 냥믹이 고개를 들었다. 흐릿했던 꼬리 끝이 유찬을 향해 미세하게 떨렸다. 가고 싶다는 뜻인지, 가야 한다는 뜻인지 알 수 없었다.

“아니, 냥믹도 데려가겠습니다. 현장으로 바로 가죠.”

대산 길드의 임시 처리장은 이미 부산했다. 거대한 트럭 옆에서 골드러시의 팀장이 팔짱을 끼고 거들먹거렸다. 대산 길드의 실무 담당자 윤도겸은 그의 비위를 맞추며 억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표준계약? 하! 서류만 뺑뺑이 돌리는 건 우리 스타일과 안 맞습니다. 이렇게 현장에서 진짜 돈 되는 걸 찾아내야죠. 선금 두둑하게 받고, 저거 한 방 터뜨리면 오늘 회식은 호텔 뷔페입니다!”

골드러시 팀장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 문제의 광물질이 있었다. 유찬이 사진으로 본 것보다 훨씬 컸다. 윤도겸의 낯빛은 겉보기와 달리 파리했다. 그의 눈은 자꾸만 협회 보고용 태블릿의 시계를 향했다.

박성준 팀장이 유찬에게 다가와 작게 말했다.

“저 사람들, 곧장 저 광물질에 장비를 투입할 생각인 것 같습니다.”

유찬은 대답 대신 포포를 불렀다.

“포포, 저거 한 조각만.”

포포가 토독, 하고 달려가 광물질 파편 하나를 입에 물고 돌아왔다. 유찬은 바닥에 조심스럽게 파편을 내려놓게 했다.

포포는 파편을 킁킁거리더니, 젤리 같은 몸으로 감쌌다. 잠시 후, 뽀글 하고 작은 결정 조각 하나를 뱉어냈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포포는 몸을 부르르 떨더니, 아주 가느다란 붉은 실 같은 물질을 따로 뱉어내고는 고개를 저었다. 이건 먹으면 안 된다는 뜻이었다.

그때 까악스가 상공을 한 바퀴 돌았다. 유찬의 시야에 검은 선이 그어졌다. 골드러시 팀이 장비를 끌고 가려는 동선 위에, 과거 다른 팀이 똑같이 실패했던 잔상이 스쳐 지나갔다. 짧게 스친 이미지 속에서 오염 경고등이 섬광처럼 터졌다.

마지막으로 냥믹을 보았다. 녀석은 여전히 기운이 없었다. 하지만 두 갈래로 갈라질 듯한 꼬리는 명확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반짝이는 광물질 쪽을 향해 밝은 꼬리 끝이 살랑거렸다. 돈이 되는 건 맞았다. 하지만 그림자 같은 다른 꼬리 끝은 그 광물질 너머, 윤도겸이 들고 있는 계약서와 골드러시의 장비 쪽으로 축 늘어져 있었다. 보이지 않는 책임의 무게가 그쪽으로 끌리고 있었다.

유찬은 모든 조각을 맞췄다. 저건 삼키는 물건보다 끊어낼 줄에 가깝다.

“팀장, 장비 투입 시작합니다!”

골드러시 직원의 외침에 윤도겸이 화들짝 놀랐다. 골드러시 팀장은 의기양양하게 손을 들었다.

“좋아! 바로 시작해!”

유찬이 앞으로 나섰다.

“잠깐만요.”

그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소란스러운 현장의 모두가 그를 돌아봤다. 골드러시 팀장이 인상을 찌푸렸다.

“뭐야, 당신들은?”

“지금 그 장비 넣으면, 장비값보다 오염 책임값이 먼저 터질 겁니다.”

유찬의 경고에 골드러시 팀장의 입가가 비틀렸다. 그는 유찬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코웃음을 쳤다. 현장 경험도 없는 어린애가 돈 냄새를 맡고 끼어들었다고 판단한 얼굴이었다.

“꼬마야, 어른들 일하는 데 와서 방해하는 거 아니다. 우리 장비가 어떤 건 줄은 알고? 저 광물질, 순도 90% 이상이야. 저거 하나면 오늘 일당은 뽑고도 남아.”

“그 10%의 오염이 던전 입구 전체를 폐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같은 전문 업체가 있는 거라고.”

팀장은 손짓으로 장비 투입을 지시했다. 육중한 집게발이 광물질을 향해 천천히 움직였다. 윤도겸의 낯빛이 하얗게 질렸다. 협회 보고 시한이 목을 조여왔지만, 눈앞에서 벌어지는 위험을 외면할 수도 없었다.

“잠깐, 팀장! 일단 확인부터…….”

“뭘 확인해? 대산에서 의뢰했고, 우린 처리할 뿐이야. 저 친구 말 듣고 시간 끌다가 해 지면 오염 농도는 더 짙어져. 책임질 건가?”

골드러시 팀장이 윤도겸의 말을 끊고 윽박질렀다. 대산 길드원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듯, 윤도겸은 입술만 깨물었다.

유찬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증거가 있습니다.”

그는 포포가 분리해 놓은 두 무더기를 가리켰다. 하나는 영롱하게 빛나는 작은 결정, 다른 하나는 검붉은 실이 얽힌 오염핵 폐기물.

“제 펫이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골라냈습니다. 저 붉은 실 같은 게 오염의 핵입니다. 일반 정화 장비로는 저걸 분리할 수 없어요. 물리적으로 부수면 오염만 확산시킬 뿐입니다.”

“하, 웃기지도 않는군. 슬라임이 뭘 안다고.”

팀장이 비웃는 순간, 유찬의 어깨 위에서 까악스가 날카롭게 울었다. 까악스의 시선은 골드러시의 장비가 움직일 동선을 따라 고정되어 있었다. 그 길 위로, 유찬의 눈에만 보이는 검은 실패의 잔상이 아른거렸다.

유찬은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 바로 냥믹이었다.

“그리고 저 녀석은 계약서의 냄새를 맡습니다.”

냥믹의 두 꼬리는 여전히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밝게 빛나는 꼬리는 골드러시가 노리는 광물질을, 검은 그림자 꼬리는 윤도겸이 들고 있는 계약서와 골드러시의 장비를 향해 뻗어 있었다.

골드러시 팀장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직접 나섰다. 그가 반짝이는 광물질을 향해 손을 뻗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크아앙-!

냥믹의 몸이 부풀어 오르며 낮은 울음소리를 냈다. 두 갈래로 나뉘어 있던 꼬리가 완전히 분리되며 제각기 다른 생물처럼 꿈틀거렸다. 한쪽은 눈부신 황금빛 미끼가 되어 탐욕을 유혹했고, 다른 한쪽은 모든 빛을 빨아들이는 검은 그림자가 되어 길게 늘어졌다.

냥믹의 동공에 가느다란 차트 선 같은 빛이 스쳐 지나갔다.

[펫 ‘냥믹’이 두 번째 진화를 시작합니다.]

[진화명: 유인선(誘引線) 냥믹]

[특성: 위험한 돈줄 감지]

[특성: 돈줄처럼 보이는 계약 뒤에 숨은 손실과 책임을 감지합니다.]

진화는 순식간에 끝났다. 유인선 냥믹의 황금 꼬리는 광물질과 골드러시 팀장이 내민 선금을 향해 살랑거렸다. 검은 꼬리는 장비와 계약서, 협회 보고 시한 쪽으로 길게 늘어나며 손실과 책임의 방향을 암시했다.

유찬은 그 검은 줄의 의미를 직감했다. 돈줄처럼 보였지만, 그 끝에는 감당할 수 없는 책임의 추가 달려 있었다.

“멈춰!”

유찬이 다시 소리쳤다. 이번엔 그의 목소리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 광물질에는 대산의 소유권과 오염 정화 책임이 한 묶음으로 붙어 있습니다. 지금 그걸 건드리면, 골드러시 장비는 오염원으로 기록되고 대산은 관리 실패로 협회 징계를 받게 될 겁니다!”

골드러시 팀장의 손이 허공에서 멈칫했다. 진화한 냥믹이 뿜어내는 기묘한 위압감과,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유찬의 확신에 찬 눈빛 때문이었다.

마침내 윤도겸이 결단했다.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외쳤다.

“장비, 당장 중단시켜요! 골드러시 팀, 일단 철수하십시오!”

명령이 떨어지자, 육중한 집게발이 굉음과 함께 작동을 멈췄다. 체면을 구긴 골드러시 팀장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래서, 조건이 뭐라고요.”

윤도겸은 모든 것을 포기한 표정으로 물었다. 골드러시 팀은 장비를 철수했고, 현장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남았다. 협회 보고 시한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었다.

유찬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수습 수수료 12%. 대신 이번 사고 책임은 대산 길드가 그대로 집니다.”

“12%라고요? 우리 표준계약은 10%였잖습니까.”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저는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권리와 거기서 나오는 부산물 회수권만 받겠습니다.”

유찬이 말한 안전 처리권은 간단했다. 포포가 먹어도 된다고 한 구역, 까악스가 위험하지 않다고 찍은 범위까지만 손댄다. 그 이상은 건드리지 않는다. 대신 오염핵을 걷어내고 남은 안전한 광물 조각은 유찬 쪽이 가져간다.

윤도겸은 입술을 깨물었다. 표준계약을 피하려다 더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가 되었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던전 입구 폐쇄라는 최악의 상황만은 막아야 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죠.”

결국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유찬의 뒤에 서 있던 박성준 팀장이 조용히 움직였다. 그는 백호 길드의 법무팀과 보안 요원들에게 연락해 현장 통제와 계약서 작성을 지시했다. 하지만 최종 판단은 유찬의 몫으로 남겨두었다.

골드러시 팀장은 이가 갈리는 표정으로 자신의 팀원들에게 철수를 명령했다. 선금만 보고 섣불리 뛰어들었다가 눈앞에서 계약을 놓치고 망신만 당한 셈이었다.

윤도겸의 손이 태블릿 서명란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멈칫했다. 이 굴욕적인 계약을 어떻게든 피하려 했지만, 이제 와서 물러설 수도 없었다.

유찬은 그런 그의 굳은 얼굴을 지나쳐, 오염의 핵에 남은 붉은 실 한 줄기를 턱으로 가리켰다.

“저건 그냥 치우고 끝낼 잔해로 넘기면 안 됩니다. 대산 쪽 책임으로 기록에 남겨야 합니다.”

그 말에 박성준이 곧장 백호 법무팀에 연락했다. 그는 유찬을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강유찬 씨 말씀대로 조항 즉시 반영 요청했습니다. 법무팀에서 문구 확인 마쳤다고 합니다.”

잠시 후 태블릿 화면의 표준 계약서에 새로운 문구들이 붉게 떠올랐다.

[수습 수수료 12% (후지급)]

[오염원 안전 처리권 및 잔여 부산물 회수권, 강유찬 측 보유]

[기존 오염원 및 대산 측 우회 발주로 인한 사고 책임, ‘대산 길드’ 보유]

그 문구들을 보고 유찬의 어깨 위 포포가 젤리처럼 파르르 떨렸다. 옆에 있던 까악스가 짧게 부리를 쪼았고, 발치에 있던 냥믹은 만족스럽다는 듯 가늘게 눈을 떴다 감았다. 안전한 계약이라는 신호였다.

윤도겸이 결국 치욕을 삼키며 서명란에 손가락을 그었다.

유찬은 태블릿에 표시된 계약서를 확인했다. 박성준이 수정한 계약서 마지막 장에는 새로운 항목이 추가되어 있었다.

[특약: 포포, 까악스, 냥믹의 판정을 작업 기준으로 삼는다]

포포가 걸러내고, 까악스가 위험을 찍고, 냥믹이 계약의 함정을 본다. 유찬은 부산물을 치우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무엇이 돈이 되고, 어디까지 손대도 되는지까지 정하는 쪽으로 발을 들인 셈이었다.

박성준 팀장이 나직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정중했다.

“강유찬 씨, 이쯤 되면 처리에 그치지 않고 값까지 매기는 쪽 아닙니까?”

유찬은 대답 대신 자신의 펫들을 바라보았다. 포포는 정제한 결정을 가지고 놀고 있었고, 까악스는 안전해진 주변을 살피며 만족스럽게 울었다. 유인선 냥믹은 검은 꼬리로 계약서의 안전 조항들을 가리키며 유찬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태블릿 상단에는 `외부 표준계약 1호`라는 번호가 찍혀 있었다. 유찬은 그 숫자를 오래 보지 않았다. 다음 판은 버려진 광물질 하나를 넘어 던전 하나의 가치를 통째로 평가하는 일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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