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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화. 임시 등록은 쓰레기장에서 먼저 끝났다 일러스트

## 3화. 임시 등록은 쓰레기장에서 먼저 끝났다

[협회 긴급 생계비 선지급]

[입금: 9,520,000원]

[잔액: 9,521,350원]

띠링.

스마트폰 화면에 뜬 알림은 몇 번을 다시 봐도 비현실적이었다. 강유찬은 마른 눈을 비비고 액정을 들여다봤다. 쉼표가 찍힌 숫자, 그 무게가 손가락 끝으로 전해지는 듯했다.

952만 원.

3년. 짐꾼으로 게이트 바닥을 구르며 단 한 번도 만져본 적 없는 거금이었다. 파티가 헌신짝처럼 버린 오염된 단검 더미. 그중 포포가 목숨을 걸고 처리해 낸 29자루에서 나온 결정체의 총 예상 가치는 1,360만 원이었다.

물론 그 돈이 전부 들어온 건 아니었다. 민도혁이 ‘그 결정도 결국 파티 전리품에서 나온 것’이라고 이의를 제기했고, 그 즉시 30%인 4,080,000원이 지급 보류 상태로 묶였다. 총 예상 감정가 13,600,000원 중 아직 손대지 못하는 돈이었다. F급 짐꾼의 주장은 C급 파티 리더의 공식 이의 제기 앞에서 힘없이 밀려났다.

하지만 70%는 들어왔다.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이었다.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지만, 그 감각은 지독히도 짧았다.

“이거 전부 주세요.”

유찬은 약국 진열대 한쪽을 차지한 포션병들을 턱으로 가리켰다. 포포를 위한 저등급 영양제와 불안정한 마나를 중화시켜 줄 용액이었다. 어깨에 멘 임시 케이스 안에서 축 늘어져 젤리처럼 미세하게 떨리는 작은 몸을 볼 때마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영양제 열 병, 중화수 스무 병. 전부 해서 78만 원입니다.”

“카드로 하겠습니다.”

삑.

결제 단말기의 냉정한 소리와 함께 숫자가 빠져나갔다. 안도감은 그만큼의 불안감으로 바뀌어 돌아왔다.

다음은 헌터 전용 장비점이었다.

“이동용 케이스, 제일 싼 걸로 하나 주십시오.”

“저가형 방호 케이스 말씀이시죠? 이쪽에 있습니다. 45만 원입니다.”

삑.

또 숫자가 사라졌다.

낡은 고시원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스마트폰 뱅킹 앱을 켰다.

월세 550,000원, 두 달 치 밀린 공과금 170,000원.

어머니 요양병원 미납 본인부담금 3개월 치 3,800,000원.

그리고 게이트에서 찢어진 허벅지 외래 예약금 200,000원.

어머니는 3년째 장기요양병동에 있었다. 게이트 잔류 마력 사고 이후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고, 병동 면회는 감염 관리 때문에 한 달에 두 번, 그것도 유리창 너머 10분이 전부였다. 그래서 유찬의 방은 늘 혼자였다. 가족이 없는 게 아니라, 집에 돌아올 수 있는 가족이 없었다.

손가락을 몇 번 움직이자, 9,521,350원은 3,571,350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그중 다음 달 병원비로 남겨야 할 최소 금액을 빼고 나면, 유찬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은 백만 원도 채 되지 않았다. 돈은 손에 쥐자마자 녹아내리는 눈처럼 허망하게 사라졌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포포의 정밀 검사 비용, 앞으로 꾸준히 들어갈 유지 관리비, 다음 달 다시 찍힐 어머니 병원비를 생각하면 눈앞이 아찔했다. 당장 급한 불만 껐을 뿐, 근본적인 문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그리고 가장 치명적인 문제가 따로 있었다.

“포포.”

유찬이 새로 산 방호 케이스를 열고 조심스럽게 불렀다. 영양제를 섞은 중화수 용액에 몸을 담근 푸른 슬라임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뽀글, 하고 작은 기포가 터졌다. 아직 기운이 없는지 움직임이 굼떴다.

“조금만 참아. 내가 금방 해결해 줄게.”

미등록 계약 생물.

포포는 아직 협회에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은 존재였다. 현행법상, 게이트에서 발견된 미확인 생물은 7일 안에 등록 절차를 마치거나 유해성이 없다는 공식적인 소명을 해야 했다. 그러지 못하면 예외 없이 강제 격리 후 폐기 절차를 밟게 된다.

‘민도혁 그 개자식만 아니었어도.’

유찬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협회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손가락이 부서져라 화면을 눌렀다.

[계약생물 신규 등록]

익숙한 메뉴를 누르자, 절망적인 화면이 그를 맞았다.

[개체명: 미지정 (임시 코드: SL-734)]

[계약자: 강유찬 (F급)]

[등록 상태: 심사 대기 (보류)]

[보류 사유]

- 관련 전리품 분쟁 발생 (사건번호: GD-24-1109)

- 계약 개체의 안정성 및 유해성 추가 소명 필요.

- 제출자료: 민도혁(C급 공격수) 외 3인, ‘위험 개체 긴급 신고 및 이의 신청서’ 접수.

예상했던 그대로였지만,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민도혁이 제출한 이의 신청서 내용은 악의로 가득했다. 포포가 ‘계약자의 통제를 벗어난 위험 생물’이며, ‘게이트 내부의 오염 물질을 무단으로 흡수하는 등 예측 불가능한 특성을 보였다’는 식으로 적혀 있었다.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포포는 유찬의 지시가 없으면 단 한 걸음도 스스로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C급 파티 리더의 공식적인 문제 제기는, F급 짐꾼의 구두 주장을 증거 불충분으로 깔아뭉갰다. 시스템은 강자의 편이었다.

유찬은 떨리는 손으로 ‘등록 심사일 예약’ 버튼을 눌렀다. 혹시나 하는 희망은 여지없이 깨졌다.

[현재 가용 심사일이 없습니다.]

[예상 대기 기간: 최소 4주 이상 소요]

망했다.

이대로라면 심사를 받아보기도 전에 포포는 격리 시설로 끌려갈 것이다.

화면 상단에는 무정한 카운트다운이 흐르고 있었다. 마치 사형수의 시계처럼.

[임시 보호 유예 기간: 6일 11시간 48분 남음]

시간이 없다.

정공법이 막혔다면,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유찬은 이를 악물었다. 그는 협회 규정집과 온갖 서류 양식을 닥치는 대로 뒤지기 시작했다. 짐꾼 시절, 어깨너머로 익혔던 잡무 지식들이 머릿속에서 필사적으로 되살아났다. 폐기물 처리 절차, 임시 장비 반입 신청서, 저등급 마석 폐기 증명서…….

온갖 서류의 더미 속에서, 뇌세포 하나가 반짝 빛을 냈다.

길드 행정팀 직원이 투덜거리며 처리하던 서류. 귀찮다고 욕하면서도 꼬박꼬박 챙기던 바로 그 절차.

‘그래. 이거다.’

먼지 쌓인 기억의 창고에서 하나의 단서를 건져 올렸다.

‘계약생물 정식 등록’이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낮은 단계의,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임시적인 절차.

[현장 임시 작업 보조 개체 신고서]

정식 펫으로 등록해 개체의 모든 권리를 인정받는 절차가 아니다. 말 그대로 특정 ‘작업’을 ‘보조’하기 위해 현장에 투입되는 것을 ‘임시’로 허가받는 신고였다.

물론 돈만 내고 끝나는 간단한 절차가 아니었다.

- 해당 작업 현장의 공인 책임자 서명 필수.

- 작업 범위와 해당 범위에 대한 처리권 증명.

- 작업 전 과정에 대한 공식 기록 제출 (영상 또는 데이터 로그).

- 작업 중 개체의 유해성 없음 관찰 기록 (책임자 날인).

하나하나가 F급 개인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조건들이었다. 하지만 민도혁이 걸어 잠근 정문을 우회할 유일한 뒷골목이었다.

유찬은 망설이지 않았다.

그가 향한 곳은 화려한 협회 건물이나 던전 입구가 아니었다.

* * *

퀴퀴한 먼지, 역한 금속 산화물 냄새, 그리고 온갖 저급 마력이 뒤섞여 썩어가는 악취가 코를 찔렀다.

서울 외곽 제3 저등급 폐기물 집하장.

협회에서 민간 업체에 위탁하여 운영하는 곳으로, 어엿한 전리품으로 인정받지 못한 온갖 ‘쓰레기’들이 대한민국 전역에서 모여드는 장소였다.

“뭐요? 임시 작업 보조 개체 신고?”

컨테이너 가건물 사무실의 야간 책임자가 유찬을 위아래로 훑었다. 기름때 묻은 작업복을 입은 그는 세상 모든 것이 귀찮다는 표정이었다. 책상 위에는 불어 터진 컵라면이 을씨년스럽게 놓여 있었다.

“F급 짐꾼이 별걸 다 아네. 그런 건 보통 기업 단위에서나 대량으로 폐기물 처리할 때 쓰는 양식이오.”

“규정상 개인 헌터도 가능한 걸로 압니다.”

“가능은 하지. 법적으로는. 근데 우리가 당신 같은 F급 개인 하나 때문에 그 귀찮은 셔틀 노릇을 해줘야 할 이유가 있소? 서류 작업하고, 영상 찍고, 감독 인원 붙이고. 그거 다 우리 인건비야.”

책임자는 손사래를 쳤다.

“안 돼. 돌아가쇼.”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유찬은 물러서지 않았다.

“처리 비용이 밀려서 몇 달째 방치된 폐기물이 있는 걸로 압니다.”

“…….”

책임자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의 얼굴에서 귀찮음이 사라지고 경계심이 떠올랐다.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알아?”

“짐꾼 일 오래 했습니다. 이 바닥 소문 빠르잖습니까.”

유찬은 집하장 한쪽에 산처럼 쌓인 녹슨 철제 상자들을 가리켰다. 붉은색 폐기 스티커가 너덜너덜하게 붙어 있었다.

“저거, 석 달 전 폐쇄된 D급 게이트 ‘녹슨 강철 고개’에서 나온 코볼트 병사들 장비 조각이죠? 오염 수치가 정화 기준에 애매하게 걸쳐서, 정화 비용이 폐기 비용보다 더 나오는 바람에 처리 보류된 거.”

책임자의 얼굴이 험악하게 굳었다. 유찬의 말이 정확하게 사실을 꿰뚫었다.

저 폐기물들은 버리는 데도 돈이 드는, 그야말로 돈 먹는 하마였다. 처리 비용을 청구해야 할 길드는 이미 해산했고, 공중에 뜬 빚이 되어 집하장의 골칫거리로 남아 있었다.

“제 계약 생물이 저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표면의 저급 오염 마력을 정화하고, 남은 물질에서 저급 정제 결정을 추출할 수 있습니다.”

“허풍은.”

책임자는 코웃음 쳤지만, 그의 눈동자는 명백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그의 얼굴에 스쳤다.

“테스트 기회를 주십시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유찬은 품에서 미리 출력해 온 서류를 내밀었다.

“작업 범위는 저기 쌓인 상자 중 가장 작은 것 하나로 한정합니다. 작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안전 책임은 제가 집니다. 대신, 작업 과정 전체를 ‘임시 작업 보조 개체 신고’를 위한 공식 기록으로 인정해주셔야 합니다. 책임자님의 서명과 함께.”

“……만약 실패하면?”

“제가 저 상자 하나에 대한 폐기 처리 비용 32만 원을 즉시 입금하겠습니다.”

책임자는 한참 동안 유찬과 서류를 번갈아 보았다.

32만 원. F급에게는 결코 작은 돈이 아니었다. 그 진심이 책임자의 마음을 흔들었다. 눈앞의 F급이 사기꾼이 아니라면, 골칫덩어리를 치울 절호의 기회였다.

“좋아. 대신 똑똑히 들어.”

책임자는 책상 서랍에서 펜을 꺼내 들었다.

“네놈 슬라임이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를 보이거나 사고 치는 순간, 즉시 폐기 처분이야.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결정? 웃기지 마. 그건 폐기물에서 나온 거니 우리 집하장 소유다. 넌 작업 확인서만 받아 가는 거고, 알았어?”

“결정 소유권은 나중에 협회 유권해석을 따르면 됩니다. 지금은 포포의 생존이 걸린 기록이 우선입니다.”

유찬은 단호하게 말했다. 돈은 나중 문제였다.

책임자는 혀를 차며 서류 하단에 거칠게 서명했다.

“어디 마음대로 해봐라.”

* * *

“포포. 할 수 있겠어?”

유찬이 묻자, 케이스 안의 포포가 작게 몸을 부풀렸다. 뽀글. 괜찮다는 신호 같았다.

그는 가장 작은 상자를 골라 내용물을 흙바닥에 쏟았다.

이 빠진 도끼날, 녹슨 갑옷 조각, 마력이 희미하게 남은 짐승 뼈다귀 따위가 어지러이 널렸다.

책임자는 팔짱을 낀 채 비웃듯 지켜보고 있었다.

“저 쇳덩이를 다 먹이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유찬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포포에게 집중했다.

무리하면 안 된다. 고블린 단검을 정제했을 때처럼 한계까지 몰아붙일 수는 없었다. 포포의 컨디션을 최우선으로, 가장 안전한 길을 택해야 했다.

‘가장 마력이 약하고 오염도가 낮은 것부터.’

유찬은 가장 작고 녹슨 도끼날 조각을 가리켰다.

“포포. 저거.”

포포가 유찬의 지시에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뽀글거리는 몸이 도끼날에 닿자, 푸딩처럼 부드럽게 그것을 감싸기 시작했다.

치이익-

금속이 녹는 소리가 아니었다. 표면에 엉겨 붙은 저급 오염 마력이 정화되며 증발하는 희미한 소리였다.

포포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힘겨워 보였다.

1분, 2분……. 숨 막히는 시간이 흘렀다.

마침내 포포가 몸을 떼자, 흉측한 녹과 검은 기운이 사라진 잿빛 금속 조각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포포의 몸 안에서 작고 불투명한 결정 하나가 토독, 하고 뱉어졌다.

“……어?”

헛웃음과 함께 지켜보던 책임자의 입에서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는 황급히 다가와 바닥에 떨어진 결정을 집어 들었다. 어느새 그의 손에는 집하장 구석에 처박혀 있던 구식 휴대용 감정기가 들려 있었다.

[저급 마력 결정]

[등급: 최하급 (Grade F)]

[순도: 11%]

[예상 가치: 21,000원]

“이게…… 진짜 되는군.”

책임자의 눈이 동그래졌다.

유찬은 쉬지 않고 다음 조각을 가리켰다. 포포는 유찬이 정해준 순서대로, 가장 처리하기 쉬운 폐기물부터 차례차례 정화해 나갔다.

한 시간이 지났을 때, 상자 하나가 전부 비워졌다.

바닥에는 스물아홉 개의 최하급 마력 결정이 흙먼지 위에서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책임자는 떨리는 손으로 결정들을 쓸어모아 감정기 위에 올렸다.

[총 예상 가치: 613,000원]

그는 텅 빈 폐기물 상자와 결정들을 번갈아 보며 입을 떡 벌렸다.

“이거…… 미쳤는데.”

버리는 데 32만 원이 드는 쓰레기 더미였다.

그런데 그 쓰레기가 61만 원짜리 상품으로 바뀌었다. 처리 비용이 사라진 것은 물론, 오히려 30만 원 가까운 이득이 생겼다.

책임자의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강 선생!”

호칭부터 달라졌다.

“이, 이거 나머지 상자들도 전부 다 가능한 겁니까?”

“포포가 많이 피로해서 오늘은 무리입니다.”

유찬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축 늘어진 포포를 조심스럽게 방호 케이스에 담았다.

“그, 그렇지. 당연히 쉬어야지. 이 귀한 걸 무리시키면 안 되지.”

책임자는 헤실헤실 웃으며 유찬에게 다가왔다.

“아까 말한 서류, 내가 처리해 주지. 영상 기록도 뽑아주고. 여기, 현장 작업 확인서랑 무해성 관찰 기록. 내 직인까지 찍었다. 단, 이건 소형 시험 구역에서 상자 하나만 처리한 기록이라는 것도 같이 들어간다. 감사 들어오면 나도 목 날아가.”

유찬은 그가 내민 서류 뭉치를 받아 들었다.

돈보다, 책임자의 태도 변화보다 중요한 것이었다. 포포의 목숨을 구해줄 유일한 동아줄.

[현장 작업 확인서 (임시)]

- 작업자: 강유찬 (F급)

- 보조 개체: SL-734 (미등록)

- 내용: 제3 저등급 폐기물 집하장 내 폐기물(코드: D-CB-771) 처리 작업 보조. 개체는 작업자의 명확한 통제하에 있었으며, 지정된 대상을 제외한 어떠한 적대적/유해성 행동도 관찰되지 않았음을 확인함. (책임자: 박종수)

“고맙습니다.”

유찬이 서류를 챙겨 돌아서려 할 때였다.

책임자가 다급하게 외쳤다.

“잠깐만, 강 선생. 이거 협회 시스템에 바로 올릴 거지? 내가 전송해도 되나? 이쪽 전용 회선이 협회 행정망이랑 바로 연동된다. 그게 제일 빨라.”

유찬은 잠깐 망설였다. 빨리 올릴수록 포포의 격리 위험은 줄어든다. 대신 기록이 공식 시스템에 남는다. 숨길 길도 같이 사라진다.

그래도 선택지는 없었다.

“올려주십시오. 영상 원본과 작업 기록도 같이 첨부해 주십시오.”

책임자는 사무실 컴퓨터로 달려가 영상을 업로드하고 서류를 스캔했다.

잠시 후, 유찬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협회 행정 시스템 알림]

[임시 신고가 조건부 접수되었습니다. (신고번호: TWA-24-8912)]

[개체 SL-734의 격리 집행이 추가 심의 완료 시까지 7일간 유예됩니다.]

일단 급한 불은 껐다.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그 숨을 채 내뱉기도 전에, 새로운 알림이 연달아 도착했다.

[개체 SL-734에 신규 태그가 자동 추가되었습니다.]

- #폐기물_처리_수익화_가능_개체

- #저등급_자원_재활용_특화

- #세무_분류_검토_필요

- #처리권_귀속_분쟁_가능성_주의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한꺼번에 날아들었다.

포포의 격리 위험은 일단 한숨 돌렸다. 하지만 동시에, 포포의 능력이 ‘돈이 된다’는 구체적인 태그와 함께 공식 시스템에 기록되었다.

이것은 곧 모든 하이에나에게 던져진 먹잇감 신호와도 같았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가장 먼저 냄새를 맡은 놈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발신자는 민도혁이었다. 이의 신청 당사자에게는 관련 사건의 처리 상태가 자동 통지된다. 그 하찮은 행정 알림 하나가, 포포의 능력이 돈이 된다는 신호까지 같이 흘려버린 것이다.

[민도혁: 관련 알림 받았다.]

[민도혁: 네가 말한 그 ‘처리 능력’, 우리 쪽 전리품 분쟁에도 쓸 수 있겠더라.]

[민도혁: 내일 오전까지 협의하러 와라. 안 오면 4,080,000원 예치금부터 정식으로 묶어두는 쪽으로 간다.]

직접 같이 일하자는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유찬은 그 문장 사이에 숨은 뜻을 알아들었다.

민도혁은 포포를 빼앗아 갈 수 없다면, 포포가 돈을 만드는 자리 위에 자기 이름이라도 얹으려는 것이다.

숨 쉴 틈도 없이, 협회로부터 공식 알림이 도착했다.

[협회 규정심의팀에서 알립니다.]

[강유찬 헌터 및 계약 개체(SL-734)는 ‘신규 특수 개체 능력 검증’을 위한 추가 현장 테스트에 출석해주시기 바랍니다. 불응 시 규정에 의거한 불이익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앞문을 간신히 막았더니, 뒷문과 옆문에서 동시에 새로운 적들이 들이닥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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