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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길 까악스 일러스트

회복길 까악스

B2 철문 앞은 노란색 경고 테이프와 임시 차단막으로 겹겹이 가로막혀 있었다. 철문 틈새로 흘러나온 시커먼 오염 폐액이 바닥의 균열을 타고 느리게 번져 나갔다. 지독한 기화 가스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이건 더 이상 진입할 수가 없습니다. 강유찬 씨, 눈으로 보셨잖습니까. 붕괴 조짐에 오염도까지 측정 불가 수준입니다. B2는 이번 자산화 평가 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맞습니다."

대산 현장 관리자인 김 대리가 차단막 너머를 가리키며 손사래를 쳤다. 그의 옆에 선 윤도겸 역시 굳은 표정으로 서류 패드를 흔들었다.

"원래 폐쇄 완료 처리된 통로였습니다. 기록에 없던 문제가 나온 이상, 일단 막아 두고 B2는 평가에서 빼는 게 안전합니다. 굳이 위험을 떠안을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대산 측의 의도는 뻔했다. B2를 위험 구역으로 묶어 아예 빈칸으로 남겨 두려는 수작이었다. 그러면 장부에도 없는 이 통로를 써먹은 흔적을 오염과 붕괴 핑계로 덮어버릴 수 있었다. 위험하다는 핑계만큼 확실한 가림막은 없었다.

유찬은 그 얄팍한 속셈을 받아줄 생각이 없었다.

"위험하니까 더 확실하게 기록으로 남겨야지요."

유찬이 차단막 바로 앞까지 걸어가 멈춰 섰다.

"여기를 그냥 덮어두고 넘어가면, 나중에 발생할 오염이나 붕괴 책임은 누가 집니까? 그때 가서 백호한테 떠넘기시려고요?"

김 대리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파르르 떨렸다. 정곡을 찔린 기색이었다. 저 패드 안에는 백호 쪽에 관리 태만 책임을 떠넘기는 문구가 숨어 있을 터였다.

유찬의 뒤에 서 있던 박성준 팀장이 백호의 기록 장치를 들어 올렸다. 붉은색 렌즈가 통로 내부의 오염 경계선을 샅샅이 훑으며 기록을 시작했다.

"강유찬 씨 말이 맞습니다. 대산 측이 임의로 폐쇄 처리를 주장하더라도, 현장에서 기록되지 않은 반출 흔적이 발견된 이상 평가를 그대로 건너뛸 수는 없습니다. 제가 정식으로 기록하겠습니다."

박성준의 깍듯하고 무거운 목소리가 통로에 울려 퍼졌다.

"강유찬 씨, 이 상태에서 안전을 확보하며 기록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범위를 지정해 주시겠습니까? 제가 그 기준에 맞춰 지원하겠습니다."

"예. 일단 여기 서 있는 자리부터 정리하죠."

유찬이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시커멓게 타들어 간 오염 흔적 위로, 까악스가 남긴 손가락 한 마디만 한 작은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은은한 흰빛을 내뿜는 발자국은 어두운 바닥 위에서 위태롭게 반짝였다. 아직은 길이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할 정도로 작고 흐릿한 자국이었다.

포포가 유찬의 발목에 몸을 바짝 붙였다. 파란 젤리 같은 둥근 몸이 폐액 냄새에 놀란 듯 뽀글거리며 오그라들었다. 포포는 검은 웅덩이에서 고개를 돌린 채, 경계선 너머 흘러나온 파란색 철제 브래킷 조각만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그 조각만은 아직 멀쩡하다는 뜻이었다.

냥믹은 검은 꼬리를 꼿꼿이 세우고 서 있었다. 녀석의 시선은 바닥 대신 윤도겸이 움켜쥐고 있는 패드 화면에 고정되어 있었다. 꼬리 끝이 가리키는 방향은 정확히 'B2 구역 임시 평가 제외 서약서'라는 제목 아래의 서명란이었다. 저기에 서명하는 순간, B2의 오염 책임은 유찬과 백호 쪽으로 넘어간다. 냥믹이 먼저 그 함정을 짚어낸 셈이었다.

까악스는 바닥의 작은 흰 발자국과 사방으로 뻗은 검은 금들을 번갈아 내려다보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녀석은 깍, 하고 목이 멘 소리를 내며 날개를 파닥였다. 통로 내부로 들어가 흔적을 더 찾고 싶어 하면서도, 짙어지는 검은 독기 앞에서는 본능적으로 깃털을 바짝 눕히며 뒷걸음질을 쳤다.

유찬은 주머니에서 형광 마커를 꺼냈다. 그리고 검은 폐액이 닿지 않은 안전지대의 경계 바닥에 굵고 선명한 주황색 선을 그었다.

"이 선 바깥까지만 확인합니다. 사람도 장비 본체도 저 너머로 넘기지 마십시오. 안쪽에 이미 있는 조각만 밖에서 움직입니다."

그냥 물러서면 B2는 대산 뜻대로 덮인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들어가면 천장이 무너지거나 가스에 당할 게 뻔했다. 아주 좁고 위태로운 주황색 선 하나를 사이에 두고, 팽팽한 대치가 이어졌다.

"박성준 씨, 단말기 렌즈 각도를 좀 더 바닥 쪽으로 내려 주십시오."

유찬이 지시했다.

"안쪽에 엎어진 카트랑 벽면 버팀목 각도가 같이 나오게 찍어야 합니다. 임시 차단막은 이 주황색 선에 맞춰 고정해 주시고요."

"알겠습니다. 고정 녹화 시작합니다."

박성준은 묵묵히 지시를 따랐다. 더 묻고 따질 시간은 없었다. 렌즈가 유찬이 가리키는 대로 통로 안쪽의 잔균열을 훑었다.

그때, 철문 안쪽 어둠 속에서 불길한 쇠 마찰음이 들려왔다.

찌르르, 툭.

벽면에 비스듬히 기댄 채 고정되어 있던 낡은 수거 카트가 균형을 잃고 비스듬히 미끄러졌다. 그 반동으로 카트 꼭대기에 아슬아슬하게 얹혀 있던 검은색 상자 하나가 중심을 잃고 주황색 확인선 쪽으로 쏟아지듯 미끄러져 내렸다. 상자 틈새로 검은 폐액이 울컥 배어 나왔다.

"으악! 저거 쏟아진다!"

대산의 하급 직원이 비명을 지르며 반사적으로 확인선 안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는 쏟아지는 상자를 양손으로 붙잡아 멈추려 했다.

"손 대지 말고 물러서!"

유찬이 녀석의 덜미를 낚아채 뒤로 거칠게 잡아당겼다. 직원이 엉덩방아를 찧으며 확인선 밖으로 나자빠졌다.

"뭐 하는 겁니까! 저 오염물이 터지면 통로 전체가—"

"건드리는 순간 무너집니다."

유찬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유찬의 시야에는 까악스가 남긴 미세한 흰색 흔적이 보였다. 그 작은 점은 카트가 미끄러지는 순간, 사방으로 번진 검은 금 사이에서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 흔들렸다.

상자를 잡는 행위는 붕괴를 재촉할 뿐이었다. 먼저 카트 바퀴 아래를 고정해 움직임을 막아야 했다.

"박성준 씨, 저 선 안쪽에 굴러다니는 파란색 브래킷 조각 보이죠? 발은 넘기지 말고, 구두 끝으로만 밀어 카트 바퀴 사이에 끼우십시오. 당장!"

"예!"

박성준은 지시의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는 유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저 없이 몸을 낮췄다. 발은 선 밖에 둔 채, 구두 끝으로 안쪽의 브래킷 조각만 밀었다. 묵직한 철제 조각이 정확하게 카트 바퀴 밑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깡!

쇳소리와 함께 브래킷이 바퀴와 바닥 사이에 단단히 쐐기처럼 박혔다.

기우뚱하게 쏠리던 수거 카트가 턱, 하고 멈춰 섰다. 그 반동으로 쏟아지려던 검은 상자 역시 철골 끝자락에 아슬아슬하게 걸린 채 멈췄다. 천장까지 무너질 뻔한 상황이 간발의 차로 멈췄다.

숨을 죽이고 있던 대산 직원들이 그제야 마른침을 삼키며 유찬을 바라보았다. 유찬의 판단을 의심하던 눈빛은 사라져 있었다. 그의 지시대로 쐐기를 끼우지 않았다면 지금쯤 모두가 붕괴한 잔해 밑에 깔렸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여전히 위태로웠다.

두둑, 소리와 함께 버팀목 틈새에서 먼지와 모래가 쏟아져 내렸다. 임시방편으로 바퀴를 고정했을 뿐, 불안정한 구조는 1초마다 무너져 가고 있었다. 언제 상자가 미끄러져 벽을 칠지 모르는 일이었다.

차단막 위에 걸터앉은 까악스가 날개를 거칠게 퍼덕였다. 녀석의 은빛 눈동자 속에서 작은 흰 점이 검은 금들 사이에 끼어 사납게 떨렸다. 이대로 방치하면 붕괴는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복구를 시작하려면, 까악스가 저 시커먼 오염의 경계선 위를 아주 낮게 스쳐 지나가야 했다.

까악스의 작고 흰 발자국이 경계선 위에서 위태롭게 번쩍였다. 흰 선이 아주 조금씩 넓어지며 쪼개질 듯 흔들리는 순간, 주변의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까악!”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좁은 통로에 울려 퍼졌다. 까악스가 은빛 날개를 펼쳤다. 날개깃 사이로 미세한 은백색 빛줄기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녀석의 작은 몸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그 순간, 위쪽에서 고정되지 않은 목재 버팀목 하나가 비틀거리며 미끄러져 내렸다. 아래쪽에 쌓인 시커먼 상자 더미를 향해 바로 떨어질 기세였다.

“으악! 무너진다!”

뒤쪽에 대기하고 있던 대산 측 인부 하나가 머리를 감싸 쥐며 비명을 질렀다.

“뒤로 빠져요! 사람부터 빼야 합니다! 그냥 막아 버리세요!”

김 대리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소리쳤다. 유찬의 발치까지 흙먼지가 밀려왔다. 당장이라도 통로 전체가 붕괴해 바닥에 굳은 검은 오염액이 사방으로 터질 것 같았다.

유찬은 걸음을 옮기지 않았다. 성급하게 안으로 뛰어들지도 않았다. 손을 들어 대산 측 인부들을 제지하며, 공중에 뜬 까악스를 노려보았다.

“까악스, 저 선 끝까지만. 더 깊이 들어가지 마라.”

유찬의 목소리는 차분하지만 무거웠다.

까악스가 공중에서 날개를 크게 펄럭였다. 녀석의 눈동자 속, 검은 안개처럼 깔려 있던 오염의 선줄기들 사이로 얇고 곧은 흰색 선이 그어졌다. 무너짐을 비껴 갈 가느다란 길이 보였다.

까악스가 붕괴 직전의 붉은 경계선 위로 낮게 급강하했다.

“까아아악!”

두 종류의 소리가 동시에 섞인 기괴한 울음이었다. 하나는 긁히는 듯한 경고의 비명이었고, 다른 하나는 맑게 울리는 안내의 종소리 같았다.

검은 깃털이 사방으로 휘날리며 까악스의 온몸을 감쌌다. 깃털 하나하나가 마찰하듯 빛나며 그 끝자락이 하얗게 탈색되었다. 녀석이 오염된 바닥 가장자리를 스치듯 내려앉았다.

타닥.

까악스의 흰 발끝이 시커먼 바닥에 닿자마자, 검은 오염 줄기 위로 하얀 발자국 모양의 낙인이 찍혔다. 그 낙인은 사방으로 뻗어 나가지 않고, 오직 한 방향으로만 일렬로 늘어섰다.

동시에 까악스의 뒤편, 버팀목이 비스듬히 꺾인 자리에는 검은 발자국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유찬의 눈에 그 규칙이 한눈에 들어왔다.

‘검은 발자국은 밟으면 끝장이다. 흰 발자국을 따라가야 꼬인 게 풀린다.’

“냥믹, 왼쪽 지지대 아래쪽 봐.”

냥믹이 꼬리를 바짝 세우고 낮게 웅크렸다. 유찬의 시선이 닿은 곳, 흙먼지가 일어나는 버팀목 모퉁이에 흰 발자국이 번쩍이고 있었다.

“박성준 씨.”

유찬의 부름에 박성준이 움찔하며 태블릿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예! 강유찬 씨.”

“지금부터 부르는 순서대로 기록하고, 인부들 대피시킵니다. 함부로 손대면 줄줄이 무너집니다. 냥믹, 오른쪽 카트 아래로.”

“냐앙!”

냥믹이 가볍게 뛰어올라 카트 구퉁이의 틈새를 앞발로 꾹 눌렀다. 그 순간 삐걱거리던 철제 프레임이 바닥에 딱 들어맞았다.

“카트부터 확실히 잡습니다. 뒤쪽 빈 카트는 하나씩 빼고, 오른쪽 삼각 지지대에 임시 버팀목 덧대세요. 성준 씨, 저기 파란 브래킷 옆 목재 보이죠?”

“예, 예! 보입니다!”

“그걸로 고정하고, 가운데 검은 상자들만 차례로 밖으로 빼냅니다. 바닥에 엎질러진 건 건드리지 마세요. 포포.”

“뽀글?”

카트 바퀴 뒤에 숨어 있던 포포가 젤리처럼 투명한 몸을 토독 떨며 고개를 내밀었다.

“저기 상자 모퉁이에 붙은 정제 결정들 있지? 오염 안 된 것만 뜯어내서 분리해.”

“포옥!”

포포가 조심스럽게 기어갔다. 전체를 먹어 치우려 들지 않고, 까악스가 비춰준 흰 발자국 너머의 아주 작고 안전한 결정 조각들만 쏙쏙 골라 입안으로 삼켰다. 뽀글거리는 투명한 몸통 속에서 파란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유찬은 한 발짝도 위험지대 깊숙이 들어가지 않았다. 오직 까악스가 가리킨 제한된 회복의 선을 따라서만 지시를 내렸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김 대리는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당장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던 임시 가벽과 지지대들이, 유찬이 지목한 몇 군데를 보강하고 상자를 빼내자 신기할 정도로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흙모래가 쏟아지던 버팀목의 비명 소리도 차츰 잦아들었다.

“강유찬 씨, 카트 제대로 고정했습니다. 빈 상자들 전부 안전 구역으로 이송 끝났습니다!”

박성준이 상기된 얼굴로 보고했다. 태블릿 화면에는 유찬이 짚은 위치와 손상된 지점들이 차례로 표시되고 있었다.

“됐습니다. 거기까지만.”

유찬이 공중에서 힘겹게 날개를 퍼덕이는 까악스를 향해 팔을 뻗었다.

“까악스, 이리 와.”

“까아아…….”

까악스가 기운이 다한 듯 힘없이 날아와 유찬의 어깨 위에 툭 내려앉았다. 녀석의 은빛 눈동자는 원래대로 돌아왔지만, 날개 안쪽에는 희미한 흰 줄들이 아직도 약하게 빛나고 있었다. 온몸의 깃털이 피로로 젖어 떨리는 상태였다.

길 자체를 깨끗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 그래도 붕괴를 막고 빠져나갈 길을 찾기엔 충분했다.

‘회복길 까악스.’

유찬은 녀석의 이름을 머릿속으로 되뇌며 어깨를 살짝 토닥여 주었다.

“강유찬 씨, 방금 기록한 내용입니다. B2 구역 내부 진입 경로와 임시 조치 기록을 다 정리했습니다.”

박성준이 화면을 보여주었다. 화면 위쪽에는 붉은 경고 표시 대신, 유찬이 잡아낸 복구 가능 구역이 선명하게 떠 있었다.

[B2 폐쇄 통로 — 제한 복구 가능]

[회복길 확인]

[기존 무기록 사용 책임: 대산 측 확인 필요]

[권리 재협상 필요]

[회복 경로 확인 개체: 까악스]

김 대리의 안색이 흙빛으로 굳었다. B2를 위험 구역이라는 이유로 통째로 덮어버리고, 모든 부실 관리 책임을 백호 길드와 유찬에게 떠넘기려던 대산의 계산이 깨진 것이다.

“이, 이 기록은…….”

“보시다시피 B2에는 되돌릴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임시 복구 경로도 이미 확보했습니다.”

유찬이 차가운 눈으로 김 대리를 올려다보았다.

“물론 대산이 이 통로를 몰래 쓰면서 만든 오염이랑 부실 버팀목 책임은 따로 따져야겠죠. 저희가 확인한 건, 어디까지 손댈 수 있는지뿐입니다.”

“냥.”

냥믹이 김 대리의 구두 앞코를 빤히 바라보며 날카롭게 울었다. 마치 그동안 대산이 몰래 숨겨둔 책임들을 낱낱이 지적하는 듯한 울음이었다.

“강유찬 씨 말이 맞습니다.”

박성준이 태블릿의 저장 버튼을 누르며 단호하게 덧붙였다.

“이번 건은 그냥 위험 구역으로 덮을 수 없습니다. 대산 측이 기록 없이 써 온 흔적이 남아 있고, 손댈 수 있는 범위도 강유찬 씨의 펫이 없었으면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본사 평가단과 법무팀에 그대로 올리겠습니다.”

김 대리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의 손가락이 떨리는 것이 눈에 보였다. D-7 평가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단 7일. 원래는 폐기 비용과 책임을 백호 쪽에 떠넘기고 유리하게 끌고 가려 했겠지만, 판이 뒤집혔다.

이제 대산은 B2를 함부로 덮지 못한다. 관리 부실의 흔적이 남았고, 어디까지 복구할 수 있는지도 유찬 쪽만 짚어낼 수 있었다.

“강유찬 씨, 그럼 이 B2 내부의 잔여 결정 조각들과 임시 가벽 처리는 어떻게…….”

김 대리가 억지로 목소리를 쥐어짜며 물었다.

유찬은 무리하게 욕심을 내지 않았다. 피로에 지친 까악스를 품안으로 거두며 담담하게 답했다.

“다 들어갈 필요 없습니다. 돌아 나올 순서만 알면 됩니다.”

“……예?”

“나머지 잔여물 처리랑 권리 문제는 내일 다시 이야기하죠. 오늘은 여기까지 기록해 두면 충분합니다.”

유찬이 돌아서며 박성준에게 눈짓을 보냈다. 박성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태블릿 화면의 마지막 항목을 확인했다.

화면 아래에 켜진 [권리 재협상 필요]라는 문구가 주황색 빛을 발하며 깜빡이고 있었다.

통로 입구의 차단막 너머로 길게 뻗은 그림자가 유찬의 등 뒤로 드리워졌다. 내일은 대산 본사와 마주 앉아야 했다. 유찬은 어깨 위에서 곤히 잠든 까악스의 날개깃을 매만지며, 어두운 B2 통로 끝을 바라보았다. 그의 태블릿에는 방금 찍힌 회복길 기록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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