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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화. 포포가 먹기 싫어한 보물상자 일러스트

## 6화. 포포가 먹기 싫어한 보물상자

F급 짐꾼의 펫은 버려진 아이템을 돈으로 바꾼다

6화. 포포가 먹기 싫어한 보물상자

다음 날 아침.

유찬은 삐걱거리는 허리를 겨우 일으켰다. 잠을 설친 탓에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지르는 듯 뻐근했다. 그는 자신의 몸보다 먼저 포포가 괜찮은지부터 살폈다.

포포.

어제 무리한 탓인지, 탱글탱글하던 젤리 같은 몸이 평소보다 미세하게 쪼그라들어 있었다. 투명한 색깔도 살짝 옅어진 듯했다.

유찬은 서둘러 영양 젤을 조금 떼어 포포 앞에 놓아주었다. 포포가 뽀글, 하고 작은 기포를 터뜨리며 젤을 감쌌다. 스르륵 녹아 흡수되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유찬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제야 낡은 탁자 위에 놓인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손에 잡히는 싸구려 플라스틱의 감촉이 현실을 일깨웠다.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협회 정산 앱이었다. 화면에 뜬 숫자들이 그의 심장을 쥐락펴락했다.

[D-14 게이트 정산 내역]

- 예치금: 4,080,000원 (감정 후 지급 보류)

- 선지급금 신청: 1,500,000원 (심사 접수)

아직이었다.

예치금은 감정이 끝나야 들어오고, 급하게 신청한 선지급금은 여전히 ‘심사 접수’ 상태에서 넘어갈 생각을 안 했다. 유찬의 시선이 방 안으로 향했다. 볕이 잘 들지 않는 반지하 원룸. 벽지에 스민 희미한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책상 한구석에는 이미 납부 도장이 찍힌 월세 고지서와 공과금 영수증이 구겨진 채 놓여 있었다. 급한 독촉은 막았지만, 다음 달 고지서가 오기까지 남은 시간은 길지 않았다. 그 옆에는 요양병원 원무과에서 보낸 다음 달 본인부담금 안내 문자가 켜진 채로 남아 있었다. 어머니 병실 번호와 보호자명, 강유찬. 숫자만 보면 종이였고, 이름을 보면 숨이 막혔다.

포포의 영양 젤 통도 거의 바닥을 보였다. 저게 없으면 포포의 컨디션이 급격히 나빠질 터였다. 당장 해결해야 할 돈 문제가 올가미처럼 목을 조여왔다.

‘1,500,000원이라도 먼저 들어와야 병원비 통장 안 건드리고 버틸 텐데…….’

답답한 마음에 유찬은 가방 안주머니에 넣어둔 작은 비닐 지퍼백을 꺼냈다. 그 안에는 쌀알만 한 검은 깃털 조각이 들어 있었다. 어제 포포가 단검 세 자루를 정제한 뒤 뱉어냈던 정체불명의 물질.

손바닥에 올리는 순간, 어지러운 감각이 머리를 스쳤다.

시커먼 하늘. 무너져 내리는 거대한 탑. 귀를 찢는 비명과 절망의 파편들. 짧지만 강렬한 환영에 숨이 턱 막혔다.

“대체 이게 뭐길래…….”

알 수 없었다. 다만 손에 닿는 것만으로도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불길한 기운만은 선명했다.

옆에서 영양 젤을 다 먹은 포포가 그 깃털 조각을 보더니 화들짝 놀라 몸을 떨었다. 그리곤 유찬의 손에서 가장 먼 구석으로 토독, 하고 도망가 납작 엎드렸다. 명백한 공포와 거부의 표현이었다.

유찬은 서둘러 깃털 조각을 다시 비닐에 넣어 가방 가장 깊숙한 곳에 쑤셔 넣었다. 포포가 저렇게까지 싫어하는 물건을 꺼내 두고 싶지 않았다.

그때였다.

위이잉-

휴대폰이 진동하며 낯선 번호를 화면에 띄웠다.

“여보세요.”

[강유찬 씨 맞으십니까. 백호 길드 운영 2팀 차장, 박성준입니다.]

어제 명함을 받았던 남자. 건조하고 지극히 사무적인 목소리였다.

“아, 차장님. 안녕하십니까.”

[어제 제안 드렸던 건 때문에 연락드렸습니다. 정식 위탁 계약을 진행하기 전에, 길드 자산으로 간단한 샘플 테스트를 진행하고 싶습니다.]

심장이 쿵, 하고 뛰었다.

국내 5대 길드 중 하나인 백호. 첫 고객이 될지도 모를 거물이었다.

“샘플 테스트 말입니까?”

[예. 저희 길드 저등급 폐기물 창고에 보관 중인 샘플 일부를 강유찬 씨의 펫이 실제로 처리할 수 있는지, 그 효율과 안정성은 어느 정도인지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길드 예산을 집행하는 입장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검증 절차입니다.]

기회였다. 하지만 유찬은 섣불리 흥분하지 않았다. 어제 하루 동안, 그는 포포가 단순한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소중한 파트너였다.

“제 펫, 포포의 컨디션에 따라 처리할 수 있는 양과 종류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처리 도중이라도 무리가 간다고 판단되면 즉시 중단할 권한은 제게 있어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그래서 샘플 테스트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박성준은 유찬의 조건을 지극히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였다. 오히려 일을 제대로 아는 태도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듯했다.

[오늘 테스트에 응해주시면, 결과와 무관하게 검토 비용으로 300,000원을 즉시 지급하겠습니다. 교통비와 실비 정도로 생각해 주시면 됩니다. 테스트 결과가 저희 기준을 충족하면, 그때 정식 위탁 계약을 추진할 생각입니다.]

300,000원.

큰돈은 아니었지만, 병원비로 묶어 둔 잔액을 건드리지 않고 포포 영양 젤과 교통비를 해결할 수 있는 돈이었다. 선지급금 심사만 하염없이 기다리는 지금의 유찬에겐 가뭄의 단비 같은 금액이었다.

“알겠습니다. 언제 가면 되겠습니까?”

[지금 바로 가능하십니까?]

* * *

백호 길드 소유의 거대한 물류 창고는 서울 외곽 공업 지대에 있었다. 지하철과 버스를 몇 번이나 갈아타고 나서야 도착한 곳은 회색빛 건물들이 즐비한 삭막한 풍경의 한가운데였다.

높은 담벼락 위로 ‘백호 길드 제3 물류 센터’라는 거대한 간판이 보였다. 정문에는 중무장한 경비원들이 삼엄한 경계를 펴고 있었고, 곳곳에 설치된 마력 감지 카메라가 붉은빛을 깜빡였다.

유찬은 박성준의 안내에 따라 방문자 센터로 들어갔다. 신분 확인을 마친 직원이 빳빳한 플라스틱 카드를 내밀었다.

[F급 외부 협력자]

목에 걸린 임시 출입증이 유난히 초라하게 느껴졌다. 길드 소속 정규 헌터들이 사용하는 홀로그램 신분증과는 재질부터 달랐다. 스쳐 지나가는 길드 직원들은 그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이곳에서 그는 투명 인간이나 다름없었다.

박성준은 그런 유찬의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묵묵히 앞장서 저등급 폐기물 섹터로 안내했다.

끼이익- 하는 쇳소리와 함께 육중한 방화문이 열리자, 매캐한 먼지 냄새와 함께 오존과 금속이 뒤섞인 듯한 약한 마력 오염 기운이 훅 끼쳐왔다.

“이곳이 분기마다 저희 팀 예산을 꽤 크게 갉아먹는 곳입니다.”

박성준이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창고 내부는 그야말로 쓰레기 산이었다. 부서진 장비 조각, 오염되어 검게 변색된 방어구의 잔해, 마력이 다해 바스러지는 소모품 포장재들이 거대한 언덕처럼 쌓여 있었다.

“이렇게 많은 걸 그냥 버리는 겁니까? 잘 찾아보면 쓸 만한 게 있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순수한 궁금증에 나온 질문에, 박성준이 피식 웃었다.

“강유찬 씨. 저희가 바보라서 이걸 돈 주고 버리는 게 아닙니다.”

그는 쓰레기 산의 한 부분을 턱으로 가리켰다.

“저기 보이는 오염된 갑옷 조각. 저걸 분리해서 정화하고, 감정받고, 수리해서 되판다? 그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을 따져봐야 합니다. 첫째, 오염 물질이라 특수 운송 차량을 불러야 합니다. 운송비가 붙죠. 둘째, 정화 시설에 맡기면 처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법적 책임을 저희가 져야 합니다. 셋째, 당장 팔리지도 않을 물건을 이런 위험물 창고에 보관하는 데도 매일 보관료가 나갑니다. 마지막으로 전문 감정사를 불러 감정받는 인건비까지. 이 모든 비용이 새 제품 사는 것보다 비쌉니다.”

박성준의 설명은 냉정할 정도로 합리적이었다.

“이건 돈이 아니라 비용 덩어리입니다. 그래서 규정대로 폐기 처리하는 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죠.”

대기업 길드의 시스템은 그렇게 철저한 손익 계산하에 움직이고 있었다. 유찬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오늘 처리할 샘플은 저쪽입니다.”

박성준이 안내한 곳에는 다른 폐기물과 따로 분류된 더미가 있었다. 양은 많지 않았지만, 풍겨 나오는 오염의 농도는 훨씬 짙었다.

“최근 C급 던전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특히 저놈이 문제입니다.”

창고 담당 직원이 가리킨 곳을 본 유찬은 눈을 의심했다.

폐기물 더미 한가운데에, 낡았지만 제법 형태를 유지한 보물상자가 놓여 있었다. 흑단으로 된 상자 본체는 긁히고 빛이 바랬지만, 모서리의 금속 테두리나 잠금장치의 문양은 여전히 정교했다. 한눈에 봐도 비싸 보이는 물건이었다.

“저 상자, 폐기물입니까?”

“오염 수치가 기준치를 넘었고, 잠금장치는 강력한 마력으로 봉인되어 있는데 해제 방법이 불분명합니다. 강제로 열려다간 내부 압력으로 폭발할 위험이 있고요. 감정가보다 처리 비용이 더 나올 게 뻔해서 폐기 목록에 올렸습니다.”

옆에 있던 감정 보조 직원이 아쉽다는 듯 덧붙였다.

“저것만 어떻게 처리하면 대박일 텐데 말입니다. 저 안에 뭐가 들었을지……. 솔직히 다른 것들은 그냥 잡동사니고, 저걸 처리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죠.”

모두의 시선이 유찬과 그의 어깨 위에 앉은 포포에게 쏠렸다. 박성준도 마찬가지였다. 저 까다로운 보물상자를 처리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포포의 능력을 가늠할 첫 번째 시험대인 셈이었다. 유찬은 마른침을 삼키고 포포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포포, 한번 살펴볼래?”

포포는 투명한 몸을 뽀글거리며 보물상자를 향해 다가갔다. 토독, 토독. 고요한 창고 안, 바닥을 기어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상자 바로 앞.

포포는 잠시 멈춰 서서 상자를 살피는 듯했다. 기대감에 창고 안 공기가 팽팽하게 당겨졌다.

그러나 다음 순간, 포포는 마치 끓는 기름에 닿은 것처럼 질색하며 뒤로 물러났다. 젤리 같은 몸이 바싹 쪼그라들어 거의 납작한 젤리처럼 변했다. 그대로 휙 방향을 틀어 도망치듯 유찬의 다리 뒤로 와 숨어버렸다.

“어?”

창고 담당자가 당황한 목소리를 냈다.

박성준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감정 보조가 담당자에게 들릴 듯 말 듯 속삭였다.

“비싼 건 못 먹는 건가? 역시 한계가 있나.”

능력의 한계. 포포가 가진 능력의 명확한 단점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유찬의 심장이 쿵, 하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유찬은 포포를 억지로 끌어내지 않았다. 그는 다리 뒤에 숨어 작게 떠는 포포를 내려다보았다. 저렇게까지 싫어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유찬은 포포를 달래기 위해 영양 젤 조각을 꺼내 보였지만, 포포는 고개를 저으며 그의 바짓가랑이 뒤로 더 깊이 파고들었다.

유찬은 결심을 굳히고 고개를 들어 박성준을 마주 보았다.

“포포가 먹지 않는다는 것. 그것도 정보입니다.”

“……정보라니, 무슨 뜻입니까?”

“저건 포포가 처리할 수 있는 ‘폐기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저희가 모르는 다른 위험이 있거나, 누가 소유권을 주장할 만한 물건일 수도 있겠죠.”

유찬은 보물상자를 가리켰다.

“저 상자는 이번 샘플 처리 대상에서 제외하겠습니다.”

300,000원을 날릴 수도 있는 선택. 눈앞의 이익을 스스로 걷어차는 결정이었다. 하지만 유찬은 포포의 판단을 믿었다. 그 믿음이 장기적으로 더 큰 신뢰를 가져다줄 것이라 직감했다.

박성준은 유찬을 잠시 말없이 쳐다보았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의심과 평가를 거두지 않았지만, 이전과는 다른 종류의 흥미가 섞여 있었다.

“좋습니다. 그럼 다른 걸 처리하는 걸 보여주시죠.”

유찬은 보란 듯이 보물상자를 외면했다. 대신 그 주변에 널브러진 진짜 쓰레기들을 가리켰다.

“포포, 저것들.”

오염된 상자 포장재, 녹슨 고정쇠, 너덜너덜해진 마력 방수천 조각, 정체불명의 봉인 찌꺼기. 누가 봐도 돈 한 푼 안 되는 폐기물들이었다.

그러자 유찬의 다리 뒤에 숨어 있던 포포가 고개를 쏙 내밀었다. 보물상자를 먹으라는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활기를 되찾았다. 신나게 달려 나가 쓰레기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토독, 토독, 토독!

포포는 순식간에 서너 점의 폐기물을 집어삼켰다. 가장 먼저 찢어진 방수천 조각을, 다음으로 부식된 고정쇠를, 마지막으로 오염된 포장재를 차례로 삼켰다. 뽀글뽀글, 몸 안에서 마력 잔재와 오염 물질이 분해되는 것이 투명하게 보였다. 곧이어 포포는 몸을 살짝 떨더니, 반짝이는 작은 결정 두 개와 고운 가루를 바닥에 뱉어냈다. 결정은 서늘한 빛을 띠었고, 가루는 은처럼 반짝였다.

박성준이 옆에 있던 감정 보조에게 눈짓했다. 감정 보조는 놀란 표정으로 휴대용 측정기를 들고 다가가 산출물을 스캔했다.

“차장님, 저등급 정제 결정 2개, 중화 가루 1.5그램입니다. 오염 수치 제로, 순도… 순도가 아주 양호합니다.”

박성준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신의 단말기를 꺼내 무언가를 빠르게 계산하기 시작했다. 그의 손가락이 화면을 두드리는 소리만 창고에 울렸다.

잠시 후, 박성준이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이제 감출 수 없는 놀라움이 묻어 있었다.

“방금 포포가 처리한 폐기물들, 원래대로라면 폐기 지정 후 전문 업체에 맡겨야 합니다. 거기 들어갈 처리 비용이 약 420,000원.”

그는 유찬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방금 나온 것들, 예상 감정가는 대략 680,000원입니다. 결과적으로 그 몇 초 동안, 우리 길드는 1,100,000원 정도 이득을 본 셈입니다.”

창고 담당자의 입이 떡 벌어졌다. 쓰레기가 돈이 되는 마법. 박성준의 눈빛은 이제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분기마다 나가는 처리 비용 자체를 줄일 수도 있겠습니다.”

유찬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그의 시선이 다시 보물상자로 향했다.

주변의 자잘한 쓰레기들이 사라지자,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상자 표면에 희미하게 긁힌 자국들. 무의미한 손상이 아니라 무언가를 그린 듯한 기묘한 문양이었다. 잠금장치 주변에는 숨겨져 있던 봉인 문양이 복잡하게 새겨져 있었고, 상자 밑바닥에는 아주 작은 틈새, 마치 가짜 바닥처럼 보이는 선이 희미하게 보였다.

포포는 여전히 그 상자를 경계하며 가까이 가려 하지 않았다.

그 순간, 유찬의 가방 안쪽에서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다. 검은 깃털 조각이었다.

동시에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미확인 테이블: 숨겨진 보상 계열의 진행 조건 일부가 충족되었습니다.]

[진행률이 상승합니다. 18% → 41%]

‘숨겨진 보상 계열?’

이게 대체 무슨…….

유찬이 메시지의 의미를 곱씹는 순간이었다.

키이익…….

아주, 아주 작은 소리.

보물상자 안쪽에서 무언가 뾰족한 것으로 긁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유찬은 자기도 모르게 상자 쪽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 창고 안의 모든 소음이 멀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들었다.

“……야옹.”

너무나 작아서 환청인가 싶을 정도의, 가냘픈 고양이 울음소리를.

“강유찬 씨.”

박성준의 목소리에 유찬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오늘 샘플 테스트는 여기까지 하죠. 결과는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정식 위탁 계약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 세부 조건은 팀 내부 논의를 거쳐 내일 중으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박성준은 유찬의 눈을 똑바로 보며 덧붙였다.

“실패처럼 보일 수 있는 상황에서 포기할 줄 아는 판단력. 그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신뢰가 갑니다.”

그는 보물상자를 턱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저 상자는… 위험성과 소유 문제가 확인될 때까지 접근 금지로 돌리고, 따로 봉인하겠습니다. 이상 징후가 나온 만큼 정식으로 다시 감정에 넘기겠습니다.”

역시 프로였다. 작은 가능성도 놓치지 않았다.

유찬은 오늘 받을 300,000원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을 얻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통장 숫자 하나를 늘리는 일보다, 다음 돈이 들어올 이유를 만든 날이었다.

포포가 먹는 것은 돈이 된다.

그리고 포포가 ‘먹지 않는’ 것은, 어쩌면 더 큰돈이 될지도 모른다. 혹은 돈과는 비교할 수 없는 무언가를 찾는 신호일지도.

유찬은 누구도 듣지 못할 소리가 새어 나오는 보물상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상자가, 아주 작게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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