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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간 교관 일러스트

야간 교관

아델린은 가족 기록 봉인 사실을

확인한 다음 날에도

평소보다 일찍 출근했다.

잠은 거의 못 잤다.

그렇다고 피곤한 표정을

드러낼 생각은 없었다.

피곤함은 황궁에서

약점처럼 소비된다.

특히 감찰조정팀이

사무실 바깥 어딘가에서

눈을 뜨고 있는 날이라면

더 그랬다.

그녀가 사무실 문을 열자,

책상 위에 이미 정리된 장부 두 묶음이

올려져 있었다.

하나는 도로시 필체로 빼곡히 표시된

유령직위 관련 지급표,

다른 하나는 카시안이 전날 밤 남기고 간

북문 문양 스케치와 동선 정리였다.

그리고 그 사이에

쪽지 한 장이 끼워져 있었다.

감찰조정팀이 아침 일찍

복도 한 바퀴 돌고 갔습니다.

표정들이 아주 성실했어요.

- 도로시

아델린은 쪽지를 접어

옆으로 밀어두었다.

그 순간 사무실 안쪽에서

의자가 삐걱였다.

카시안이 이미 출근해 있었다.

아델린은 잠시

그 사실이 어색했다.

기록보관실 어디쯤 숨어 있다가

필요할 때만 나타날 것 같은 남자가,

이제는 남들보다 먼저

책상에 앉아 있는 광경.

그것이 기묘할 정도로

자연스러워지고 있다는 점이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늘은 기록보관실에서

안 주무셨군요.”

그녀가 말하자

카시안이 눈을 들었다.

“팀장님이 책상을 주셨으니까요.”

“감사 인사는 못 들었습니다만.”

“불평이 줄어든 걸

감사로 받아들이시죠.”

아델린은 그의 책상 위를

한번 훑었다.

북문 봉인선 스케치 외에

예상보다 정리된 메모가

몇 장 더 있었다.

후퇴선,

최종 폐쇄,

중복 승인 라인,

북서 회랑-동부 교육동선 연결 가능.

메모는 짧았지만,

방향은 정확했다.

“밤새 정리했습니까?”

“잠이 안 와서.”

“전장 기억 때문인가요?”

카시안은 한 박자 늦게 웃었다.

“아침 인사가

점점 직접적이군요.”

“회피하는 답은

더 피곤하니까요.”

그는 잠시 말이 없었다가,

결국 짧게 답했다.

“절반은 그렇고,

절반은 다른 이유죠.”

“다른 이유는.”

“팀장님이 어제

대시종장 이야기를 하셨으니까.”

아델린은 더 묻지 않았다.

대신 도로시가 남긴 장부 묶음을 펼쳤다.

밤새 추가 정리된 내역 중 하나가

바로 눈에 들어왔다.

GP-005 황태자 야간 교관

직위는 살아 있고 대상 황태자는 없다.

교육비와 숙소비는 계속 지출된다.

종각, 북문과 마찬가지로

우회 승인 흔적 존재.

그때 도로시가 문을 열고

뛰어 들어왔다.

“저 안 늦었죠?”

“늦었습니다.”

아델린이 즉시 말했다.

“정확히 열두 분.”

도로시는 억울한 얼굴로

장부를 내려놓았다.

“어제 새벽 두 시까지 일했는데

인간적으로 열두 분은 봐줘야죠.”

“황실 급여는

분 단위로 안 봐주더군요.”

“그래서 싫다는 거예요.”

도로시는 투덜거리면서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GP-005 쪽 정리 끝났어요.

이상해도 너무 이상해요.

현재 황태자 없는데

야간 교관 명목 숙소비,

교육 기자재비,

경비 순찰비가 계속 나가요.

더 웃긴 건,

교관 대상이 없는데

야간 출입 패스가 발급된 기록까지

있다는 거예요.”

아델린의 손끝이 멈췄다.

“위치.”

“동궁 교육동 서익.

지금은 폐쇄됐다고 돼 있는데,

예산은 계속 살아 있어요.”

카시안이 아주 낮게 중얼거렸다.

“동궁 서익.”

아델린이 그를 봤다.

“뭡니까.”

“예전엔 후계자 교육실과

야간 훈련장이

붙어 있던 구역입니다.”

도로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또 아는 거 나오네.”

카시안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황궁은 오래 보면

다 비슷해 보입니다.”

“그 말 이제 안 믿겨요.”

도로시가 잘라 말했다.

아델린은 문서를 정리해

세 장만 따로 뽑았다.

GP-005 지급 장부,

야간 출입 패스 발급 기록,

동궁 서익 폐쇄 명령서 사본.

폐쇄 명령이 내려진 시점과

예산 재지급이 시작된 시점 사이에는

정확히 석 달 차이가 있었다.

누군가 닫은 뒤 다시 열었다.

그것도 공식 열람선 바깥에서.

“현장 확인합니다.”

아델린이 말하자

도로시가 한숨을 쉬었다.

“네, 예상했어요.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감찰조정팀 기록엔 남깁니다.”

카시안이 덧붙였다.

“오늘도 저를 데리고 가시면

소문이 더 커질 텐데.”

아델린은 주저하지 않았다.

“커지게 두죠.”

도로시가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이거 뭔가요.

어제보다 더 공격적인 결론인데.”

“숨기면 더 이상해집니다.”

아델린은

도로시가 어제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도로시는 잠깐 멈췄다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와, 제 말을 기억했네.”

카시안이 옆에서 말했다.

“조심하세요.

팀장님은 쓸모 있는 말만 기억합니다.”

“그 말이 제일 상처예요.”

동궁 서익은 현재 황궁에서

가장 조용한 구역 중 하나였다.

공식적으로는 폐쇄.

실제로는 너무 오랫동안 버려져,

조용하다는 말조차

맞지 않는 공간.

낮인데도 복도 창문 절반은

판자로 막혀 있었고,

먼지 대신 묵은 비단 냄새와

오래된 훈련용 기름 냄새가

섞여 있었다.

폐쇄 구역 입구에는

인장이 두 겹 찍혀 있었다.

하나는 오래된

황실 교육실 폐쇄 인장,

다른 하나는 최근 덧댄

출입 제한 표식.

그런데 아델린이 가까이 다가가자,

최근 인장 가장자리 룬이

아주 미세하게

지워져 있는 게 보였다.

“누가 열었다가 다시 닫았군.”

그녀가 말하자

도로시가 움찔했다.

“진짜로요?”

“네.

인장 표면 마력 결이

한 번 찢어졌다 붙었습니다.”

카시안은 옆 벽면을 훑다가

낮게 말했다.

“정문으로만 드나든 건 아닙니다.”

그는 복도 끝

막힌 벽처럼 보이는 부분으로 걸어가

낡은 촛대 받침을 손끝으로 눌렀다.

아주 작은 소리와 함께

판자 뒤 숨겨져 있던

좁은 틈이 드러났다.

도로시가 입을 벌렸다.

“잠깐만.

저걸 어떻게 알아요?”

“옛 훈련장은

비상 탈출로가 있습니다.”

카시안은 담담하게 답했다.

“훈련받는 애들이 가끔

정식 문보다

그걸 먼저 찾았거든.”

그 말이 이상하게 걸렸다.

훈련받는 애들.

아델린은 그 표현을

바로 적어 두지 않고

머릿속에만 남겼다.

셋은 좁은 틈을 지나

안쪽 훈련실로 들어갔다.

원형 훈련장 바닥에는

오래된 검흔과 발구름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고,

벽면엔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황실 교육 계열 직위 표식들이

희미하게 걸려 있었다.

검술 교관,

언어 예법 강사,

야간 교관.

문제는 가장 안쪽 벽에 새겨진

작은 문장이었다.

황태자는 새벽 전에

두 번 검을 든다.

도로시가 그 문장을 읽고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 황태자 없잖아요.”

“그래서 더 문제죠.”

아델린이 대답했다.

그녀는 바닥을 훑다가

훈련장 중앙에 최근 생긴

미세한 긁힘을 찾았다.

오래된 먼지 층 위에

비교적 선명한 반원형 자국.

누군가 최근까지

훈련용 검이나 지팡이 같은 걸

끌고 돌았던 흔적이다.

“폐쇄 구역치고는

너무 깨끗하군요.”

카시안이 같은 자국을 보고는

무릎을 굽혀 앉았다.

“검이 아닙니다.”

“근거.”

“회전 반경이 짧아요.

아이 키에 맞춘 목검이거나,

훈련봉.”

도로시가 정색했다.

“잠깐.

지금 우리 존재하지 않는 황태자 교육비가

살아 있고,

폐쇄된 훈련장에 최근 아이용 훈련 흔적이

있다는 소리 하는 거죠?”

아델린은 대답 대신

벽면 서랍장을 열었다.

서랍 대부분은 비어 있었지만,

맨 끝 칸에 오래된 수업 일지 한 권이

숨듯 끼워져 있었다.

표지는 뜯겼고,

안쪽 페이지 절반은 찢겨 나갔다.

남아 있는 부분에는

아주 짧은 문장들만 적혀 있었다.

야간 훈련 3회차.

대상자, 왼손 보정 필요.

이름 표기 금지 유지.

아델린의 시선이

마지막 문장에 멈췄다.

이름 표기 금지 유지.

도로시도 그 문장을 읽었다.

“팀장님.

이건 그냥 불법 사교육 수준이 아닌데요.”

카시안은 일지 뒷면을 살피다가

아주 작은 금박 조각을 떼어냈다.

황실 후계자 교육용 교본에만 쓰는 문양이었다.

평범한 귀족 자녀 교육에서는

안 쓰는 등급이다.

“대상자는 정말

황실 직계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아델린이 물었다.

“사라진 후계자 소문,

들어본 적 있습니까?”

도로시가 먼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저는 회계국 쪽이라

공식 소문만 들어요.”

“공식 소문이라는 말이

참 대단하군요.”

카시안이 중얼거렸다.

“황궁엔 원래

그런 게 있습니다.”

그는 일지의 찢긴 부분을

손끝으로 한 번 쓸었다.

“옛날부터,

존재했다가 없어진 이름들은

대부분 문서보다

입으로 오래 남죠.”

그 순간 훈련실 바닥 어딘가에서

아주 작은 금속성이 울렸다.

아델린이 먼저 고개를 들었다.

카시안의 표정이 변한 건

그보다 빨랐다.

“뒤로.”

그 말이 떨어지는 동시에

벽면 상단의 오래된 훈련 룬이

붉게 번쩍였다.

폐쇄된 줄 알았던

자동 훈련 장치가

누군가 침입 신호로 오인한 듯

작동을 시작했다.

녹슨 목검 받침대가 튀어 오르며

훈련봉 세 개가

원형으로 쏘아졌다.

도로시가 비명을 삼켰다.

아델린은 반사적으로

인장을 들었지만 너무 늦었다.

첫 번째 훈련봉이

그녀 어깨 높이로

곧장 날아들었다.

그 순간 카시안이

그녀 앞을 가로막았다.

한 손으로 훈련봉 궤적을 비틀어

벽에 박아 넣고,

다른 손으로 아델린 팔을 잡아당겼다.

움직임은 너무 빨라서,

그녀가 자신이 어디로 끌려왔는지

인지했을 땐

이미 그의 몸 뒤로

반쯤 들어가 있었다.

두 번째 봉이 날아오자

그는 거의 짜증 섞인 동작으로

발끝을 틀어 궤도를 꺾었다.

세 번째는 아예

맨손으로 잡아 버렸다.

나무가 손아귀 안에서

짧게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모든 게 몇 초 안에 끝났다.

훈련실엔 깨진 나무 조각과

도로시의 거친 숨소리만 남았다.

아델린은 카시안 손이

아직도 자기 팔 위에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렸다.

장갑 위로 닿은 압력은 강했지만,

불필요하게 세진 않았다.

정확히 사람을 빼내는 데

필요한 만큼만 쓰인 힘이었다.

카시안도 그걸 인식했는지

곧바로 손을 뗐다.

“실례.”

그는 아주 짧게 말했다.

아델린은 한 박자 늦게

균형을 바로잡았다.

심장은 생각보다 빠르게 뛰고 있었지만,

목소리는 최대한 평평하게 유지했다.

그녀는 방금 전까지

자기 시야에 있던 게

훈련봉 끝이었는지,

아니면 자신을 끌어당기던

카시안 손목의 힘이었는지

순간 구분하지 못했다.

그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더 표정을 눌렀다.

“사전 경고 없이

보호 행동에 들어갔군요.”

도로시가 얼빠진 얼굴로

둘을 번갈아 봤다.

“팀장님,

이 상황에서 첫마디가 그거예요?”

“업무 피드백입니다.”

“저는 지금

살았다는 감상이 먼저인데.”

카시안이 부러진 훈련봉을 내려다보며

낮게 웃었다.

“그래도 살아 계시잖습니까.”

아델린은 그를 똑바로 봤다.

“방금 왜 그렇게 빨랐죠.”

“익숙해서요.”

그는 무심하게 답했다.

“훈련장이 사람을 죽이려 들면

멈추는 건 대개

교관이나 기사 몫이었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했지만

시선은 잠깐 그녀 어깨와 팔을 훑었다.

실제로 다친 곳이 없는지

확인하는 눈이었다.

아델린은 그 시선을

모른 척 넘기려다,

결국 먼저 말했다.

“저는 멀쩡합니다.”

카시안이 아주 짧게 답했다.

“다행이군요.”

그 짧은 문장이

생각보다 더 직접적이었다.

도로시는 아예 대놓고

둘을 번갈아 보다가

입술을 다물었다.

아델린은 곧장 일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 흔들릴 이유는 없었다.

방금 자신이 놀란 건

단지 현장 변수 때문이라고,

그렇게 정리하는 편이

훨씬 안전했다.

그 말과 동시에,

아델린은 이 장치가

단순한 폐쇄 구역 잔재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누군가 최근에도

훈련 룬을 살아 있게 유지했다.

침입자 대응까지

설정한 채로.

“도로시.”

“네.”

“출입 패스 기록과

이 장치 유지비를

같은 선으로 묶으세요.”

“네.”

“감시관.”

카시안이 고개를 들었다.

“이 장치,

누굴 기준으로 맞춰진 겁니까?”

그는 훈련 룬 각도와

봉의 출발 위치를 한 번 훑더니

답했다.

“성인 기사 기준이 아닙니다.

키 낮은 대상자를 훈련시키되,

옆에서 간섭하는 보호자나 교관을

동시에 견제하는 설정입니다.”

도로시가 입을 벌렸다.

“미쳤네.

애 하나 훈련시키는 데

왜 함정까지 깔아요?”

아델린은 바닥에 떨어진 일지를

다시 집어 들었다.

“훈련 대상이

숨겨진 존재였다면,

접근 자체를 통제하려 했겠죠.”

사라진 후계자.

그 루머가 갑자기

문서 바깥의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바로 그때

훈련실 바깥 복도에서

군화 소리가 멈췄다.

이어서 궁정 전령의 목소리가 들렸다.

“황실 인사팀장 아델린 케스트,

현 황제 폐하의 즉시 알현 명.”

도로시가 눈을 깜빡였다.

“지금요?”

전령은 문 앞에서 다시 말했다.

“즉시.”

아델린은 일지와 금박 조각,

출입 패스 사본을 정리해

도로시에게 넘겼다.

“이 현장 그대로 보존하세요.

감찰조정팀이 들이닥치기 전에

결계국 실무 봉인만 먼저 걸고,

사본은 제 책상 서랍 두 번째 칸.”

“네.”

그녀는 카시안을 한번 봤다.

“당신은.”

“여기 남으라는 뜻입니까?”

“아뇨.”

아델린은 잠시 말을 골랐다.

“오늘은 사무실로 돌아가세요.

전령 앞에서 더 붙어 다니면

기디온이 좋아할 겁니다.”

카시안은 입꼬리를

약하게 당겼다.

“황제 폐하는

안 좋아하실 수도 있겠군.”

“그 판단은

곧 알게 되겠죠.”

그는 그렇게 말하고도

곧장 등을 돌리지 않았다.

아델린이 먼저 걸음을 떼고 나서야

한 박자 늦게 움직였다.

도로시가 그 짧은 틈을 놓치지 않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와, 이제 진짜

분위기가 다르네.”

아델린은 못 들은 척했다.

하지만 훈련실에서 느꼈던

손목의 압력과

방금 들은 다행이라는 한마디가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황제 에드윈 벨노아의 집무실은

예상보다 조용했다.

젊은 황제의 방답게

화려함보다는

정리된 실무 문서가 먼저 보였다.

그러나 책상 가장자리마다 쌓인

봉인문서와 급히 열린 인장함은,

그가 상징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압박 속에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에드윈은 아델린이 들어서자

잠시 그녀 뒤를 보았다.

카시안이 없다는 걸 확인한 뒤에야

손짓했다.

“앉으세요, 아델린.”

평소보다 더 개인적인 호칭이었다.

나쁜 신호일 때가 많았다.

“폐하.”

아델린은 앉지 않고

먼저 고개를 숙였다.

“보고할 사안이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에드윈은 그녀 말을 자르지 않았지만,

먼저 말할 뜻도 분명했다.

“종각, 북문, 동궁 서익.

그리고 헤일 보좌 예산단.”

황제의 정보선은

생각보다 빨랐다.

이상할 건 없었다.

이상한 건,

그가 그 사실을 아는데도

표정이 전혀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개혁이 생각보다 빠르게

깊은 곳을 건드리고 있습니다.”

그가 조용히 말했다.

아델린은 즉시 답했다.

“그만큼 오래 썩어 있었다는 뜻입니다.”

“압니다.”

에드윈이 눈을 감았다 뜨며 말했다.

“그래서 더 문제죠.

헤일이 직접 움직이기 전에,

지금은 속도를 조절해야 합니다.”

아델린의 시선이

아주 미세하게 가라앉았다.

“폐하.”

“멈추라는 뜻이 아닙니다.”

에드윈은 곧바로 덧붙였다.

“하지만 늦추세요.

GP-005까지 들어간 이상,

이건 단순 행정 비리 정리를 넘었습니다.

후계자 관련 소문이 묻혀 있는 구역이고,

내정실과 의전실이 동시에

민감하게 반응할 겁니다.”

아델린은 잠시 침묵했다.

그러다 정확하게 물었다.

“폐하도 사라진 후계자 소문을

알고 계십니까?”

에드윈은 즉답하지 않았다.

그 짧은 침묵이

이미 답에 가까웠다.

“황궁에선

모르는 척해야 하는 이름들이 있습니다.”

그가 결국 말했다.

“당신이 그 문 근처까지 갔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위험해요.”

아델린은 손가락 끝으로

장갑 끝을 한 번 정리했다.

“그래서 개혁 속도를 늦추라.”

“네.”

에드윈의 목소리는

피곤했지만 단호했다.

“적어도 겉으로는요.

헤일이 당신을 노리는 이유를

더 주지 마세요.”

방 안이 조용해졌다.

멈추지 말되,

늦추라.

보여 주지 말고,

그러나 계속하라.

황제다운 주문이었다.

상징 권력과 실제 권력 사이에서

줄타기해야 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

아델린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명으로 받겠습니다.”

그러나 그 말이

곧 포기라는 뜻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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