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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신입 사원 연수 (5)

"캬아아악!" 필드 훈련장에 모인 30여 명의 동기들과 교관들이, 단 한 번의 비명 소리에 얼어붙었다. 그것은 인간의 성대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니었다. 녹슨 쇠를 강판에 긁는 듯한, 고막을 찢고 들어와 뇌수까지 진동시키는 기괴한 금속성 파열음. 공기의 질감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축제의 현장이 도살장의 입구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뭐, 뭐야?" "방금 무슨 소리지?" 동작을 멈췄다. 숲 안쪽, 짙은 어둠 속에서 거대한 무게감을 가진 무언가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작은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투둑' 소리가 아니다. 아름드리나무가 뿌리째 뽑히거나 부러지는, 육중하고 파괴적인 소음. 우지끈! 쿵! 땅이 울렸다. 그리고 달빛을 등지고, 거대한 그림자가 덤불을 헤치며 모습을 드러냈다. 역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날아왔다. 시큼한 산성 용액 냄새와 썩은 고기 비린내, 그리고 곤충 특유의 퀴퀴한 노린내가 뒤섞인 악취. "...사마귀?" 누군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목소리였다. 그랬다. 사마귀였다. 문제는 그 비현실적인 크기였다. 3.5톤 트럭만 한 덩치. 검은색 갑각은 달빛을 흡수해 번들거렸고, 양쪽 앞다리에 달린 거대한 낫은 전봇대도 두부 자르듯 베어버릴 만큼 시퍼렇게 날이 서 있었다. 삼각형 머리에 붙은 농구공만 한 겹눈이, 수천 개의 렌즈로 공포에 질린 우리를 비추고 있었다. 돌연변이 몬스터, [블레이드 맨티스]. 공식 위험 등급 C급. 하지만 훈련받지 않은 민간인에게는 S급 재앙이다. "모, 몬스터다! 도망쳐!!"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성은 증발하고 본능만 남았다. 동기들은 페인트 총을 내던지고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누군가는 넘어지고, 누군가는 울부짖으며 기어갔다. 교관들이 호각을 불며 통제를 시도했지만, 공포라는 해일에 휩쓸려 역부족이었다. "진정하십시오! 등 보이지 마! 당황하지 말고 산개하십시오!" 확성기를 든 조현태가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방금 내가 쏜 페인트탄 자국이 이마에 남은 채로, 허리춤에 숨겨져 있던 진짜 무기, '대 괴수용 단검'을 꺼내 들었다. 역시 전직 헌터. 일반인이 패닉에 빠지는 사이에, 그는 이미 전투 태세를 갖췄다. 하지만 야생의 맹수는 틈을 주지 않는다. 맨티스는 이미 사냥감을 포착했다. 놈이 강철 스프링 같은 뒷다리를 튕기며 도약했다. 거대한 몸뚱이가 중력을 무시하고 허공을 갈랐다. 목표는... 대열에서 이탈해 도망치다가 넘어진 정민재 쪽이었다. "어? 어어?! 엄마아!!" 정민재가 공포에 질려 발버둥 쳤다. 다리가 꼬여 일어날 수가 없다. 그의 위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맨티스의 낫이 민재의 머리통을 노리고 내리꽂히는 순간. '젠장.' 나는 혀를 찼다. 나설 생각 없었는데. 여기서 능력 쓰면 내 정체가 들킬 확률이 99%인데. 내 '평범한 연구원 라이프'가 여기서 끝날 수도 있는데. 하지만. 내 눈앞에서 내 부하직원(어쨌든 난 과장이니까, 그리고 녀석이 나를 형님이라 불렀으니까)이 두 동강 나서 곤충 먹이로 전락하는 꼴을 볼 순 없었다. 나는 뛰었다. 동기들은 다들 도망치느라 뒤를 볼 겨를이 없었다. 교관들도 당황해서 시야가 좁아져 있다. 조현태는 거리가 너무 멀다. 그가 도착하기 전에 민재는 두 조각이 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이 찰나의 시간을 제어할 수 있는 건 오직 나뿐이다. 타앗! 나는 흙바닥을 박차고 날았다. 억눌러왔던 근육이 폭발했다. 동시에 주변에 굴러다니던 주먹만 한 돌맹이 하나를 낚아챘다. 손안에 착 감기는 그립감. 거친 화강암의 질감. 무기는 이걸로 충분하다. 시간이 느려졌다. 프레임 단위로 쪼개진 세상 속에서, 맨티스의 움직임이 슬로비디오처럼 보였다. 내려찍는 낫의 궤적, 놈의 겨드랑이 근육 수축, 공기의 흐름, 그리고 민재의 동공이 확장되는 모습까지. 모든 데이터가 내 머릿속 그리드 위에서 분석되었다. '관절. 오른쪽 앞다리 관절.' 갑각으로 덮인 놈의 몸에서 유일한 약점. 나는 돌맹이를 던졌다. 투수처럼 와인드업을 할 시간은 없었다. 달려가는 탄력을 그대로 실어, 허리의 회전과 어깨의 스냅만으로. 마치 채찍을 휘두르듯. 파캉! 둔탁하지만 명쾌한 파열음. 돌맹이는 보이지 않는 총알처럼 날아가, 맨티스의 오른쪽 어깨 관절 틈새를 정확히, 아주 정확히 가격했다.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났다. "키에에엑!" 놈의 비명이 터졌다. 내려찍히던 낫이 충격으로 궤도가 뒤틀렸다. 슈욱- 하는 소리와 함께, 놈의 낫이 정민재의 머리카락을 책 한권 차이로 스치고 바로 옆 땅바닥에 깊숙이 박혔다. 콰앙!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민재! 굴러!" 나는 돌을 던진 자세를 자연스럽게 무너뜨리며, 짐짓 발을 헛디뎌 넘어진 척하며 민재 쪽으로 슬라이딩했다. 그리고 멍해 있는 녀석의 멱살을 잡고 옆으로 데굴데굴 굴렀다. "으아아악 죽기 싫어!!" 민재가 내 품에서 익사하는 사람처럼 발버둥 쳤다. 나는 녀석의 머리를 내 가슴팍에 파묻으며, 낮은 목소리로 귓속말했다. "조용히 해. 살고 싶으면." 내 목소리에서 묻어나는 서늘한 살기에, 민재가 헙 하고 숨을 멈췄다. 그 사이, 조현태가 도착했다. 그는 늑대처럼 빨랐다. 맨티스가 타격을 입고 주춤하며 낫을 빼내려 허우적거리는 틈을, 헌터는 놓치지 않았다. "죽어라!" 그의 단검이 달빛 아래서 춤을 췄다. 푸푸푹! 단순한 찌르기가 아니었다. 놈의 신경계를 끊어놓는 정밀한 타격. 맨티스의 목과 가슴팍, 급소에서 녹색 체액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역시 전투 전문가는 다르군. 동작에 군더더기가 없다. 아름답기까지 하다. 10초도 안 되어 거대한 사마귀는 바닥에 쓰러져 발작적인 경련을 일으켰다. "하아... 하아..." 상황 종료. 거친 숨소리만이 숲을 채웠다. 정적. 조현태가 피 묻은 단검을 털며 쓰러진 맨티스를 확인했다. 놈은 완전히 숨이 끊어졌다. 그리고는 주변을 예리한 눈으로 둘러보다가, 나와 민재가 넘어져 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의심의 눈초리. "방금... 관절이?" 그가 중얼거렸다. 그는 봤을까? 보이지 않는 각도에서 날아온 돌맹이가 놈의 관절을 박살 낸 것을? 아니면 그냥 우연히 놈이 착지 실수로 헛발질했다고 생각할까? 나는 급히 '겁쟁이 모드'로 전환했다. 민재를 껴안고 사시나무 떨듯 바들바들 떨었다. "아이고, 아이고... 나 죽네... 민재 씨 괜찮아? 살아있어?" "혀, 형님... 저 바지에... 오줌 쌀 뻔했어요..." 우리는 서로 부둥켜안고 찌질함의 극치를 보여줬다. 브로맨스가 아니라 생존형 허그였다. 조현태가 우리 쪽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군화 발자국 소리가 내 심장을 밟는 것 같았다. 그는 맨티스의 박살 난 어깨 관절을 살폈다. 갑각이 함몰된 자국. 그리고 그 밑에 떨어진 피 묻은 평범한 화강암. 그는 돌맹이를 집어 들었다. 손에서 굴려보며 무게를 가늠했다. 아무도 그 모습을 보진 못했다. 다들 도망치거나 숨어서 울고 있었으니까. 조현태와 나, 둘만의 심리전이었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일반인이 돌 하나로 몬스터의 관절을 부순다? 그건 무협지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그가 돌맹이를 쥐고 나를 응시했다. 그때, 민재가 손을 들었다. "저, 저기... 아까 형님이..." 야! 이 미친놈아! 입 다물어! 제발! 여기서 '형님이 돌 던져서 잡았어요'라고 하면 난 끝이야! 나는 기겁해서 민재의 입을 틀어막으려 했다. 하지만 민재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내 예상을 완벽하게 빗나간 구원의 메시지였다. "...형님이 저 구하시려고 몸을 날려서 밀쳐주셨어요!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지시면서도 저를 안고 구르셨거든요! 그래서 살았어요!" "......" 아. 던졌다는 게 아니라, 밀쳐서 구했다는 거구나. 다행이다. 이 녀석 눈에는 '돌 던지는 동작'은 너무 빨라서 안 보였나 보다. 그냥 허우적대며 넘어진 걸로 보였겠지. 나의 완벽한 연기력에 건배. 조현태는 돌맹이를 쥔 채 나를 빤히 바라봤다. 나도 최대한 불쌍하고, 겁에 질린, 하지만 동료를 위해 용기를 낸 선량한 시민의 표정으로 그를 마주 봤다. "그렇습니까? 동료애가 대단하시군요, 서 과장님." 그는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으며 돌맹이를 툭 던졌다. "운이 좋았네요. 놈의 관절이 노화로 약해져 있었나 봅니다. 착지 충격에 혼자 부러진 걸 보니." 그는 그렇게 결론지었다. 아니, 그렇게 결론 내리기로 한 것 같았다.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우연이지. 세상에 '운'만큼 편리한 핑계는 없다. 그날 밤, 훈련소 퇴소식. 분위기는 뒤숭숭했지만, 어쨌든 (민재가 바지를 살짝 적신 것 빼고는) 큰 인명 사고 없이 무사히 끝났다. 맨티스의 출현은 '예상치 못한 야생동물의 습격'으로 보고되었고, 연구소 측에서 위로금을 두둑이 챙겨주겠다고 약속했다. 다들 돈 얘기에 표정이 밝아졌다. 자본주의가 최고다. "고생하셨습니다! 파브르 만세!"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 우리는 억지 만세를 불렀다. 나는 창가 자리에 앉아 멀어지는 필드 훈련소를 바라봤다. 밤하늘에 별이 총총했다. 지옥 같던 1주차. 결국 나는 '평범한 연구원' 코스프레를 완벽하게... 한 건가? 몸개그 하다가 넘어져서 헌터 헤드샷. 배고파서 잡초 뜯어 먹다가 서바이벌 전문가 등극. 몬스터 앞에서 맨몸으로 동기 구한 살신성인 영웅. '......망했네.' 이건 평범함과 거리가 멀다. 안드로메다만큼 멀다. 오히려 '운 좋아서 모든 게 잘 풀리는 기적의 사나이', 혹은 '위기 상황마다 터지는 럭키 가이'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이러다 연구보다 현장 임무에 더 많이 투입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버스의 진동과 함께 내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버스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은 울상이었지만, 옆자리의 민재는 나를 보며 세상을 다 얻은 듯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그는 나를 거의 종교처럼 숭배하고 있었다. "형님, 저는 평생 형님만 따를게요. 충성! 다음 회식 때는 제가 쏩니다!" "아, 제발... 저리 가... 나 좀 내버려 둬..." 내 처절한 거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녀석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무겁다. 인생의 무게만큼 무겁다. 버스는 어둠을 뚫고 숙소로 향했다. 돌아가는 길, 내 주머니 속 지갑 안에서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발신자는 [신혜림 의무실장]. [서 과장님, 훈련소에서 첫주 재미있는 일 많았다며? 몬스터도 잡고? 복귀하면 마자 커피 사들고 의무실로 와. '상처' 검사해야지? ^^] 나는 문자를 보고 이마를 짚었다. 역시 소문 한번 빠르다. 아니, 이 여자는 CCTV라도 해킹하고 있는 건가? '상처 검사'라는 단어가 왜 이렇게 에로틱하면서도 살벌하게 들리는지. 서울에 가면, 숲속의 몬스터보다 더 무서운 '사람'들과의 전쟁이 기다리고 있겠구나. 나는 창밖의 달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휴가는 물 건너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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