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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신입 사원 연수 (2)

"야간 훈련은 '담력 테스트'다." 저녁 10시. 산속의 어둠은 도시의 밤과는 질감이 달랐다. 도시의 밤이 네온사인과 가로등으로 얼룩진 회색빛이라면, 이곳의 밤은 빛 한 점을 용납하지 않는 절대적인 검정색 잉크 같았다. 그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조현태 교관의 목소리가 묘지기처럼 음산하게 울려 퍼졌다. "훈련병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함을 유지해야 합니다. 특히 현장에서는 공포가 가장 큰 적입니다. 공포에 질려 판단력을 잃는 순간, 본인뿐만 아니라 동료의 목숨까지 위험해집니다." 교관은 강력한 LED 손전등으로 산 중턱에 있는 폐가 한 채를 비췄다. 빛줄기를 따라 드러난 폐가는 흉물스러웠다. 다 썩어가는 기둥, 구멍 뚫린 창호지, 그리고 바람이 불 때마다 끼익끼익 소리를 내며 흔들리는 문짝. 전설의 고향 세트장으로 써도 손색이 없을 만큼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다. 주변의 나무 그림자가 마치 귀신의 손톱처럼 폐가를 감싸고 있었다. "2인 1조. 목표 지점인 폐가 안방에 있는 도장을 손등에 찍어온다. 코스는 A, B 두 가지. 제한 시간 30분." "우으으..." "미친... 진짜 귀신 나오는 거 아냐?" 여기저기서 앓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강심장이라 자부하던 몇몇 남자 사원들도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특히 내 옆에 있는 정민재는 이미 반쯤 영혼이 가출한 상태였다. 그의 손이 재봉틀처럼 떨리고 있었다. "혀, 형님... 저 귀신 진짜 무서워하거든요... 어릴 때 링 보고 3일 동안 잠도 못 잤어요... 어떡하죠?" 이제 정민재는 나를 과장님이 아니라 형님이라고 부른다. 극한 상황이 만들어낸 전우애(?)랄까. "괜찮아. 귀신이 어디 있어. 다 알바생들이 분장하고 숨어있는 거지. 시급 1만 2천 원짜리 귀신이라고 생각하면 마음 편해." 나는 무심하게 대답했다. 귀신? 전장에서 내장이 쏟아진 채로 내 발목을 잡고 "살려줘"라고 매달리던 전우의 시신이나, 괴수의 목을 따고 그 피를 얼굴에 바른 채 킬킬거리던 용병들의 눈빛을 본 적이 있는가. 진짜 무서운 건 죽은 귀신 따위가 아니다.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인간, 혹은 이성을 잃고 덤벼드는 짐승이다. "1조, 출발!" 우리 조는 나와 정민재였다. 강하윤 씨는 옆 부서의 여직원과 조가 되어 B코스로 먼저 출발했다. "으아아악!! 엄마야!!" 출발한 지 1분도 안 되어 숲속에서 찢어지는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강하윤 씨네 조인 모양이다. 그 비명에 산새들이 놀라 푸드득 날아올랐다. 민재가 기겁하며 내 팔을 와락 껴안았다. 팔에 전해지는 악력이 상당했다. "혀, 형님! 방금 소리 들으셨어요? 사, 사람이 죽는 소리 같은데?!" "어, 들었어. 목청 좋네. 성악과 출신인가 봐." "너무 태평하신 거 아니에요?! 저건 진짜 비명이라고요!" 우리는 손전등 하나에 의지해 A코스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발밑에서 마른 나뭇가지가 뚝뚝 부러지는 소리가 났고, 이름 모를 풀벌레들이 찌르르하고 울어댔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잎들이 사각거리는 소리가 마치 누군가가 속삭이는 소리처럼 들렸다. 부스럭. 오른쪽 덤불 숲, 약 3미터 전방. 소리가 났다. 짐승이 아니다. 인위적인 마찰음. 민재가 히익, 하고 숨을 들이켜며 내 등 뒤로 잽싸게 숨었다. 이럴 때만 동작이 빠르다. "뭐, 뭐예요? 뭔가 있어요!" 나는 손전등을 덤불 쪽으로 비추지 않고 곁눈질로 힐끗 봤다. 어둠에 익숙해진 내 눈에는 야시경을 쓴 것처럼 윤곽이 선명하게 보였다. 하얀 소복을 입은 누군가가 웅크리고 있었다. 긴 가발을 산발하고, 입가에는 붉은 액체를 잔뜩 묻힌 채. 아마도 케첩 아니면 물엿 섞은 식용 색소겠지. '......' 조잡하다. 가발의 결이 너무 인위적(나일론)이라 달빛에 반사되어 번들거렸다. 소복은 너무 깨끗했고, 깃 부분에 세탁소 태그가 살짝 튀어나와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숨소리다. 습하고, 거칠고, 불규칙한 호흡. 저렇게 숨을 헐떡이면 100미터 밖에서도 들킨다. 매복의 기본이 안 되어 있다. "크히히히..." 귀신(알바생)이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며, 관절을 꺾는 척하며 천천히 일어섰다. 나름 영화 '옥성'을 참고한 연기 같았다. 하지만 민재에게는 효과 만점이었다. 그는 이미 다리가 풀려 바닥에 주저앉아 "살려주세요! 잘못했습니다!"를 연발하고 있었다. 뭘 잘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귀신에게 터벅터벅 다가갔다. 귀신이 당황한 듯 멈칫했다. 보통은 비명을 지르거나 도망가야 하는데, 웬 아저씨(나)가 무표정하게 걸어오니 시나리오에 없던 상황이라 당황한 모양이다. "저기요." 내가 말을 걸자 귀신이 흠칫 놀라 뒷걸음질 쳤다. "네, 네?" "거기, 왼쪽 신발 끈 풀렸는데요. 밟으면 넘어져요. 여기 돌 많아서 구르면 크게 다칩니다." "아..." 귀신이 무의식적으로 발을 내려다봤다. 소복 밑으로 살짝 보이는 운동화. 알록달록한 나이키 한정판 운동화 끈이 진짜로 풀려 있었다. 귀신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쭈그리고 앉아 신발 끈을 묶기 시작했다. "그리고 케첩 냄새가 너무 나네요. 식초 냄새 때문에 몰입이 깨집니다. 다음엔 돼지 피나 물엿 섞은 색소를 쓰시는 게 리얼할 겁니다. 수고하세요." 나는 벙쪄 있는 민재를 멱살 잡듯 일으켜 세우고는, 신발 끈을 묶고 있는 귀신을 지나쳐 쿨하게 걸어갔다. 뒤에서 귀신이 "어...? 어?" 하고 당황해하는 기척이 느껴졌다. "형님... 대단해요... 어떻게 귀신한테 훈수를 두세요?" 민재가 경외심 어린 눈빛, 거의 신을 영접한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냥 사람이잖아. 시급 받고 밤새 모기 뜯기며 일하는 불쌍한 청춘. 우리보다 더 힘들 걸?" "와... 진짜 강심장이시네요. 저는 심장 터지는 줄 알았는데." 강심장이 아니라, 감흥이 없는 거다. 나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이런 안전하고, 예쁘게 포장된 '공포'라니. 내게는 사치스러운 유희, 혹은 어린아이들의 소꿉장난처럼 느껴졌다. 진짜 공포는 냄새부터 다르다. 죽음의 악취는 한 번 맡으면 평생 잊히지 않는다. 폐가에 도착했다. 먼지 쌓인 마루와 너덜너덜하게 찢어진 창호지. 전형적인 귀신의 집 세트장이다. 퀘퀘한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안방 문 앞. 저 문을 열면 뭔가 튀어나오겠지. 뻔한 클리셰다. "여, 열까요? 형님?" "열어." 끼이익- 녹슨 경첩 소리와 함께 문을 열자, 툭.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던 처녀 귀신 인형이 내 얼굴 바로 앞까지 떨어졌다. "으아아아악!!" 민재가 기절초풍하며 뒤로 나자빠졌다. 거품을 물 기세였다. 하지만 나는 인형이 떨어지기 직전에 이미 천장에서 미세한 모터 돌아가는 소리(윙-)를 감지했기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 시선은 귀신의 얼굴이 아니라, 인형을 매달고 있는 와이어에 꽂혔다. '와이어 결속 상태가 불량하군. 매듭이 헐거워. 저러다 와이어가 끊어지면 인형 무게 때문에 아래 있는 사람이 다치겠어.' 직업병이다. 전장에서 숱하게 부비트랩을 설치하고, 적의 와이어 함정을 해체해본 경험 때문에, 저런 '설비 불량'을 보면 본능적으로 불편함이 치솟는다. 안전 불감증이다. 누굴 다치게 하려고. 나는 나도 모르게 떨어져서 덜렁거리는 귀신 인형의 머리채를 잡았다. 그리고 와이어 매듭을 풀어서, 8자 매듭법으로 아주 단단하고 야무지게 다시 묶어주었다. 이중 결속. 이제 탱크가 잡아당겨도 안 풀린다. "......" 그때, 벽장 속에서 우당탕 소리가 났다. 숨어서 타이밍을 재다 2차로 튀어나오려던 또 다른 귀신(알바생)이, 문틈으로 그 기이한 광경을 보고 놀라서 넘어진 것이다. 무표정한 얼굴로 귀신 인형의 머리채를 잡고 능숙하게 매듭을 묶고 있는 남자. 그 모습이 귀신 입장에서는 더 공포영화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벽장 쪽을 보며 정중하게 가볍게 목례를 했다. "수고하십니다. 매듭이 좀 풀려 있어서 제가 고쳤습니다." "......" 벽장 속의 귀신은 나오지도 못하고 문을 닫아버렸다. 들리는 소리로는 딸꾹질을 하는 것 같았다. 하산하는 길. 민재는 다리에 힘이 풀려 내 팔에 거의 매달리다시피 해서 내려왔다. 짐짝이 따로 없다. "형님, 진짜 존경합니다. 어떻게 눈 하나 깜짝 안 하세요? 간이 배 밖으로 나오신 거 아니에요?" "그냥... 둔해서 그래. 반응 속도가 느려서 놀랄 타이밍을 놓치는 거지." "아뇨, 이건 둔한 게 아니에요. 담력이... 와, 진짜 특수부대... UDT나 뭐 그런 거 나온 사람 같아요." 움찔. 민재의 말에 내 발걸음이 멈칫했다. 너무 티를 냈나? 아무리 어두워도 너무 침착했어. 일반인 코스프레 평점에 감점 요인이다. "어이쿠! 으아, 깜짝이야! 뱀이다! 뱀!" 나는 갑자기 짐짓 과장되게 소리를 지르며 발을 헛디딘 척했다. 아무것도 없는 땅바닥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우스꽝스럽게 팔다리를 허우적대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어? 어? 어디요? 뱀이요?" "아... 나뭇가지네. 하하, 뱀인 줄 알았어. 아이고 심장이야." 내 영혼 없는 연기에 민재가 벙찐 표정을 짓더니, 이내 푸훗 하고 웃었다. "아, 역시 형님은 허당이라니까. 방금은 진짜 멋있을 뻔했는데, 다 깼어요." "하하, 내가 좀 그렇지? 운동신경도 젬병이고 겁도 많아." 휴, 위기 모면이다. 역시 적재적소의 몸개그와 빈틈 보여주기는, 정체를 숨기는 최고의 위장막이다. 베이스캠프에 도착하자, 먼저 도착해 있던 강하윤 씨가 우리를 맞이했다. 그녀의 눈이 나를 유심히 관찰하는 게 느껴졌다.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고양이 같은 눈. "서 과장님, 1등으로 오셨네요? 하나도 안 무서우셨어요?" 목소리에 뼈가 있다. 나는 손사래를 쳤다. "아유, 무서워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식은땀 난 거 보세요. 민재 씨가 절 지켜줘서 겨우 왔죠." 나는 너스레를 떨며 민재의 어깨를 두드렸다. 민재가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에이, 형님이 다 하셨으면서..." 하지만 강하윤 씨의 눈빛은 여전히 의심으로 서늘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저 여자, 눈치가 빨라.' 강하윤. 입사 3개월 차 막내 사원. 총무팀 소속. 평소엔 귀엽고 상냥해 보이지만, 가끔 무방비 상태에서 보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마치 사냥감을 탐색하는 듯한 시선. 혹시 내 정체를 의심하는 건가? 아니면 그냥 호기심인가? 아니면... "서 과장님, 혹시 심박수 체크해보셨어요? 교관님이 나눠준 스마트 밴드요. 공포 지수 측정한다고 하셨잖아요." 강하윤 씨가 내 손목을 가리켰다. 아, 맞다. 출발 전에 심박수 측정용 밴드를 채웠었지. 공포에 질리면 심박수가 올라가는 걸로 담력을 평가한다고 했다. 나는 아차 싶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내 밴드 화면을 터치했다. [평균 심박수: 65 BPM] [최고 심박수: 68 BPM] (몸개그 할 때 잠깐 올라감) "......" 망했다. 가파른 산길을 오르고, 귀신을 만나고, 시체가 떨어졌는데. 심박수가 집 안방에서 TV 볼 때와 똑같다. 평온 그 자체다. 심지어 최고 심박수도 70을 넘지 않았다. 강하윤 씨가 내 밴드 화면을 훔쳐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머... 과장님, 심장이 안 뛰시는 거 아니에요? 시체처럼?" "아, 하하... 제가 원래 서맥이라... 부정맥이 좀 있어서... 의사 선생님이 운동하지 말라고 하셨거든요." 나는 식은땀을 삐질 흘리며(이것도 연기다) 변명했다. 다행히 다른 동기들이 "와, 나 150 찍었어!", "난 180이야! 심장마비 걸릴 뻔했어!" 하며 소란스럽게 떠드는 바람에 내 수치는 묻혔다. 하지만 강하윤 씨만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보고 있었다. 그녀가 작게 중얼거렸다. 나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작게. "서 과장님, 의외로... 차가운 남자시네요?" 그녀의 말이 귓가에 얼음처럼 서늘하게 꽂혔다. '차가운 남자'라. 칭찬인가? 아니면 경고인가? 하나 확실한 건, 이 훈련소에는 조현태 교관 말고도 조심해야 할 '눈'들이 산재해 있다는 것이다. 나의 꿀보직 라이프, 정말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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