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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신입 사원 연수 (1)

"이번 주말부터 2달간, 신입 사원 연수가 있습니다." 금요일 오후 4시. 직장인에게 가장 성스러운 시간. 퇴근을 한 시간 앞두고 주말 약속을 떠올리며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그 '골든 타임'. 한승우 팀장의 입에서 떨어진 말은 사무실의 평화를 산산조각 내는 핵폭탄급 선언이었다. "네?" 나는 엑셀 표를 정리하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사무실의 공기가 일순간 얼어붙었다. 타자기를 두드리는 소리, 복사기가 돌아가는 웅웅거림마저 멈춘 것 같았다. 옆자리의 박지호 대리도, 유전자를 분석하던 이소연 과장도, 심지어 항상 우울해 보이던 윤채린 대리조차 하던 일을 멈추고 팀장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동자가 갈 곳을 잃고 흔들렸다. "티, 팀장님? 2박 3일이 아니라... 2달이요?" 막내 정민재가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귀뚜라미를 닮아 겁이 많은 녀석답게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의 손에 들린 볼펜이 딱, 딱, 소리를 내며 책상을 때리고 있었다. "네, 2달." 한 팀장은 사람 좋게 웃으며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였다. 그 미소가 오늘따라 악마의 미소처럼 보였다. "주말 포함해서 합숙으로 진행됩니다. 이번 주 금요일 퇴근 후 출발해서 총 8주 과정이죠." "주, 주, 주말까지요?!" 정민재가 단말마 같은 비명을 질렀다. 나도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주말? 내 소중한 주말을? 정민재가 이성을 잃고 벌떡 일어나 항변하려던 찰나, 이소연 과장이 노련한 솜씨로 정민재의 옆구리를 볼펜으로 쿡 찔러 주저앉혔다. "민재님, 앉으세요. 원래 우리 연구소 전통이에요." "전통이라니요? 주말 강제 반납이?" "그냥 연수가 아니거든요. '생존 훈련'이지." 생존 훈련? 연구소에 입사했는데 무슨 생존 훈련을 한단 말인가. 곤충 채집이라도 하러 가나? 잠자리채 들고 산을 뛰어다니는 건가? 한 팀장이 책상 위에 두툼한 안내 책자를 툭 던졌다. 책자가 책상에 닿는 묵직한 소리가 사무실에 울렸다. 표지에는 마치 80년대 액션 영화 포스터처럼, 활활 타오르는 불꽃 배경 위에 붉은색 궁서체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제15기 파브르 곤충기술연구소 신입 사원 특별 심화 과정 : 지옥의 훈련소] "......" 지옥? 지금 지옥이라고 써 놓은 건가? 회사 연수 자료에 '지옥'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게 정상인가? "다들 알다시피 우리 연구소는 일반적인 기업과는 다릅니다. 위험한 생물체를 다루기도 하고, 때로는 현장에서 험한 꼴을 보기도 하죠." 팀장의 시선이 나를 스쳐 지나갔다. '아뇨, 저는 모릅니다. 저는 그냥 월급루팡하고 싶은데요.' "그래서 기초 체력과 위기 대처 능력은 필수입니다. 이번 교육은 연구직, 사무직 가리지 않고 올해 입사한 모든 신입 사원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즉, 우리 팀은 서준혁 과장님, 정민재 대리, 강하윤 사원. 세 분이 대상자입니다." "히익..." 서류를 전달하러 왔다가 그 이야기를 들은 옆 부서인 총무팀의 강하윤 사원이 울상을 지으며 파티션 뒤로 숨었다. 아니, 저 귀여운 아가씨까지 산으로 끌고 간다고? 정말 독한 회사네. "참고로 훈련 내용은... 음, 보안 사항이라 자세히 말해줄 순 없지만." 한 팀장이 안경을 고쳐 쓰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그의 안경알에 사무실 형광등 불빛이 반사되어 번뜩였다. "군대 다녀오신 분들은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를 겁니다. 아주 즐거운 추억 말이죠." 그 순간, 내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군대? 추억? 내가 아는 군대의 추억은 진흙탕을 구르고, 탄피를 줍고, 거대 벌이나 개미와 목숨 걸고 싸우던 기억뿐인데? 설마...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전원, 집합! 동작 봐라, 동작 봐!" 토요일 아침 6시. 경기도 양평의 깊은 산속.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깊은 골짜기. '파브르 인재개발원'이라는 낡은 간판이 붙은 건물 앞 연병장. 이곳의 공기는 서울과는 달랐다. 매케한 매연 대신, 코를 찌르는 짙은 솔향과 차가운 새벽이슬 냄새. 그리고 무엇보다 익숙한... 짬밥 냄새와 쇠 냄새가 섞인 '군대의 향기'가 진동했다. 붉은 모자를 푹 눌러쓴 교관이, 며칠 동안 소리를 지르느라 쉬어터진 목소리로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그의 명찰에는 [교관 조현태]라는 세 글자가 박혀 있었다.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먹이를 노리는 상어의 눈. 그 앞에는 갓 입사한 신입 사원 30여 명이 국방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입김이 하얗게 뿜어져 나왔다. "이곳에 온 이상 너희는 사회인이 아니다! 계급장 다 떼고, 너희는 그저 훈련병일 뿐이다! 알겠나!" "네... 넷!" "목소리가 작다!!! 앞으로는 예 아니오로만 답변합니다. 알겠습니까!" "예!!!" 나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이게 뭐야. 진짜 군대잖아? 아무리 체력 훈련이라지만, 국내 굴지의 바이오 기업 연구원들을 모아놓고 유격 훈련이라니. 주변을 둘러보니 연병장 구석에는 타이어가 쌓여 있고, 외줄 타기 시설까지 보였다. 미친 건가. "지금 이 자리에 웃고 있는 훈련병들이 보입니다. 서준혁 훈련병! 지금 교관 말이 우습습니까?" 조현태 교관의 날카로운 지적이 날아왔다. 귀신같은 놈. 입꼬리가 1mm 올라간 걸 봤나? "아, 아닙니다!" 나는 황급히 표정을 굳혔다. 최대한 겁먹고 얼어붙은 신병의 표정을 연기했다. "지금부터 아침 구보를 실시한다! 선착순 3명, 저기 보이는 고지까지 찍고 돌아온다! 낙오자는 아침 식사 제외다! 실시!!" "실시!" 우르르-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뛰기 시작했다. 자갈밭을 밟는 군화 소리... 가 아니라 운동화 소리가 요란했다. 저 멀리 보이는 고지는 말이 고지지, 그냥 절벽에 가까운 산비탈이었다. 경사각 40도는 족히 되어 보였다. 저건 뛰어서 올라가는 게 아니라 네발로 기어 올라가야 하는 각도다. '하... 이걸 진짜 해야 돼?' 나는 한숨을 쉬며 대열의 가장 뒤쪽에서 어슬렁거렸다. 어차피 1등 할 생각도 없다. 1등 해봤자 눈에만 띄고, 조교들의 타겟이 될 뿐이다. 적당히 중간만 가서 묻어가는 게 내 목표다. 나는 평범한 연구원이어야 하니까. 저질 체력의 대명사, 책상물림 서준혁 박사. 그게 내 컨셉이다. "헉, 헉... 박사님... 같이 가요..." 옆에서 정민재가 죽어가는 소리를 내며 뛰고 있었다. 벌써 얼굴이 창백하다. 입술은 파랗게 질려 있었다. 전형적인 운동 부족 사무직의 표본이다. "민재 씨, 천천히 해. 어차피 1등 못 하면 다 똑같아." "그, 그래도... 꼴찌는 하면 안 되잖아요..." 녀석은 눈물겨운 투혼을 발휘하며 내 앞으로 치고 나갔다. 그래, 젊음이 좋다. 나는 느긋하게 뒷짐을 지고... 아니, 헐떡이는 척하며, 흉근을 일부러 과하게 들썩거리며 천천히 발을 옮겼다. 그런데. "어? 어어?!" 앞서 가던 뚱뚱한 동기 한 명이 돌부리에 걸렸는지 발을 헛디디며 뒤로 넘어졌다. 90kg은 족히 되어 보이는 거구가, 중력 가속도를 받으며 나를 향해 덮쳐왔다. 피해야 한다. 본능적으로 몸이 반응했다. 시간이 느려졌다. 넘어지는 동기의 궤적, 나의 위치, 바닥의 자갈 상태. 오른발을 살짝 3cm 틀어 무게 중심을 이동하고, 상체를 왼쪽으로 15도만 기울이면, 옷깃 하나 스치지 않고 완벽하게 피할 수 있다. 아주 우아하고 자연스럽게. 하지만. '안 돼. 너무 깔끔하게 피하면 의심받아.' 보통 사람이라면, 앞에서 갑자기 덮쳐오는 거구를, 정수리에 눈이 달린 것도 아닌데 슥 피한다? 그건 무협지 고수거나 특수요원이라는 증거다. 그렇다고 저 거구에 깔려주자니 내 본능이 거부한다. 찰나의 고민. 뇌는 '피해라'라고 명령하고, 이성은 '맞아라'라고 소리쳤다. 그렇다면 타협점은 하나뿐. '어설프게 피하려다 엉겁결에 피한 척하면서 요란하게 넘어지기'. "으아아악!" 나는 비명을 지르며 과장되게 팔을 허공에 휘저었다. 마치 빙판길에서 미끄러진 사람처럼 허우적대다가, 아주 우연히, 정말 운 좋게 그를 건드려 다치지 않도록 내 어깨로 그의 옆구리를 살짝 밀어내며 옆으로 데굴데굴 굴렸다. 쿠당탕! 자갈밭에 내 몸이 쳐박혔다. 등짝이 따가웠지만, 낙법을 쳤기에 충격은 제로였다. "아이고! 내 허리!" 나는 바닥에 대자로 뻗으며 고통스러운 척 엄살을 피웠다. 넘어지던 동기는 내 발끝을 살짝 스치며 내 옆으로 푹신하게(?) 안착했다. "괜, 괜찮으세요?" 동기가 놀라서 물었다. "아이고, 죽겠네요. 그쪽은 안 다치셨어요?" "네, 덕분에... 죄송합니다. 제가 넘어져서..." 휴, 살았다. 완벽한 '몸개그'였다. 오스카 남우주연상감이다. 누가 봐도 운동치인 아저씨가 제 발에 걸려 넘어진 꼴불견이었을 것이다. "거기 훈련병들! 뭐하고 있습니까?! 당장 튀어 올라가!" 확성기를 든 조현태 교관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나는 짐짓 다리를 저는 척하며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속마음은 태평했다. 이 정도 경사면 뭐, 뒷걸음질로도 올라갈 수 있지. 숨도 안 차네. 다만, 이 지긋지긋한 '약골' 연기를 2달이나 해야 한다는 게 문제지만. 오전 훈련은 '통나무 들기'였다. 3명이 한 조가 되어 거대한 소나무 통나무를 어깨에 메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는, 유격 훈련의 꽃이자 지옥. 나무껍질의 거친 감촉이 어깨를 파고들었다. "하나! 하아!" "둘! 하아!" 신음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단말마 같은 기합 소리. 우리 조는 나, 정민재, 그리고 옆 부서의 안경 쓴 사원. 이렇게 셋이었다. 최약체 조합이다. "끄으응..." 정민재의 다리가 재봉틀처럼 후들거리는 게 느껴졌다.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액체가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 가운데에 있는 녀석이 무너지면 양옆이 죽어난다. 그리고 불행히도 내가 그 '옆'이다. '이거 위험한데.' 민재의 어깨가 점점 내려가고 있었다. 녀석의 승모근이 한계에 도달했다. 이대로라면 통나무가 기울어져 내 어깨를 짓누르거나, 녀석이 깔릴 것이다. 그럼 나는 또 '으악 무거워!' 하고 쓰러지는 연기를 해야 하나? 너무 자주 하면 티 나는데. 나는 슬쩍 어깨에 힘을 줬다. 그리고 통나무를 살짝 들어 올렸다. 아주 살짝. 민재의 어깨에 닿을락 말락 할 정도로만. 내 삼각근이 돌처럼 단단하게 굳으며 수백 킬로그램의 무게를 받아냈다. "어?" 민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갑자기 어깨가 가벼워진 것을 느낀 모양이다. 그는 자기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듯했다. "후우, 후우... 힘내자, 민재야." 나는 땀을 뻘뻘 흘리는 척하며(사실은 침을 좀 발랐다) 윙크를 했다. 녀석은 감동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박사님이... 나를 위해...!' 아니, 감동하지 마. 좋아하지 마. 넌 나를 견제해야 해. 그게 회사 생활의 로망 아니겠냐? 네가 쓰러지면 내가 귀찮아서 그런 거니까. 그때였다. "거기 3조! 농땡이 피웁니까?!" 귀신같은 조현태 교관이 우리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아, 젠장. 너무 가볍게 들었나? 표정 관리가 안 됐나? "서준혁 훈련병! 자네들 표정이 왜 그렇게 평온해 보입니까? 통나무가 가볍나 보지?" "아... 아닙니다!!" 나는 급히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세상의 모든 고통을 짊어진 예수님의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교관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그의 눈이 내 어깨와 통나무 사이의 미세한 간격을 스캔했다. "그래? 그럼 여러분들의 단결력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한 명이 쓰러지면 모두가 무너집니다. 내가 편안하면 다른 동기들이 고통받습니다. 3조! 통나무 머리 위로 들어!" 망했다. 이걸 머리 위로 들라고? 민재 팔뚝을 보니 이쑤시개 같은데, 저걸로 버틸 수 있을 리가 없다. 옆의 안경 쓴 사원도 이미 손을 떨고 있다. 결국 내가 다 들어야 한다는 소리다. 그것도 '힘들어 죽을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셋이서 드는 척하면서, 혼자서 무게를 지탱해야 한다. 이건 특수 훈련보다 연기를 해야 하는 게 더 고난이도잖아! 나는 군인인가 배우인가. "들어!" 교관의 호각 소리와 함께 우리는 통나무를 들어 올렸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들어 올렸다. "끄아아아악!" 나는 세상 떠나갈 듯 비명을 지르며 팔을 부들부들 떨었다. 진동 모드 온. 물론 연기다. 이 정도 통나무야 한 손으로도 돌릴 수 있다. 하지만 내 양옆의 두 사람은 진짜로 죽을상을 하고 있었다. (실제로는 내가 무게의 90%를 들고 있지만, 그들은 모른다. 그저 지옥 같은 무게라고 생각할 뿐이다.) "더! 더 높이! 팔꿈치 펴라!" 교관이 내 배를 지휘봉으로 콕 찔렀다. 근육이 긴장했는지 확인하려는 것이다. "??" 움찔. 지휘봉이 들어가지 않는다. 복근이 강철판처럼 단단하게 힘이 들어가 있어서 튕겨 나갔다. 어색한데? 나는 황급히 배를 내밀고 들이밀며, 숨을 헐떡거려 올챙이배가 꿀렁꿀렁거리는 흉내를 냈다. 마치 너무 힘들어서 복근 경련이 일어난 것처럼. "배... 배가 쥐가 납니다! 끄윽!" "흐음..." 교관은 미심쩍은 듯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다행히 그냥 지나갔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점심 식사 전까지 앞으로 100회 더 실시한다!" "악!!!" 연병장에 절망의 비명이 메아리쳤다. 나도 따라서 비명을 질렀다. 이번 주말, 정말 길 것 같다. 지옥의 아가리는 이제 막 열렸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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