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신입 사원 연수 (8)
우우웅-
동굴 전체가 거대한 생물처럼 울부짖었다. 여왕의 명령이 떨어졌다. 수백 마리의 병정개미들이 벽과 천장을 새까맣게 뒤덮으며 몰려왔다. 놈들의 다리가 부딪치는 소리가 마치 마른 장작이 타닥거리는 소리처럼, 혹은 빗소리처럼 동굴을 가득 채웠다. 이것은 자연의 소리가 아니었다. 살육의 합창이었다.
"방어 진형! 탱커 앞! 사수 뒤!"
조현태 팀장의 고함과 동시에 우리는 등을 맞대고 원형 진형을 짰다. 전방 12시는 강철인. 그는 거대한 진압 방패를 땅에 박고 버텼다. 그의 허벅지 근육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양옆은 박동구와 이하은. 그들의 소총구에서 쉴 새 없이 불이 뿜어졌다. 총구 화염이 어둠 속에서 번쩍일 때마다, 놈들의 흉측한 얼굴이 스트로보 조명처럼 드러났다 사라졌다.
두두두두! 타타탕!
총성이 고막을 때렸다. 탄피가 바닥에 떨어져 땡그랑 소리를 냈다. 탄피 반, 개미 시체 반이다. 어둠 속에서 달려드는 붉은 눈동자들. 놈들의 갑각이 총알에 터져 나가며 녹색 피가 빗물처럼 튀었다. 비릿한 산성 냄새와 화약 냄새가 섞여 구역질 나는 악취를 만들었다.
"키에에엑!"
한 놈이 천장에서 낙하하며 강철인의 방패를 들이받았다. 쾅! 탱크가 들이받은 듯한 충격. 강철인의 군화가 바닥을 긁으며 10cm나 밀려났다. 하지만 강철인은 비명 대신 괴성을 질렀다.
"오라, 이 벌레 새끼들아! 여기가 너희 무덤이다!"
그는 아드레날린에 취해 방패를 밀어내며 놈의 턱을 단검으로 찍어버렸다. 푸욱! 놈의 머리통이 으깨졌다. 하지만 숫자가 너무 많았다. 시체를 밟고 넘어오는 놈들. 놈들은 동료의 죽음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오직 침입자를 물어뜯겠다는 살의뿐. 이것이 집단 지성의 공포다.
"탄창 교체! 커버!"
박동구가 소리치며 몸을 숙였다. 그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탄창이 바닥에 떨어지고 새 탄창이 찰칵 결합되었다. 그 찰나의 틈을 노리고 병정개미 두 마리가 쇄도했다.
슈욱-
내가 나설 차례다.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손목 발사기의 트리거를 당겼다. 이번엔 숨길 필요가 없다. 아니, 숨길 여유가 없다.
삐이이이-
달려들던 개미들의 더듬이가 미친 듯이 떨렸다. 평형 감각을 잃은 놈들은 서로 부딪히며 엉켜 버렸다.
"지금이야! 쏴!"
내가 소리쳤다. 박동구가 재장전을 마치고 놈들의 머리통을 날려버렸다.
"방금 뭐야? 형님이 한 거야?"
박동구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
"새총 발사!"
내가 태연하게 말했다. 조현태 팀장이 나를 힐끗 봤지만, 지금은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뚫는다! 11시 방향, 여왕의 방으로 직진한다!"
조현태가 선두에 섰다. 그의 단검술은 예술이었다. 춤을 추듯, 칼날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개미들의 목이 툭툭 떨어졌다. 헌터의 무위. 우리는 그가 만든 혈로를 따라 전진했다.
#2. 여왕의 둥지
동굴 깊숙한 곳. 가장 거대하고 은밀한 공간. 공기의 질감부터가 달랐다. 덥고 습하고, 끈적거렸다. 마침내 우리는 '그것'과 마주했다.
[하이브 퀸]
높이 5미터, 길이 10미터의 거대한 괴물. 비대하게 부풀어 오른 흰색 복부는 쉴 새 없이 꿈틀거리며 투명한 알을 낳고 있었다. 상체는 인간의 여성과 사마귀를 섞어놓은 듯한 기괴한 형상. 창백한 피부 위로 보라색 혈관이 툭툭 튀어나와 있었다. 머리에는 왕관처럼 뿔이 솟아 있었고, 여섯 개의 붉은 눈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압도적인 존재감에 숨이 턱 막혔다.
[침입자... 제거...]
머릿속에 직접 울리는 목소리. 텔레파시다. 정신계 저항력이 약한 강철인과 이하은이 비틀거리며 코피를 쏟았다. 헬멧 안쪽 유리에 붉은 피가 튀었다.
"크윽... 머리가... 깨질 것 같아..."
"정신 차려! 현혹되지 마!"
조현태가 소리쳤다. 퀸이 비명을 질렀다.
콰아앙!
음파 자체가 물리적인 충격파가 되어 우리를 강타했다.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공기 대포였다. 나는 뒤로 튕겨 나가며 벽에 처박혔다. 척추가 울렸다. 강철인의 방패가 찌그러졌고, 박동구는 기절했다. 조현태조차 한쪽 무릎을 꿇었다. 압도적인 힘. B급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변종이다.
퀸의 호위병들이 조현태를 포위했다. 놈들은 일반 병정개미보다 두 배는 컸다. 조현태가 이를 악물고 칼을 휘둘렀지만, 역부족이었다. 그의 어깨가 뚫리고, 피가 튀었다.
'위험해.'
이대로면 전멸이다. 내가 나서야 한다. 이제 '운 좋은 척'은 끝이다. 살아야 하니까. 내 눈이 빠르게 동굴 내부를 스캔했다.
[구조물 스캔 완료] [약점 포착: 상단 15m 종유석] [타격 필요 에너지: 4500J]
천장. 퀸의 머리 위, 15미터 높이에 거대한 종유석이 매달려 있었다. 끝이 날카로운, 수백 톤짜리 자연의 창. 하지만 퀸의 사이오닉 방어막 때문에 그냥 떨어뜨려도 막힐 것이다. 방어막을 걷어내야 한다.
"팀장님! 저 위! 종유석 보입니까!"
내가 소리쳤다.
"뭐?"
조현태가 고개를 들어 천장을 봤다.
"저걸 떨어뜨리면 됩니다! 하지만 방어막 때문에 안 돼요! 시선을 끌어주세요!"
"시선?"
"방어막을 흔들어야 합니다! 박쥐 떼를 깨우세요!"
나는 손가락으로 천장 구석의 작은 동굴 입구를 가리켰다. 수천 마리의 박쥐가 잠들어 있는 곳. 조현태의 눈이 커졌다. 그는 즉시 내 의도를 파악했다.
"철인! 하은! 저 구멍에 유탄 쏴!"
"라져!!"
강철인이 고통을 참고 일어나 유탄발사기를 쏘아 올렸다. 펑! 동굴 천장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잠자던 박쥐 떼가 놀라서 일제히 날아올랐다.
끼에에에엑!
검은 구름 같은 박쥐 떼가 패닉에 빠져 퀸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퀸은 당황했다. 놈의 예민한 감각 기관이 수천 마리의 박쥐 날갯짓 소리에 과부하가 걸렸다. 놈의 신경이 위쪽으로 분산되었다. 투명하게 빛나던 사이오닉 방어막이 흐려지며 깜빡거렸다.
"지금이다!!"
조현태가 소리쳤다. 하지만 종유석을 떨어뜨릴 폭약이 없다. 사거리가 닿지 않는다.
"동구 씨! 정신 차려요! C4 줘요!"
나는 기절해 있던 박동구의 뺨을 때려 깨우고, 그의 가방에서 C4 폭약을 꺼냈다. 그리고 뇌관을 연결했다. 하지만 던지기엔 너무 멀다. 15미터 높이. 정확도가 필요하다.
'젠장, 보여줘야겠군.'
나는 안경을 벗어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오른팔에 집중했다. 내 팔의 근육이 부풀어 오르며 셔츠가 팽팽해졌다. C4 덩어리를 야구공처럼 쥐었다.
"강철인! 방패 들어! 파편 튄다!"
"뭐? 으아아!"
강철인이 본능적으로 방패를 들어 우리 앞을 막았다. 나는 도움닫기와 함께, 전력을 다해 폭약을 투구했다.
파아앙!
폭약이 일직선으로 날아가 종유석과 천장의 연결 부위에 정확히 박혔다. 그리고 내가 쥐고 있던 기폭 장치를 눌렀다.
콰아앙!
거대한 폭발음. 종유석의 뿌리가 산산조각 났다. 지지직- 쩍! 균열이 가는 소리.
쿠구구구...
거대한 그림자가 퀸의 위로 드리워졌다. 퀸이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이미 늦었다. 방어막은 이미 박쥐 떼 때문에 꺼져 있었다.
콰아아앙!
수백 톤의 종유석이 퀸의 머리통과 비대한 복부를 동시에 관통했다. 대지가 비명을 질렀다. 엄청난 충격파와 함께 흙먼지가 우리를 덮쳤다. 그리고 놈의 단말마가 동굴을 뒤흔들었다.
[아아아악-!]
녹색 체액이 댐이 터진 것처럼 쏟아져 나왔다. 여왕의 죽음.
그 순간, 공격하던 병정개미들의 움직임이 뚝 멈췄다. 전원이 꺼진 로봇처럼. 명령 체계가 붕괴된 것이다. 놈들은 혼란에 빠져 제자리에서 빙빙 돌거나 서로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
먼지 구름 속에서, 우리는 기침을 하며 일어났다. 조현태가 피투성이가 된 채 퀸의 시체를 바라봤다. 처참하게 으깨진 여왕. 그리고 나를 돌아봤다. 나의 오른팔은 아직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너... 방금 그 거리에서 저걸 던진 거냐?"
조현태의 눈에 경악이 서려 있었다. 단순히 운이나 요령으로 설명할 수 없는 투척 거리와 정확도. 나는 떨리는 팔을 등 뒤로 감추며, 다시 안경을 꺼내 썼다.
"죽기 살기로 던졌더니... 초인적인 힘이 나왔나 봅니다. 아드레날린 덕분이겠죠?"
내가 어색하게 웃었다. 하지만 조현태는 웃지 않았다. 박동구, 강철인, 이하은도 넋이 나간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이제는 숨길 수 없다. 그들은 봤다. 내가 리드했고, 내가 끝장냈다는 것을.
#3. 생존 신고
몇 시간 뒤. 본사 지원팀이 도착해 상황을 정리했다. 우리는 영웅 대접을 받으며 헬기에 실려 나갔다. 강철인은 어깨 탈골, 박동구는 뇌진탕, 이하은은 탈진. 조현태 팀장도 꽤 깊은 자상을 입었다. 나도 오른팔 근육 파열로 붕대를 감고 있었다.
"서준혁."
헬기 안에서 조현태가 나를 불렀다. 붕대를 감은 그가 나를 빤히 쳐다봤다.
"너, 아까 어떻게 던졌지?"
"네? 아, 박동구 씨 가방에서 흘러나온 걸 주워서... 뭐라도 해보려고 던졌는데, 빗나가서..."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빗나갔다라..."
조현태가 피식 웃었다.
"그래. 빗나갔겠지. 덕분에 우리가 살았고."
그는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대신 그는 창밖을 보며 말했다.
"돌아가면 ...아니다. 그리고... 너네들은 짐 싸라."
"네? 짐이요? 잘리는 겁니까?"
"아니."
그가 나를 보며 씨익 웃었다.
"너희 3명. 정식으로 내 팀으로 배속시킨다. 거절은 없다. 그리고 서준혁은 아무것도 안했다."
"......망했네요."
내 진심 어린 한탄에, 헬기 안의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현장팀에서는 더이상 나를 모른 척 해 줄 것이란 것, 그리고 그것이 언젠가 그들을 살리게 될 것이라는 걸.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서준혁 연구원,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조현태가 지휘하는 현장 팀 아래에 박동구, 이하은, 강철인이 들어갈 것이다.
"많이 배웠습니다."
그들은 나를 향해 웃었다.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덕분에 편하게 연구를 계속 할 수 있겠네요."
헬기는 여명을 뚫고 서울로 향했다. 붉게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멀리 보이는 연구소 풍경이 왠지 다르게 보였다. 조금 더... 선명하게.
[제1부: 지옥의 신입 사원 연수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