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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 치료 일러스트

응급 치료

한편, JK그룹 회장실에서는 윤세라가 자신의 태블릿 PC에 뜬 긴급 알림을 확인하고 있었다.

[특수능력관리국 신규 등록자: 서아린 (F급, 세레니티 터치)]

“……F급?”

윤세라의 아름다운 얼굴이 경멸과 분노로 일그러졌다. F급 먼지 같은 게, 감히 공식적으로 능력 등록까지 마쳤다고? 그것은 권이헌이 그녀를 일회용 장난감이 아니라, 자신의 곁에 둘 만한 존재로 인정했다는 의미였다.

자신이 수년간 S급 힐러라는 자부심으로도 얻지 못했던 권이헌의 ‘인정’. 그것을 고작 F급 계집애가 가로챘다는 사실에 참을 수 없는 모욕감을 느꼈다.

“가만두지 않겠어. 네가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네 힘으로는 아무것도 지킬 수 없다는 걸 똑똑히 깨닫게 해줄 테니까.”

그녀의 눈이 냉정하게 빛났다. 그녀는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낮은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

“사람 좀 써. 서아린이라는 애 뒷조사 깨끗하게 하고, ‘작은 경고’ 하나만 해줘. S급의 세상에 함부로 발 들이면 어떻게 되는지, 아주 친절하게.”

그날 오후, 서아린은 한정훈 실장의 동행 하에 이하나의 카페를 다시 찾았다. 능력 등록이라는 큰일을 마친 뒤, 유일한 친구와의 만남은 그녀에게 꼭 필요한 휴식이었다.

“우와! 이게 바로 능력자 등록증이야? 대박! 완전 멋있다!”

이하나는 서아린의 등록증을 신기한 듯 이리저리 살펴보며 호들갑을 떨었다.

“이제 너도 어엿한 대한민국 공인 능력자네! 이야, 내 친구 출세했다!”

서아린은 친구의 순수한 반응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카페 창밖, 조금 떨어진 곳에 정차된 검은 세단에서 자신들을 감시하는 한정훈 실장의 모습을 보자 마음이 다시 무거워졌다.

한참을 수다를 떨고 카페를 나섰을 때였다. 두 사람이 한적한 골목길로 접어드는 순간, 굉음과 함께 배달 오토바이 한 대가 미친 듯이 그들을 향해 돌진해왔다.

“피해!”

서아린이 반사적으로 이하나를 밀치고 몸을 날렸다. 오토바이는 그녀의 팔을 스치며 아슬아슬하게 지나갔다. 바닥에 넘어진 서아린의 팔에서 쓰라린 통증과 함께 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

오토바이는 멈추지 않고 그대로 골목 끝으로 사라졌다.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다. 헬멧 속 라이더의 눈빛은 분명 그녀를 향해 있었다. 명백한 의도를 가진 위협이었다.

“아린아, 괜찮아?!”

이하나가 울상이 되어 달려왔다. 서아린은 팔의 상처를 부여잡고 일어섰다. 그 순간, 그들을 감시하던 검은 세단의 문이 열리고 한정훈 실장이 경악한 얼굴로 달려왔다.

그리고, 세단의 뒷좌석 문도 함께 열렸다.

차가운 분노를 머금은 권이헌이 차에서 내렸다. 그는 원래 차 안에서 기다릴 생각이었지만,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에 이성을 잃고 말았다.

그의 시선은 서아린의 피 흘리는 팔에 꽂혔다.

그 순간, 세상의 모든 소리가 멎는 듯했다. 권이헌의 주변 공기가 얼음처럼 차갑게 얼어붙었고, 그의 눈동자는 모든 것을 파괴할 듯한 검은 분노로 타올랐다.

콰드득-!

골목길 끝에 세워져 있던 가로등이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엿가락처럼 구겨지기 시작했다. 그의 통제 불능의 염력이 폭주하고 있었다.

“감히… 내 것을….”

그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지옥의 울림처럼 낮고 서늘했다. 그는 서아린을 건드린 대가가 무엇인지, 이 세상에 똑똑히 보여줄 생각이었다.

권이헌의 분노는 단순한 감정의 폭발이 아니었다. 그것은 물리적인 힘을 가진 재앙 그 자체였다. 골목길의 아스팔트가 미세하게 떨렸고, 주변의 공기가 그의 살기를 머금고 폐부를 찌를 듯 차가워졌다.

구겨진 가로등은 시작에 불과했다. 도망친 오토바이가 사라진 방향을 향해 그의 분노가 뻗어나가려 했다. 이대로라면 오토바이 운전자는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이 일대는 쑥대밭이 될 터였다.

“권이헌 씨!”

서아린이 다급하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피가 나는 팔의 고통도 잊은 채, 그녀는 그에게 달려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그만해요! 저 괜찮아요! 제발!”

그녀의 목소리가 그의 이성을 간신히 붙들었다. 서아린의 손이 닿는 순간, 그녀의 세레니티 터치가 폭풍처럼 휘몰아치던 그의 분노 속으로 스며들었다. 마치 용암 속으로 차가운 물을 붓는 것처럼, 그의 살기가 미세하게 잦아들었다.

권이헌은 그제야 제정신이 든 듯, 고개를 돌려 서아린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그녀의 피 흘리는 팔에 고정되어 있었다. 자신 때문에, 자신의 곁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녀가 다쳤다는 사실이 그의 심장을 칼로 후벼 파는 듯했다.

“…….”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다친 팔을 조심스럽게 감싸 쥐었다. 그리고 반대편 손으로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한 실장. 방금 그 오토바이, 10분 안에 내 앞에 대령시켜. 뼈 하나까지 남김없이 찾아내.”

그의 목소리는 분노가 가라앉았지만, 그 대신 모든 것을 얼려버릴 듯한 냉기가 서려 있었다. 한정훈 실장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끼며 즉시 지시에 따랐다.

서아린은 그의 폭력적인 모습에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자신을 지키기 위함이었다는 사실에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이 남자의 세상에서, 그의 것을 건드린 대가는 파멸뿐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녀는 완벽하게 ‘그의 것’이 되어 있었다.

펜트하우스로 돌아온 서아린은 응급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상처는 깊지 않았지만, 권이헌의 표정은 조금도 풀리지 않았다. 그는 치료가 끝난 뒤, 방으로 돌아가려는 서아린을 거실 소파에 앉혔다.

“앉아.”

명령이었다. 그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그녀를 쳐다보기만 했다.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서아린은 그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그의 표정을 살폈지만, 그는 모든 감정을 지운 무표정이었다.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다.

“더 이상은 안 되겠어.”

“……네?”

“네가 내 곁에 있는 한, 이런 일은 계속될 거다. 너를 노리는 놈들이 생겨나겠지. 내 약점이라고 판단해서.”

그의 말에 서아린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설마, 그녀를 내보내려는 걸까? 계약 파기? 하지만 이어지는 그의 말은 그녀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내가 정한 규칙대로만 움직여.”

서아린은 그의 말에 반박하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문득 다른 생각을 떠올렸다. 일방적인 통제와 규칙. 이것은 관계를 왜곡시키지만, 동시에 관계의 형태를 만드는 틀이기도 했다. 김윤아의 머릿속에서 새로운 계획이 세워졌다.

“싫습니다.”

서아린이 단호하게 말했다. 권이헌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뭐라고?”

“일방적인 규칙은 따를 수 없어요. 그건 보호가 아니라 감금이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함께 정하는 ‘동거 규칙’이라면 생각해 보죠.”

그녀는 그의 허를 찔렀다. 그의 규칙이라는 단어를 이용하여, 자신의 권리를 주장한 것이다.

“동거 규칙?”

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 되물었다.

“네. 우리는 이제 단순한 계약 관계가 아니잖아요. 당신은 제 능력이 필요하고, 저는 당신의 보호가 필요해요. 이건 상호 보완적인 관계죠. 그러니 서로를 존중하는 최소한의 규칙이 필요합니다.”

서아린은 그의 눈을 똑바로 보며, 미리 생각해 두었던 조항들을 꺼내놓았다.

“첫째, 하루 한 끼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함께 식사할 것. 치료 목적이 아닌, 평범한 식사로요.”

“둘째, 서로의 개인 공간은 허락 없이 침범하지 말 것. 특히 침실은요.”

“셋째, 제가 원할 때, 일주일에 한 번은 반드시 외출하게 해줄 것. 물론 당신의 감시 하에라도요.”

서아린이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폭력은 쓰지 마세요. 저를 지키기 위해서라도요. 당신의 방식은 저를 더 불안하게 만들 뿐입니다.”

권이헌은 그녀가 내건 당돌한 조건들에 할 말을 잃었다. F급 엑스트라가, S급 에스퍼에게 동거 규칙을 제안하고 있었다. 그것도 자신을 통제하려는 내용까지 포함해서.

하지만 이상하게도 불쾌하지 않았다. 오히려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듯한 생경한 감각이 그를 사로잡았다.

“……좋아.”

그는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 같잖은 규칙, 받아들이지.”

그날 저녁, 펜트하우스의 거대한 식탁에는 처음으로 두 사람을 위한 저녁 식사가 차려졌다. 어색한 침묵 속에서 서로의 수저 소리만 울려 퍼졌지만, 그것은 분명 이전과는 다른 관계의 시작을 알리는 긍정적인 신호였다.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정훈 실장은, 처음으로 자신의 도련님이 사람냄새 나는 사람과 함께 살고 있다는 생각에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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