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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 임무의 균열

새벽이 오기 전 광갱 외연은 밤보다 더 옅고 더 차가웠다.

적재 평지 바깥에 남겨 둔 횃불 하나가 바람에 오래 흔들린 뒤, 다시 짧게 제자리를 잡았다. 넓은 진입로 쪽은 불빛이 닿을 때마다 지나치게 반듯하게 드러났고, 우리가 붙잡고 선 붕괴면 안쪽 반각은 그 반대로 군데군데만 희게 떠올랐다. 수레는 뒤집힌 채 바퀴 하나를 반쯤 들고 있었고, 말은 바위 그림자에 묶인 채 바닥을 긁었다. 다친 후보생 둘은 방패판과 짐포대 사이에 몸을 낮춘 채 번갈아 눈을 붙이고 있었고, 교대 경계에 선 놈들은 자꾸만 넓은 길과 붕괴면 안쪽을 번갈아 봤다. 어느 쪽이 더 위험한지 모른다는 사실이, 칼이나 화살보다 먼저 사람 숨을 가늘게 만들고 있었다.

나는 적재 평지 가장자리의 낮은 돌턱에 앉아 젖은 천끈을 다시 조여 맸다. 손바닥 상처는 열이 빠지면서 더 욱신거렸지만, 아까처럼 감각이 흐려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정신이 지나치게 맑아져서 불편했다. 한 번 살아남고 나면 몸이 먼저 긴장을 푼다고들 하는데, 지금은 반대였다. 바닥 어디에 발을 디뎌야 하는지, 짐줄이 어느 각도로 걸려 있는지, 좁은 반각 앞쪽 절개면이 어디서부터 인공적으로 꺾이는지 같은 것들이 더 선명하게 보였다. 살아남은 직후라기보다, 누가 짜 놓은 구조 한가운데 아직 몸이 걸린 채 남아 있는 기분이었다.

붕괴면 안쪽에서는 리에트 아르셸이 다시 절개선 확인을 하고 있었다. 그는 횃불을 들지 않았다. 대신 바깥 반각 기둥에 걸어 둔 작은 등불 각만 이용해 벽면과 바닥의 눌린 결을 훑었다. 은빛 머리카락 끝마다 하얀 먼지가 얇게 앉아 있었고, 고개를 숙일 때마다 귀 끝 그림자가 흙벽에 길게 흔들렸다.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는 세라 벨로네가 무릎을 세운 채 기록판 위에 짧은 문장을 빠르게 적고 있었다. 검은 옆에 내려놓았지만 손은 계속 허리춤 문서 뭉치와 기록판 사이를 오갔다. 보고를 올리지 않겠다고 정한 뒤부터 그녀는 오히려 더 바빠졌다. 말 대신 사실을 먼저 붙잡아 두려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아까 낮에 들었던 말들이 다시 떠올랐다. 보호가 아니라 확보. 생환 시 한시 유예. 반응자. 단독 이탈 금지.

이름을 불러 사람처럼 말하는 문장보다, 사람을 물건처럼 옮기는 문장이 더 많이 남아 있는 밤이었다.

“손 안 쓰면 굳어.”

세라가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말했다.

나는 천끈 끝을 당기던 손을 멈췄다.

“걱정해 주는 소리로 들리면 곤란한데.”

“그럼 곤란하게 듣지 마.”

대꾸는 짧았지만 곧바로 이어졌다. “내측 확인 다시 들어갈 거면 지금부터라도 움직여 둬.”

나는 손을 펴고 쥐어 봤다. 따끔했지만 움직이긴 했다. 상처보다 더 거슬리는 건 세라 목소리가 전투 직후보다 한층 낮아졌다는 점이었다. 화를 누른 사람, 혹은 이미 화를 넘긴 사람이 내는 소리였다. 그 차이가 묘하게 더 신경을 긁었다.

붕괴면 앞쪽에서 리에트가 낮게 휘파람 비슷한 숨을 내뱉었다.

“여기 좀 봐.”

우리는 동시에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절개면 오른편, 아까 검은 철편이 드러났던 자리보다 반 걸음쯤 위였다. 흙벽 표면은 평평해 보였는데, 리에트가 칼등으로 겉흙만 아주 얇게 밀자 안쪽에서 다른 결이 나왔다. 긁힌 선이 세로가 아니라 비스듬히 교차하고 있었다. 광맥을 캐거나 돌을 깨는 자국이 아니라, 판처럼 얇은 걸 한 번 대고 눌렀다가 빼낸 자국 같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까이 갔다. 세라도 기록판을 접어 들고 뒤따랐다.

리에트가 벽을 가리켰다.

“아까 본 유도 홈이 바닥에서 끝나는 줄 알았지?”

“아니었어?” 세라가 물었다.

“아니.” 리에트는 칼끝으로 흙 한 겹을 더 벗겨 냈다. “사람 발을 미끄러뜨리는 선이 아래에 있고, 그 위엔 몸을 벽 쪽으로 붙게 만드는 눌림이 있어. 누가 도망칠 때 어느 쪽 어깨가 먼저 닿는지까지 계산한 자리야.”

나는 벽과 바닥 사이 거리를 다시 재 보듯 시선을 굴렸다. 실제로 그랬다. 넓은 진입로에서 당황해 안쪽으로 틀면 왼발이 먼저 밀리고, 몸을 추스르려 오른어깨를 벽 쪽으로 들이대게 된다. 그 상태에서 바로 다음 턱으로 발을 옮기면, 좁은 적재 평지 말고는 설 자리가 없다. 살아남는 위치가 우연이 아니라 유도라는 감각이 등 뒤로 서늘하게 훑고 지나갔다.

세라가 벽을 노려보며 말했다.

“사람을 죽이는 덫이 아니라, 살아남는 방향을 고르는 덫이네.”

“정확히는 고르게 만드는 덫.” 리에트가 정정했다. “누가 어디로 몰리는지 보는 용도지.”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아까 그가 내게 던졌던 두 글자를 다시 떠올렸다. 너만.

불쾌한데 반박할 말이 없었다. 구조를 읽고 사람을 버리지 않고 전열을 세우는 쪽을 보려 했다면, 이 길 전체가 나를 겨냥한 시험판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세라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대신 허리춤 문서 뭉치를 꺼냈다. 그중 가장 얇은 종이 한 장을 빛에 비춰 본 뒤, 바로 손바닥 안으로 접어 숨겼다. 순간 반사적으로 시선이 그쪽으로 갔다. 세라는 그 시선을 알아차리고도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기록판만 다시 폈다.

그 작은 동작 하나가 사람을 더 예민하게 만들 때가 있다.

“그건 뭐야.”

내가 묻자 세라 시선이 천천히 올라왔다.

“기록용지.”

“방금 접은 건?”

“같은 말 두 번 하게 하지 마.”

그 목소리가 차갑게 내려앉는 순간, 리에트가 슬쩍 한 발 물러섰다. 방금까지는 벽과 바닥을 읽던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사람 사이 각을 읽는 얼굴이었다.

나는 세라 손에 들린 문서 뭉치를 끝까지 보았다. 두툼한 공식 기록용지 사이에 질감이 다른 종이 한 장이 끼어 있었다. 기사단 인장 문서에 자주 쓰는 빳빳한 재질이 아니었다. 오히려 여러 번 접었다 편 탓에 모서리가 먼저 닳은 종이였다. 아까 갈림목에서 보았던 것과 비슷한 종류.

“기록용지에 왜 접은 자국이 그렇게 많아.”

세라 턱선이 아주 미세하게 굳었다.

“현장에서 종이 접는 게 이상해?”

“이상한 건 종이가 아니라 숨기는 쪽이지.”

짧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바깥 횃불이 한 번 크게 흔들리면서 넓은 진입로와 적재 평지 사이 바닥을 길게 비췄다. 깨진 짐통, 뒤집힌 수레바퀴, 붕괴면 앞 절개선, 그리고 세라 손가락이 종이 모서리를 붙잡은 자리까지 순서대로 빛이 훑고 지나갔다. 장면이 너무 또렷해서 거짓말을 하기도 애매한 순간이었다.

리에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둘 다 소리 높일 거면 밖에서 해. 여기선 벽도 듣는다.”

세라가 눈 한 번 감았다 뜬 뒤, 문서 뭉치를 접어 허리춤에 꽂았다.

“밖으로 나가.”

명령이었다. 나를 향한 것인지, 리에트를 향한 것인지 모호했지만 결국 우리 셋은 적재 평지 쪽으로 다시 물러났다.

바깥 반각은 좁았지만 구조가 분명했다. 왼쪽엔 방패판 두 장이 겹쳐 세워져 있고, 그 뒤엔 다친 후보생들이 웅크린 자리와 물자 자루가 이어져 있었다. 정면엔 붕괴면 안쪽으로 들어가는 낮은 틈이 있고, 오른편엔 수레를 눕혀 만든 임시 가림막과 말이 묶인 바위턱이 있었다. 대사를 주고받기 전 어디로 피할 수 있는지가 먼저 보이는 자리였다. 이상하게 그런 구조 속에 서니 사람 사이 말다툼도 그냥 감정이 아니라, 누가 어느 방향을 막고 누구를 어디에 세우려 하는지까지 같이 읽혔다.

세라는 방패판 그림자 안쪽으로 나를 불러 세웠다. 리에트는 한 걸음 바깥, 바위턱 옆에 기대 선 채 경계를 보는 척하면서도 우리 대화를 놓치지 않을 거리만 유지했다.

“지금부터는 내가 묻는다.” 세라가 말했다. “너, 아까 그 철편 표식 보고 뭐까지 떠올렸어.”

“왜 먼저 그걸 묻지.”

“대답.”

그녀 말끝이 짧게 잘렸다. 감정이 앞섰다기보다, 감정이 더 나가기 전에 틀을 만들려는 태도였다. 나는 일부러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로웬 메모 가장자리에 비슷한 축약선이 있었어. 길 표시가 아니라, 누가 먼저 손댄 자리를 다시 만졌다는 표식에 가까웠지.”

“그뿐이야?”

“아니.”

나는 숨을 한 번 골랐다. “그 표식이 네 문서 가장자리 문양이랑 같은 계열처럼 보인다는 것도.”

세라 표정에서 아주 짧게 빈틈이 났다. 부정이 아니라, 예상보다 일찍 들켰다는 순간의 정지였다. 그걸 보는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맞네.”

내 입에서 먼저 말이 나왔다. “적어도 완전히 무관하진 않네.”

“에이드리언.”

“뭘 그렇게 부르지 마. 사람 이름 불러 놓고 종이엔 다른 이름으로 적어 두는 쪽처럼 들리니까.”

세라 눈빛이 확연히 날카로워졌다. 그런데 뒤로 물러서지는 않았다.

“그 문서 봤어?”

“전부는 못 봤겠지. 너는 처음부터 안 보여 줬으니까.”

“못 봤으면 추측으로 사람 몰지 마.”

“추측?” 나는 웃음 비슷한 걸 삼켰다. “외곽 검문 막사에서 내 이름 앞에서만 별도 확인이 붙었고, 갈림목 표식도 너만 알고 있었고, 넓은 진입로가 함정이라는 걸 확인한 뒤에도 보고를 미뤘어. 아까는 분류표가 거짓일 수 있다는 것도 인정했지. 이제 남은 게 뭔데. 종이 한 장에 내가 뭔지 적혀 있는지 아닌지뿐이잖아.”

말이 거칠게 나간 건 알았다. 그런데 멈출 수가 없었다. 아센포드에서 떠날 때부터 쌓이던 모욕이 지금 이 반각 안에서 갑자기 이름을 찾은 느낌이었다. 하위 직업, 정리 대상, 보조 인력, 생환 시 유예. 그 모든 말이 결국 한 줄로 이어져 있었다면, 나는 처음부터 원정 인원이라기보다 운반 대상이었던 셈이니까.

세라가 낮게 내뱉었다.

“네가 생각하는 만큼 단순하진 않아.”

“단순하지 않은 건 늘 너희 쪽이지. 당하는 쪽은 단순해. 모른 채 따라가거나, 알고도 늦게 알거나.”

바위턱 쪽에서 리에트가 아주 작게 혀를 찼다. 누군가를 말리는 소리라기보다, 결국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소리였다.

세라는 내 말을 끝까지 들은 뒤 허리춤 문서 뭉치를 다시 꺼냈다. 이번엔 숨기지 않았다. 대신 가장 바깥 종이 두 장을 넘기고, 중간에 끼워 둔 접힌 조각 하나를 빼냈다. 종이는 정말 여러 번 접혔다 펴져 모서리가 하얗게 일어나 있었다. 오른쪽 아래는 손으로 급히 찢은 자국이 남아 반듯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걸 내게 바로 건네지 않았다. 대신 자기 손 안에서 절반만 펼쳤다.

“전부는 못 보여 줘.”

“그래서 늘 일부만 주는 거구나.”

“끝까지 비꼴 생각이면 접는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세라는 잠깐 나를 노려보더니 종이를 더 폈다.

횃불 빛이 종이 위를 비스듬히 스쳤다. 정식 기사단 문체였다. 문장은 짧고 건조했다. 상단 인장 절반은 찢겨 나갔지만, 중간 줄 몇 개는 또렷했다.

`반응자 단독 이탈 금지.`

`현장 위험 확대 시 현장 지휘 재량 범위 내 임시 보호 가능.`

`필요 시 성도 확인 담당 또는 상급 기사 인계.`

그 아래 줄은 찢겨 있었다. 그러나 남은 한 단어만으로도 충분했다.

`우선…`

나머지는 사라졌는데도, 오히려 그 빈칸이 더 또렷했다. 누가 우선인지, 무엇이 우선인지, 사람 목숨인지 보고 절차인지 확보인지 같은 말들이 그 빈칸에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었다.

나는 종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물었다.

“이걸 언제부터 알고 있었어.”

“출발 전날.”

“그리고 지금까지 말 안 했고.”

세라 손가락이 종이 끝을 더 세게 눌렀다.

“전부를 안 것도 아니야. 나도 일부만 받았어.”

“그래서?”

“그래서 처음엔 그냥 규정 연장선인 줄 알았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들었다.

“지금 와서 그런 말 믿으라고?”

세라가 즉시 받아쳤다.

“안 믿어도 돼. 대신 끝까지 들어.”

그녀 목소리는 낮았지만 딱딱하게 잠겨 있었다. 화가 난 사람보다, 자기 말이 어떤 값으로 들릴지 이미 알고도 해야 하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외곽 검문 막사에서 네 이름 앞에만 별도 확인이 붙는 걸 봤을 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갈림목 표식도 그 뒤에 겹쳐 보였고. 그다음엔 첫 야영지 제3자 흔적. 여기 와서는 분류표가 거짓일 수 있다는 현장 구조까지 나왔지.”

“그래서 숨겼어?”

“그래서 확인하려고 늦췄다.”

“말장난이네.”

“아니.” 세라가 처음으로 말을 끊듯 강하게 뱉었다. “네가 지금 제일 듣기 싫어하는 답인 건 알아. 그래도 아니야. 보고를 올렸으면 너는 이미 여기 없었어.”

그 문장이 방패판 안쪽 공기를 단번에 굳혔다.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못 한 게 아니라, 목 안쪽이 먼저 막혔다. 세라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계속 말했다.

“검문 막사에서 성도 하급 사제가 네 이름 앞에서만 저 확인 문구를 꺼냈을 때, 내가 바로 기사단 쪽으로 정식 보고를 넣었다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원정은 거기서 끊기고, 넌 따로 떼어졌겠지. 겉으론 보호라 해도 결국 다른 손으로 바로 넘어갔을 거야. 나는 옆에서 협조만 하는 사람으로 남고.”

“대상.”

내가 그 단어를 되풀이하자 세라 표정이 일그러졌다.

“나도 그 표현 싫었어.”

“그래도 문서엔 그렇게 적혀 있지.”

“그래. 적혀 있더라.”

그녀는 종이를 접지 않은 채 그대로 쥐었다. 손등 핏줄이 올라와 있었다.

“그래서 내가 원문 일부를 찢었어.”

이번엔 리에트가 바로 고개를 들었다. 나도 숨이 멎듯 멈췄다.

세라는 낮게, 그러나 또렷하게 말했다.

“상단 인계 우선 조항. 보고 시각. 확인 계통 표식 일부. 그거 그대로 들고 다니면, 나중에 누가 봐도 내가 즉시 넘겨야 하는 문서가 되니까.”

“미쳤네.” 리에트가 중얼거렸다. “귀족 기사 후보가 문서를 손상시켰다고?”

세라가 그를 노려봤다.

“네가 할 말은 아니겠지.”

“난 적어도 누구 넘기라는 문서 들고 다니진 않아.”

“넌 바깥에서 우릴 관찰했잖아.”

“관찰과 인계는 다르지.”

말이 날카롭게 부딪쳤다. 그런데 나는 그 둘 중 누구에게도 바로 끼어들지 못했다. 시선은 자꾸 세라 손에 들린 찢긴 종이로 돌아갔다. 찢겼다는 사실이 나를 안심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원문이 있었다는 뜻이고, 세라가 그 문서 일부를 실제로 훼손했다는 뜻이며, 동시에 끝까지 없애지는 못했다는 뜻이니까.

“왜 다 찢어 버리지 않았어.”

내가 묻자 세라는 잠깐 입을 다물었다.

“그러면 내가 뭘 지우고 있는지 나도 놓친다.”

“그래서 들고 다니며 계속 확인해?”

“맞아.”

그 대답이 너무 빨라서 오히려 거짓말처럼 안 들렸다.

세라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이 문서가 어디까지 같은 선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하려면, 손에서 놓으면 안 됐어. 네가 위험한지 아닌지보다 먼저, 누가 널 위험한 방식으로 다루려 하는지 보려고 했지.”

“결국 날 본 건 맞네.”

“그래.”

이번엔 세라가 망설이지 않았다. “봤어. 감시선 위였으니까. 그런데 넘기려고 본 건 아니야.”

나는 그 말을 바로 믿지 못했다. 믿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가 외곽 검문 막사부터 지금까지 보고를 계속 보류한 이유가 감정적 호감 때문이 아니라는 건 오히려 더 확실해졌다. 현장과 사람이 같이 닫히는 걸 봤기 때문에 미룬 것이다. 그 판단은 선의라기보다 차갑고 더러운 계산이었다. 그래서 더 무거웠다.

리에트가 바위턱에서 팔짱을 푼 채 말했다.

“둘 다 한 가지는 인정해야겠네.”

세라가 짜증 섞인 눈으로 돌아봤다. “뭘.”

“이제는 누가 누구를 믿느냐보다, 누가 먼저 오기 전에 뭘 더 확인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거.”

나는 리에트를 흘겨봤지만 반박은 못 했다. 세라도 마찬가지였다.

침묵이 조금 길어졌다. 바깥에서 말이 다시 앞발로 바닥을 긁는 소리가 났고, 멀리 넓은 진입로 위에서는 마른 돌이 한 알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모두가 동시에 그쪽을 봤다. 경계에 서 있던 후보생 하나가 허리를 곧추세웠다가, 아무 일 없다는 걸 확인하고는 다시 자세를 낮췄다.

세라는 그 짧은 틈을 이용해 문서를 반쯤 접었다. 그런데 완전히 넣지는 않았다. 마치 더 숨겨도 소용없다는 걸 인정한 사람처럼, 손 안에만 쥔 채 물었다.

“네가 지금 가장 화나는 게 뭔지 알아.”

“알 리가 있나.”

“배신감만은 아니야.”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세라가 말을 이었다.

“처음부터 원정 인원이 아니라, 누가 데려가도 되는 무언가처럼 적혀 있었다는 거지.”

그 문장을 듣는 순간, 화가 다시 차오르려다가 이상하게 주저앉았다. 맞는 말을 남이 먼저 집어내면 분노가 더 커져야 하는데, 지금은 오히려 어디를 찔러야 하는지 정확히 알게 된 느낌이었다.

“알면서도 네가 그 문서 들고 내 옆에 서 있었다는 건 안 화나야 해?”

세라가 눈을 내리깔았다가 다시 들었다.

“그건 화내도 돼.”

순간 말문이 막혔다. 변명보다 저 대답이 더 불편했다.

그녀는 이번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나도 내가 그 문서 들고 선 게 마음에 안 들어. 근데 출발 전에 다 버리고 나오면 그냥 다른 사람이 그 자리로 들어와. 더 말 안 듣는 사람, 더 빨리 넘기는 사람. 그러면 적어도 갈림목에서 시간을 끌 기회도, 여기서 보고를 보류할 여지도 없었겠지.”

“그래서 네가 남았다?”

“그래서 내가 남았어.”

그 대답은 변명이라기보다 자기 목에 직접 거는 족쇄처럼 들렸다. 그래서 더 쉽게 용서할 수 없었다.

리에트가 코웃음쳤다.

“영웅적인 말로 꾸미진 않네.”

세라가 퉁명스럽게 답했다.

“그럴 생각 없으니까.”

나는 그 둘을 번갈아 보다가, 결국 세라 손안 종이를 다시 바라봤다.

“그 아래 찢긴 줄엔 뭐가 있었어.”

세라 입술이 굳었다.

“정확한 문장은 기억 안 나.”

“거짓말.”

“전부는 기억 안 나.” 그녀가 고쳐 말했다. “대신 뜻은 알아. 현장 불안정 시 확보 우선. 성도 확인 절차와 충돌하면 상급 기사단 판단을 미룰 수 있다. 그런 계열이었어.”

“확보 우선.”

나는 그 말을 천천히 되풀이했다. 이제는 분노보다 머리가 먼저 식었다. 확보 우선이라면, 저 넓은 진입로와 유도 홈과 절개면도 하나의 문장처럼 이어졌다. 살아남는 위치를 고르게 만드는 덫, 분류표를 거짓으로 붙여 안쪽으로 밀어 넣는 구조, 현장 불안정을 이유로 사람을 분리 인계할 수 있는 문서. 누군가가 사람보다 반응과 결과를 먼저 챙기려 했다면, 이 모든 건 너무 잘 맞아떨어졌다.

리에트가 낮게 물었다.

“그 문서에 성도 쪽 표식도 있어?”

세라가 잠깐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직인까지는 아니어도, 확인 계통 기호가 섞여 있어.”

“그럼 더 이상 기사단 단독 문서도 아니네.”

“나도 그렇게 보고 있어.”

방패판 뒤쪽에서 다친 후보생 하나가 기침을 했다. 우리는 동시에 소리를 죽였다. 바깥 경계에 선 녀석이 잠깐 이쪽을 보다가 다시 넓은 진입로로 시선을 돌렸다. 말다툼은 잠시 멈췄지만, 멈춘 자리에서도 문서에 적힌 단어들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단독 이탈 금지.

필요 시 인계.

확보 우선.

나는 세라에게서 종이를 받아 들었다. 그녀는 잠깐 주저했지만 놓았다. 종이는 생각보다 차갑고 얇았다. 접힌 선마다 손때가 묻어 있었다. 숨기면서도 계속 꺼내 봤다는 증거였다. 문장 자체보다 그 손때가 더 기분 나빴다. 나를 둘러싼 판단이 이미 여러 번 이 종이 위에서 오갔다는 뜻처럼 느껴졌으니까.

그런데 종이를 빛에 비춰 보다가, 문장보다 먼저 다른 게 눈에 들어왔다. 찢긴 아래줄 왼쪽 가장자리였다. 잉크가 번진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눌린 자국이었다. 누군가 같은 종이 뭉치 위에 다른 걸 얹고 쓴 압력 흔적. 글자는 다 읽히지 않았지만 끝 부분이 남아 있었다.

`…문 개방 시`

내 손이 멈췄다.

세라도 그 시선을 따라왔다.

“왜 그래.”

나는 종이를 더 빛 쪽으로 기울였다. 눌린 자국 아래에 한 줄 더 있었다.

`…반응 확인 후`

온몸이 서늘해졌다.

“이거.” 내가 낮게 말했다. “이 문서 한 장만이 아니야.”

리에트가 곧장 다가왔다.

“보여.”

나는 종이를 넘기지 않고 눌린 자국만 가리켰다.

“위에 다른 문서 올리고 쓴 흔적이 남아 있어. 완전한 글자는 아니지만, 봉인문이나 개방 쪽 문구가 들어간다.”

세라가 종이를 홱 다시 가져갔다. 그녀도 빛에 비춰 봤다. 그리고 이번엔 진짜로 얼굴빛이 조금 바뀌었다.

“이건 못 봤어.”

“네가 안 봤든 못 봤든, 같은 묶음 안에 있던 거잖아.”

“그래.” 세라 목소리가 확실히 낮아졌다. “같은 뭉치였겠지.”

리에트가 벽 쪽을 돌아봤다.

“반응자 확보, 단독 이탈 금지, 봉인문 개방 시 확인.”

그는 일부러 또박또박 나열했다. “좋은데. 점점 덜 우연해지네.”

세라가 문서를 접어 품 안에 넣었다. এবার은 허리춤이 아니라 갑옷 안쪽이었다.

“말 바꾼다.”

그녀가 말했다. “새벽 전 내측 확인, 그대로 간다. 아니, 더 해야 해.”

나는 바로 되물었다.

“아까는 너무 깊이 안 간다며.”

“지금도 깊이 들어가진 않아.” 세라가 붕괴면 안쪽을 턱으로 가리켰다. “대신 봉인문 계열 구조가 있는지 확인할 만큼은 본다. 문장만 들고 나가면 또 지워질 수 있어.”

리에트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벽면 공진이 한 군데서만 올라오진 않았어. 오른쪽 틈 아래에도 비슷한 울림이 있어.”

내 손안 주머니 속 부적이 아주 약하게 떨렸다. 방금까지는 잠잠했는데, `문 개방`이라는 눌린 자국을 본 뒤부터 타이밍이 묘했다. 나는 곧바로 손을 눌러 반응을 죽였다. 이건 해답이 아니었다. 다만 현장 구조가 어디와 이어지는지 보조로 알려 줄 뿐이다. 핵심은 여전히 바닥 각도, 벽 눌림, 문서의 계열, 그리고 우리가 직접 잡아둘 수 있는 실제 증거였다.

“후보생 둘은?” 내가 물었다.

세라는 바로 답했다.

“이번엔 안 데려간다. 눈 많아지면 경계가 느슨해져.”

“그럼 셋이 가게?”

“그래.”

리에트가 짧게 웃었다.

“이제야 파티 같네.”

세라가 그를 노려봤다.

“착각하지 마. 임시 공조야.”

“알아. 그래서 더 오래 가기도 하지.”

나는 그 말에 괜히 짜증이 났다. 하지만 부정도 못 했다. 지금 우리 셋은 서로 믿지 않는데, 오히려 그 불신 때문에 같은 사실을 따로 검증할 수 있는 상태였다. 세라는 문서와 보고 흐름을 알고, 리에트는 현장 구조를 읽고, 나는 두 선이 어디에서 맞물리는지 짚는 역할이었다. 좋은 팀이라고 하긴 어려웠지만, 적어도 누가 짜 놓은 문장 끝으로 바로 걸어 들어가진 않을 조합이었다.

세라는 방패판 뒤에 기대 잠든 후보생 둘을 한 번 확인한 뒤, 바깥 경계에 서 있던 리엔을 불렀다.

“교대 바꾼다. 넓은 진입로 접근 금지 유지. 우리가 안쪽 반각 다시 본다.”

리엔이 굳은 얼굴로 물었다.

“지금요? 아직 동도 안 텄는데.”

“그래서 지금이다.” 세라가 잘라 말했다. “빛 들어오기 전에 누가 먼저 움직이는지 봐야 해.”

후보생은 더 묻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명령은 분명했고, 무엇보다 세라 얼굴이 더는 설명을 허락하지 않았다.

준비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횃불 두 개, 짧은 짐줄 한 타래, 기록판, 그리고 붕괴면 안쪽 바닥에 표시를 남길 흰 광분 가루 주머니 하나. 세라는 굳이 칼보다 작은 갈고리형 철촉까지 챙겼다. 리에트는 화살통 위치만 바꾸고 칼집을 느슨하게 풀었다. 나는 짐줄을 어깨에 걸며 다시 한 번 절개면과 넓은 진입로 거리를 눈으로 잰 뒤, 어느 쪽으로 무너지면 어디를 밟아야 하는지만 머릿속에 고정했다.

붕괴면 안으로 다시 발을 들이자 공기가 바로 바뀌었다. 바깥 반각은 말 냄새와 피, 흙먼지가 섞여 있었다면, 안쪽은 더 오래 닫혀 있던 냄새였다. 젖은 돌보다도, 한 번 덮였다가 다시 열릴 때 나는 묵은 먼지 냄새. 횃불을 낮게 들자 바닥의 유도 홈이 아까보다 더 선명했다. 세라는 일부러 그 선을 피해 왼쪽 가장자리로 발을 옮겼고, 리에트는 위쪽 틈과 옆벽 눌림만 번갈아 봤다. 나는 중간에서 둘의 이동 각을 같이 보며 짐줄 길이를 맞췄다.

“멈춰.”

이번엔 내가 먼저 말했다.

앞쪽 바닥은 평평해 보였는데, 횃불을 더 낮추자 미세한 광택이 보였다. 물이 아니라, 오래 닳아 매끈해진 돌면이었다. 겉흙 한 겹 아래에 다른 재질이 깔려 있었다.

세라가 무릎을 굽혔다.

“판석?”

“광갱 바닥에 이런 식으로?” 리에트가 주변 벽을 흘겨봤다. “사람 통로네.”

나는 손가락으로 흙을 살짝 긁어 보았다. 손끝 아래 단단한 모서리가 잡혔다. 자연석이면 둥글어야 하는데, 너무 반듯했다. 직선이었다.

“여기 바닥, 누가 묻었어.”

세라가 낮게 중얼거렸다. “위엔 광갱처럼 보이게 덮고.”

그 순간 오른쪽 벽 안쪽에서 아주 약한 울림이 올라왔다. 쇠를 가볍게 튕겼을 때처럼 맑은 소리는 아니었다. 더 깊은 곳 빈 공간이 먼 데서 한 번 되받는 소리였다. 리에트는 바로 횃불을 그쪽으로 틀었고, 세라는 기록판 대신 갈고리 철촉을 꺼냈다.

“벽 확인한다.”

그녀가 말했다.

철촉 끝으로 흙벽을 아주 약하게 두드리자, 소리가 일정한 구간이 있었다. 둔탁한 흙 소리 사이로 손바닥 반 너비만큼, 속이 빈 듯한 응답이 섞였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주머니 위를 눌렀다. 부적이 다시 한 번, 이번엔 아까보다 분명하게 떨렸다. 하지만 여전히 방향만 같을 뿐 설명은 없었다.

세라가 그 구간을 짚었다.

“여기.”

리에트가 벽 가장자리와 바닥 연결부를 확인했다.

“열리는 선이 있다면 아래쪽일 거야. 위는 흙 덮임이 너무 자연스러워.”

나는 바닥 판석 가장자리와 벽 눌림이 만나는 지점을 봤다. 정말로 하나가 다른 하나를 눌러 숨긴 흔적처럼 이어져 있었다. 누군가 문을 세워 놓고 그 앞을 광갱 붕괴면처럼 덮은 느낌. 자연 동굴에서 보기 어려운 정직한 선들이, 흙과 먼지 아래에서 간신히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세라가 벽 아래 갈고리 끝을 밀어 넣는 순간, 안쪽 어딘가에서 짧은 금속 마찰음이 났다. 우리는 동시에 얼어붙었다. 화살을 맞을 거리, 무너질 거리, 물러날 거리를 각자 따로 계산하는 침묵이었다.

하지만 곧이어 들린 건 날카로운 발사음이 아니라, 오래 잠겨 있던 판이 안쪽에서 한 번 걸렸다가 풀리는 듯한 낮은 울림이었다.

벽면의 흙이 가늘게 갈라졌다.

획불빛이 흔들리며 그 틈을 스쳤다. 처음엔 금 간 흙처럼 보였는데, 금 안쪽에 돌이 있었다. 더 정확히는 돌판 가장자리였다. 광갱 벽이 아니라, 사람이 세운 판.

“정말 있네.” 리에트가 숨을 죽인 채 말했다.

세라는 갈고리를 빼지 않은 채, 나를 잠깐 돌아봤다. 그 눈빛에 묘한 감정이 겹쳐 있었다. 아까까지의 불신, 문서를 들킨 사람의 껄끄러움, 그리고 지금 눈앞 사실이 자기 문서 계열과 이어진다는 확신이 동시에 섞인 얼굴이었다.

“에이드리언.”

“왜.”

“아까 그 눌린 자국 문장.”

“문 개방 시, 반응 확인 후.”

세라가 아주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이 그거일 수도 있어.”

나는 벽 틈을 봤다. 부적은 손안에서 일정한 박자로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발을 먼저 내딛게 만든 건 그 떨림이 아니었다. 눈앞에 드러난 돌판 가장자리, 바닥 판석 직선, 그리고 문서에 남은 눌린 자국이었다. 구조와 문장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반응 확인은 이미 됐겠지.”

내가 말했다. “누군가가 원한 방식으로.”

리에트가 낮게 욕설을 삼켰다. “좋지 않네.”

“그래도 열어 둔 건 맞아.” 세라가 답했다. “아니면 확인용 문구가 안 붙어.”

바깥에서 누군가 짧게 새를 쫓는 소리 같은 걸 냈다. 경계 교대 신호였다. 아직 큰 이상은 없다는 뜻. 하지만 이제 시간이 더 줄었다. 누가 먼저 올지 모르고, 이 문이 완전히 열리는 조건도 모른다. 지금 이 틈을 놓치면, 다음엔 우리가 아니라 문서를 쥔 다른 손이 먼저 이 벽 앞에 설지도 몰랐다.

세라는 결론을 내리듯 말했다.

“오늘은 끝까지 연다기보다, 열리는 방식까지 확인하고 돌아간다.”

나는 돌판 틈에 손을 가까이 댔다. 찬 기운이 아니라, 오래 닫힌 방 안 공기가 아주 얇게 새어 나왔다. 뒤쪽이 빈 공간이라는 확신이 손등 위에 닿았다. 그 공기와 함께, 부적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분명하게 떨렸다.

이번에도 나는 그 반응을 말하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건 신비가 아니라, 누가 어떤 문장을 현실 구조에 박아 놓았는지였다. 그리고 그 문장 끝에 내가 서 있다는 사실이었다.

돌판 틈은 횃불 빛 아래에서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었다.

우리는 셋 다 그걸 보고 있었지만, 같은 뜻으로 보고 있지는 않았다. 세라는 자기 문서와 현장이 같은 선으로 이어진다는 증거로, 리에트는 처음부터 숨겨진 길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증거로, 나는 누군가가 나를 여기까지 끌고 와 결국 무엇을 열게 하려 했는지의 시작으로 보고 있었다.

그 차이가 아직 우리를 갈라놓고 있었고, 동시에 이상하게도 같은 자리에서 붙잡아 두고 있었다.

세라가 갈고리 끝을 다시 조정해 돌판 아래턱에 걸었다.

“준비해.”

리에트는 즉시 오른쪽 어둠을 겨눴고, 나는 판석 가장자리와 물러날 발판을 다시 확인했다.

돌판 안쪽에서 아주 낮은 마찰음이 한 번 더 울렸다.

흙을 뒤집어쓴 벽이 아니라, 누군가 기다리고 있던 문이 우리 앞에서 처음 숨을 쉬는 소리였다.

열리는 벽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작가의 말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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