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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급 던전이라는 거짓말

무너진 턱 안쪽에서 나온 바람은 넓은 진입로를 곧장 지나가지 못했다. 정면의 공식 길은 수레 두 대가 나란히 들어갈 만큼 넓었고, 왼쪽의 적재 평지는 깨진 방패판과 뒤집힌 수레 때문에 반쯤 막혀 있었다. 오른쪽 비탈은 방금 흘러내린 흙 때문에 장화를 박아도 미끄러졌고, 위쪽 바위턱에는 리에트의 화살이 깨뜨린 돌조각이 아직 굴러내리지 못한 채 걸려 있었다.

나는 그 왼쪽 적재 평지 안쪽에 낮게 앉아 있었다. 세라는 내 앞쪽 반 걸음 왼편에서 검끝을 낮게 띄웠고, 리에트는 무너진 절개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서기는 수레 뒤에서 문서판을 끌어안고 있었고, 후보생 셋은 방패판 뒤에서 부상자를 가리면서도 넓은 길을 자꾸 곁눈질했다. 말 한 필은 바위 그림자 안에서 콧방울을 떨었다. 고삐가 끊겼다면 저 넓은 길로 튀었을 것이다.

위험은 끝나지 않았다. 화살은 멈췄지만, 멈춘 공격이 안전을 뜻하진 않았다. 넓은 길은 여전히 너무 반듯했고, 적재 평지는 살아남은 사람들을 한곳에 모아 두기에 너무 좁았다. 우리가 움직이면 누군가 다시 볼 수 있었다. 우리가 멈춰도, 이미 본 것을 누군가 기록했을 것이다.

손바닥에 감은 천이 젖어 있었다. 피는 더 흐르지 않았지만 손가락을 구부릴 때마다 살이 갈라지는 느낌이 올라왔다. 그 통증 덕분에 생각이 흐려지지 않았다. 조금 전 나는 발을 헛디뎌 떨어진 게 아니었다. 발을 디디고 싶게 만든 자리에서 걸렸다.

리에트가 칼끝으로 겉흙을 얇게 밀었다.

마른 회색 흙 아래에서 더 진한 층이 나왔다. 그 아래에는 또 다른 흙이 눌려 있었다. 비와 바람이 무너뜨린 흙이라면 이렇게 얌전히 갈라져 있을 리 없다. 위쪽 흙은 바깥 사면에서 긁어 온 색이었고, 아래쪽은 오래 갇혀 있던 광갱 흙이었다. 사이에는 손가락 두께만 한 빈틈이 길게 남아 있었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내딛지 마.”

리에트가 말했다.

창을 짚고 있던 후보생 하리엔이 발을 멈췄다. 리에트는 그 발 앞에 칼끝을 박아 바닥을 살짝 들어 올렸다. 얇은 껍질 같은 흙 아래, 발목 높이 벽면에 같은 간격의 긁힌 자국이 세 줄 드러났다. 광석을 캔 흔적이 아니었다. 발이 밀릴 방향을 정해 두는 얕은 홈이었다.

“한 번에 무너진 게 아니야.” 리에트가 말했다. “먼저 안쪽 벽을 얕게 깎았고, 다른 흙으로 덮었고, 마지막에 바닥 방향을 다시 긁었어. 자연 붕괴면 이런 순서가 안 나와.”

세라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먼저 넓은 진입로를 보고, 방패판을 보고, 부상자와 서기와 말을 차례로 보았다. 마지막으로 내 손까지 훑었다. 검을 든 기사 후보가 아니라, 이 좁은 평지에서 어느 물건과 어느 사람이 먼저 움직이면 무너지는지 재는 얼굴이었다.

나는 리에트가 드러낸 홈을 따라 방금 우리 발걸음을 되짚었다. 정면으로 들어가다 놀라 뒤로 빠지면 넓은 길 한가운데로 나온다. 왼쪽 적재 평지로 틀면 겨우 버틴다. 오른쪽 비탈로 오르면 위쪽 바위턱에 몸이 드러난다. 그리고 북서쪽 틈을 보고 안전해 보이는 첫 발판을 고르면, 발밑 껍질이 꺼진다.

“우리를 바로 죽이려던 건 아니야.”

내 말에 방패판 뒤가 조용해졌다. 부상자 하나가 숨을 삼켰고, 서기의 손이 문서판 모서리를 더 세게 눌렀다.

세라가 나를 보지 않고 물었다.

“그럼 뭘 보려고 했는데.”

“어느 쪽으로 살아남는지.”

나는 넓은 진입로를 가리켰다.

“공식 길을 버리는 사람. 줄이 끊기면 장비보다 사람을 먼저 붙드는 사람. 보고보다 안쪽을 먼저 보는 사람. 누가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보려고 했어.”

말하고 나니 속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매복이면 적을 찾으면 된다. 시험이면 다르다. 시험을 만든 쪽은 우리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이미 얻어 갔다. 특히 내가 뒤로 끌려가 살아남는 대신 대열을 먼저 본 것까지.

세라가 짧게 숨을 들이켰다.

“걷는 사람과 못 걷는 사람 나눠.”

명령은 바로 떨어졌다.

“발목을 접질린 둘은 방패판 뒤. 팔 다친 애는 창 내려놓고 부상자 쪽으로 붙어. 브렌, 말은 바위 그림자 안으로 더 넣어. 넓은 길 쪽으로 코 돌리지 마. 서기, 수레 뒤에서 나오지 말고 문서판은 품에 넣어. 지금 적는다고 위에 올릴 보고가 되는 건 아니야.”

서기의 얼굴이 굳었다.

“하지만 정식 중단 보고를 하지 않으면—”

“아직 아니다.”

세라가 잘랐다.

그 말은 원정 책임을 피하려는 말이 아니었다. 지금 정식 보고가 올라가면 사고 정리보다 회수와 인계가 먼저 올 가능성이 컸다. 기사단은 책임자를 찾고, 수련원은 분류표를 숨기고, 성도는 반응자를 따로 보려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현장은 치워지고, 사람은 나뉘고, 내가 가장 먼저 옮겨진다.

세라는 그걸 알고 있었다. 나도 알고 있었다. 리에트도 입을 다문 채 서기를 바라보는 눈빛만으로 이미 알고 있음을 드러냈다.

리에트가 피 묻은 짐줄 한 토막을 들어 올렸다. 단면은 칼에 잘린 듯 반듯하지 않았다. 가늘게 찢기고, 한쪽 섬유만 먼저 끊어진 모양이었다. 방패판 그늘에 놓인 짧은 칼날이 그 일을 했을 것이다. 사람을 깊게 찌르는 물건이 아니라 줄과 고삐, 방패 받침을 끊는 물건.

나는 그 칼날을 오래 보지 않았다. 물건 하나에 눈이 묶이면 다른 것이 사라진다. 저 칼날이 바꾼 건 줄 하나가 아니라 사람들의 거리였다. 방패판이 비틀리고, 말이 놀라고, 뒤쪽 사람이 넓은 길로 밀리고, 나는 손을 뻗어야 했다.

“찢긴 줄은 버리지 마.”

내가 말했다.

브렌이 망설였다.

“장비부터 빼야 하지 않습니까?”

“장비는 사람이 들고 나가야 해. 사람이 먼저야. 멀쩡한 줄은 사람 몸을 묶고, 찢긴 줄은 방패판 받침에 덧대. 끊긴 자리는 보이게 둬.”

시선이 내게 모였다. 전보다 덜 비웃는 눈이었다. 그래서 더 불편했다. 한 번 피를 흘리고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내 말이 현장 순서가 되어 가고 있었다. 누군가 이곳을 시험장으로 만들었다면, 바로 그런 변화를 보고 싶었을 것이다.

세라가 그 시선을 끊었다.

“에이드리언 말대로 한다. 사람부터 묶어. 짐은 그다음.”

그녀는 내 편을 든 게 아니었다. 가장 덜 죽는 순서를 고른 것이다. 그 차이가 오히려 믿을 만했다.

리에트는 작은 돌 하나를 붕괴면 아래로 굴렸다. 돌은 바로 떨어지지 않았다. 어딘가에 부딪혀 멈췄다가, 더 아래에서 한 번 더 소리를 냈다. 잠깐 뒤, 세 번째 소리가 더 깊은 곳에서 돌아왔다.

“빈 곳이 하나가 아니야.”

세라가 검끝을 낮췄다.

“층이 있다는 말인가.”

“중간턱이 둘. 바닥이 자연스럽게 꺼진 동굴이면 저 소리 안 나.”

후보생들의 얼굴이 더 굳었다. 초급 채집 광갱이라는 말과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초급이라면 위험은 작고, 길은 단순하고, 사고가 나도 밖에서 수습하면 된다. 그런데 이곳은 수습하러 나가는 걸음부터 누가 세고 있을지 모르는 곳이었다.

나는 수련원에서 받은 분류표의 문장을 떠올렸다. 진입 안정. 붕괴 위험 낮음. 초급 채집과 보급 훈련 병행 가능. 너무 익숙한 문장이라 더 역했다. 눈앞의 절개면을 보고도 그런 문장을 붙였다면 못 본 게 아니다. 본 뒤에 덮은 것이다.

“분류표에 서명한 사람이 몇이야.”

내가 묻자 세라의 입가가 딱딱해졌다.

“수련원 1차, 기사단 보급실 2차, 현장 안내원 확인.”

“세 손이 지나간 문서네.”

“그래서 더 나쁘다.”

세라는 낮게 말했다. 한쪽만 틀렸다면 실수라고 우길 수 있다. 세 손이 지나간 뒤에도 이 모양이면 실수로 끝나지 않는다. 누군가는 못 본 척했고, 누군가는 급을 낮춰 적었고, 누군가는 그 거짓말을 원정 명령으로 넘겼다.

리에트가 흙 아래에서 청흑색 돌조각 하나를 들어 올렸다. 겉은 주변 돌과 비슷하게 검었지만, 손가락으로 쪼개자 안쪽은 밝고 건조했다. 오래 젖은 광갱 돌이라면 속까지 어둡게 물들어야 했다.

“밖에서 섞은 돌이야.”

“색만 맞춘 건가?” 세라가 물었다.

“숲에서 덫을 숨길 때 새 잎으로 덮는 것과 같아. 광산에서는 돌을 덮었을 뿐이지.”

리에트의 말에 세라가 그를 보았다. 왜 리에트가 먼저 이 주변을 살폈는지, 엘프 쪽 봉인 흔적과 비슷한 배열이 왜 인간 수련원 광갱 입구에 남는지. 묻고 싶은 게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세라는 묻지 않았다. 지금 리에트를 믿어서가 아니라, 그가 현장을 가장 빨리 읽고 있어서였다.

“지금 아는 것부터 고정한다.”

세라가 허리춤에서 작은 기록판을 꺼냈다. 서기가 움찔했지만, 세라는 그의 문서판을 빼앗지 않았다. 공식 보고서를 쓰려는 게 아니었다. 눈앞 사실을 누군가 나중에 덮기 전에, 자기 손으로 못 박으려는 태도였다.

“리에트. 손댄 순서.”

“얕은 절개. 바깥 흙 덮음. 발목 높이 유도 홈. 위쪽 사격각. 아래쪽 빈턱 둘.”

세라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중간마다 그녀는 나를 보며 위치를 확인했다.

“넓은 길에서 네가 밀린 각도.”

“정면에서 왼쪽으로 두 걸음. 그다음 방패판 쪽으로 반 걸음. 뒤로 당겼으면 수레 앞바퀴와 후보생 사이가 벌어졌을 거야.”

“말은?”

“처음엔 오른쪽 비탈로 놀랐다가 짐줄 때문에 왼쪽에 묶였어. 고삐가 끊겼으면 넓은 길로 나갔을 거고, 넓은 길에서 몸을 돌리다 부상자를 밟았을 거야.”

세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부상자와 말, 방패판과 짐줄, 서기의 위치까지 기록판 안으로 들어갔다. 공식 보고가 아니었다. 나중에 누가 흙을 덮고 물건을 치워도, 여기서 사람이 어디에 있었는지 지우지 못하게 만드는 못질이었다.

그때 오른쪽 벽 아래에서 아주 얇은 금속 마찰음이 났다.

모두가 멈췄다. 세라는 먼저 몸을 돌려 내 앞을 막았다. 리에트는 소리가 난 벽이 아니라 반대편 어둠을 겨눴다. 나는 발밑부터 봤다. 공격이라면 소리가 난 곳에서 오지 않을 가능성이 더 컸다.

화살은 오지 않았다.

대신 흙 한 겹이 손가락 너비만큼 내려앉았다. 벽 아래 좁은 구멍 안에서 검은 철편이 드러났다. 광산 못처럼 보였지만 끝부분이 다르게 눌려 있었다. 머리 한쪽에는 작은 홈이 있었다. 점 셋, 짧은 획 하나, 다시 점 하나.

주머니 안쪽의 성철 부적이 아주 약하게 식었다. 뜨겁게 달아오르지 않았다. 길을 알려 주는 반응도 아니었다. 이미 봐야 할 자리에 섰으니 눈으로 읽으라는 무게였다.

나는 부적을 꺼내지 않았다. 모두의 시선을 물건 하나로 몰고 싶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철편 자체가 아니라, 그 철편 때문에 세라가 보고를 늦추고, 리에트가 다른 손의 흔적을 떠올리고, 후보생들이 넓은 길에서 한 걸음 더 물러난다는 사실이었다.

“만지지 마.”

리에트가 손을 멈췄다.

“왜?”

“새로 꽂은 게 아니야. 원래 안쪽에 있었고, 흙이 내려앉으면서 드러났어. 뽑으면 주변 흙결이 망가져.”

세라가 내 손을 보았다. 붕대 사이로 피가 조금 더 배어 있었다.

“가까이서 볼 수 있나.”

“가까이서. 손은 안 댄다.”

세라는 방패판을 든 후보생 둘에게 손짓했다. 그들은 철편 쪽으로 오지 않고 우리 뒤쪽을 반쯤 막았다. 리에트는 칼끝으로 구멍을 더 파지 않고 횃불 위치만 낮췄다. 빛이 바닥 가까이 붙자 눌린 홈이 또렷해졌다.

로웬 헤일이 낡은 지도 여백에 남겼던 약식 표시와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손버릇은 닮아 있었다. 길 안내가 아니라 경계. 들어오라는 표시가 아니라, 이미 누가 손댔다는 흔적.

“광산 못은 아니야.”

내가 말했다.

세라가 바로 물었다.

“아는 표시인가.”

“정확히는 몰라. 로웬 헤일이 남긴 경계 표시와 닮았어. 길 표시보다 손댄 자리를 남기는 쪽에 가깝다.”

리에트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러면 두 손이 겹쳤어. 누군가는 입구를 숨겼고, 다른 누군가는 숨긴 자리 위에 표시를 남겼지.”

“둘 다 우리 편이라는 보장은 없고.”

“그렇지.”

짧은 대답이 더 차가웠다. 오래전에 누가 경고를 남겼다고 해서 오늘 우리를 살리려 했다는 뜻은 아니다. 누군가는 문을 숨겼고, 누군가는 경계를 새겼고, 오늘 누군가는 우리를 여기까지 몰았다. 시간도 목적도 다른 손이 한 장소에 겹쳐 있었다.

세라는 기록판에 철편 위치를 적은 뒤 서기를 불렀다.

“너는 지금부터 내 말만 적어. 정식 보고 형식은 쓰지 마. 현장 메모다.”

“그렇게 쓰면 나중에 증거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네 글씨도 남긴다. 내 글씨만 있으면 내가 꾸민 걸로 몰 수 있거든.”

서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세라는 그 반응을 보고도 물러서지 않았다.

“네가 지금 빠지면, 나중에 공식 문서가 이 현장을 삼킨다. 남을 거야, 나갈 거야.”

서기는 문서판을 내려다봤다. 그는 싸울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문장을 위로 올리는 사람이었다. 그 문장이 사람을 살릴 수도, 먼저 치울 수도 있다는 걸 이제야 알아차린 얼굴이었다. 결국 그는 수레 뒤에서 나와 세라 옆에 섰다.

그 작은 이동이 대열을 바꿨다. 서기가 뒤쪽에서 앞쪽으로 오자 후보생 둘이 방패판을 다시 잡았다. 보급병은 말고삐를 공식 길 반대쪽으로 돌렸다. 다친 사람 중 하나는 자기가 기대고 있던 방패판이 넓은 길 쪽으로 기울었다는 걸 깨닫고 팔꿈치로 밀었다. 아무도 신뢰를 말하지 않았다. 그래도 몸은 같은 거짓말을 피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세라는 그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바깥 보고는 보류한다.”

누군가 숨을 삼켰다.

“대신 안쪽 구조를 짧게 확인한다. 깊이 들어가지 않는다. 여기서 본 것과 이어지는 첫 턱까지만 본다. 근거 없이 물러나면 우리는 사고 낸 원정대가 된다. 근거를 들고 물러나면, 적어도 다음 선택을 빼앗기진 않는다.”

그 말은 나를 감싸는 말이 아니었다. 세라는 자기 이름과 평가, 기사단 보고 절차를 함께 걸었다. 실패하면 원정 통제를 벗어난 후보가 된다. 성공해도 누군가의 분류표가 거짓이었다고 말해야 한다. 어느 쪽이든 편한 길은 없었다.

리에트가 작게 웃었다.

“그나마 사람다운 계산이네.”

“입 다물고 길이나 봐.”

“보고 있어.”

둘 사이 공기는 여전히 날카로웠다. 그래도 조금 전과 달랐다. 서로 마음을 연 건 아니었다. 다만 같은 위험을 각자 다른 방식으로 읽고 있었다. 세라는 책임과 보고를 보고, 리에트는 절개면과 덫을 보고, 나는 사람의 발과 끊긴 연결을 봤다.

우리는 안쪽에 들어갈 사람을 다섯 명으로 줄였다. 세라, 나, 리에트, 방패판을 든 하리엔, 횃불을 든 브렌. 나머지는 적재 평지와 바깥 반원을 지켰다. 짐줄은 둘로 나누었다. 하나는 뒤쪽 방패판을 바위턱에 묶고, 하나는 안쪽 경사 확인용으로 내 허리와 세라 손목 사이에 느슨하게 걸었다.

“혼자 앞서지 마.” 세라가 말했다.

“줄은 내가 묶자고 했는데.”

“그래서 더 말하는 거야.”

대꾸할 말이 없었다. 줄이 몸에 걸리자 조금 전 내가 붙잡았던 대열이 다시 손목으로 돌아왔다. 불편했지만 필요했다.

안쪽으로 첫걸음을 넣자 냄새부터 달라졌다. 바깥은 흙먼지, 말의 땀, 막 식은 피 냄새가 섞여 있었다. 안쪽에서는 젖은 돌보다 오래 닫힌 먼지가 먼저 올라왔다. 그 아래에 말라붙은 약초 냄새가 아주 희미하게 있었다. 로웬 헤일의 낡은 메모에서 맡았던 냄새와 닮았다.

바닥은 겉보기보다 단단했다. 자연스럽게 무너진 흙이라면 발을 디딜 때마다 밀려야 했다. 그런데 장화 밑에는 누가 한 번 다져 놓은 듯한 얇은 평면이 있었다. 넓은 길을 피해서 들어온 사람도 여기서 다시 일정한 보폭으로 걷게 만드는 바닥이었다.

리에트가 손을 들었다. 우리는 멈췄다.

“오른쪽 벽 말고 왼쪽 아래.”

횃불을 옮기자 벽 아래의 반복 홈이 더 드러났다. 발목 높이. 손으로 판 자국이 아니라 도구로 얇게 긁은 자국이었다. 발을 잘못 얹으면 앞으로 넘어지는 게 아니라 옆으로 밀린다. 옆은 넓은 진입로 쪽이었다.

하리엔이 낮게 욕을 삼켰다.

“도망치면 원래 길로 돌아가게 만든 겁니까.”

세라가 홈 가장자리를 검끝으로 살짝 눌렀다가 바로 거뒀다.

“도망치는 순서까지 보이게.”

말이 짧아질수록 결론은 선명해졌다. 이곳은 초급 던전이 아니라는 정도로 끝나지 않았다. 초급처럼 보이게 만든 뒤, 겁먹은 원정대가 어떤 순서로 무너지는지 드러나게 만든 자리였다.

더 안쪽에서 바람이 위아래로 갈라졌다. 위에는 좁은 틈, 아래에는 빈턱. 리에트가 아래쪽으로 돌을 굴리자 이번엔 세 번 소리가 났다. 첫 번째는 바로 앞, 두 번째는 조금 아래, 세 번째는 더 깊은 곳. 리에트는 고개를 들어 세라를 보았다.

“첫 턱까지만 본다는 말, 지키는 게 좋겠어.”

“무너질 것 같아?”

“무너지는 쪽보다, 열리도록 만든 쪽에 가까워.”

나는 그 말을 듣고 철편 쪽을 돌아봤다. 경계 표시, 다져진 바닥, 유도 홈, 되받는 바람. 전부 문처럼 이어졌다. 문은 꼭 넓게 열려 있지 않아도 된다. 사람을 특정 순서로 세우고, 특정 반응을 끌어내고, 마지막에 필요한 사람만 더 안쪽으로 오게 만들면 된다.

필요한 사람.

그 생각이 떠오르자 손바닥 상처가 다시 욱신거렸다. 내가 특별해서가 아니다. 내가 방금 이 구조가 바라던 방식과 다른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혼자 빠져나가지 않고, 끊어진 줄을 먼저 보고, 방패판을 비뚤게 세우라고 했다. 그게 누군가 찾던 반응이라면 기분 나쁜 일이다. 그래도 그 반응이 사람을 살렸다면 외면할 수 없다.

세라가 내 얼굴을 보더니 낮게 물었다.

“또 뭔가 보였어?”

“길이 아니라 순서야.”

“설명해.”

“넓은 길은 들어오게 만드는 길. 적재 평지는 살아남으면 붙게 되는 자리. 안쪽 바닥은 다시 걸음을 맞추게 만드는 자리. 철편은 누군가 그 순서에 손댔다는 표시.”

리에트가 말을 받았다.

“그리고 첫 턱 아래는 아직 안 보이지. 거기가 다음 질문이겠네.”

세라가 잠깐 눈을 감았다가 떴다.

“오늘은 질문만 확인한다. 답을 얻겠다고 내려가지 않는다.”

후퇴가 아니었다. 무작정 전진도 아니었다. 확인 범위를 긋는 명령이었다. 겁먹어서 물러나는 것과 살아남으려고 선을 긋는 것은 다르다.

우리는 첫 턱이 보이는 지점까지만 다가갔다. 아래쪽 빈 공간은 완전히 열려 있지 않았다. 흙과 돌이 반쯤 막았고, 틈 사이로 오래된 목재 받침의 썩은 끝이 보였다. 광산 받침목이라기엔 너무 안쪽이었고, 유적 문틀이라기엔 너무 거칠었다. 누군가 오래된 것을 덮어 광갱처럼 보이게 바꾼 흔적이었다.

브렌이 떨리는 손으로 횃불을 낮췄다. 빛이 흔들리자 벽 아래에 짧은 금속선 하나가 더 반짝였다. 이번엔 누구도 손을 뻗지 않았다. 세라가 먼저 손을 들어 막았다.

“여기까지.”

리에트도 반대하지 않았다.

“충분해. 지금 더 들어가면 우리가 증거가 아니라 실종자가 돼.”

그 말에 하리엔이 안도한 얼굴을 했다. 세라는 나무라지 않았다. 공포를 없애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공포가 사람을 흩뜨리지 않고, 사람을 살리는 순서 안에 머물게 하는 게 목적이었다.

바깥 적재 평지로 돌아왔을 때, 공기는 더 어두워져 있었다. 넓은 진입로에는 횃불 하나만 낮게 남겨 두었다. 빛은 길 전체가 아니라 바닥의 평평함만 얇게 드러냈다. 그 평평함이 더 싫었다. 안전해 보이기 위해 너무 정돈된 길이었다.

세라는 남은 인원 앞에 섰다.

“공식 분류표는 믿지 않는다. 넓은 진입로 접근 금지. 붕괴면 안쪽 절반을 중심으로 재배치. 새벽 전까지 교대 경계. 서기는 현장 메모 두 벌 작성. 하나는 내 기록판과 대조하고, 하나는 봉해 둔다.”

서기가 작게 물었다.

“봉한 뒤 어디에 둡니까?”

세라는 바로 답하지 않고 나를 보았다. 시험하는 시선이 아니었다. 조금 전 현장을 읽은 사람에게 실제 보관 위치를 묻는 시선이었다.

나는 적재 평지 오른쪽 바위 밑을 가리켰다가 고개를 저었다. 너무 먼저 떠오른 자리는 밖에서 뒤지기도 쉽다.

“말 옆은 안 돼. 놀라면 밟힌다. 수레 뒤도 안 돼. 밖에서 가장 먼저 뒤질 자리야. 방패판 안쪽, 다친 사람 머리맡 아래가 낫다. 훔치려면 부상자 사이로 들어와야 해.”

부상자 하나가 놀라 나를 보았다. 세라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싫으면 말해.”

그 후보생은 입술을 깨물었다가 고개를 저었다.

“두겠습니다. 대신 저도 위치를 압니다.”

“그래.” 세라가 말했다. “아는 사람이 둘 이상이어야 지워지지 않는다.”

그 한마디가 적재 평지 위에 무겁게 내려앉았다. 아는 사람이 많아지면 위험도 커진다. 하지만 한 사람만 알면 그 사람을 치우면 끝난다. 이 광갱을 만든 쪽이 바로 그 방식으로 움직였을지도 모른다. 문서를 나누고, 보고를 늦추고, 현장을 덮고, 아는 사람을 따로 떼어 놓는 방식.

나는 주머니 안 부적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차가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도 이번엔 그것에 매달리지 않았다. 부적이 알려 준 게 있다면, 눈앞 사람이 먼저라는 사실이었다. 부상자와 서기, 세라와 리에트, 보급병과 말, 방패판과 짐줄. 이것들이 같이 움직여야 살아남는다.

세라는 야간 배치를 더 촘촘히 갈랐다. 바깥쪽 절반에는 걸을 수 있는 사람 둘, 부상자 곁에는 팔이 멀쩡한 사람 하나, 말 옆에는 브렌, 붕괴면 앞에는 세라와 리에트가 번갈아 선다. 나는 공식 길 쪽을 직접 지키지 않는다. 대신 방패판 안쪽에서 발자국과 짐줄 상태, 봉한 메모의 위치를 본다.

“불만 있어?” 세라가 물었다.

“공식 길을 안 보게 하는 건 괜찮네.”

“네가 거기 오래 보면 또 혼자 뭔가 하려 들 것 같아서.”

“걱정이야, 감시야?”

“둘 다 아니야. 배치다.”

나는 짧게 웃었다. 호의로 꾸미지 않는 말이라 오히려 편했다. 세라는 나를 믿지 않는다. 나도 세라가 숨긴 지시문을 잊지 않았다. 리에트는 여전히 자기 이유를 다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우리는 방금 같은 거짓말을 본 사람들끼리 자리를 나누고 있었다.

리에트가 붕괴면 앞에서 돌아왔다.

“새벽 전에 바람 방향이 한 번 바뀔 거야. 그때 첫 턱 아래가 조금 더 보일 수 있어.”

“그때 들어가나?” 세라가 물었다.

“아니. 먼저 본다. 들어가는 건 그다음.”

리에트가 나를 보았다.

“네가 말한 순서대로라면, 저 안쪽은 문이 아니라 질문이야. 답하려고 뛰어들면 잡아먹히겠지.”

“엘프들은 늘 그렇게 돌려 말해?”

“인간들은 늘 바로 죽으러 가?”

세라가 둘 사이를 잘랐다.

“둘 다 그만. 새벽 전까지 살아 있어.”

대화는 거기서 끊겼다. 대신 움직임이 남았다. 서기는 두 벌의 현장 메모를 쓰기 시작했고, 브렌은 말 고삐를 더 짧게 잡았다. 부상자는 방패판 아래 봉한 종이를 손끝으로 확인했다. 후보생 둘은 넓은 길을 등지지 않으려 서로 위치를 바꿨다. 모두가 여전히 겁먹어 있었다. 하지만 겁이 사람들을 흩뜨리지 않고 한곳에 묶어 두고 있었다.

나는 적재 평지 끝에 앉아 붕괴면을 보았다. 안쪽 어둠은 넓은 길보다 좁고 불편했다. 그런데도 이제는 그쪽이 진짜 길처럼 느껴졌다. 밖으로 물러나는 길은 안전해서 열린 게 아니라, 누가 우리를 보기 좋게 펴 둔 길이었다. 안쪽은 위험했지만 적어도 거짓말의 속을 보여 주고 있었다.

세라가 내 옆에 잠깐 섰다.

“손은.”

“움직인다.”

“그건 대답 아니라고 했지.”

“아프다. 그래도 쓸 수는 있어.”

세라는 내 손을 보더니 천을 한 번 더 조였다. 일부러 다정하게 굴지는 않았다. 손놀림은 빠르고 거칠었다. 그래도 묶인 천은 전보다 덜 흔들렸다.

“안쪽 확인 때 무리하면 뺀다.”

“전열에서?”

“대열에서.”

그 한 글자 차이가 오래 남았다. 나는 전열에 설 몸이 아니다. 하지만 대열 안에서 빠지면 안 되는 자리라면, 그건 내가 처음 얻은 역할일지도 모른다. 좋다기보다 무거웠다. 그래도 쓸모없다는 말보다는 나았다.

리에트가 위쪽 바위턱을 보며 낮게 말했다.

“누가 이걸 초급이라고 불렀는지는 몰라도, 그 이름표는 이제 못 써.”

세라가 기록판을 덮었다.

“아직 밖엔 그렇게 적혀 있어.”

“그럼 밖의 글자와 안의 현장을 갈라야지.”

나는 붕괴면 아래 어둠을 보았다. 넓은 길, 적재 평지, 유도 홈, 철편, 첫 턱. 전부 한 줄로 이어졌다. 종이 위에는 초급 던전이라 적혀 있지만, 눈앞 현장은 다른 말을 했다.

초급이라는 이름은 이제 껍데기뿐이었다.

그 얇은 껍데기 뒤에서 누가 우리 반응을 기다리고 있는지 확인하려면, 우리는 새벽이 오기 전에 다시 저 안쪽을 봐야 했다.

작가의 말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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