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Top Banner Ad(reader-top)

오래된 호칭

문 안쪽 어둠이 말을 끝낸 뒤에도, 그 음성은 바로 사라지지 않았다. 낡은 종을 한번 쳤을 때 남는 잔향처럼, 착지대 공기 어딘가에 얇고 차가운 결로 남아 우리 살갗을 더듬고 있었다.

푸른 잔선은 문틀 오른편 비스듬한 홈을 따라 아직 살아 있었다. 돌가루를 뒤집어쓴 얇은 선 하나가 안에서 물을 머금은 쇠처럼 서늘하게 빛났고, 그 빛은 내가 비껴 선 발끝과 세라의 방패 아랫변을 번갈아 훑었다. 세라의 방패 아래에 어깨를 끼워 넣은 자세는 그대로였다. 방패에 실린 무게가 팔과 갈비뼈를 타고 천천히 밀려들었다. 리에트는 한 칸 높은 계단턱에서 활을 완전히 문 안쪽으로 돌린 채 서 있었다. 활끝은 흔들리지 않았지만, 시선만은 잔선과 문턱과 위쪽 추적선 사이를 쉼 없이 오갔다. 미리엘이 쥔 은실 구슬은 다섯째 홈과 아홉째 홈 사이에서 길게 떨었고, 브론이 박아 넣은 쐐기 둘은 금방이라도 비명을 낼 것처럼 마른 마찰음을 토하고 있었다.

위 계단에서는 아직 장대 끝이 돌을 긁었다. 누군가가 상단 턱을 더듬으며 길을 찾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 소리는 조금 전과 달랐다. 급하게 쫓아오는 위협이라기보다, 이 아래에서 먼저 시작된 절차에 끼어들지 못하고 바깥만 긁는 소리처럼 멀어졌다.

아무도 먼저 움직이지 못했다.

세라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다시 말해.”

그 말은 내게 한 것이 아니었다. 문 안쪽을 향한 명령이었다. 그녀는 방패 각도를 한 치도 풀지 않은 채 시선만 더 깊이 밀어 넣었다. 그 순간 방패 하중이 조금 더 내 쪽으로 넘어왔다. 세라는 위에서 밀려오는 힘과 아래서 다시 튀어 오를 반응을 동시에 막기 위해, 일부러 무게를 분산시키고 있었다.

문 안쪽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다섯째 홈 아래에서 짧은 금속 마찰음이 한 번 울렸다. 푸른 잔선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가 멈췄다.

미리엘이 숨을 들이마셨다.

“저 호칭… 그냥 부른 게 아니에요.”

그녀 시선은 어둠보다 바닥 가까운 곳을 향하고 있었다. 로웬 메모 조각, 성도식 외피 판, 내가 아직 거두지 못한 수련원 배정 문건 사본. 말보다 먼저 물증을 확인하는 눈이었다. 하지만 그 눈 아래로 지나가는 공포는 숨기지 못했다.

세라가 물었다.

“어디서 봤지.”

“본 게 아니라 정리했어요.”

미리엘은 입술 안쪽을 한번 깨문 뒤 말을 이었다.

“삭제 교리 정리실에서요. 금지 구절이나 회수 보류 문장을 따로 옮겨 적는 장부가 있었어요. 원문을 통째로 남기진 않고, 색인어랑 처리 표식만 따로 뽑아 적는 식이었죠. 거기서… 계승 표식, 보관, 왕좌, 기록 계통 같은 말이 한 줄에 같이 걸려 있었어요.”

브론이 바로 반응했다.

“불온 문구 장부?”

“정식 교리 바깥에서 오래된 봉인문이나 삭제된 이름을 건드리는 쪽.”

미리엘 손이 은실을 너무 세게 쥔 나머지 손마디가 희어졌다.

“정리실에서는 뜻보다 갈라놓는 말이 먼저였어요. 읽지 말고 베껴 적으라고 배웠으니까. 그래서 기억나는 것도 문장보다 순서예요. ‘왕좌 기록 계통’은 회수 금지군. ‘보관자’는 확인 전 따로 빼 두는 표기. ‘계승 표식’은…”

그녀 목소리가 거기서 걸렸다.

“지워짐.”

세라 눈매가 더 가늘어졌다.

“확인 전 분리.”

그녀는 그 네 글자만 떼어 다시 중얼거렸다.

“그게 성도 쪽 실무어라면, 저건 옛 문이 이름을 알아본 게 아니야. 분류를 집어 든 거다.”

브론이 건조하게 웃었다.

“좋군. 축복문도 환영문도 아니란 소리네.”

그는 쐐기 머리를 손끝으로 누른 채 나를 올려다보았다.

“값이 또 바뀌었어.”

세라가 바로 쏘아붙였다.

“사람을 값으로 읽는 버릇은 끝까지 못 버리나.”

“값을 안 읽으면 먼저 목이 달아나.”

브론은 아예 시선도 피하지 않았다.

“위에서 우리를 민 놈들도, 아래서 이름을 부른 장치도 전부 같은 계산으로 움직이고 있어. 저 녀석이 그냥 희귀직이면 굳이 분류를 덧씌우고, 길을 돌리고, 다시 끌고 갈 손까지 겹쳐 붙일 이유가 없지.”

그는 문틀 안쪽 검푸른 띠를 턱짓했다.

“이제 확실하군. 네놈은 문을 여는 손이 아니라, 문이 확인하려 드는 대상이다.”

그 말은 이상할 만큼 정확해서 더 불쾌했다.

열쇠라고 부르면 아직 손에 쥘 수 있는 물건 같았다.

보관자라고 부르면 이야기가 달랐다.

누군가 맡겨 둔 것을 들고 있다는 뜻에 더 가까웠다. 힘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회수당할 수 있는 자리. 전달되기 전까지 분리 보관되는 칸.

리에트가 낮게 말했다.

“둘 다 반만 맞아.”

우리는 동시에 그녀를 봤다. 리에트는 여전히 문 안쪽과 발밑 선만 읽고 있었다.

“문은 사람을 반기지 않아. 분노도 없고, 경외도 없어. 감정은 없다.”

그녀 활끝이 다섯째 홈과 아홉째 홈, 내 발이 비껴 선 잔선, 세라의 방패 아랫변을 차례로 짚었다.

“확인 순서만 있다. 첫째는 위치. 가운데를 피했는지. 둘째는 하중. 누가 선을 어떻게 버티는지. 셋째는 반응. 호칭을 던졌을 때 누가 먼저 흔들리는지.”

미리엘이 퍼뜩 고개를 들었다.

“반응까지 본다고요?”

“지금도 보고 있잖아.”

리에트는 담담했다.

“말을 던지고 바로 죽이지 않았어. 우리는 아직 살아 있고, 저건 우리가 어디를 보는지, 누가 무엇에서 멎는지 기다린다. 문이 아니라 확인용 장치다.”

확인용 장치.

사람 가르는 선.

확인 전 분리.

따로 떠 있던 말들이 또 한 줄로 붙었다.

세라가 방패 하중 일부를 다시 내 쪽으로 넘기며 말했다.

“기사단도 비슷한 걸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커.”

그녀가 먼저 그렇게 인정할 줄은 몰랐다. 목소리는 딱딱했지만, 그 안에는 현장 기사 대신 보고 흐름을 읽는 사람의 계산이 들어 있었다.

“내가 들고 있던 문서에는 저 호칭이 직접 쓰이진 않았어. 그래도 ‘대상 접촉 시 보고’, ‘단독 이탈 금지’, ‘상급 인계 우선’이 전부 네 움직임에만 과하게 붙어 있었지. 당시엔 반응자 확보 절차 정도로 읽었어.”

세라는 한 번 숨을 골랐다.

“하지만 지금 보니 확보 뒤에 붙는 분류가 따로 있었을 수 있다. 이름을 실무 기록에 올리지 않고, 윗선 봉쇄 절차로 바로 넘기는 종류.”

나는 방패 아래에서 겨우 고개를 들었다.

“왜 숨겼지.”

세라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위 계단에서 장대가 더 깊이 미끄러져 내려왔고, 그녀는 몸부터 틀어 그 충격을 받아 냈다. 방패가 울리고, 그 무게가 다시 내 어깨와 팔뼈를 세게 눌렀다. 숨이 턱 막혔다.

그녀는 그제야 짧게 말했다.

“숨겨야 통제할 수 있으니까.”

짧았지만 더 붙일 말이 없는 대답이었다.

“현장 기사들은 이름을 알면 먼저 판단하려 든다. 보고 계통은 판단보다 인계를 원하고. 성도는 더하겠지. ‘보관자’ 같은 말이 실무 쪽에 돌기 시작하면 넌 보호 대상이 아니라 봉쇄 대상이 된다.”

보호가 아니라 봉쇄.

확보가 아니라 분리.

이름 하나가 붙는 순간, 사람의 움직임이 문서 위 칸으로 접히는 방식.

로웬 메모가 다시 떠올랐다.

열세 번째 줄을 다시 읽어라.

도시 안이 더 위험하다.

처음엔 숨은 길을 찾으라는 뜻으로 읽었다.

그다음엔 광갱, 정화문, 폐선 같은 이름을 의심하라는 경고로 읽혔다.

그리고 지금은 그보다 한 칸 더 안쪽이 보였다.

도시 안이 더 위험한 이유는 벽이 높아서가 아니라, 이름이 붙는 순간 사람까지 다른 손의 재고품처럼 분류되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미리엘이 힘겹게 말을 이었다.

“정리실 장부도 그랬어요. 정확한 문장은 지우는데, 분류는 남겨요. 뜻이 아니라 처리 순서를 남기는 식으로.”

그녀는 눈을 감았다 떴다.

“‘보관자 확인 전 임시 침묵.’ ‘기록 계통 재개 시 외부 낭독 금지.’ ‘왕좌 계열은 현장 보고보다 상위 봉쇄 절차 우선.’ 전부 조각뿐이었어요. 그땐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지금 들으니 전부 한 묶음이에요.”

브론이 혀를 찼다.

“좋아. 누가 얼마나 많이 숨겼는지는 흐려도, 왜 네놈을 그냥 두지 않았는지는 선명해졌군.”

그는 문틀 밑을 손톱으로 긁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면 내 계산도 바뀐다. 네놈이 단순 길잡이면 한몫 챙겨 빠지면 그만이었어. 그런데 네놈이 아래 구조를 깨우는 쪽이면, 네 옆에 붙는 놈부터 더 큰 몫도, 더 큰 화도 같이 받는다.”

세라가 차갑게 물었다.

“결국 네 머릿속엔 그 계산뿐이군.”

“아니.”

브론이 시선을 들어 그녀를 봤다.

“한 칸 더 나갔지. 큰 몫을 가져가는 놈부터 먼저 잘린다는 계산도 포함이야.”

그는 다시 나를 보았다.

“왕국이든 성도든, 위에서 내려오는 놈들이든 바깥에서 먼저 길을 만진 놈들이든, 이제 서로부터 너를 뺏으려 들 거다. 그 전에 아래가 널 먼저 확인하면 더 좋지 않은 꼴도 가능하고.”

거짓은 아니었다. 그래서 더 싫었다.

리에트가 다시 끼어들었다.

“시간도 바뀌었어.”

그녀는 위턱과 문틀을 번갈아 겨눴다.

“위 추적선은 아직 길을 다 못 찾았지만, 아래 장치는 이미 첫 확인을 끝냈다. 오래 머물면 두 방향에서 동시에 조여 온다.”

세라가 물었다.

“어느 쪽이 먼저냐.”

“위는 사람 속도고, 아래는 장치 속도야.”

리에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사람은 주저하거나 실수할 수 있어. 저 장치는 그런 걸 안 기다린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문 안쪽에서 낮은 울림이 한 번 더 번졌다. 다섯째 홈과 아홉째 홈 사이 은실 구슬이 동시에 떨었고, 브론이 박아 둔 쐐기에서 길고 마른 마찰음이 새었다. 푸른 잔선은 이번엔 오른편 비껴난 자리에서만 빛나지 않았다. 문턱 아래에 감춰져 있던 가는 선 셋이 느리게 드러나더니, 우리 발 위치를 잇는 방향으로 번져 왔다.

미리엘이 거의 속삭였다.

“자리 읽기예요.”

브론도 동시에 말했다.

“역할선이다.”

결국 같은 뜻이었다.

나는 방패 무게를 버티며 고개를 숙였다. 선은 아무 데나 퍼지지 않았다. 세라가 전면을 막는 자리, 내가 그 무게를 비껴 받는 자리, 리에트가 위를 덮는 사선, 미리엘이 홈과 문장을 읽는 위치, 브론이 보강을 만지는 틈. 제멋대로 얽힌 줄 알았던 우리 자리가, 어느새 하나의 도면 위에 놓인 부품처럼 맞물리고 있었다.

소름이 팔을 타고 올라왔다.

문은 이름만 안 게 아니었다.

우리가 지금 어떤 역할로 서 있는지도 읽고 있었다.

그 순간, 로웬이 왜 끝까지 설명하지 않았는지 아주 조금 이해될 듯했다. 만약 그가 먼저 이름을 말해 줬다면, 나는 이 자리까지 내려오기 전에 누군가 손에 넘겨졌을 것이다. 그는 답을 남긴 게 아니라, 답이 문서로 고정되기 전에 내가 직접 보고 이어 붙이게 만들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생각은 오래 가지 못했다.

문 안쪽에서 세 번째 울림이 번졌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목소리가 아니라, 얇은 금속판 여러 장을 한꺼번에 밀어내는 듯한 소리였다. 문틀 안쪽 어둠이 아주 조금 갈라졌고, 그 틈 사이로 사람 키 절반쯤 되는 검푸른 판 하나가 비스듬히 기울어 올라왔다. 표면에는 글자가 아니라 수십 번 긁었다 지운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름을 새기려다 매번 갈아 낸 자리처럼 보였다. 칼끝이 지나간 홈 위에 더 오래된 흠집이 겹쳐 있었고, 가장자리에는 성도식 정리 부호와 닮은 짧은 선이 세 개쯤 남아 있었다.

미리엘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색인판…”

세라가 즉시 물었다.

“읽을 수 있어?”

“전부는 아니에요.”

미리엘은 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하지만 형식은 알아요. 지우기 전 목록판이에요. 먼저 이름이나 역할을 확인하고, 맞는 칸이 있으면 다음 단계로 넘기는…”

브론이 욕설을 삼켰다.

“사람을 문서처럼 거르는 장치군.”

“사람만은 아닐 거예요.”

미리엘은 여전히 판만 보고 있었다.

“역할, 증표, 응답문, 배치선. 다 맞아야 다음 장이 열리는 방식일 수도 있어요.”

리에트가 위쪽을 한번 가리켰다.

“그럼 더 빨라져야 해.”

이번엔 위 계단 끝에서 발소리까지 섞여 내려왔다. 상단 턱을 더듬는 장대 소리만이 아니었다. 사람이 돌을 밟는 리듬. 추적선이 착지대까지 닿는 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세라가 짧게 결론을 내렸다.

“선택해.”

그녀는 나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둘러봤다.

“저 아래 절차를 먼저 상대할지, 위에서 내려오는 손을 먼저 막을지.”

“둘 중 하나만 고르면 둘 다 진다.”

내 말이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시선이 한꺼번에 내게 꽂혔다. 나는 발밑 선과 색인판, 푸른 잔선, 브론의 쐐기, 미리엘의 은실, 리에트의 사선, 세라의 방패 높이를 한꺼번에 붙들었다.

“저건 가운데를 피한 자리, 하중, 반응을 다 읽었어. 다음은 역할 확인일 거야. 누가 무엇을 쥐고 있는지, 무엇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지. 그걸 안 내놓으면 아래 절차가 멈추지 않아. 위 손들은 곧 내려오고. 그러면 우린 위와 아래 사이에 끼여 죽는다.”

세라 눈매가 더 좁아졌다.

“결국 고백하자는 소리로 들리는데.”

“신뢰 고백이 아니야.”

나는 고개를 저었다.

“통과를 위한 답 제출이지.”

브론이 피식 숨을 뱉었다.

“말은 좋군.”

“좋든 싫든.”

나는 그를 똑바로 봤다.

“너도 네 몫을 안 내놓으면 저 쐐기 다음에 뭘 건드려야 하는지 못 읽어. 미리엘도 장부 조각을 더 말하지 않으면 저 판을 못 풀고, 세라는 보고 절차가 어디서부터 닫히는지 안 내놓으면 우릴 언제 버려야 하는지밖에 계산 못 해. 리에트도 바깥에서 먼저 자리 잡은 동선의 정체를 숨기면 위 추적 속도를 틀리게 읽을 거고.”

말을 내뱉은 뒤에야 마지막이 남았다.

“나도 마찬가지야. 배정 문건, 막사의 별도 확인, 로웬 메모가 왜 다 내 이름 앞에서만 같은 방향으로 기울었는지, 더는 모르는 척 못 해.”

짧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문 안쪽에서 아주 낮고 평평한 낭독이 흘러나왔다.

“확인 전제 미충족.”

말이 끝나자 색인판 가운데 가늘고 긴 금이 열렸다. 그 틈 안쪽에는 다섯 개의 빈 칸이 나란히 드러나 있었다. 이름을 새기라는 자리인지, 역할을 맞추라는 자리인지 아직은 알 수 없었다. 다만 하나는 세라 방패 높이, 하나는 리에트 활끝 사선, 하나는 미리엘이 짚은 홈, 하나는 브론의 쐐기와 보강층, 마지막 하나는 내가 비껴 선 열세 번째 잔선 쪽과 정확히 겹쳤다.

리에트가 가장 먼저 알아차렸다.

“우리 다섯 자리다.”

세라가 낮게 욕을 삼켰다.

미리엘은 거의 숨처럼 말했다.

“다음 잠금이 열리려면… 각자 자기 칸에 자기 답을 넣어야 하는 구조일지도 몰라요.”

브론이 마른 웃음을 냈다.

“좋아. 값만이 아니라 비밀도 꺼내 놓게 생겼군.”

나는 문 안쪽 검은 틈을 바라보았다.

이제 분명했다.

저 아래는 우리가 서로를 믿는지 따지지 않았다.

서로 다른 목적을 쥔 다섯 사람이 왜 끝내 한자리에 모일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각자 자기 입으로 확인받으려 드는 쪽이었다.

위에서 발소리가 한 번 더 가까워졌다.

아래 색인판의 푸른 선도 한 칸 더 번졌다.

도망칠 시간은 끝나 가고 있었다.

그리고 살아서 더 내려가려면, 우리 중 누구도 자기 비밀을 끝까지 감춘 채 버틸 수는 없었다.

작가의 말

연재 중

Advertisement
Bottom Banner Ad(reader-bottom)

댓글 (0)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해주세요.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