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Top Banner Ad(reader-top)
심사는 붙었는데, 우리 게임은 보이지 않았다 일러스트

심사는 붙었는데, 우리 게임은 보이지 않았다

새벽 다섯 시 반, 네뷸라 랩스 서버실 앞 복도는 밤새 돌아간 냉각팬 소리로 가늘게 울리고 있었다.

정면 유리창 너머 서버 랙에는 초록 불이 줄지어 살아 있었고, 왼쪽 벽 모니터에는 조금 전 열어 둔 사전예약 페이지 실시간 지표가 떠 있었다. 오른쪽 게시판에는 어젯밤 마감 직전에 받아 낸 스토어 심사 접수 메일이 아직도 핀으로 꽂혀 있었다. 붙었다. 그 사실 자체는 분명했다.

문제는 그 아래 숫자였다.

`CTR 0.61%`

`사전예약 전환 정체`

`동일 시간대 경쟁작 광고 점유율 74%`

심사는 붙었는데, 우리 게임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모니터 앞에 선 채 그래프를 다시 훑었다. 사전예약 페이지 오픈 직후 세 시간 동안만 해도 CTR은 1.86퍼센트였다. 나쁜 출발은 아니었다. 그런데 카테고리 메인 슬롯과 검색 키워드 상단, 스트리머 공지 배너가 거의 같은 분 단위로 경쟁작 이름으로 갈아 끼워진 뒤부터 곡선이 계단처럼 꺾였다.

오민서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밤새 단정히 묶어 둔 머리가 조금 풀려 있었지만, 태블릿을 쥔 손은 여전히 반듯했다.

“유입은 있는데 예약 버튼까지 못 갑니다. 눌러 보고 바로 빠져요.”

“대행사 리포트는요?”

“방금 왔습니다.”

그녀가 태블릿 화면을 넘겼다.

메인 배너, 카테고리 추천, 사전예약 키워드, MCN 공지 슬롯. 우리가 어제 밤 겨우 확보했다고 생각한 자리들이, 전부 같은 시간대에 경쟁작으로 덮여 있었다. 너무 빠르고, 너무 정교했다. 우연으로 보기엔 손이 많이 들어간 움직임이었다.

복도 끝에서 윤해원이 걸어왔다. 얇은 재킷 안에 후드를 걸친 차림이었고, 손에는 새벽에 다시 손본 대표 배너 시안이 들려 있었다. 그녀는 지표를 보자마자 미간을 좁혔다.

“또 얼굴이 어긋난 거죠?”

오민서가 바로 받아쳤다.

“지금은 얼굴보다 노출이 먼저예요. 안 보이면 끝입니다.”

“안 보인다고 아무 얼굴이나 걸면, 들어온 사람도 바로 나가요.”

둘 다 맞았다.

어제는 심사를 지키느냐, 게임의 얼굴을 지키느냐가 문제였다. 오늘은 둘을 겨우 같이 붙들어 놓았더니, 시장이 그 위에 새 전쟁을 올려놓고 있었다.

나는 회의실 불부터 켰다.

아침 여섯 시, 유리벽 회의실 스크린 세 장이 동시에 떠올랐다. 정면에는 CTR 추이, 왼쪽에는 광고 집행 리포트, 오른쪽에는 현재 사전예약 랜딩 첫 화면. 오른쪽 화면 맨 위 문구를 보는 순간 나는 짧게 숨을 멈췄다.

`첫 구매 한정 초고속 성장 패키지`

어젯밤 분명 내리라고 했던 문구였다. 그런데 실제 송출 세트에서는 예전 마케팅 묶음이 아직 살아 있었다.

윤해원이 낮게 말했다.

“이 문장부터 잘라야 해요.”

오민서가 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걸 빼고 클릭률이 더 떨어지면요?”

“지금은 클릭보다 이탈이 더 치명적이죠.”

나는 둘 사이를 끊었다.

“둘 다 맞습니다. 그래서 순서를 바꿉니다.”

회의실 안이 조용해졌다.

“광고비 총액부터 올리지 않아요. 먼저 소재, 노출 위치, 랜딩 첫 화면을 맞춥니다. 안 맞는 걸 더 크게 밀면 이탈만 더 커집니다.”

그때 문이 다시 열리더니 한도겸이 들어왔다. 눈 밑 다크서클은 더 짙어졌고, 손에는 테스트폰 두 대가 들려 있었다.

“기술 쪽 제안 하나 있습니다.”

“말해요.”

“튜토리얼 첫 구간만 잘라서 웹 체험처럼 바로 붙일 수 있습니다. 완전 플레이는 아니고, 항로선이 처음 살아나는 순간까지. 용량은 가볍고, 유입 직후 대기 시간도 짧아요.”

윤해원이 곧바로 몸을 세웠다.

“그거면 말이 되네요. 광고에서 약속한 얼굴이 실제 화면으로 바로 이어지잖아요.”

오민서는 계산이 먼저였다.

“붙이는 데 얼마나 걸리죠?”

“두 시간 반. 대신 광고 문구랑 랜딩 구조도 같이 바뀌어야 합니다.”

나는 화이트보드 앞으로 가 마커를 들었다.

`낚시 클릭 금지`

`광고와 첫 화면 일치`

`작게 눌러도 깊게 남게`

세 줄을 적고 돌아섰다.

“오늘 전술은 이겁니다. 메인 배너 돈싸움으론 못 이겨요. 대신 들어온 유저를 안 속입니다.”

오민서가 리포트를 넘기다 말고 화면 하나를 멈췄다.

“경쟁작이 메인 배너를 통으로 샀어요. 키워드도 밀어 올렸고요. 누가 뒤에서 눌렀는지 냄새가 납니다.”

나는 이름을 굳이 입에 올리지 않았다. 강재현이면 이상할 게 없었다. 하지만 지금 회의실에 필요한 건 분노가 아니라 판단이었다.

“좋아요. 그럼 우리는 메인 배너 싸움에서 빠집니다.”

오민서가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빠진다고요? 그럼 아예 안 보이는데요?”

“메인 대신 카테고리 세부 슬롯, 커뮤니티 공지 배너, 사전예약 키워드 조합으로 갑니다.”

나는 왼쪽 스크린에 세부 집행표를 띄웠다.

“경쟁작은 비싼 자리에 돈을 태우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 게임이 실제로 먹히는 단어는 따로 있습니다. 탐사, 생존, 기록, 항로. 이건 그쪽이 한꺼번에 다 못 막아요.”

윤해원이 손에 들고 있던 시안을 테이블 위에 펼쳤다. 깨진 정거장 난간 아래로 푸른 항로선이 살아나고, 멀리 통신탑 실루엣이 어두운 배경을 가르고 있었다.

“문구는 이것으로 가죠. `당신의 첫 항로가 남는 탐사 RPG.`”

이번에는 오민서도 바로 반박하지 못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 문구 고정. 배너는 한 장만 밀어요. 클릭 받으려고 얹어 둔 과장 세트는 전부 내립니다.”

그 순간부터 회의는 전쟁으로 바뀌었다.

오민서는 광고대행사와 붙어 집행 슬롯을 갈아엎었다. 메인 배너 예산 일부를 잘라 카테고리 세부 키워드와 게임 커뮤니티 사전예약 공지 슬롯으로 돌렸다. 윤해원은 대표 이미지에서 패키지 아이콘과 과장된 혜택 문구를 전부 지우고, 실제 첫 체험과 맞닿는 장면만 남겼다. 한도겸은 튜토리얼 첫 구간 데이터를 뽑아 웹 체험 빌드로 묶기 시작했다.

오전 아홉 시 십 분.

CTR은 0.74퍼센트까지 소폭 반등했다.

하지만 예약 전환은 여전히 지지부진했다.

그때 대행사에서 영상 통화가 들어왔다. 화면 속 담당자는 애써 웃는 표정이었지만 눈은 계산만 하고 있었다.

“대표님, 지금은 메시지보다 노출량 확보가 우선입니다. 메인 배너를 다시 사셔야 합니다.”

나는 그의 뒤편 모니터에 떠 있는 집행 현황표를 잠깐 봤다. 너무 익숙할 정도로 노골적인 타이밍이었다.

“그 메인 배너 비딩, 누가 가장 세게 올렸습니까?”

담당자의 눈이 아주 짧게 흔들렸다.

“여러 클라이언트가 있습니다.”

“그중 제일 큰 쪽만 말해도 됩니다.”

그는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면 충분했다.

나는 통화를 끊고 한도겸을 봤다.

“체험 빌드 남은 시간?”

“한 시간 남짓.”

“민서 팀장, 커뮤니티 연동 공지 슬롯 지금 열 수 있습니까?”

“열 수는 있어요. 대신 문구가 세야 합니다.”

윤해원이 바로 잘랐다.

“센 문구 말고 선명한 문구로 가요.”

나는 그녀가 만든 배너를 정면 스크린에 띄웠다. 어두운 공간 위로 발밑 항로선이 살아나 정면 통신탑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 이미지 고정. 문구는 방금 것. 그리고 광고 누르면 바로 첫 체험으로 연결합니다.”

오민서가 짧게 숨을 삼켰다.

“전환 떨어지면 바로 원복해야 합니다.”

“아니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한 번은 끝까지 봅시다. 우리가 진짜 뭘 파는지.”

오전 열 시 사십 분.

웹 체험 빌드가 붙었다.

유저는 광고를 누르자마자 과장된 패키지 페이지 대신, 깨진 난간 위에 선 첫 시야와 발밑에서 켜지는 푸른 항로선을 먼저 보게 됐다. 통신탑 무전은 짧고 또렷하게 들어왔고, 그 다음에야 사전예약 버튼이 뜨도록 순서를 바꿨다.

그래프가 아주 천천히 들리기 시작했다.

0.74.

0.93.

1.21.

오민서는 모니터를 보며 입을 다물었다.

점심 무렵, CTR은 1.48퍼센트까지 회복했다. 아직 첫 수치엔 못 미쳤지만, 이탈률은 눈에 띄게 줄었다. 예약 전환도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때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메인 경쟁작 광고 문구 변경 예정`

`오후 1시, 대형 스트리머 동시 공지 예정`

오민서가 입술을 깨물었다.

“저쪽도 우리 반응을 보고 움직이는 것 같은데요.”

나는 메시지를 오래 보지 않았다.

“그럼 우리는 먼저 커뮤니티를 엽니다.”

“광고로 못 이기면 입소문으로 가겠다는 건가요?”

“광고가 아니라 증거로 갑니다.”

나는 도겸과 해원을 차례로 봤다.

“튜토리얼 첫 체험 장면 20초 클립 뽑아 주세요. 실제 플레이 그대로. 자막은 최소만.”

해원이 물었다.

“보정 없이?”

“보정은 해도 됩니다. 대신 거짓말은 빼고.”

오민서는 곧바로 운영 일정표를 다시 열어 커뮤니티 공지, 체험 링크, 광고 소재 교체 시간을 분 단위로 다시 찍었다. 손은 빨랐고, 판단은 어제보다 덜 날카롭게 흔들렸다. 이제 그녀도 알고 있었다. 보험처럼 쌓아 두는 이미지보다, 실제로 들어온 유저를 붙잡는 장면 한 장이 더 비싸다는 걸.

오후 한 시 십오 분, 세 가지가 동시에 나갔다.

커뮤니티 공지.

짧은 플레이 클립.

웹 체험 링크.

반응은 생각보다 빨랐다.

`광고랑 실제 화면이 같다.`

`이건 눌러 볼 만하네.`

`패키지 냄새 덜해서 오히려 믿음 간다.`

숫자가 움직였다.

CTR 1.92.

예약 전환 재상승.

획득 단가 하락.

오후 세 시가 되자 CTR은 2.43퍼센트까지 튀어 올랐다. 예약 수는 2만 9천 명을 넘겼고, CPA는 6,900원에서 3,200원까지 떨어졌다. 메인 배너를 통으로 산 쪽은 여전히 더 큰 돈을 쓰고 있었지만, 적어도 우리가 들어온 사람을 잃는 속도는 멈췄다.

회의실 안에 환호는 없었다. 다들 너무 피곤했고, 이 숫자가 다시 꺾일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분명한 건 있었다.

우리는 더 크게 떠든 게 아니라, 덜 속이고 더 정확히 보여 줘서 이 수치를 만들었다.

윤해원이 의자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

“결국 얼굴이었네요.”

오민서는 물병 뚜껑을 돌리며 고개를 저었다.

“얼굴만은 아니죠. 들어온 뒤 첫 화면까지 맞아떨어진 게 컸어요.”

한도겸이 낮게 중얼거렸다.

“셋 다 맞아야 했다는 거네.”

나는 그 말을 듣고 노트북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미래 문서가 다시 떠 있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 거기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광고 전쟁 패배`

`사전예약 침체`

`론칭 초기 유입 부족`

그런데 지금은 문장이 바뀌어 있었다.

`사전예약 재반등`

`체험 유입 기반 테스트 기대치 상승`

`동시 접속 예측 상향, 대기열 리스크 주의`

나는 한동안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숫자만 바뀐 게 아니었다.

미래가, 방금 우리 손으로 다시 쓰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새 문서 맨 아래에는 또 하나의 경고가 새겨져 있었다.

`예상 동시 접속 상향 반영 실패 시 테스트 첫날 대기열 발생 가능`

좋은 소식은 길지 않았다.

더 많은 사람이 실제로 들어오기 시작하면, 다음 전쟁은 서버에서 열린다.

작가의 말

연재 중

Advertisement
Bottom Banner Ad(reader-bottom)

댓글 (0)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해주세요.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