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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도 끝나지 않는다 일러스트

죽여도 끝나지 않는다

006화 죽여도 끝나지 않는다

이번 화요일 밤 11시 06분은 서도윤이 고른 시간이다.

수요일 새벽, 불 꺼진 세탁소 셔터 앞에 쪼그려 앉아 메모를 접은 그는 다시 회사 쪽으로 몸을 틀었다. 21시 30분 전에 B2-3, 23시 40분 전에 파쇄 라인. 죽는 시간부터 스스로 맞춘 판이었다.

민재호 손에 잡혀 죽는 건 여전히 끔찍했다.

하지만 이번엔 적어도 이유가 있었다.

그 결과가 지금이었다.

서도윤은 눈을 떴다.

휴대폰이 먼저 보였다.

`화요일 오후 11:06`

그는 상체를 일으키자마자 메모 앱부터 열었다. 어젯밤 셔터 앞에서 적어 둔 단어들이 머리에 먼저 떠올랐다.

`정문 금지`

`집 금지`

`숙소 오래 못 씀`

`B2-3 / 21:30`

`파쇄 23:40`

`우선 회수표 원본 = 민재호`

`한세린: 결재 원본 or 회수 경로`

문장은 사라져 있었다. 당연했다. 지금 이 밤의 그는 아직 그 어떤 영수증도 주머니에 넣지 않았고, 그 어떤 기자에게도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

그때 시야 한복판에 익숙한 글자가 떠올랐다.

`[다음 판 안내]`

`[죽기 전에 더 많이 챙길수록 더 크게 터진다]`

`[비밀은 살인지시자 쪽에서 터진다]`

`[능력은 살인자 쪽에서만 가져온다]`

`[기억하는 사람은 너 혼자다]`

도윤은 이번엔 끝까지 읽었다.

그리고 천천히 숨을 고르며 중얼거렸다.

"알아. 이번엔 내가 먼저 읽었어."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지만 흔들리진 않았다.

세 번 죽고 나서야 겨우 사람 하나가 자기 죽는 시간을 고르게 됐다. 우스운 일인데, 그만큼 정확했다.

그는 그대로 침대 옆 바닥에 앉아 메모장을 새로 열었다.

`1. 21:30 전에 B2-3 진입`

`2. 우선 회수표 원본 확보`

`3. 결재 원본 or 회수 경로 추가 확보`

`4. 한세린에게 기사 쓸 수 있는 수준으로 심기`

`5. 23:40 전에 회수분 파쇄 확인`

`6. 마지막은 내가 고른다`

마지막 줄에서 손이 잠깐 멈췄다.

마지막은 내가 고른다.

이건 살겠다는 말이 아니었다.

어떻게 죽을지까지 포함한 말이었다.

그는 메모장을 닫고 서랍에서 아무 무늬 없는 검은 모자 하나를 꺼냈다. 어제 그제와 똑같은 옷을 다시 입되, 어제의 실수는 반복하지 않기로 했다. 회사로 평소처럼 들어가되, 평소와 다르게 시간을 쓴다. 사람을 피하되 너무 피하지는 않는다. 보안실이 보기엔 수상하지 않은 속도, 그러나 그 안에서 가장 빠른 속도.

이번엔 버티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심는 게 목적이었다.

수요일 오전 회사는 예상대로 뒤집혀 있었다.

첫 번째 유출 때보다 더 조용했고, 두 번째 유출 때보다 더 날이 서 있었다. 사람들이 큰소리로 떠들지 않는다는 건 오히려 더 깊은 대응이 돌고 있다는 뜻이었다. 메일 창은 이미 `대외 공유 금지` 딱지가 붙은 문서들로 가득했고, 준법지원실 직원 둘이 자기 자리보다 회의실 앞에 더 오래 서 있었다.

도윤은 일부러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출근했다. 인사도 평소처럼 했고, 탕비실에서 종이컵 커피도 한 잔 뽑았다.

"서 대리."

팀장 목소리는 쪼그라들어 있었다.

"오늘은 자리 비우지 마. 보안실에서 출입 다시 본대."

도윤은 미지근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럼 다 같이 비우지 말아야죠. 저만 붙잡아 두면 티나잖습니까."

팀장은 짜증도 못 냈다. 눈치만 더 봤다.

그 반응만으로도 충분했다. 지금 이 층 사람들은 이미 사건 전체를 아는 게 아니라, 어디를 건드리면 더 크게 난다는 감각만 공유하고 있었다.

도윤은 오전 내내 일부러 작게 움직였다.

메일을 읽고, 서류를 옮기고, 회의실 문 앞을 스쳐 지나가고, 탕비실을 한 번 더 다녀왔다. 겉으론 붙잡힌 실무자처럼 보여야 했다. 그래야 오후 9시 30분 전, B2-3 앞에 서 있는 자기 모습이 튀지 않았다.

정문은 아예 보지도 않았다.

메인 엘리베이터도 손을 대지 않았다.

지하로 내려가는 서비스 계단, 시설팀 출입문, B라인 프린터 회수 시간. 어젯밤 셔터 앞에서 적은 금지 목록이 하나씩 몸을 움직였다.

오후 9시 17분.

도윤은 사원증 태그를 일부러 한 번 다른 층에서 찍었다. 그다음 비상계단으로 내려가 한 층을 걸어 내려간 뒤, 다시 태그를 찍지 않고 서비스 통로로 꺾었다. 출입 기록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겠지만, 적어도 한 줄로는 안 남는다.

오른쪽 종아리가 먼저 굳었다.

그는 바로 멈췄다.

계단 아래쪽에서 청소 카트가 밀려 올라왔다. 그 뒤에 시설팀 직원 하나가 욕을 낮게 중얼거리며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원래라면 그대로 부딪쳤을 동선이었다.

위기 감지는 여전히 설명보다 반응이 먼저였다.

그는 청소 카트가 지나간 뒤에야 다시 내려갔다.

B2 복도에 닿았을 때 시계는 9시 26분이었다.

도윤은 복도 끝에서 한 번 더 멈췄다. 무전기 소리가 얇게 새어 나왔다.

`B2-4 쪽 한 번만 더 봐요.`

그 말을 듣고도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기둥 뒤에 몸을 붙인 채 발소리가 지나가는 걸 기다렸다. 한 박자 늦는 쪽은 늘 사람을 살렸다.

도윤은 서비스 엘리베이터 기둥 뒤에서 숨을 한 번 고르고, 복도 끝 번호표를 봤다.

`B2-3`

어제 적어 둔 글자가 그대로 거기 있었다.

그는 카메라 각도를 먼저 봤다. 정면이 아니라 비스듬히 스친다. 기둥 하나만 더 끼면 얼굴은 덜 잡힌다. 다음은 사람 소리. 없다. 환풍기 소리만 있다. 마지막으로 손.

서도윤은 보관함 문 앞까지 갔다.

카드키가 없으면 원래 열 수 없는 문이었다.

그런데 어제 본 건 구조 자체였다. 민재호는 보관함 문을 카드키로 열고, 안쪽 봉인 봉투만 들고 나왔다. 즉, 잠금 장치는 첫 문 하나고 안쪽은 보관 방식으로 굴린다.

도윤은 얇은 플라스틱 카드 하나를 지갑에서 꺼냈다. 회사 법인카드는 아니고, 만료된 외부 멤버십 카드였다. 금속 잠금은 무리지만 이 문은 시설팀 편의용 자동 래치형이었다. 어제 민재호가 닫을 때 문짝을 잡지 않고 밀어 넣는 걸 봤다. 자동으로 걸리는 구조였다.

실패하면 끝이다.

성공해도 길게 버틸 수는 없다.

그는 카드를 틈 사이로 밀었다.

한 번은 안 됐다.

두 번째, 손목 각도를 바꿨다.

세 번째에 안쪽 걸쇠가 작은 탄성음을 냈다.

문이 아주 조금 열렸다.

도윤은 숨을 멈춘 채 안으로 몸을 밀었다.

안쪽엔 어젯밤 민재호가 꺼낸 것과 비슷한 서류봉투가 두 개, 파일박스 하나, 그리고 맨 위에 회색 종이철 하나가 놓여 있었다.

우선 회수표 원본이었다.

그는 그걸 펼쳐 보려다 멈췄다. 긴 문서를 다 읽을 시간이 없었다. 필요한 줄만 봐야 했다. 표지 안쪽 첫 장엔 이름들이 세로로 박혀 있었다.

`최초 권한 외 열람자: 서도윤`

`연결 가능 인물: 최동식 / 외주 영상 / 기사 문의`

`박성재 보고 시각: 21:12`

`우선 회수: B2-3 / 출력물 / 개인 단말`

그 아래, 붉은 도장이 찍힌 결재란 끝에 작은 이름 하나가 있었다.

`정현민 확인`

도윤의 눈빛이 바뀌었다.

돈줄 이름이 처음으로 현재 라인에 걸렸다.

강태준, 민재호, 정현민.

사건, 회수, 돈.

줄이 하나로 붙었다.

그는 서류철 전체를 들고 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들고 나가는 순간 끝이었다. 대신 휴대폰을 꺼내 필요한 페이지만 가장 빠르게 찍었다.

회수표 표지.

최초 열람 이력과 연결 가능 인물.

정현민 확인이 박힌 결재란.

그리고 뒤쪽 장.

`파쇄실 인계 예정 23:40`

`외주 영상 원본 포함`

`결재 원본 별도 분리 후 상층 보고`

도윤은 그 줄에서 손을 멈췄다.

결재 원본 별도 분리.

즉, 결재 원본은 파쇄실로 바로 안 간다.

상층 보고.

어디로 올라가는지만 알면 된다.

그때 왼쪽 어깨가 먼저 굳었다.

도윤은 반사적으로 서류철을 제자리에 덮고 몸을 틀었다.

복도에서 발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는 문을 아주 천천히 닫은 뒤, 기둥 반대편으로 몸을 미끄러뜨렸다. 바로 다음 순간 서비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보안실 직원 둘이 나왔다.

"민 실장님이 11시 전에 위로 올리랍니다."

"정 이사 확인 찍히면 박 팀장 손으로 먼저 올리겠네."

도윤은 눈을 감지 않았다.

정 이사.

정현민.

결재 원본은 파쇄 전에 재무 라인으로 올라간다.

마지막 퍼즐 하나가 또 맞았다.

보안실 직원이 B2-3 쪽으로 걸어가는 순간, 도윤은 반대 방향 통로로 몸을 뺐다. 뛰지 않았다. 뛰면 잡힌다. 걸음만 빨라졌다.

그는 지상으로 올라오지 않았다.

바로 지하 외주 적재구역 화장실 칸에 들어가 문을 잠갔다.

휴대폰을 꺼냈다.

손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이번엔 떨림이 글자를 망치진 않았다.

한세린과의 문자창을 다시 열었다.

도윤은 사진부터 붙이지 않았다. 먼저 문장을 골랐다.

`결재 원본은 파쇄 전 정현민 라인으로 분리됩니다.`

`우선 회수표 원본 확보.`

`최초 권한 외 열람자 서도윤, 최초 보고 21:12, 연결 가능 인물 최동식/외주 영상/기사 문의.`

`파쇄실 인계 23:40, 외주 영상 원본 포함.`

이번엔 사진도 다르게 붙였다.

회수표 표지.

정현민 확인 결재란.

파쇄 예정 시간표.

그는 마지막 한 줄을 천천히 쳤다.

`이제 기사 쓸 수 있습니까.`

전송.

진동은 짧았다.

답장은 더 짧았다.

`회수 경로는 섭니다.`

`원본 표지나 인계 장면 한 장 더 있으면 이름 박을 수 있습니다.`

그 두 문장이 충분했다.

누가 지웠는지.

누가 회수했는지.

누가 들고 올라가는지.

이제 남은 건 박성재였다.

도윤은 바로 다른 창을 열었다.

박성재.

손이 잠깐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다.

`팀장님. 우선 회수표 원본 봤습니다.`

`최초 보고 21:12.`

`원본 들고 안 오면 팀장님 이름부터 나갑니다.`

`11시 20분. B라인 회의실.`

보내고 나서야 손끝이 식었다.

이번엔 미끼가 아니라 증거를 읽은 사람만 보낼 수 있는 문장이었다.

박성재라면 온다.

자기 이름이 먼저 박히는 건 못 견딜 인간이었으니까.

바깥 복도 어딘가에서 무전기 소리가 얇게 새어 들어왔다.

`단말 켜면 위치 뜹니다. 자료 남기면 흔적도 남아요.`

도윤은 추가로 하나 더 보냈다.

`지금부터 휴대폰 끕니다.`

`더 오면 다 회수될 수 있습니다.`

이번엔 답장이 바로 안 왔다.

상관없었다.

이미 충분했다.

그는 휴대폰 전원을 껐다. 그리고 화장실 칸 안쪽 변기 뚜껑에 잠깐 앉아, 숨을 길게 내뱉었다.

남은 건 하나였다.

죽는 방식.

아무 데서나 죽으면 안 됐다. 공포만 남고 값이 흐려진다. 강태준이 직접 자기를 보고, 민재호가 직접 끝내고, 둘 다 자기가 뭘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죽어야 했다. 그래야 시스템이 제일 아픈 걸 고른다.

도윤은 거울 앞에서 얼굴을 한번 봤다.

여전히 겁먹은 얼굴이었다.

그게 싫진 않았다.

겁이 안 나는 게 아니었다.

겁이 나도, 이번엔 끝을 자기가 고른다는 게 달랐다.

그는 지하에서 바로 올라가지 않고 11시가 가까워질 때까지 한 층 아래 설비 통로에 붙어 있었다. 몸이 먼저 멈추는 방향만 피하고, 사람 소리가 뜸해지는 타이밍을 기다렸다.

그리고 10시 57분.

민재호가 위로 서류철을 들고 올라간 직후.

도윤은 B라인 전용 회의실이 있는 임원층 서비스 복도로 향했다.

그곳은 첫 죽음을 당했던 옥상과는 다르게, 지나치게 멀끔했다. 회색 카펫, 간접등, 닫힌 유리문. 사람을 지우는 방식도 겉으론 항상 깨끗했다.

강태준은 회의실 안에 있었다.

문이 반쯤 열려 있었고, 안쪽에선 낮은 목소리 둘이 겹쳤다. 하나는 강태준, 다른 하나는 박성재였다.

"원본은 제가 직접 들고 올라왔습니다."

"민 실장 쪽으로 넘기기 전에 한 번만 더 보시죠."

도윤은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둘의 시선이 동시에 돌아왔다.

먼저 굳은 건 박성재 쪽이었다. 손에 들고 있던 회색 봉투가 눈에 들어왔다. 결재 원본이었다.

강태준은 앉은 자세도 바꾸지 않았다.

"서 대리."

박성재 목소리가 먼저 갈라졌다.

"도윤아, 지금 그게 아니고-"

도윤은 문을 닫지도 않았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 말 또 하려고요?"

그는 한 걸음 더 안으로 들어갔다.

"믿고 맡긴다."

"집이면 전화하라고 했죠."

"최초 보고 21:12."

"원본은 끝까지 당신 손으로 올라왔네요."

박성재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나도 어쩔 수 없었어. 그때는-"

도윤이 웃었다.

"개소리 하지 마."

"당신은 어쩔 수 없어서 한 게 아니에요."

"제일 안전한 문장으로 날 판 거지."

"믿고 맡긴다면서 더러운 건 다 내 손에 쥐여 놓고, 위험해지니까 제일 먼저 내 이름부터 올렸잖아."

"집이면 전화하라고 했죠. 사람 챙기는 말투가 아니라, 회수품 위치 확인하는 말투로."

"그 수모를 내가 왜 잊어요."

강태준이 천천히 일어섰다.

"혼자 움직이는 줄 알았는데."

"혼자였죠."

도윤이 말했다.

"아까까지는."

그 한마디에 박성재 눈이 흔들렸다.

도윤은 박성재만 보고 더 낮게 말했다.

"팀장님, 아니지. 박성재. 넌 날 믿게 만든 다음 제일 싼 값으로 팔아넘긴 새끼야."

"그러니까 제일 먼저 찢겨 나갈 이름도 네 거고."

"오늘 여기서 나 죽여 봐. 그 순간 네 최초 보고 21:12, 원본 들고 처올라간 손, 회수 경로까지 전부 네 이름 박혀서 밖으로 튀어나간다."

"오늘은 너부터 뜯긴다. 그다음 정현민, 마지막이 강태준이야. 내가 씨발 그 순서로 장전했거든."

방 안 공기가 완전히 식었다.

강태준 입꼬리가 처음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민재호."

그는 문밖을 보지도 않고 불렀다.

발소리는 이미 가까웠다.

도윤은 그 소리를 들으면서도 도망치지 않았다.

도망치면 또 예전처럼 죽는다.

이번엔 아니었다.

이번엔 이미 다 심어 뒀다.

회수표 원본, 결재 라인, 정현민 확인, 최초 보고 21:12, 파쇄 23:40, 외주 영상, 그리고 박성재 손의 원본.

이제 남은 건 스위치뿐이었다.

민재호가 문 안으로 들어왔다.

그 얼굴을 보자 공포가 완전히 없어지진 않았다. 손끝이 차가워졌고, 심장은 여전히 빨랐다. 하지만 그 공포가 더는 패배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도윤은 민재호를 보며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이번엔 좀 늦었네."

민재호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강태준이 말했다.

"끝내."

이번엔 옥상 난간도, B2 차량도 아니었다.

민재호 손엔 짧은 와이어가 들려 있었다. 가까이 붙어 끝내는 방식이었다. 더 조용하고, 더 확실하고, 더 기억에 남는 방식.

도윤은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웃음이 먼저 새어 나왔다.

"그래. 그걸로 해."

민재호 손이 목으로 들어오는 순간, 몸은 본능적으로 버텼다. 공포는 여전했다. 숨이 막히는 감각이 좋을 리 없었다.

하지만 도윤은 마지막까지 눈을 떼지 않았다.

강태준 얼굴을 봤다.

박성재 얼굴도 봤다.

둘 다 아직 모른다.

이미 늦었다는 걸.

그 순간 강태준 주머니 안쪽에서 짧은 진동음이 울렸다.

거의 동시에 박성재 휴대폰도 떨렸다.

박성재 손에 들린 회색 봉투가 아래로 조금 처졌다. 화면 불빛이 턱 밑을 비췄다.

`세광경제 단독`

`에이치브릿지 추락사 은폐 정황`

`최초 보고 21:12 / 원본 전달 박성재`

박성재 얼굴이 무너졌다.

"이게 왜..."

목이 막힌 소리가 반쯤 새어 나왔다.

강태준 시선도 처음으로 흔들렸다.

도윤은 그걸 봤다.

이미 늦었다는 걸 상대 얼굴로 확인하는 순간, 목이 조여 와도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와이어가 조여 왔다.

숨이 반쯤 끊겼다.

시야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 도윤은 끝까지 웃었다.

목이 조여 웃음이 소리라기보다 떨림에 가까웠는데도, 분명 웃는 얼굴이었다.

"박성재."

숨이 끊겼다 붙었다.

"지금부터... 당신 차례예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죽여 봐, 개새끼들아."

"그래도 안 끝나."

시야 가장자리가 무너졌다.

귀 안쪽에서 피가 몰리는 소리가 울렸다.

손끝이 떨렸다.

공포도 통증도 있었지만, 이번엔 분명 달랐다. 이건 패배가 아니었다. 스위치였다.

검은 바탕 위로 문장이 하나씩 떠올랐다.

`[죽음 확인: 타살]`

`[살인지시자: 강태준]`

`[살인자: 민재호]`

`[공개 자료: 바로 공개]`

`[획득 능력: 없음]`

`[회귀 시각: 전날 같은 시간]`

그 문장들이 정렬되는 순간, 회의실 안 어디선가 진동음이 연달아 울렸다.

누군가가 급히 휴대폰을 더듬는 소리도 났다.

문장들이 정렬되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 도윤 입꼬리는 완전히 내려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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